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자동차 및 관련 부품의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2009. 1. 9.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여 같은 해 2. 6. 개시결정을 받았다(2009회합6호).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 피고(당시 회생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이 실제 행위의 주체이나, 편의상 '피고'라 한다)는 회계법인인 삼정KPMG에 경영전반에 대한 진단 및 회생전략 수립을 의뢰하였는데, 이에 따라 삼정KPMG는 2009. 3. 31. 작성한 검토보고서(이하 '이 사건 검토보고서'라 한다)를 통해 피고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방안으로 인력구조 조정 등을 제시하면서, 향후 생산판매계획 등을 고려하여 총 2,646명 규모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피고는 2009. 4. 8. 사무직(관리직 + 연구직) 327명을 포함하여 총 2,646명을 감원하는 내용의 인력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였다(이후 회생절차의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 또한 2009. 5. 6.자 조사보고서에서 '구조조정 달성 여부가 회사의 존속가치를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다만 '경영정상화 시점까지 생산량 증대에 따른 인력충원이 필요한데, 기능직의 경우 증원이 예상되는 반면, 사무직의 경우 일정 부분 축소가 예상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에 피고는 2009. 5. 27. 총 구조조정 인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감원 대상 사무직의 규모를 370명으로 늘렸다).
피고는 2009. 4.경 사무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모집기간을 같은 해 4. 16.부터 4. 30.까지, 퇴직일을 같은 해 5. 15.로 한 희망퇴직 실시계획을 공고하였는데, 이때 희망퇴직 신청자에 대해서는 조직운영 상황이나 우선수리 기준('징계처분을 받은 사원', '인사평가 성적이 저조한 사원', '동일 직급에 장기간 근무중이거나 부부가 재직중인 사원' 등이 기준으로 예시되었다)에의 해당 여부를 고려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음을 명시하였다(이후 피고는 2009. 5. 20.부터 같은 달 25.까지 모집기간을 연장하여 추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피고는 2009. 5. 27.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정리해고 규모와 대상자 선정기준을 확정한 후 노동조합(기능직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였다)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면서 의견제시를 요청하였고, 그 무렵 '사무직대표자협의회'와도 사무직 근로자들의 구조조정 규모와 해고대상자 선정기준 등에 관하여 수차 협의를 진행하였다.
피고는 2009. 6. 2. 위 기준에 따라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된 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한편, 이들을 대상으로 같은 달 5.까지를 시한으로 하여 최종적으로 희망퇴직을 권고하였다.
그 결과 기능직과 사무직 합계 1,666명의 근로자들이 희망퇴직 등으로 퇴사함에 따라(원고들은 모두 피고의 사무직 근로자들로, 원고 A, B의 경우 2009. 5. 28. 희망퇴직원을 제출하여 같은 해 6. 5.자로, 원고 C의 경우 5. 25. 희망퇴직원을 제출하여 5. 31.자로, 원고 D, E은 4.말경 희망퇴직원을 제출하여 5. 15.자로 각각 퇴직처리되었고, 퇴직 당시 법정퇴직금과는 별도로 각각 6개월 내지 9개월 분 평균임금 상당의 퇴직위로금을 지급받았다. 이하 위 희망퇴직 절차를 아울러 '이 사건 희망퇴직'이라 한다), 피고는 2009. 6. 8. 사무직 근로자 6명을 포함한 980명에 대해 정리해고(이하 '이 사건 정리해고'라 한다)를 단행하였다.
정리해고된 피고의 사무직 근로자들 중 5명은 2009. 9.경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정리해고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같은 법원은 2011. 5. 13.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며 근로자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2009가합3533호), 위 판결은 이후 항소심을 거쳐 2014. 11. 13.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2012다14517호).
한편 피고의 기능직 근로자들 또한 2010. 11.경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같은 취지로 이 사건 정리해고의 무효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12. 1. 13. 청구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에 대해 근로자들이 항소를 제기한 결과, 서울고등법원은 2014. 2. 7. 이 사건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등 일부 법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며 제1심 판결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14. 11. 13. 이 사건 정리해고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2014다20875, 2014다20882(병합)}.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3, 6 내지 11, 13 내지 16, 2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
이 사건 희망퇴직의 경우 근로자들의 퇴직신청과 사용자의 수리라는 외형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정리해고에 해당한다. 즉, ① 이 사건 희망퇴직 공고문에서도 수리기준을 명시하였던 바와 같이 구조조정 대상자가 아닌 자들의 퇴직신청은 반려되는 등 선별적 수리가 이루어졌으며, 희망퇴직신청이 수리된 근로자들은 최종적으로 정리해고된 자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징계전력이 있거나 인사평가 실적 등이 저조하였던 점에서도 알 수 있듯, 피고는 이 사건 검토보고서에서 제시된 구조조정 실시 기준에 따라 희망퇴직 대상자를 내부적으로 확정한 다음, 이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지속적으로 종용하였는데, 이러한 종용 행위는 모집기간을 수차에 걸쳐 연장하면서까지 집요하게 계속되었다. ② 나아가 피고는, 희망퇴직 요청에 불응할 경우 결국 정리해고 대상이 된다며 근로자들을 위협함으로써 이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희망퇴직을 선택하게끔 하였는데, 희망퇴직을 끝까지 거부하였던 6명의 사무직 근로자들이 결국 정리해고되었던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따라서 이 사건 희망퇴직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이다. 한편 피고는 위와 같이 원고들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강요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검토보고서 등을 토대로 피고의 경영악화 상태와 그에 따른 구조조정의 필요성 및 규모를 과장·왜곡함으로써 이에 속은 원고들로 하여금 희망퇴직원을 작성토록 하였다. 결국 이 사건 희망퇴직 신청은 피고의 기망 내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도 볼 수 있으므로, 원고들은 이를 취소한다.
이에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희망퇴직일 이후 계속하여 근무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중 일부인 10,000,000원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들은 법정퇴직금에 더하여 상당한 액수의 퇴직위로금까지 지급받고 이 사건 희망퇴직을 한 후 장기간 동안 피고 측에 어떠한 문제도 제기한 바 없으며,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들이 희망퇴직이 유효하다는 전제하에 조직개편 등 회사를 운영하여 왔다. 그럼에도 원고들은 최근 기능직 근로자들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정리해고 무효판결을 선고한 것을 기화로 망외의 소득을 얻고자 새삼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던 것으로, 실효의 원칙에 따라 이 사건 소송을 통한 원고들의 권리행사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 사건 희망퇴직은 원고들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루어졌을 뿐,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강요나 기망행위도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 희망퇴직은 당사자의 합의하에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에 불과하여, 도저히 해고로는 볼 수 없다.
판단
실효의 원칙 적용 여부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 측과 상대방 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한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다45827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이 2009. 5.경 내지 같은 해 6.경 법정퇴직금과 함께 퇴직위로금 명목으로 수개월 분의 추가임금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희망퇴직원을 제출한 다음, 2014. 4.경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약 5년 가량 피고 측을 상대로 이 사건 희망퇴직을 명시적으로 문제삼은 바 없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과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이 사건 정리해고를 전후한 경위와 관련한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정리해고의 경우, 감원의 규모, 자동자 제조업체로서 피고가 차지하는 위상 및 장기의 점거농성 등 이에 대응한 기능직 근로자들의 격렬한 저항 등으로 인해 사회적 파급력이 상당하였던 점, ② 이에 따라 이 사건 정리해고가 실시된 이후에도 법적·정책적 차원에서의 해고의 정당성 유무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었고, 그 과정에서 정리해고된 피고의 사무직 및 기능직 근로자들 중 일부가 해고무효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한 결과 상당기간 동안 정리해고의 효력에 관한 당사자들의 법적 공방이 이어져 온 점, ③ 당시 사무직과 기능직 근로자들 모두를 대상으로 하였던 이 사건 정리해고는 피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적 조치로서 상호 밀접하게 연관되어 진행된 측면이 있으며, 비록 이 사건 희망퇴직이 정리해고의 전 단계로서 그와 별개로 실시되긴 하였으나, 이 사건 희망퇴직의 법적성격 및 그 효력 등이 정리해고의 실시 경위나 정당성 유무 등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④ 이에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정리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관련 소송의 추이를 지켜보던 중, 위와 같이 기능직 근로자들에 대한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취지의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것을 계기로 이 사건 소송을 준비하였을 가능성도 적지 않은 점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설령 원고들이 이 사건 희망퇴직 이후 퇴직위로금 등을 수령한 채 상당기간 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등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 권리행사로 단정하기는 어렵다(이와 같은 결론은,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실효의 원칙이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노동분쟁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희망퇴직의 법적 성격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케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 한편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5다34407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은 이 사건에서 '희망퇴직이라는 형식을 빌어 피고가 실질적으로 원고들에게 퇴직을 강요하였거나, 원고들을 기망하여 정리해고 대신 희망퇴직을 부득이하게 선택하도록 하였다'는 주장에 직접 부합하는 증거를 제출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이 사건 희망퇴직과 정리해고가 실시된 배경 및 경위에 관한 제반 자료들을 바탕으로 위와 같은 점을 사실상 추인할 수 있다는 입장에 있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과 갑 제7호증, 을 제4, 12, 18, 19호증을 포함한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희망퇴직을 정리해고의 실질을 가진다고 하거나, 원고들이 실제 사직의 의사가 없었음에도 피고의 강요나 기망 등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희망퇴직에 응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 사정들에 의하면, 오히려 원고들로서는 피고의 이 사건 희망퇴직 권고를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고 할지라도, 당시 피고의 경영사정과 이를 반영한 구조조정 계획, 퇴직위로금의 지급 등 피고가 제시한 희망퇴직의 조건, 희망퇴직을 수용하는 경우와 계속 근무를 하게 될 경우에 있어서의 이해관계 차이 및 자신이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당시의 상황에서는 희망퇴직을 하는 것이 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희망퇴직원을 제출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갑 제10 내지 14, 18, 20 내지 22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달리 이 사건 희망퇴직이 원고들의 내심의 의사와 다르게 이루어진 것으로서 실질적으로는 해고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우선 피고가 사전에 대상자를 내부적으로 확정한 상태에서 이 사건 희망퇴직을 공고하였고, 해당 대상자들만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지속적으로 종용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만 갑 제4, 1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일부 직원들에 대해서는 희망퇴직을 수리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으나, 한편으로 같은 증거들에 의하면 그 대상은 일부 연구직 등 소수의 인원에 불과하였던 것으로 보여(그 주된 이유 또한 필수 연구인력 등의 이탈 방지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직원들에 대해 피고가 선별적으로 희망퇴직원을 수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희망퇴직의 대상자들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
원고들을 포함한 이 사건 희망퇴직자들 중 상당수는 종래 피고가 실시한 인사평가에서 하위의 성적을 기록하는 등 이 사건 검토보고서에서 제시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에 부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다만,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희망퇴직자 모두가 예외 없이 정리해고 대상자와 일치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다).
그러나 희망퇴직처리된 근로자들의 인사평가 등급 등의 이력은, 피고가 앞서 본 우선수리 기준 등을 반영하여 희망퇴직 신청에 대한 수리여부를 고민한 결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이 사건 희망퇴직자들의 인적 구성이라는 결과적 측면으로부터 곧바로 이 사건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절차의 실질적 동일성을 추단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즉, 원고들을 포함한 이 사건 희망퇴직자들은 당시 예정된 정리해고의 규모나 실행 가능성 등을 고려한 끝에 스스로 희망퇴직을 선택하였을 개연성이 크다(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D, E의 경우 이 사건 희망퇴직이 최초로 공고된 2009. 4.경 곧바로 희망퇴직원을 제출한 반면, 나머지 원고들의 경우 2009. 5.경 희망퇴직원을 제출하는 등 원고들이 희망퇴직 여부를 고민하였던 기간이나 정도 역시 일률적이지 않다).
더욱이 피고는 기능직 근로자들과는 달리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지 못한 사무직 근로자들과 관련하여서는(피고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에서는 관리직 사원 내지 대리급 이상의 직원들을 조합원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대리급 이상의 사무직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앞서 본 사무직대표자협의회와 사이에 정리해고의 규모 및 희망퇴직의 조건 등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실한 협의절차를 진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위 사무직대표자협의회는 그 조직이나 대표자의 구성{피고에 대한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무직 근로자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조직된 협의체로서, 구매본부, 품질본부 등 9개의 조직별로 3인의 대표자(부·팀장, 차·과장, 대리 직급 중 각각 1인의 대표자 선출)를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하였다. 당시 총 27명의 대표들은 모두 소속 직원 80% 이상의 동의로 선출되었으며, 그중 3인이 각각 회장, 총무, 간사로 지정되어 임원단으로 활동하였다} 등의 측면에서 대표 협의체로서의 실질을 일응 구비하였던 것으로 평가되고, 관련 사건(2012다14517호)에서도 피고가 사무직대표자협의회와 해고 기준 등을 논의한 것을 근로기준법 제24조 제3항이 정한 대표자와의 협의로 보아 그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
한편으로 이 사건 정리해고가 만일 인원감축을 위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등 해고의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효력이 없다고 인정될 경우, 이 사건 정리해고와 동일한 경영위기 상황을 전제한 가운데 추진된 이 사건 희망퇴직의 절차 등 또한 문제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사무직·기능직 근로자들이 각각 이 사건 정리해고의 효력을 다툰 사건들에서 대법원이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는 등, 앞서 본 사실과 증거들에 비추어 일응 이 사건 정리해고는 법정 요건을 갖추어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정리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위와 같은 판단을 뒤집기 부족하다(그렇다면, 설령 피고가 원고들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과정에서 정리해고의 실시 가능성을 언급(그 내용은 주로 '희망퇴직자들의 수가 예정된 구조조정 규모에 미달할 경우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 밖에 없다'는 일반적인 차원의 언급이었을 것으로 보이고, 달리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정리해고 대상이 된다'는 식의 단정적·확정적 언급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하였다고 할지라도, 이를 위법한 강요나 기망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
원고들은 '정리해고된 6인의 사무직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원고들 역시 이 사건 희망퇴직을 끝까지 거부하였더라면 정리해고를 피할 수 없었다'라는 취지로 주장하며, 이 사건 희망퇴직이 정리해고의 일환 내지 연장선상에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설령 원고들이 이 사건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결과, 피고가 사무직대표자협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마련한 기준에 따라 원고들까지 이 사건 정리해고 대상자에 포함된 채로 정리해고가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당시 경영위기의 정도나 상태 등에 관한 피고의 진단이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고, 이를 바탕으로 설계하였던 애초의 감원 규모 또한 적정하다고 판단되는 이상(기업운영에 필요한 인력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잉여인력은 몇 명인지 등은 상당한 합리성이 인정되는 한 경영판단의 문제에 속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1다60193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은 맥락에서 이 사건 정리해고의 정당성은 그대로 유지될 개연성이 크다.
또한 이 사건 정리해고가 유효함을 전제한다면, 2009. 5. 27.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이 발표된 이후인 2009. 6.경 정리해고 통지와 동시에 희망퇴직 권고를 받은 바 있는 원고 A, B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희망퇴직 권고는 적법한 해고회피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희망퇴직은 정리해고의 회피수단 중 하나로서 일반적으로 그 유효성이 인정되어 왔는데, 피고가 이 사건 희망퇴직의 신청기간을 수차례 연장한 것 또한 해고회피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정리해고 등의 구조조정이 전제되었다는 이유로 희망퇴직의 효력을 일률적으로 부정한다면, 희망퇴직 방식의 해고회피노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결과에 이를 위험이 있고, 나아가 무급휴직 등 근로자들이 고통을 분담하여야 할 여타의 해고회피수단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로 그 실시 자체가 문제되는 등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희망퇴직에 따라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적법하게 종료되었으므로, 이와 달리 이 사건 희망퇴직이 부당해고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용주(재판장) 성준규 이정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