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7. 24. 선고 2014가합59023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1)

C 그룹은 주식회사 D, E 주식회사(이하 'E'라 한다), 피고 등 주로 제과·음료의 제조 및 가공·유통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들로 구성된 기업집단으로서, F과 그 가족들이 해당 계열사들 중 상당 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피고의 경우 F과 그 가족들이 지분 모두를(그중 F의 지분은 63.5%에 이른다), E의 경우 F 외 3인이 66.67%의 지분을, 주식회사 D의 경우 F과 그 가족들이 32.2%의 지분을, 피고가 40.66%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편 F은 피고와 E의 설립 이래 위 각 회사의 이사 내지 사내이사 직을 역임하는 동시에, C 그룹의 회장으로서 계열사들의 운영에 관여하여 왔다.

2)

원고는 해외 유학 등을 마치고 귀국하여 주식회사 G에서 전무로 근무하다 퇴직한 후 2009. 8.경부터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경영 건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F은 2010. 2.경 평소 알고 지내온 원고에게 C 그룹에서 근무할 것을 제안하였고, 원고는 위 제안을 받아들여 2010. 3.경부터 E의 사내이사이자 부사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같은 달 29. 사내이사에 취임하였다).

나.

원고의 근무조건 등

1)

원고는 E 입사 이후 위 회사(대표이사 H)와 사이에 매년 연봉계약을 체결하였다. 당시 책정된 기본연봉과 성과연봉을 합산한 총 연봉액은 2011년(2011. 4. 1.~2012. 3. 31.까지)의 경우 276,750,000원(기본연봉 231,750,000원 + 성과연봉 45,000,000원), 2012년(2012. 4. 1.~2013. 3. 31.)의 경우 285,053,000원(기본연봉 238,703,000원 + 성과연봉 46,350,000원)이었다(원고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로 소속을 옮긴 2013. 3.경에는 총 연봉액을 285,053,000원으로 한 연봉계약서를 작성하였다).

2)

원고는 E와 피고에서 근무할 당시 판공비 명목으로 월 3,000,000원 한도의 법인카드와 대형 차량(에쿠스)을 제공받았다(피고가 위 차량의 렌트비 월 2,600,000원을 렌트 회사에 직접 지급하는 외에, 원고에게도 유류지원금 명목으로 월 800,000원을 지급하였다). 한편 피고는 원고의 자녀 중 해외 대학에 재학 중인 1인에 대해서는 학비전액(학기당 미화 24,000달러 및 그에 따른 소득세 등 세금분도 보전)을, 다른 자녀 1인에 대해서는 국내대학 지급 기준에 따라 학기당 2,000,000원을 학비보조금 명목으로 각각 지원하였다.

3)

피고는 부사장, 전무 등 임원들에 대해 매년 평가를 실시하여(등급은 S, A 내지 D등급으로 나누어진다) 그 결과를 다음 년도에 지급할 성과연봉 등에 반영하여 왔다. 예컨대 피고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해당 임원에 대한 '업적평가'를 실시한 다음, 위 평가결과를 당해연도의 '역량평가' 결과와 합하여 '종합평가' 등급을 정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11년, 2012년에는 업적평가의 경우 모두 B등급을, 역량평가의 경우 모두 A등급을 받았으나, 2013년에는 업적평가의 경우 D등급(상반기에는 B등급을 받았다)을, 역량평가의 경우 D등급을 받아 종합평가로는 C등급이 되었다.

다.

보직해임의 경위

1)

원고는 2013. 3.경 E에서 피고로 소속을 옮기면서 같은 달 28. 피고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 직에 각각 취임하였다. 이후 H(피고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다 2008. 9. 1. 사임한 자로서, 당시 E의 대표이사에 재직 중이었다)는 2014. 5. 29. C 그룹의 인사전략실장인 I 전무가 동석한 가운데 원고를 만나 사임 문제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2)

원고는 그 다음날인 2014. 5. 30. 피고에게 사임서를 제출하였다('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되, 이사 직은 유지하고 대표이사 직만을 사임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 피고는 같은 날 30. 이사회를 개최하여 H를 피고의 대표이사로 선출하고 사장에 임명하는 한편, 원고를 부사장 직에서 면하기로 결의한 후, 해당 내용을 사내 게시판에 공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직해임'이라 한다). 이와 동시에 피고는 인사명령의 형식으로 원고를 상근 고문(피고 소속이나, 서울 J에 소재한 C 그룹내 'K'에 파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였으며, 피고 측이 제안한 계약기간은 2014. 5. 30.부터 같은 해 11. 29.까지, 월 보수는 12,532,000원이었다)에 임명할 것을 공고하였다.

라.

해임의 경위

1)

원고는 2014. 6. 12. H에게 메일을 보내어 '피고의 대표이사 직을 사임하였더라도 평 이사로서의 지위에 영향을 끼지지 않는다. 따라서 대표이사의 지위에서 특별히 행하던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는 여전히 나의 업무에 속하므로, 종전과 같이 L 사옥에서 계속하여 이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것'임을 밝혔다.

2)

피고는 같은 달 25. 원고에게 '고문계약이 체결되기 전까지는 그에 따른 보수를 지급할 수 없으며, 계속하여 인사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고문 위촉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업무집행을 할 수 있는 아무런 직책에 있지 않아 L 사옥내에서 근무할 수 없으니, K을 제외한 나머지 사옥에 대한 출입을 제한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하는 한편, 같은 달 27. 원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304,629,728원을 지급하였다. 나아가 피고는 같은 해 7. 3. 원고에 대해 '고문계약체결을 거부하고, 인사명령에 불복하여 K이 아닌 피고의 L 사옥에서 근무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들어 기존의 고문위촉을 철회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4. 7. 8. H에게 '본인의 L 사옥 출입제한 등은 대표이사가 이사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하기 위한 불법적인 행위임을 지적하며, L 사옥 내 사무공간을 마련하는 등 본인이 이사로서 원활한 업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

3)

한편 피고는 2014. 7. 22. '차량반환 및 법인카드사용중지 요청'이란 제목으로 원고에게 '에쿠스 차량에 관한 렌트계약 만료일인 2014. 7. 24. 이후 위 렌트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니 조속히 차량을 반환하여 줄 것'과 '법인카드 또한 더 이상 사용할 권한이 없으며, 기존에 사용한 내역은 업무관련성을 소명할 것'을 통보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는 같은 달 24. H에게 메일을 보내어 '본인에게 지급된 차량 및 법인카드는 피고의 대표이사 선임과 무관하게 애초 C 그룹 영입조건으로 제시된 것으로서, 피고의 차량반환 등 요청은 부당하다'며 차량반환 등을 거부하였다.

4)

피고는 2014. 9. 26.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이사 직에서 해임하기로 결의하였다(이하 '이 사건 이사해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내지 17, 27 내지 31, 38 내지 4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3, 6, 9 내지 11, 1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1)

주위적 청구

가)

원고는 비록 피고의 대표이사로 근무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피고를 포함한 C 그룹 전체의 최고경영자로서 각 계열사의 중요 사항에 관한 최종적인 결정 권한을 가진 F의 구체적인 지휘·감독하에 업무를 수행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나)

그런데 원고가 대표이사 직을 사임한 것에 편승하여 기존의 부사장 보직마저도 박탈하기로 한 피고 측의 이 사건 보직해임은,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 없이 행하여진 휴직 내지 징벌적 처분의 일종으로서 그 효력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 대해 월 1,000,000원 상당의 대표이사 직위수당을 제외하고는 연봉 기타 처우에 있어 종래와 동일한 수준의 근무조건을 유지하여야 함에도, 2014. 6.경부터 오히려 보수 일체의 지급을 중단하였다.

나아가 이 사건 보직해임의 경우와 마찬가지의 동일한 맥락에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이사해임 또한 무효이다. 즉, 이 사건 이사해임은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여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하기 곤란할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다는 점 또한 확인되지 않는다.

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14. 6. 1.부터 정관에 따른 원고의 임기만료일인 2016. 3. 28. 또는 원고의 복직일 중 먼저 도래하는 날까지의 기간 동안 원고가 실제 근무하였더라면 받았을 임금 등 상당액, 즉 ① 미수령 연봉액(피고는 원고의 2013년도 종합평가 결과가 C등급임을 전제로 그에 따른 성과연봉액을 책정한 바 있으나, 이는 피고 측의 자의적인 평가에 기인한 것으로서 부당하므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졌더라면 원고가 받았을 종래의 B등급을 기준으로 성과연봉액을 산정하였다), ② 직무수당(월 200,000원) 및 복지포인트(월 100,000원), ③ 성과급(피고는 원고의 2013년도 업적평가로 D등급을 부여하였다며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으나,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졌더라면 원고로서는 종래와 마찬가지로 B등급을 받을 수 있었으므로, 2013년 하반기 성과급을 다음해 3. 25, 2014년 상·하반기 성과급을 같은 해 9. 25.과 다음해 3. 25. 각각 지급하여야 한다), ④ 학비보조금(자녀 2인에 대해 매 학기당 각 미화 41,040달러와 2,000,000원), ⑤ 의료비(2013년 지출액 상당인 2,434,870원)의 합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구체적인 내역은 주위적 청구취지 기재와 같다.

2)

예비적 청구

가)

원고를 근로자로 보기 어려우며 이 사건 보직해임 또한 그 효력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원고의 사내이사 지위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원고가 종래 피고로부터 보수를 지급받은 것은 대표이사 내지 부사장 직책이 아니라 이사 자체의 지위에 기한 것이므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해임 이전(주주총회에서 2014. 9. 26. 해임을 결의하였으나, 해임의 효력은 원고가 위 해임 사실을 알게 된 같은 해 11. 1. 비로소 발생하게 된다)까지의 보수 상당액과 2014. 10. 31.을 기준으로 산정한 퇴직금(E 재직기간까지를 포함하여 산정한 퇴직금에서 피고가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을 상계한 잔액 82,605,791원)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

설령 사내이사라는 지위만에 기해서는 피고에게 보수청구를 할 수 없더라도, 그룹 회장인 F을 대신하여 H가 2014. 5. 29. 원고에게 대표이사 사임에도 불구하고 연봉총액 등 기존의 대우를 종전과 같이 유지하여 주겠다는 이른바 '처우유지 약정'을 하였으므로, 원고는 위 처우유지 약정에 근거하여서도 위와 같은 금액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

나)

한편 원고는 E 입사 이래 해당 직책에 상응하는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왔고, F 또한 평소 원고의 근무태도를 칭찬하였음에도, 피고는 돌연 이 사건 보직해임에이어 원고를 회사에서 몰아내려는 목적하에 사실과 무관하거나 부당한 사유를 들어 이 사건 이사해임을 하였다. 결국 이 사건 이사해임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어 피고로서는 그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는바, 해당 손해액은 이 사건 해임의 효력이 발생한 2014. 11. 1.부터 임기만료일인 2016. 3. 28.까지 원고가 근무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을 앞서와 같은 보수 및 퇴직금 상당액(위 임기만료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퇴직금에서 위 2014. 10. 31.을 기준으로 산정한 퇴직금의 차액 82,886,025원)이 된다. 구체적인 내역은 예비적 청구취지 기재와 같다.

나.

피고

원고는 상법상 임원이지 근로자가 아니며, 이 사건 보직해임과 뒤이은 이사해임 모두 피고의 경영상 필요 내지 정당한 이유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유효하다. 따라서 피고가 '임원퇴직금지급규정'에 따라 이 사건 보직해임일을 기준으로 산정된 퇴직금 전액을 원고에게 지급한 이상, 피고가 원고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할 금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3.

판단

가.

근로자성 인정 여부

1)

주식회사의 이사 등 임원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없다. 다만,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회사의 이사 등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2268 판결,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2)

원고가 2010. 3.경 E에 입사하여 2013. 3.경 피고로 그 소속을 옮긴 후 해임되기까지 줄곧 해당 회사의 사내이사(2013. 3.경부터는 대표이사) 겸 부사장 등으로 근무하였고, F과 그 가족들이 피고 등 C 그룹 계열사들 중 상당 부분의 지분을 보유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한편 갑 제18 내지 23, 25, 26, 36, 44 내지 47호증, 을 제6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M의 증언에 의하면, F은 C 그룹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로서 원고를 포함한 피고의 임원들에 대한 매년의 역량·업적평가 등급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였고, 피고의 경영회의를 정기적으로 주재하며 그 과정에서 때때로 소속 임직원들로부터 중요 경영사항에 관한 보고를 받거나 그에 관한 회사 차원의 의사결정에 관여하기도 한 사실, 피고는 원고의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 사실을 각각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회사 내지 기업집단 내에 이른바 최고경영자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사 등 소속 임원과 해당 기업 내지 최고경영자 사이의 종속관계가 추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소속 임원으로부터 업무와 관련한 보고를 받거나 일정한 업무지시를 하는 등의 관계는 일반적인 위임이나 도급관계에서도 이를 상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으므로, 원고로서는 일응 '수직적' 외양을 띠고 있는 이들 사 이의 관계가 신임관계 내지 신뢰관계에 바탕한 것이 아니라, 업무상 지휘·명령을 중심으로 한 사용종속관계의 실질을 갖고 있다는 점을 제반 사정을 통해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3)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C 그룹에 입사하게 된 경위, 연봉의 액수와 기타 판공비 및 차량 지원 등 원고에 대한 처우내용(원고는 이 사건 소장에서 건강검진비와 관련하여, '사내이사 또는 부사장 급의 고위직원에 대해서는 매년 검진료와 부대비용 명목으로 본인 및 배우자 2인 기준 10,000,000원을 지원하였다'라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하였다)에다가,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 증인 M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근로시간이나 휴가의 사용 등과 관련하여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예정한 취업규칙상의 규율을 별도로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원고가 피고 등과 사이에 작성한 연봉계약서상에도 계약기간 중 지급받게 될 연봉의 액수와 지급방식만이 명시되어 있을 뿐, 원고가 따라야 할 기타의 규율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재가 없다), ② 원고는 자신의 명의로 취업규칙 개정안을 최종적으로 승인하거나 노동조합과 사이에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회사의 대표로서의 업무집행권한을 행사하여 왔던 점('대표이사의 업무집행의 권한은 실제 F이 모두 행사하였고, 원고는 단지 형식적으로 서류상에 서명만을 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사정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는 피고의 임원으로서 회사 내지 F과의 신임관계 하에서 일정한 자율성을 갖고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일 뿐, 달리 원고의 지위나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거나, 실제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등 종속성의 징표를 발견할 수 없다.

4)

따라서 원고가 든 사정만으로는 임원이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원고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주위적 청구 부분은 모두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보직해임의 효력과 처우의 내용

1)

이 사건 보직해임과 관련하여 원고는 '대표이사 직에서만 사임하였을 뿐이어서, 기존의 사내이사 겸 (총괄)부사장 직은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피고가 2014. 5. 30. 이사회를 통해 원고의 부사장 직책을 박탈하는 내용의 이 사건 보직해임을 의결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원칙적으로 주주총회의 결의로써 한 해임 자체의 효력을 해당 이사가 다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경영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이사의 보직해임 결정 등에 대해서도 그것이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여 이루어졌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해당 이사가 보직을 박탈당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종전의 보수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재산상 손실을 입게 되더라도, 상법 제385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대해 원고는 '이 사건 보직해임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을 위배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행하여진 징벌 등에 해당하므로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원고를 근로자로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보직해임으로 종전의 부사장 직무로부터 배제됨에 따라 결국 피고의 이사로서의 지위반을 보유하게 되는바, 주식회사인 피고로서는 정관의 규정이나 주주총회의 결의를 통하지 않고서는 소속 이사에 대해 보수를 지급할 의무를 별도로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상법 제388조 참조. 원고 스스로도, 피고로 소속을 옮길 당시 C 그룹 내 일부 계열사의 무보수 사내이사 직을 맡고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을 제6,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실제로도 피고는 이사라는 지위 자체가 아니라, 해당 이사가 그에 더하여 회장, 사장, 부사장 등 별도의 직급을 부여받아 그에 따른 임원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지를 기준으로 하여 주주총회 등을 통해 각 직급에 따른 보수 등 처우의 내용을 정하여 온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피고는 이 사건 보직해임과는 무관하게 사내이사 지위를 보유한 원고에게 대표이사 수당을 제외하고는 종전과 동일한 처우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한편으로 원고는 '처우유지 약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위 약정에 따른 보수 등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나, 갑 제32호증의 기재 및 증인 M의 증언만으로는 이른바 원고와 H 간에 '처우유지 약정'이 이루어진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당시 원고와 H의 면담 장소에 동석하였던 I 상무도 이 법정에 출석하여 'H가 원고에게 처우유지를 약속하는 것을 듣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한편 원고는 'E의 대표이사에 불과하였던 H가 피고를 대표하여 법률상 행위를 할 수 있는가'라는 점에 대해서도 'F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다'라고만 주장할 뿐 명확한 근거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갑 제7, 32호증, 을 제1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14. 5. 30. H에게 메일을 보내어 '등기이사로 재임하는 동안의 임금, 차량 및 복리후생 일체를 대표이사 재직시와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내용을 문서화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고 측은 이에 응하지 않은 채 같은 날짜로 원고를 상근 고문으로 임명한 후 월 보수로 12,532,000원을 제안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의하면, 설령 원고가 대표이사 직에서 사임하기 이전에 H와 사이에 처우 문제와 관련하여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더라도, H의 입장에서는 '원고가 대표이사 및 부사장 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피고가 종전과 동일한 처우수준을 유지할 법적인 책임까지는 부담할 수 없을지라도, F 등 최고경영자를 설득하는 등의 방법으로 향후에도 원고의 처우에 부족함이 없도록 도의상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원고의 대표이사 직 사임을 설득하였을 여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

4)

따라서 이 사건 보직해임 이후부터 이 사건 이사해임에 이르기까지의 기간 동안의 보수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이사해임의 정당성과 손해배상책임 유무

1)

앞서와 같이 원고가 유상의 상근고문 위촉을 거부한 결과 이 사건 보직해임 이후부터 피고가 원고에게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없게 된 이상, 설령 '이 사건 이사해임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졌다'는 원고의 예비적 주장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이사해임 이후에도 여전히 종전과 같은 수준의 처우를 받을 권리가 있음을 전제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허용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2)

한편 이 사건 보직해임이 유효하다면, 원고가 그에 따른 피고의 후속 조치인 상근 고문으로의 보직변경을 거부하며 기존 사옥에서의 근무 등을 고집한 것은 일응 피고의 정당한 인사명령에 불응한 행위로 평가된다.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이 사건 보직해임 직후 상근 고문으로의 보직변경을 거부한 원고에 대해 피고가 보수 및 기타의 복리후생 지원을 철회하기로 한 것도 정당한 조치로 평가되므로, 원고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법인카드 및 차량의 반납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은 행위 또한 피고와의 관계에서는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사내이사인 원고가 피고를 위하여 더 이상 수임한 직무를 수행하기 곤란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고와 피고 간의 인적 신뢰관계가 무너져 피고가 원고를 믿고 업무를 맡길 수 없는 사정이 생겼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국 이 사건 이사해임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원고의 위 주장은 마찬가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라.

금원지급의무의 존부

1)

따라서 원고의 근로자성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주위적 금원지급청구는 물론이고, 이 사건 보직해임이 무효이거나 '처우유지 약정'이 존재하는 한편, 이 사건 이사해임에도 정당한 이유가 없음을 전제로 한 예비적 금원지급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갑 제10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임원퇴직금지급규정' 제2조는 '본 규정에서 임원이라 함은 감사 및 이사대우 이상의 직급자 중 상근인 자를 말한다'는 내용을, 제7조는 '임원의 재직 중 자격이 변동된 때에는 그 자격에 의한 최종임기 만료시 제3조에 의한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각각 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가 2014. 6. 27. 이 사건 이사해임일이 아닌 보직해임일을 기준으로 원고에게 지급할 퇴직금을 산정한 것은 위 규정에 따른 것으로 적법하다).

2)

다만, 원고의 금원지급청구 중에는, 피고가 기본연봉과 함께 지급되는 성과연봉과는 별도로, 매년 상·하반기로 나누어 업적평가 S, A, B등급을 받은 임원들을 대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여 왔으며, 원고에 대해서는 D등급이 아니라 종래와 같이 업적평가 B등급이 부여되어야 함을 전제로, '2013년 하반기 성과급 37,595,625원이 2014. 3. 25. 지급되었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 이 부분 주장은 앞서 본 원고의 근로자성 유무와 무관하게, 그리고 이 사건 보직해임과 이사해임 전 지급요건을 갖춘 것으로 그 효력과도 무관하게 원고에 대한 2013년도 업적평가 결과의 정당성 유무 및 그 효력에 대한 다툼을 전제한 것으로 이해되므로, 이하에서 별도로 살펴보기로 한다.

3)

갑 제24, 29, 30, 44 내지 4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소속 임원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업적·역량평가는 통상 '자기평가'와 '1차(대표이사) 평가'를 거쳐 이른바 '최고경영자 평가'를 통해 평가등급이 최종적으로 정하여진 사실, 해당 평가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동시에, '인성', '리더쉽', '경영관리' 등 추상적 항목에 대한 평가자의 주관에 의존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하며, 달리 평가등급을 부여하기 위한 객관화된 기준 내지 최종 평가에 대한 이의절차 등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사실{C 그룹 명의로 작성된 역량평가시행계획서(갑 제44호증)에는 평가등급 산출을 위한 일응의 기준이 기재되어 있으나, 그와 함께 위 산출 기준은 '최고경영자 평가 이전' 단계의 기준이라는 취지가 명시되어 있다}을 인정할 수 있다.

결국 피고는 임원에 대한 평가를 실시함에 있어, 평가주체에 따라 상이한 결과에 이를 수 있는 데다가 평가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용이하지 않은 정성적 평가방식의 특성은 물론, 신뢰관계에 바탕하여 담당 업무를 수행하는 해당 임원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고경영자에게 최종의 평가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평가자에게 폭넓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보면, 비록 피고가 2011년 및 2012년과는 달리 원고의 2013년 하반기 업적평가로 D등급을 부여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해당 평가의 효력을 부정할 만큼 평가가 심히 불합리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에 대해 부당한 업적평가가 이루어졌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용주(재판장) 성준규 이정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