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8. 11. 선고 2015가단5324522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아래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1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주식회사 I(이하 'I은행'이라 한다)은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른 채무의 보증과 자금의 대출업무 등을 목적으로 1970. 4. 24. 설립된 회사이고, 원고들은 위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다 2012. 10. 5. 이후 퇴직한 근로자들이다.

나.

퇴직금 중간정산의 실시 경위

(1)

I은행은 2011. 8. 25. 당시 대표이사인 J의 주재하에 이사회를 개최하여 신주발행을 의결하였다(주식 수 22,742,072주, 발행가액 1주당 5,000원, 청약일 2011. 9. 26., 주금납입기일 2011. 9. 28.).

(2)

당시 퇴직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던 I은행은 2011. 8. 29. 각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어 '퇴직급여를 중간정산하기 위하여 기존의 퇴직연금제도를 퇴직금제도로 변경하고자 하니, 첨부양식에 소속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 2011. 8. 30. 오후 1시까지(기한 엄수) 경영지원팀으로 송부할 것'과,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입금받을 직원들 개인의 입금계좌정보를 보고할 것'을 요청하였다.

(3)

이어 I은행은 2011. 9. 1. '경영 여건을 감안하여 기존 퇴직연금제도를 해지하고 2011. 8. 31.자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영업점에 보냈고, 2011. 9. 3. 마찬가지로 각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 개인별 퇴직금 명세서와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 및 각서 등을 취합, 제출하도록 하였다.

(4)

원고들을 포함한 I은행의 직원 대부분은 2011. 9. 초경을 전후하여 퇴직연금제도의 폐지 및 퇴직금제도로의 환원에 관한 동의명부에 서명, 날인한 다음 퇴직금의 계산근거와 지급액이 기재된 퇴직금 지급 신청서,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 및 '퇴직금 중간정산에 따른 제반절차를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를 것이며, 퇴직금이 적법하게 지급되었음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된 어떠한 민 · 형사상의 이의제기도 없을 것임을 서약한다'라는 내용이 기재된 각서를 작성, 제출하였다.

(5)

I은행은 기존 퇴직연금사업자(K 주식회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원고들의 중간정산 퇴직금으로 원고들 명의의 계좌에 별지 '실수령액'란 기재 각 돈을 입금하였고, 그 무렵 원고들을 포함한 소속 직원들로부터 주식청약의향서를 제출받았다.

(6)

I은행은 2011. 9. 21. 공문을 통하여 유상증자 실시를 알리면서 각 영업점으로 하여금 직원별 주식청약의향서에 기재된 금액을 주식 청약대금으로 준비하도록 하였고, 원고들은 2011. 9. 27. 신주식청약서와 주식인수증을 작성, 제출한 다음 2011. 9. 28. 별지 '주식청약액'란 기재 각 돈을 I은행 명의 계좌에 이체하였다.

다.

유상증자 이후의 상황

(1)

금융위원회는 2012. 5. 6. 재무상태가 극히 부실하여 건전한 신용질서나 예금자의 권익을 해칠 우려가 있음을 이유로 I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하였고, 이후 I은행은 2013. 4. 30.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하합54호로 파산을 선고받았으며, 같은 날 피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2)

한편 J은 '2008. 9.경부터 2011. 6.경까지 수십여 차례에 걸쳐 대주주에게 신용을 공여하거나 개별차주에게 한도를 초과한 신용을 공여하고, 2012. 4.경 I은행이 소유한 약 266억 원 상당의 유가증권 내지 약 203억 원 상당의 법인자금을 횡령하였다'라는 상호저축은행법 위반죄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죄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2013. 1. 25.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고합646, 762(병합), 973(병합)}, 항소심 역시 2013. 12. 27. 일부 공소사실을 제외한 대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여 상고심에서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가.

퇴직금 중간정산과 관련하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2항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에는 퇴직하기 전에 해당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하여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중간정산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예외적으로 비용절감등의 필요에 따른 사용자의 제안에 따라 근로자의 유효한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유효한 중간정산 합의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나.

그러나 이 사건에 있어서는 중간정산이 기존에 퇴직금 명목으로 적립되어 있던 금원을 유상증자 대금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이는 사용자측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합리적 목적에 의한 것도 아니었고, 만약 원고들이 중간정산 당시의 I은행의 경영사정이 매우 심각하였던 사정을 제대로 알았다면 이 사건 중간정산에 대하여 동의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경영지원팀의 주도하에 전 직원들을 상대로 중간정산 및 주식청약에 참여하도록 강제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원고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중간정산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

결국 I은행은 퇴직금 중간정산의 형식을 빌려 이미 적립된 직원들의 퇴직금을 회사의 증자대금으로 사용한 것인바, 이와 같은 중간정산의 절차와 내용에 비추어 원고들에 대한 퇴직금 중간정산(이하 '이 사건 중간정산'이라 한다)은 원고들의 의사나 판단에 기한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무효이다.

라.

설령 이 사건 중간정산 약정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퇴직정산금으로 지급받은 것은 퇴직정산금 명목으로 원고들 각자의 예금계좌로 이체된 금원이 아니라, I은행으로부터 각 이체받은 금원 대부분을 증자대금으로 납부함에 따라 원고들이 각 취득한 I은행의 2011. 9. 28.자 발행 주식 중 일부라고 보아야 할 것인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통화불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퇴직금 내지 중간정산금 또한 실질적으로 임금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므로 같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원고들이 퇴직정산금으로 지급받은 것은 통화가 아니라 I은행의 2011. 9. 28.자 발행 주식 중 일부이므로 원고들은 근로기준법 내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퇴직정산금을 유효하게 지급받았다고 볼 수 없다.

3.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

가.

부제소 특약에 관하여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반증이 없는 이상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의사표시의 해석에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11133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본 기초사실과 함께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중간정산과정에서 원고들은 중간정산 퇴직금을 지급받을 무렵이나 그 직전인 2011. 9. 초경을 전후하여 I은행에 '상기 본인은 근로기준법 제34조(퇴직급여제도)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38조(퇴직연금제도의 폐지 · 중단시의 처리)에 의하여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하오니 승낙, 정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를, 또한 '상기 본인은 개인사정으로 퇴직금 정산을 원하는바, 퇴직금 중간정산에 따른 제반절차를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를 것이며, 중간 시에 퇴직금이 적법하게 지급되었음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된 어떠한 민 · 형사상의 이의제기도 없을 것임을 서약합니다, 본 각서 및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로 본인의 지실하고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작성 제출하는 것임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의 각서(이하 '이 사건 각서'라 한다)를 작성, 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로써 위 문언에 표시된 대로 중간정산 퇴직금이 지급되었음을 확인하면서 중간정산 퇴직금 지급과 관련된 어떠한민 · 형사상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 특약을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

이 사건 각서의 효력에 관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각서가 자신들의 의사나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I은행의 지시에 의하여 작성, 제출된 것이어서 진의 아닌 의사표시(민법 제107조 제1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갑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각서 내용이 원고들의 진의가 아니라거나 나아가 당시 I은행이 그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원고들의 주장이 설령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파산채권자 모두가 악의라고 볼 증거가 없는 이상 파산관재인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이어서(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3다1952 판결 등 참조) 이 점에서도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이 사건 중간정산의 효력 등에 관하여

원고들은 I은행이 퇴직금 중간정산의 형식을 빌려 원고들의 퇴직금을 회사의 증자대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원고들의 의사나 판단에 기한 동의가 없어 이 사건 중간정산은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에서 본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나 이 사건 각서의 기재 내용에 더하여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사실관계와 그 인정근거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중간정산 퇴직금은 모두 원고들 명의의 계좌로 직접 송금되었고 원고들은 이를 증자대금으로 이체하기까지 20일 정도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I은행으로부터의 특별한 제재나 간섭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별지의 '실수령액', '주식청액액'란 기재 각 액수를 살펴보면 원고들이 증자대금으로 이체한 돈의 액수는 지급받은 중간정산 퇴직금 액수와 일치하지 않는 점, ③ 당시 원고들은 '상기 금액을 금번 2011. 9. 중에 진행하는 당행 유상증자시 주식청약대금으로 납입할 것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의 주식청약의향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하여 제출하였던 점, ④ I은행의 직원들 중에는 아예 이 사건 중간정산 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중간정산으로 퇴직금을 수령하였어도 유상증자에는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다수 있는 점, ⑤ 유상증자의 전체 대금은 113,710,360,000원인데 그 중 원고들을 포함한 I은행 직원들이 납부한 대금은 7,942,560,000원이어서 이들이 참여한 비율은 6.98%에 그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I은행의 요청에 의한 것이기는 하나, 원고들은 스스로의 의사나 결정에 기하여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면서 그 퇴직금을 지급받았고, 이를 보유하고 있다가 역시 스스로의 의사나 결정에 기하여 그 중 전부나 일부를 증자대금으로 납부한 것이며, 따라서 이 사건 중간정산에 원고들의 유효한 동의가 흠결되어 무효라는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또한 원고들은 스스로의 의사나 결정에 기하여 이 사건 중간정산을 한 것이고이 사건 각서의 작성, 제출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민법 제107조 제1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으며, 또한 이 사건 중간정산의 실시 일시와 이 사건 각서의 작성, 제출 일시 및 중간정산 퇴직금의 지급 일시 등에 비추어 원고들은 이 사건 중간정산이 실시되기 전에 미리 이 사건 각서를 작성, 제출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중간정산이 실시된 이후에 그에 따른 중간정산 퇴직금을 지급받는 과정에서 이 사건 각서를 작성, 제출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를 중간정산 퇴직금에 관한 권리의 사전 포기라고 볼 수는 없다.

마.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제소 특약에 반하여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있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소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상용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