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48,146,776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5. 1.부터 2016. 6. 10.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신용정보업 허가를 받아 신용조사업, 채권추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09. 5. 16. 피고와 사이에 채권추심업무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위임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09. 6. 1.부터 2015. 4. 30.까지 피고의 남부지사 소속으로 피고가 채권자들로부터 수임한 채권의 추심 업무를 담당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의 주장
원고는 업무수행에 있어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기준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추심실적에 따라 성과수수료를 지급받은 위임직 채권추심인일 뿐이고, 원고가 수임인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고가 구체적으로 업무를 지휘·감독하지 아니하였고, 원고에게는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등 피고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들과는 다른 지위에 있었으므로, 원고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
설령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그 동안 원고와 피고가 위임계약 관계임을 전제로 법률관계를 유지하여 왔는데, 피고가 위임계약이 종료되자 위임계약을 근로계약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계약 당사자 간에 쌓아온 신뢰관계와 법률관계를 뒤흔들고 피고에게 예측하기 어려운 재정적인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므로, 원고의 퇴직금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판단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임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2다74168 판결 등 참조).
한편,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결과 채권추심원이 채권추심회사에 매일 정시에 출근할 의무가 없었고 채권추심회사와 계약관계를 유지한 기간 동안 채권추심회사에 종속되어 지휘·감독을 받으며 업무에 전념하였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적은 액수의 성과수수료를 받는 등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다른 회사의 채권추심원 등에 관한 판결 선례 등만을 증거로 제출하였을 뿐 당해 사건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등 참조).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갑 제1호증, 갑 제5 내지 15호증, 갑 제17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 증인 C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되어 채권추심 등의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 업무위임계약은 원고가 피고에 의해 추심을 위임받은 채권을 원고의 책임 하에 관리하는 위임계약이라는 형식을 취하였지만, 아래와 같은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 사건 위임계약에는 원고가 계약을 위반하거나 업무성과나 업무처리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태도가 극히 불량한 경우 등으로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를 계약해지 사유로 규정하여 근로관계를 전제로 한 해고사유와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위 업무위임계약에는 업무수행방법, 금지사항, 수수료지급기준 등 취업규칙을 갈음할 만한 사항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고, 신원보증에 관한 사항도 규정되어 있다.
피고는 원고에게 개인별 책상, 컴퓨터, 전화 등 사무용 가구와 비품을 제공하였고, 전산 아이디를 부여하였으며, 원고의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교통비 일부, 증명서 발급비용 등 추심관련 비용을 지급하였다.
원고 소속 남부지사에서는 직원들의 출근시간을 통상 오전 9시 또는 9시 30분으로 지정하였고, 출근현황표를 관리하면 출근시간, 외근, 휴가 등을 기록하였으며, 지각이 잦아 근태가 불량한 채권추심원으로부터 시말서를 받기도 하였다. 또한 출장을 가는 경우에는 출장계획서를 제출하여 결재를 받도록 하였다(채권추심원들은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거나 늦게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는 외근이 많은 추심 업무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채권추심원들이 근무시간을 재량으로 정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채권추심원들에게 정해진 휴가일수가 없었고 휴가를 감에 있어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으나, 연차 유급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 비추어 볼 때, 휴가신청서를 제출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 근로자성을 부인할 만한 사유가 되지는 않는 것이고, 채권추심원들이 통상적인 근로자들보다 많은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남부지사장은 채권추심의뢰서에 추심시 유의사항, 채무자 대응방향 등을 매우 상세하게 기재하여 줌으로써 채권추심원들에게 구체적인 추심방법을 지시하였다(피고는 이러한 근태관리와 업무지시가 남부지사장의 개인적 행위일 뿐이고 피고 회사 전체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남부지사에서는 채권추심원들에게 추심담당자별 회수예정 계획표를 제출하도록 하여 월별로 '추심담당자별 회수예상 계획표'를 작성하여 관리하였다. 이는 채권추심원들의 추심 실적 달성을 독려하고 감독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보인다.
채권추심원들의 실적에 따라 수익을 얻게 되는 피고로서는 채권추심원의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유인이 컸을 것이고, 피고가 계약을 해지하거나 채권을 배정하지 않는 등 불이익을 줄 수 있었으므로 채권추심원들로서는 지사장의 지시에 구속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피고는 근태관리에 따른 불이익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그에 대한 증거로 남부지사에서 총무로 근무하였던 D의 진술서(을 제8호증), 근태가 우수하였으면서도 채권배정과 수수료가 적었다는 E에 대한 자료(을 제9호증의 1, 2), 채권 재배정에 관한 자료(을 제14호증의 1, 2)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총무였던 D이 채권배정 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볼 근거가 없고, 또한 현재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D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도 어렵다. 또한 남부지사 소속 모든 채권추심원들의 근무기간, 채권 배정 내역을 비교, 검토하지 않은 채로 E의 경우만을 보고 근태관리에 따른 불이익이나 보상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근태가 불량하였다는 F의 채권 재배정이 계약이 해지된 시점에서야 이루어졌고, 근태가 우수한 원고가 담당했던 채권이 다른 채권추심인에게 재배정되기도 하였으므로 근태에 따라 채권을 재배정하는 불이익이 없었다는 것이 피고의 주장이나, F의 채권이 계약 해지 전에 재배정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신규 채권추심원에게 채권을 재배정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근태에 따른 불이익을 주는 경우에만 채권 재배정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없다}.
채권추심원들이 수행하는 채권관리 및 추심업무는 피고의 사업운영에 있어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업무이고, 피고는 채권추심 및 신용조사 업무를 취급하는 신용정보업자로서 불법적인 채권추심이나 개인신용정보 누출 방지 목적으로 신용정보법이 설정한 각종 규제를 받으므로, 그 업무담당자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없을 경우, 각종 행정상 또는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에 단순한 위임계약과 같은 느슨한 구속만으로는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고에게 따로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는 않았으나 수수료는 매월 계산되어 정기적으로 지급되었는데, 이는 전체적으로 원고가 제공한 근로의 질과 양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서 근로 자체의 대가로 봄이 상당하고, 원고는 피고로부터 지급받는 수수료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생계수단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피고 회사에 전속되어 업무를 수행하였고,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었다.
피고는 원고가 유치하여 온 고객과 추심위임계약을 체결하기도 하였으나, 원고가 자신이 유치한 고객의 채권 추심에 대하여 보다 많은 수수료를 지급받는 등 영업이익을 향유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원고는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피고를 사업자로 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으나, 원고가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스스로 그러한 선택을 하였다기보다는 피고가 일방적으로 정한 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퇴직금 청구가 신의칙에 반하는지 여부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9. 3. 23. 선고 99다4405 판결, 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2390, 240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가 피고와 위임계약관계를 전제로 법률관계를 형성하여 왔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 피고의 신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신의칙 위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의 퇴직금 지급 의무
원고가 근무한 기간 및 평균임금에 기초하여 산정한 퇴직금 액수가 48,146,776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48,146,776원 및 이에 대하여 근무기간의 마지막 날 다음날인 2015. 5. 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16. 6. 10.까지는 상법에서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2항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를 선언하는 사실심판결이 선고되기까지 그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상당한 범위 안에서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금전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법정이율의 특례를 규정한 위 법 제3조 제1항의 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경우를 들고 있는바, 위 법 조항 소정의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라 함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채무자의 주장에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때를 가리키는 것이고, 채무자가 위와 같이 항쟁함이 상당한 것인지의 여부는 당해 사건에 관한 법원의 사실인정과 그 평가에 관한 문제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다38614 판결 참조). 원고와 같은 피고 소속 채권추심원들이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채권추심원들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채권추심원들이 패소판결을 선고받은 적이 있는 점, 원고가 피고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원고의 근로자성 여부를 다투는 것이 전혀 이유 없다고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지연손해금을 위와 같이 인정한다}.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전서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