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1996. 2. 1. 피고 은행에 입사하여 B으로 근무하던 중 2011. 11. 30. 피고 은행으로부터, 원고가 아래 제3의 다.항과 같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피고 은행 인사규정 제28조 제4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당연퇴직처분(이하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다.
이 사건과 관련된 피고 은행의 단체협약 및 인사규정은 별지 기재와 같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1. 11. 30.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갑 제8호증의 1 내지 3 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은 무효이다.
단체협약 제47조에 따라 근로자에게 인사소명권을 부여해야할 경우인 '면직'에는 징계면직 뿐 아니라 인사규정 제28조 제4호의 당연퇴직이 포함되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인사규정 제28조 제4호, 제11조 제1호 다목의 당연퇴직사유와 인사규 정 시행세칙 제35조 제1호 나목의 징계사유가 동일한 내용이므로, 피고 은행은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을 함에 있어 단체협약 제47조에서 정한 징계절차에 따라 인사소명권 부여 절차를 이행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은행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에는 절차상 하자가 있다.
인사규정 제28조 제4호, 제11조 제1호 다목의 당연퇴직사유인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일이 있는 자'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자'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원고는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설령,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경우도 인사규정 제28조 제4호의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일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은 실질적으로 해고이므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인데, 원고의 범죄행위는 피고 은행의 명예·신용을 해하거나, 거래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에 정당한 이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판단
절차상 하자 여부에 관한 판단
단체협약 등에서 당연퇴직에 대하여 일반의 징계해고와 달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당연퇴직 사유가 동일하게 징계사유로도 규정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연퇴직처분을 하면서 일반의 징계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58750 판결 등 참조).
피고 은행 인사규정 제27조에서 퇴직을 '의원퇴직', '당연퇴직', '면직'으로 구분하고, 인사규정 제36조에서 징계의 종류를 '면직', '정직', '감봉', '견책'으로 정하며, 단체협약 제47조에서 '면직', '정직', '감봉', '기타 징계처분'만을 인사소명권 부여 절차의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와 같은 단체협약과 인사규정의 문언, 체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단체협약 제47조의 '면직'은 징계면직만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당연퇴직이 그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35조 제1호 나목의 면직사유는 '배임, 횡령, 절도 및 금품수수 등 범죄행위를 한 자'이고, 인사규정 제28조 제4호, 제11조 제1호 다목의 당연퇴직사유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일이 있는 자'이므로, 이를 동일한 사유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은행이 인사규정에 따른 당연퇴직처분을 함에 있어서 단체협약 제47조의 징계절차에 따라 인사소명권 부여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은행이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을 함에 있어 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여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가 인사규정 제28조 제4호의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단체협약에서 당연퇴직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었을 때'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 취지는 통상 그러한 유죄판결로 인하여 근로자의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장기화되어 근로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일 뿐 아니라 기업 내의 다른 종업원과의 신뢰관계나 인간관계가 손상되어 직장질서의 유지를 저해하거나, 당해 근로자의 지위나 범죄행위의 내용 여하에 따라서는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심히 훼손하거나 거래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또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신뢰관계가 상실됨으로써 근로관계의 유지가 기대될 수 없기 때문이므로 여기서의 '금고 이상의 형'이 반드시 실형만을 의미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며 그 의미는 규정의 취지나 다른 당연퇴직사유의 내용 등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두1842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인사규정 제28조 제4호, 제11조 제1호 다목의 당연퇴직 사유로 되어 있는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일이 있는 자'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한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인사규정 제28조 제4호 단서에는 '다만, 교통사고로 인한 형사상의 범죄로서 집행유예처분을 받은 자는 정황을 고려하여 제외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바, 이는 집행유예판결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인사규정 제28조 제4호의 당연퇴직사유가 됨을 전제로 교통사고의 경우에는 정황을 고려하여 적용을 제외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한 것인 점, ② 인사규정 제11조 제1호 라목에는 '형의 선고를 받아 자격상실 또는 정지된 자'도 당연퇴직사유에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바, 그러한 사유는 근로자에게 실형이 선고·확정된 경우처럼 근로자의 현실적인 근로제공의무의 이행이 불가능한 상태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사규정의 당연퇴직사유로 되어 있는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일이 있는 자'가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은 원고는 인사규정 제28조 제4호의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의 정당한 이유 존부에 관한 판단
인정사실
아래 사실은 갑 제2, 3,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2007. 10. 31.경 C 주식회사(이하 'C'이라 한다)가 서울 광진구 D 외 151필지에 신축하는 E 5차 아파트 279세대(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 중 B동 803호(65평형)를 15억 8,200만 원에 원고의 처 F 명의로 분양받기로 하고, 계약 당일 계약금으로 7,910만 원, 옵션 공사비 계약금으로 690만 원 합계 8,600만 원을 지급하였다.
이 사건 아파트 신축공사는 2008. 7. 20.경 C이 부도가 나면서 중단되었다가, C의 법정관리 상태에서 대한주택보증 주식회사(이하 '대한주택보증'이라고 한다)의 보증이행에 의하여 공사가 진행되어 2009. 8. 30. 입주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C로서는 사용승인을 받아야만 법원의 회생계획인가를 받아 회사가 회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만약 사용승인을 받지 못하면 수분양자들에게 하루에 1억 원 가량의 지연배상금을 부담해야 되는 등 감당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되어 파산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원고는 위 분양계약을 체결할 당시 C이 약속했던 중도금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아 연체이자를 부담하게 되자 그에 대한 대책을 알아보던 중 입주예정을 앞둔 신축 아파트에 대하여 민원이 제기되면 그 민원이 해결될 때까지 관할 관청에서 사용승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위 아파트의 사용승인 관할 관청인 광진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하여 C로부터 민원취하를 대가로 돈을 받아내기로 마음먹고, 감사원과 광진구청 등에 위 아파트에 소방법위반 하자가 있으니 사용승인을 해 주지 말라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하였다.
원고는 2009. 8. 19.경 피고 은행 본점 1층 고객접견실에서 C 직원인 G로부터 민원을 취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내가 민원의 달인이다. 민원 해결이 안 되면 입주가 안 될 것이다."라고 겁을 주고, 이에 겁을 먹은 G가 "어떻게 해주면 민원을 취하해 주겠습니까."라고 묻자, "위약금으로 아파트 분양대금의 10%인 1억 5,820만 원과 옵션 공사비 계약금으로 납입한 690만 원을 되돌려 주면 민원을 취하해 주겠다."고 말하면서 추가로 원고의 중도금 미납으로 인한 연체이자와 원고가 분양받은 호실의 옵션 공사비도 삭감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원고는 이에 겁을 먹은 C의 대표이사 H의 지시를 받은 G와 2009. 8. 25. 피고 은행 본점 1층 고객접견실에서 '원고가 제기한 각종 민원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C이 원고에게 해당 아파트의 옵션금액을 3,500만 원으로 하고, 5, 6회차 중도금 미납과 관련한 이자 부분(연체이자 포함)을 전액 무상으로 하며, 옵션 금액 6,900만 원에 해당하는 세금계산서를 동 아파트 입주 시 그 날짜로 발행하여 원고에게 교부하기로 하고, 나머지 분양계약서상 위약금 수령 금액과의 차액 부분인 현금 1억 6,510만 원을 2009. 8. 25. 8,600만 원, 2009. 8. 26. 7,910만 원 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한 후, 같은 날 피고 은행 본점의 지하 주차장에서 G로부터 현금 8,600만 원을 교부받았다.
C은 원고가 위와 같이 공갈행위를 하였다고 고소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2009. 12. 12.경 서울남대문경찰서 사무실에서 피의자로 수사를 받던 중 점심시간이 되어 경찰관들이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가게 되자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척하고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경찰관들이 모두 나가자 C이 제출한 고소장 등의 서류를 훔쳐 볼 생각으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 위 경찰서 내 사무실에 침입하였고, C이 제출한 일체의 서류가 묶여 있는 수사기록 1권 중 일부를 복사하여 가지고 감으로써 남대문경찰서장 관리의 복사지 21장을 절취하였다.
원고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고단1823호로 위 라) 내지 바)항 기재 공갈죄, 절도죄, 방실침입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이에 대 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노2966호로 항소, 대법원 2010도13672호로 상고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어 2011. 5. 13.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판단
사용자가 어떤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한 경우에 그 당연퇴직사유가 근로자의 사망이나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른 당연퇴직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소정의 제한을 받는 해고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종업원이 형사상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는 당연퇴직한다고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하는 당연퇴직처분이 일종의 해고에 해당하는 이상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1998. 4. 24. 선고 97다58750 판결 등 참조). 한편,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의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1두8018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인정사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 은행과 원고 사이에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금융기관인 은행은 이윤추구만을 목표로 하는 일반의 주식회사와는 달리 예금자를 보호하고 신용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안정 등에 이바지해야 하는 공공적 역할을 담당하는 위치에 있으므로, 피고 은행의 중견 직원인 원고는 일반의 주식회사 직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준법의식이 요구되는데, 원고가 저지른 공갈의 범 죄행위는 재산상의 범죄로써 위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피고 은행의 명예나 신용을 크게 해할 우려가 있는 범죄이다.
원고의 근무지인 피고 은행의 본점에서 이 사건 공갈 범행의 상당 부분이 이루어졌다.
원고가 저지른 공갈의 범죄행위는 충동적·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파산의 위험이 있었던 C에게 민원 취하를 대가로 부당한 이익을 교부받은 계획적인 범행이고, 절도 및 방실침입 범죄행위 또한 경찰서에 제출한 고소인의 문서를 경찰서에 몰래 침입하여 복사한 것이어서 그 죄질이 좋지 못하여 피고 은행이 원고의 이와 같은 범죄행위를 알고서도 원고와 계속적인 신뢰관계를 유지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원고가 피고 은행에 취업하기 전에 위와 같은 범죄행위를 저질러 유죄판결을 받았다면 애당초 인사규정상 피고 은행에 취업할 수 없었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정창근(재판장) 고종완 강산아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3가합67506
판결선고
2014. 6. 19.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