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위탁에 의한 징수 대행, 계량기 등의 검침 및 업무이행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전기계기검침, 요금관련 징수, 단전업무를 위탁받았다.
원고들은 별지 표 중 '② 근무기간'란 기재 각 근무기간의 초일에 피고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검침업무를 수행하는 위탁원(이하 '검침원'이라 한다)으로 위촉되어 원고 A, B, C, D, E, F, G, I, J, L은 중부지점에서, 원고 H는 북부지점에서, 원고 K, M, N는 성동지점에서 근무하다가 위 각 근무기간의 말일에 해촉되었다.
피고에서 퇴직한 일부 검침원 40여 명은 2010. 12. 20.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합130496호, 이하 '관련 소송'이라 한다).
관련 소송의 제1심(2012. 2. 9. 선고)에서는 검침원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었으나, 항소심(2013. 2. 22. 선고)에서는 검침원들의 근로자성이 부정되었고, 대법원(2014. 11. 13. 선고)에서 검침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취지로 위 항소심이 파기환송되었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 피고가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검침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여 2015. 3. 26. 위 결정이 확정되었다.
한편 다른 일부 검침원들(원고 E, I 포함)도 2012. 4. 23. 피고를 상대로 별도의 퇴직금 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32961호)을 제기하였는데(원고 E은 2013. 5. 15., 원고 I는 2013. 4. 16. 소를 각 취하하였다),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피고가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화해권고결정이 2015. 2. 24. 확정되었다.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는데, 그 액수는 별지 표 중 '③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호증, 을 제7,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한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표 중 '③ 청구금액'란 기재 각 해당 돈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항변 등에 관한 판단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들의 이 사건 퇴직금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근로자의 퇴직금채권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0조에 따라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할 것인데, 원고 A의 근무 종료일은 2010. 10. 31., 원고 H의 근무 종료일은 2011. 7. 31., 나머지 원고들(원고 A, H 제외)의 근무 종료일은 2010. 12. 31.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7. 10. 20.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사건 퇴직금채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원고들의 재항변에 대한 판단
정지조건부 퇴직금 지급약정 주장
주장의 요지
피고는 퇴직금 소송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는 방법 등을 통하여 원고들과 사이에, 관련 소송에서 검침원들이 승소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지 않거나 제기한 소를 취하하였다. 그 후 관련 소송에서 피고가 검침원들에게 퇴직금을 모두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이 2015. 3. 26. 최종 확정되어 위 정지조건이 성취되었다. 따라서 원고들의 퇴직금채권의 소멸시효는 퇴직일이 아닌 조건성취일인 2015. 3. 26.부터 진행한다고 할 것이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할 것인바, 피고는 원고들에게 미지급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갑 제8, 16, 18, 19, 2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관련 소송에서 검침원들을 대리한 소송대리인이 새로운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검침원들을 모집하자 소송규모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하여 퇴직금 소송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의 동부지점장, 운영실장으로 근무하였던 P를 보내 2011년 봄경 중부지점, 2012년 봄경 북부지점, 2013년 봄경 성동지점에서 퇴직금 소송 관련 설명회(이하 '이 사건 각 설명회'라 한다)를 개최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기초사실, 앞서 든 각 증거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는 P를 통해 이 사건 각 설명회에서 '피고가 관련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퇴직금을 지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니 소송을 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 만약 소송에서 피고가 졌는데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그 때가서 소송을 해도 되지 않겠느냐'라는 취지의 설명을 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설명회에 참석한 검침원들과 피고 사이에 어떠한 약정서도 작성된 바 없는 점, ② 원고, E, I를 포함한 70명의 검침원들은 중부지점과 북부지점의 위 설명회 이후인 2012. 4. 23.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가(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32961호) 원고 E, I만이 소를 취하하고 나머지는 소를 취하하지 않은 채 소송을 계속 유지하였고 결국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었는바, 원고들 주장대로 피고와 사이에 정지조건부 약정이 성립되었다면 새로운 소송을 추가로 제기한다거나 대부분이 이미 제기된 소를 그대로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점(설명회에서의 피고의 퇴직금 지급 여부에 관한 입장 표명이 검침원들의 소송 제기 여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럽다)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이 설명회를 개최하였다는 사실이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 주장과 같이 원・피고가 승소를 조건으로 퇴직금 지급약정을 하였다거나 시효중단으로서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권리남용 주장
주장의 요지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퇴직금 소송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여 퇴직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등 원고들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고, 원고들과 동일한 입장에 있는 Q 등에 대하여는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피고가 채무이행을 거절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므로,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판단
소멸시효 완성에 따른 채무소멸의 주장이 신의칙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 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내지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완성을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는 등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받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을 거절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고, 또한 이처럼 신의칙이나 권리남용의 금지와 같은 법의 일반적 원칙을 적용하여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소멸시효 등의 구체적인 제도의 운용을 배제함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위험이 있으므로 그 적용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1)항에서 본 바와 같은 사정에 의하면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원고들의 권리 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또한 갑 제2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들과 동일한 입장에 있는 Q 등 일부 검침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들, Q 등을 비롯하여 피고 소속 검침원들이 퇴직한 시기 내지 근무한 장소, 위탁업무의 내용,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는 등 권리행사를 하였는지 여부 등이 모두 동일하지 아니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 소속 일부 검침원들이 퇴직금을 수령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고(헌법상 평등의 원칙이나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달리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준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