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7. 6. 17.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17. 6. 17.부터 원고의 복직 시까지 월 미화 4,370.51달러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대한민국 재외공관 설치법에 따라 미합중국 B주에 주 C 대한민국 총영사관(이하 '총영사관'이라 한다)을 두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던 원고는 1995. 2.경 미합중국으로 이주하여 2010. 11.경 미합중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으로, 2005. 9. 28. 총영사관에 민원행정보조원으로 채용되어 2017. 6. 16.까지 근무하였다.
근로계약의 체결 경과
원고와 총영사관은 2005. 9. 28. 최초로 고용계약을 체결한 후 계속하여 갱신계약을 체결하여 왔다(원고와 총영사관 사이의 근로관계를 '이 사건 근로관계'라고 한다).
원고와 총영사관 사이에 체결된 2006. 9. 28.자 근로계약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후 원고와 총영사관은 이 사건 근로관계를 갱신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여러 차례 체결하였는데, 당시 작성된 근로계약서는 아래와 같이 준거법 및 관할을 대한민국 법령 및 대한민국 내의 관련기관으로 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원고와 총영사관은 2016. 7. 21. 아래와 같이 준거법을 대한민국 법령에서 미합중국 법령으로 변경하고, 분쟁시 관할기관을 미합중국 고용평등기회위원회 C 지부로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해고처분
총영사관은 2017. 5. 17.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해고하기로 의결하였고, 총영사는 같은 날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해고사유를 이유로 원고를 2017. 6. 17.자로 해고한다고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처분'이라 한다).
관련 법령 및 관련 규정은 별지 기재와 같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7,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2, 3,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의 주장
원고와 총영사관은 처음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사건 근로관계에 관한 준거법을 대한민국 법령으로 합의하였고, 이후에도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준거법을 대한민국 법령으로 정하였다. 그리고 피고는 2년을 초과하여 원고를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였으므로, 원고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었고, 원고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그런데 총영사관의 D 영사는 2016. 7. 8. 제1 징계사유와 관련된 일로 원고와 다투게 된 후, 대한민국 법령의 적용을 회피하고 원고를 쉽게 해고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 사건 근로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을 미합중국 법령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2016. 7. 21.자 근로계약서의 작성을 요구하였다. 원고는 하급 행정직원에 불과하고 상급자인 D 영사와 다툰 직후여서 상급자의 지시를 거절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D 영사의 요구에 따라 부득이 준거법을 변경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서에 서명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사용자 측에서 대한민국 노동 관련 법령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준거법을 변경한 2016. 7. 21.자 근로계약서 제14조는 효력이 없고, 결국 이 사건 해고처분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대한민국 법령에 따라야 한다.
제2 징계사유를 제외한 나머지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고, 위 인정되는 징계사유를 이유로 한 이 사건 해고처분은 정당한 이유를 인정할 수 없어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해고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함과 아울러 해고의 효력이 발생한 2017. 6. 17.부터 피고가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 원고가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의 주장
원고와 총영사관은 2016. 7. 21.자 근로계약을 통하여 이 사건 근로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을 종전의 대한민국 법령에서 미합중국 법령으로 변경하였다. 이와 같은 준거법의 변경은, 근로관계가 계속되는 도중에 미합중국 국적을 취득한 행정직원에 대한 준거법을 대한민국 법령으로 정하였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준거법의 중첩·모순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인사관리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원고에게 유리한 것일 뿐만 아니라 원고도 자유로운 의사로 준거법 변경에 동의한 것이고, 달리 준거법 변경의 효력을 부인할 만한 어떠한 사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2016. 7. 21.자 근로계약서 제14조에 따른 준거법의 변경은 유효하고, 이에 따라 이 사건 근로관계에 관하여는 미합중국 법령이 적용되게 되었다. 이에 총영사관은 미합중국 법령상 임의고용의 원칙(Employment at-will Doctrine)에 따라 어떤 이유로든지 또는 아무런 이유 없이도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총영사관이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해고처분은 그 징계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유효하다. 설령 이 사건 근로계약에 관하여 대한민국 법령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해고처분의 징계사유는 모두 인정되고, 징계양정도 정당하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이 사건 근로관계에 관한 준거법
인정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 갑 제5호증, 을 제5, 6, 1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다.
원고와 D 영사 사이의 다툼 발생
원고는 2016. 7. 8. 16:45경 업무용 컴퓨터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총영사관 민원실에 있는 자신의 자리를 떠나 총무과에 있는 행정직원 E의 자리 근처에 10분 내지 20분 가량 머물게 되었다. 원고가 민원실을 잠시 떠나 있는 동안 민원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으나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고(민원실에는 원고 외에도 2명이 업무를 보고 있는데, 다른 행정직원들도 민원업무, 서류정리 등을 하고 있어 전화를 받지 못하였다), 위 민원인은 자동응답기에 안내된 D 영사의 번호로 전화를 하게 되었다.
D 영사는 민원인으로부터 온 전화를 받은 직후 원고를 찾아 총무과로 갔고, 원고에게 '왜 무단으로 자리를 이탈하여 민원인의 전화를 받지 않았느냐'면서 원고를 질책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업무상 일로 자리를 비운 것인데, 이런 일로 다른 직원들 앞에서 큰소리로 질책하느냐'면서 D 영사에게 항의하였다. 이에 D 영사는 원고가 상급자의 정당한 지적과 직무명령에 대하여 불손한 태도로 항명하였다면서 원고에게 위 사건에 대한 경위서를 작성할 것을 지시하였으나, 이에 원고는 전화 한 번 받지 못한 일 때문에 경위서를 쓸 수는 없다고 거절하였다.
D 영사는 다음 날인 2016. 7. 9. 원고에게 위 사건에 대한 경위서를 작성하라는 내용의 직무 명령을 하였고, 이에 원고는 2016. 7. 12. 총영사관 측에 경위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D 영사와 피고 소속 법무관의 이메일 대화 내역
D 영사는 2016. 7. 16. 대한민국 외교통상부 재외공관담당관실 소속 법무관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된 이메일을 보냈다(을 제16호증, 밑줄 부분은 이해의 편의를 위하여 기재함. 이하 같다).
위 이메일에 대하여 법무관은 2016. 7. 18. D 영사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된 이메일을 보냈다.
위 이메일에 대하여 D 영사는 2016. 7. 19. 법무관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된 이메일을 보냈다.
2016. 7. 21.자 근로계약서의 작성 경위
D 영사는 2016. 7. 21. 원고를 불러 '올해부터 시민권자들은 영문계약서를 작성하게끔 되어 있고 계약서의 모든 내용은 종전의 한글계약서와 동일하나, 단지 분쟁 발생 시 대한민국 법령이 아닌 미합중국 법령으로 한다는 것만 다르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 원고에게 준거법을 변경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서의 작성을 요구하였다.
원고는 준거법을 변경하기 위한 근로계약서의 작성을 주저하였으나, D 영사가 '미합중국 법령을 준거법으로 하는 것이 원고에게 유리하다'고 하면서 이를 거듭 요청하자 결국 2016. 7. 21.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이 사건의 준거법 결정
이 사건 근로관계의 경우, 대한민국 국민이었다가 2010년 외국 국적을 취득한 원고가 외국에 소재한 대한민국의 재외공관에서 근로계약에 따른 노무를 공급하던 중 근로계약의 종료 여부에 관하여 다툼이 발생한 것으로 이른바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해당하므로, 일응 국제사법이 정한 바에 따라 그 준거법이 결정되어야 한다.
국제사법은 근로자가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하되, 근로계약의 경우에 있어서도 이른바 '사적 자치'의 원리를 강조함으로써 원칙적으로 당사자들의 의사에 따라 준거법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제28조 제1, 2항 참조). 그리고 원고와 총영사관은 2005년 최초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을 때부터 2016. 7. 20.까지의 근로관계에 대하여는 대한민국 법령을 준거법으로 삼기로 합의하였고, 2016. 7. 21.부터의 근로관계에 대하여는 미합중국 법령을 준거법으로 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그러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와 총영사관 사이의 근로계약에 관한 적용과 해석은 물론 분쟁해결의 기준이 되는 법령은 2016. 7. 21.을 기준으로 이전 기간의 경우 대한민국의 법령이 되고, 이후 기간의 경우 미합중국 법령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른 준거법의 결정 또는 그 변경은 당사자들 사이에 자율적이고 공정한 합의가 전제되는 경우에만 그 유효성을 긍정할 수 있고, 특히 근로관계에 관한 준거법의 변경이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근로자에게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하고, 근로자가 이와 같은 준거법 변경의 의도나 효과를 알지 못한 상황에서 사실상 사용자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준거법 변경에 동의한 경우라면, 준거법 변경의 유효성을 긍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는 기간제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서 기간제법이 시행된 2007년 이후로 2년을 초과하여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왔으므로, 2016. 7. 21.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이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신분을 취득하고 있었다.<1> 나아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2항의 규정 내용 및 문언의 형식, 기간제법의 입법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강행규정이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5두38436 판결 참조).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앞서 든 증거, 갑 제3, 4, 9, 13, 14, 15, 16호증, 을 제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D 영사와 원고와의 관계, D 영사가 원고에게 준거법의 변경을 요구하게 된 경위, 원고가 미합중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 시기 및 준거법이 변경된 시기, 재외공관에서의 원고의 업무, 준거법의 변경이 원고에게 미치는 영향, 대한민국 외교통상부가 재외공관에서 근무하는 외국 국적의 행정직원들에게 대하여 적용하고 있는 준거법 설정의 기준, 준거법을 변경함에 있어 거쳐야 하는 내부 절차의 준수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며 보면, 총영사관의 D 영사는 2016. 7. 8.경 원고와 다툼을 벌인 후 원고를 '골치 아픈 직원'으로 여기고 강행규정인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을 잠탈하여 이 사건 근로관계를 용이하게 해소하기 위한 방편을 마련하기 위하여 준거법의 변경을 요구하였고, 원고는 위와 같은 총영사관 측의 의도나 준거법 변경으로 인한 효과를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준거법 변경에 동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이와 같이 이 사건 근로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의 변경에 당사자들의 자율적이고 공정한 합의가 전제되지 아니하였고 준거법 변경의 유효성을 부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이상, 준거법 변경은 효력이 없고, 결국 이 사건 근로관계에 관한 준거법은 종전과 같이 대한민국 법령이라고 보아야 한다.
D 영사와 원고는 2016. 7. 8.에 있었던 원고의 자리 비움 및 민원 전화 응대에 관한 일로 언성을 높여 다투게 되었다. 또한 원고는 영사를 비롯한 재외공관 영사들이 근무시간 중 자녀의 학교에 다녀오기 위해 자리를 비우거나 점심시간에 늦게 들어온 경우를 따로 기록하여 두고 이를 D 영사에게 언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D 영사와 법무관 사이의 2016. 7. 16.자 이메일 참조). 위와 같은 일들로 인하여 D 영사는 평소 원고에 대하여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D 영사는 2016. 7.경 법무관에게 연락하여 위와 같은 사건의 대응방안에 관하여 논의하였고, 이때 D 영사와 법무관 사이에 이 사건 근로관계에 관한 준거법을 미합중국 법령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논의되었던 것으로 보인다(위 D 영사와 법무관 사이의 2016. 7. 16.자 이메일의 밑줄 부분 참조).
원고와 총영사관이 처음 근로계약을 한 2005년 이래로 2016. 7. 21.경까지 약 11년 동안 이 사건 근로관계에 적용되던 준거법은 대한민국 법령이었고, 2010년에 원고의 국적이 변경되었음에도 이후로도 계속하여 이 사건 근로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이나 원고가 하는 업무의 내용에는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그런데, 위와 같이 원고와 D 영사 사이에 다툼이 있고 D 영사가 법무관에게 원고 관련 사건의 처리 방향을 문의한 직후에 총영사관 측에서 원고에게 준거법의 변경을 요구하였다.
만약 피고의 주장과 같이 재외공관 행정직원이 외국 국적을 취득하게 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법령적용의 모순·저촉을 방지하기 위하여 준거법을 변경하게 된 것이라면, 원고가 외국 국적을 취득한 2010년 또는 그 직후에 이를 변경하였어야 함이 상당한데 총영사관이나 피고 측은 원고의 국적변경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하여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는 주 C 대한민국 총영사관 외에 다른 지역에 위치한 재외공관에서도 외국 국적을 취득한 행정직원과 사이에 대한민국 법령을 준거법으로 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2> 피고 측에서 재외공관 행정직원의 국적 변경을 준거법 변경사유로 삼고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D 영사는 준거법의 변경이 원고에게 유리하다면서 준거법의 변경을 요구하였지만, 실제로 준거법을 변경하게 되면 원고로서는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보호를 박탈당하게 될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별다른 이유 없이 해고를 당할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되어 신분상 큰 변동이 초래되는바, 총영사관이 원고에게 이러한 점을 알렸다거나 원고가 이를 인식하고 준거법 변경에 합의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아니한다. 또한 원고와 D 영사의 직급이나 지위를 고려하여 보아도 원고와 총영사관 사이에 자율적이고 공정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재외공관 행정직원 운영지침 제9조, 제12조, 제72조 등의 규정에 의하면, 재외공관 행정직원의 근로관계에 관한 준거법이나 계약의 내용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본부의 승인을 받고, 그 처리 방안에 대하여 본부와 협의하여야 하는데, 총영사관 측은 2016. 7. 21.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는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앞서 본바와 같은 D 영사와 법무관 사이의 이메일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를 두고 '본부의 사전 승인'이나 '본부와의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2016. 7. 21.자 근로계약서는 '계약의 해석 및 계약에 따른 분쟁은 미합중국 법령에 의한다'(제14조)고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준용규정에 관하여는 '계약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대한민국의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제13조)고정하고 있어, 계약서의 내용, 체계에 모순점이 발견되기도 한다.
총영사관 측은 2017. 3.경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관계에 관한 갱신계약을 체결할 것을 지시하였는데, 원고는 대한민국의 법령을 준거법으로 삼고 싶어서 갱신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바(을 제10호증 참조), 2016. 7. 21.자 근로계약서 작성 당시 원고가 준거법의 변경을 원하고 있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소결론
따라서 이하에서는 대한민국 법령에 따라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지급 청구에 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해고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징계사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
제1 징계사유에 관하여
위 3.항에서 본 사실관계, 갑 제5호증, 을 제5,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원고는 2016. 7. 8. 16:45경 업무용 컴퓨터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민원실을 떠나 총무과에 10분 내지 20분 정도 있었던 사실, 그 사이 총영사관 민원실에 민원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이를 원고 및 민원실에 근무하던 다른 직원들이 받지 못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살피건대, 업무용 컴퓨터에 발생한 전산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잠시 자리를 비우고, 그 사이에 걸려온 민원인의 전화를 한 차례 받지 못하였다는 것을 두고, 근무 장소를 무단으로 이탈하였다거나 본인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위 사실관계를 징계사유라고 할 수 없는 이상, D 영사가 원고의 위 행위를 질책하면서 한 사유서 작성지시에 원고가 곧바로 응하지 않았다고 하여 어떠한 징계사유가 된다고 할 수도 없다. 제1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제2, 3 징계사유에 관하여
원고가 2016. 11. 23. 16:21경 사적인 업무를 보기 위하여 퇴근시간인 17:00보다 약 40분 일찍 총영사관을 퇴근한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또한 원고가 2017. 2. 16. 및 2017. 4. 3. 안내명찰을 착용하지 않은 사실은 을 제11, 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제2, 3 징계사유는 인정된다.
제4 징계사유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미합중국에서 탈세를 하였다거나 이를 이유로 미합중국 국세청으로부터 벌금을 부과 받은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갑 제11, 12호증, 을 제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미합중국 국세청은 원고에게 2008년 및 2009년 분 세금으로 합계 약 미화 37,000달러의 세금을 납부하여야 한다고 통지하였던 사실, 이에 원고는 회계법인을 통하여 이의신청을 한 사실, 그 결과 미합중국 국세청은 당초 부과한 약 미화 37,000달러의 세금을 모두 삭제하고 최종적으로 원고가 납부하여야 할 세금이 미화 676.37달러라고 통지한 사실, 이후 원고는 미화 676.37달러의 세금을 모두 납부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미합중국 국세청이 잘못 부과한 세금에 대한 이의절차를 거쳐 정당하게 계산한 세금을 모두 납부한 것이지, 원고가 탈세를 하였다거나 미합중국 국세청이 원고에게 벌금을 부과하였다고 할 수 없다. 제4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 사건 해고처분의 정당성 유무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기간제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서 기간제법이 시행된 2007년 이후부터 이 사건 해고처분이 있기 전까지 계속하여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왔으므로, 피고의 해고통지 당시 원고는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이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신분을 취득하게 되었다(원고는 총영사관에 채용된 후 민원행정보조업무만을 수행하여 왔을 뿐이므로, 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 제3항 제3호를 비롯하여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있거나 소멸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피고가 해고통지를 통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인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적법하게 종료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해고의 이유, 즉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존재하여야 하는바,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에게 인정되는 징계사유는 '규정된 퇴근시간인 17:00보다 약 40분 빠른 16:21경 일찍 퇴근하고, 옷에 안내 명찰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이러한 사유를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만큼 책임 있는 사유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총영사관 행정내규 제10조 제가.항 제3항, 제4항도 '근무시간을 반복적으로 준수하지 않고 상사의 정당한 지시를 어겨 질서를 문란케 한 경우'를 서면 경고 사유로 정하고 있을 뿐인 점, ③ 이 사건 해고처분은 재외공관 행정직원 운영지침 제66조에서 정하고 있는 징계의 종류 중에서 가장 무거운 징계에 해당하는데, 견책 등 약한 수준의 징계로도 징계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원고는 총영사관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2005년부터 11년 이상 동안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고 업무를 수행하여 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이 사건 해고처분은 D 영사와 원고 사이에 발생한 불화가 주요한 원인이 되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징계사유 및 징계양정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검토도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기간제법의 입법취지를 잠탈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기도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해고처분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소결론
따라서 제2, 3 징계사유는 인정되나, 이를 사유로 한 이 사건 해고처분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라고 할 것이고, 피고가 그 유효를 주장하고 있는 이상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처분이 무효이거나 취소된 때에는 그동안 피해고자의 근로자로서 지위는 계속되고, 그간 근로의 제공을 하지 못한 것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근로자는 민법 제538조 제1항에 의하여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다20034 판결 참조).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고처분이 무효인 이상, 이 사건 근로관계는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고, 원고가 이 사건 해고처분으로 피고에게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용자인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로서 계속 근무하였더라면 피고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의 액수에 관하여 본다. 원고가 이 사건 해고처분 당시 임금으로 평균 월 미화 4,370.51달러를 받은 사실은 갑 제2,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바(피고도 이에 대하여 명백히 다투고 있지 아니하다),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처분에 따라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2017. 6. 17.부터 원고의 복직 시까지 월 미화 4,370.51달러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상용(재판장) 이고은 김현성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7가합548461
판결선고
2018. 12. 13.
별지
각주1) 재외공관 행정직원 운영지침 제13조 제6항도 무기계약직 전환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동일 공관에서 2년을 초과하여 지속되는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 국적의 기간제 행정직원은 무기계약적으로 전환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각주2) 주 토론토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는 캐나다 국적을 취득한 자와 사이에 대한민국 법령을 준거법으로 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주 시애틀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는 근로관계가 계속되는 도중 행정직원이 미합중국 국적을 취득하였지만 갱신 계약 시 종전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법령을 준거법으로 한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