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 8. 선고 2013노2586 판결

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원심은 아래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잘못이 있다.

가.

원심은 M노동조합(이하 'M노조'라 한다)의 업무협조요청 공문에 따라 사전승인을 받은 대의원에 한하여 2011. 10. 13. 개최된 대의원대회(이하 '이 사건 대의원대회'라 한다)에 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였으나, 그 동안 일반노동조합원들의 대의원 대회 출입을 막은 적이 없었고, 업무협조요청 공문에는 명단에 포함된 대의원과 노조 간부 등에 대하여 노조 활동으로 인정하여 근무를 면제해 달라는 내용뿐이었을 뿐 일반노조원의 대의원대회의 출입을 막아달라는 내용이 전혀 없었다.

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2조와 M노조 규약 제10조에 규정하고 있듯이, 노조원은 노조 내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고 노조의 조직과 활동에 균등하게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으며, M노조 회의규정 제6조는 출석 구성원의 과반수 찬성이 있거나 의장이 조합 운영상 기밀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때를 제외하고는 조합의 회의는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대의원대회는 비공개 결의 자체가 없었고 일반노조원들에게 아무런 사전 설명이나 고지가 없었다.

다.

피고인들의 이 사건 공소사실상의 행위는 주식회사 L(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피고인들의 대의원대회 참관을 원천봉쇄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자 피고인들이 이를 뚫고 회의장에 들어가려는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주거침입죄와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주거자의 의사에 반한 침입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위와 같은 사용자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항하는 적법한 노조활동으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2.

판단

가.

기초사실

원심과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M노조(당시 위원장 R)는 노조위원장 선거에 있어 선거운동기간 단축, 기탁금제 신설, 사내메신저를 이용한 홍보활동 금지 등의 노조 선거관리규정 개정안을 심의, 의결하기 위하여 2011. 10. 13. 14:00에 서울 서초구 N 소재 O에서 이 사건 대의원대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같은 달 10. 산하 조직에 전달하였다.

2)

M노조는 피해자 회사에 시설사용 협조 요청과 함께 노조 대의원, 노조 간부, 질서유지 요원 등이 405명의 명단을 전달하며 조합활동 사전승인을 요청하였는데, 위 공문에는 회사시설에 대한 안전대책을 마련해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 있을 뿐, 일반노조원의 출입을 막아달라는 내용은 없었다(수사기록 제33쪽 이하 참조).

3)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의 근로자 또는 해고근로자들로서 M노조의 현장조합원 조직인 S 소속이고, 피고인 B은 M노조와 별도의 T노동조합의 위원장이고 피고인 C은 위 별도 노조의 조합원이었는데, S측은 M노조 집행부가 예정된 노조 각급 대표자 선거에 있어 자신들에게 유리하고 비민주적 내용으로 선거규약을 개악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대의원대회 하루 전인 2011. 10. 12. M노조가 있는 피해자 회사 분당 사옥 근처에서 집회를 개최하였다.

4)

M노조 위원장 R은 S의 위와 같은 움직임에 사무국장 U을 통하여 피해자 회사 측에 명단에 포함된 사람에 한하여 출입을 허용해 달라고 구두 요청을 하였다.

5)

피해자 회사는 2011. 10. 13. 11:00경 경비인력을 동원하여 이 사건 대의원대회가 열리는 O 정문을 닫아 놓고 피고인들이 포함된 일반노조원의 출입을 제지하였다. 이에 피고인 A이 담장을 넘어 위 연구원 마당으로 들어갔고, 이를 시작으로 같은 날 11:30경 일부는 담장을 넘고, 일부는 정문 바리케이드를 넘어 연구원 마당으로 들어가 일반노조원 40여 명이 위 연구원 현관 앞에서 피해자 회사의 경비원들과 대치하였다.

6)

피고인들을 포함한 일반노조원들은 현관을 뚫고 이 사건 대의원대회 장소인 강당 안으로 진입하기 위하여 경비원들을 밀치고 피고인 B, C, D, E은 회전문을 통과하여 건물 내부까지 진입하였으나, 14시 이후 이 사건 대의원대회에서 선거규약 개정안이 통과되자 철수하였다.

나.

업무방해죄 및 공동주거침입죄 성립 여부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대의원대회라 하더라도 그 당시까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노조원의 참관을 막지 않았고, 이 사건 대의원대회에서 비공개결정이 된 것이 아니라 M노조가 이 사건 대의원대회 전에 피해자 회사에 구두로 회사측에 통보한 사람들에 한해 출입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그러한 내용이 피고인들을 포함한 일반노조원들에게 고지되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면 되고, 그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 또는 행정행위 등이 반드시 적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1747 판결 참조),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여부는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그 업무의 개시나 수행과정에 실체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지 아니한 이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대법원 2006. 3. 9. 선고 2006도382 판결 참조), 거주자나 관리자의 관계 등으로 평소 그 건조물에 출입이 허용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그곳에 들어간 것이라면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5686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피건대, ① 피고인들이 방해한 것은 대의원대회 진행 등 M노조의 업무가 아니라 피해자 회사 소속 경비원들의 출입통제와 시설관리업무인 점, ② 피해자 회사는 그 회사가 소유 또는 점유하는 시설의 종국적 관리자로서 시설 출입자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고, 피해자 회사 직원이라도 근무시설이 아닌 회사 내의 타시설에 출입하고자 할 때에는 신분증과 정당한 출입목적을 제시하여 시설관리책임자의 출입승인을 받아야 하는 점(취업규칙 제18조 제3항 참조), ③ 피고인들 중에는 피고인 B, C과 같이 M노조가 아닌 별도의 T노동조합 소속으로 이 사건 대의원대회에 일반노조원으로서도 참석할 수 없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던 점, ④ 비록 구두 요청이기는 하나 피해자 회사는 M노조의 출입제한 요청을 받았고, 당시 M노조 집행부를 사용자측 노조라고 비난하며 대립하는 S 소속 근로자들이 심의안건이 당시 집행부에게만 유리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대의원대회를 무산시키기 위한 실력행사를 할 뜻을 나타냈고, 이들이 이 사건 대의원대회 장소에 있을 경우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M노조가 일반노조원 출입금지 결정을 함에 있어 노조규정상의 절차상 위반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들이 M노조의 요청을 받은 피해자 회사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공동으로 이 사건 대의원대회가 열리는 O에 침입한 것이 명백한 이상 피고인들에게 업무방해죄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 데에는 영향이 없다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1. 9. 10. 선고 91도1666 판결 참조),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정당행위 해당 여부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의 이 사건 대의원대회의 출입통제가 부당노동행위라는 것을 전제로 자신들의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보유 시설에 대한 출입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피해자 회사가 이 사건 대의원대회를 개최하는 M노조의 요청에 따라 대의원 등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의 참가를 막았던 점, 피해자 회사는 사용자로서 근로자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할 수 없는 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업장 내의 질서유지 등을 위하여 근로자의 개별적인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 회사의 출입통제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이 당시 사법절차를 통한 구제 등을 받지 못하고 피해자 회사 소속 경비원들과 물리적 충돌을 일으킬 만큼의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하현국(재판장) 허경무 김대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