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국전력'이라 한다)로부터 전기계량기 검침, 전기요금 관련 청구서 등의 송달, 전기요금 체납 고객에 대한 해지시공(단전) 및 재공급(송전) 등의 업무를 위탁받은 회사이다.
원고들은 별지2 청구금액표 '입사일'란 기재 각 해당 일에 피고와 위탁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주부위탁원으로 위촉되어 검침, 송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 B, C, D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별지2 청구금액표 '정규직 전환일'란 기재 재각 해당 일에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되어 피고에서 근무하였고, 원고 B, C, D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른 검침, 송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들은 모두 2011. 7. 31. 피고에서 퇴직하였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2 청구금액표 '미지급된 퇴직급여액'란 기재 각 해당 돈 및 각 이에 대하여 2011. 8.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퇴직금 청구권의 발생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비록 위탁계약의 형식으로 피고에 입사하였으나 그 실질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 한다)에 따라 위탁계약 체결일부터 퇴직일까지의 전 기간을 근로기간으로 계산하여 재산정한 퇴직금에서 이미 지급받은 퇴직금을 공제한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위탁계약의 내용과 원고들의 업무수행에 있어서의 독립성·자율성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위탁원으로 근무할 당시의 원고들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탁계약 기간을 근로기간으로 계산하여 산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 갑 제1 내지 2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위탁계약의 주요 내용
원고들이 업무를 시작하면서 피고와 체결한 이 사건 위탁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부위탁원의 업무내용
피고의 정규직 직원과 일반위탁원들은 검침, 송달, 단전업무 중 1개의 업무를 담당하였고, 원고들을 비롯한 주부위탁원들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라 단전업무를 제외한 검침, 송달업무 중 1개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검침업무를 담당한 위탁원들은 업무를 하는 날에 우선 피고의 해당 지점 사업소로 출근하여 한국전력의 검침단말기(PDA)를 받은 후 할당된 당일 검침구역으로 이동하여 검침 대상 가구들 각각의 전기사용량을 검침단말기에 입력하였고, 검침을 모 두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한 다음에는 현장에서 만나지 못한 전기사용량 과다·과소 고객들에 대한 전화안내를 하고 그 내용을 검침단말기에 입력한 후 검침단말기를 반납하였다. 검침업무를 담당한 위탁원들은 당일 검침단말기의 검침 기록을 토대로 전기사용량 과다·과소 내역과 원인 및 그에 대한 조치사항 등의 내용을 담은 '심사대상 고객내역'을 출력하여 피고에게 제출한 후 퇴근하였다.
송달업무를 담당한 위탁원들은 업무를 하는 날에 우선 피고의 해당 지점 사업소로 출근하여 전날 또는 당일 아침에 분류해 놓은 송달고지서와 해지예고서를 가지고 당일 송달구역으로 이동하여 해당 구역의 고객들에게 위 송달고지서와 해지예고서를 직접 송달하였고, 외근을 마친 후에는 사무실로 복귀하여 현장에서 만나지 못한 해지예고 고객에 대해 전화안내를 하고 면담고객 등의 리스트를 작성한 후 퇴근하였는데 때로는 현장에서 바로 퇴근하기도 하였다.
주부위탁원의 업무배정방식과 근무형태
피고는 주부위탁원들에게 검침업무나 송달업무 중 1개의 업무를 배정하였고 일정한 시기가 경과하면 업무분장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주부위탁원들이 수행하는 검침, 송달업무의 내용은 그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 직원의 업무내용과 동일하였고 그 업무량은 정규직 직원의 70~80% 수준이었다. 또한 피고는 주부위탁원과 정규직 직원의 구분 없이 담당구역을 배치하였고, 주부위탁원들 사이에서는 형평성을 고려하여 제비뽑기 방식으로 담당구역이 배정되었다.
업무규정과 업무수행에 대한 평가
한국전력은 검침이나 송달 등의 업무의 내용과 방법, 위탁원들에 대한 교육에 관한 사항을 정한 '검침 및 송달 세부시행지침'을 제정한 후 피고로 하여금 이를 실시하게 하였고 위탁원들은 이와 같은 지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리고 피고는 위탁원들의 위촉, 해촉, 업무수행방법, 평가 등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한 '위탁원 규정'을 두고 이를 통해 위탁원들을 관리하였다. 그러나 위탁원들에게 피고의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은 적용되지 않았다.
피고는 매년 1 내지 2회 자체 감사 또는 한국전력에 의한 감사를 통하여 위탁원들의 업무처리내용을 평가하였고 시정사항이 발생할 경우 확인서를 작성하게 하였으며, 실적부진자에 대해서는 업무량을 줄이기도 하고 업무수행 결과에 따라 위탁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내용의 위탁계약 해지예고 통보서를 발송하기도 하였으며, 성과가 우수한 위탁원들에게는 표창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근로자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
위와 같은 인정사실과 함께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은 위탁계약이라는 형식에도 불구하고 업무수행에 있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여 온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피고는 한국전력으로부터 위탁받은 전기계량기 검침, 전기요금 관련 청구서 등의 송달 등의 업무를 근로계약을 체결한 정규직 직원들뿐만 아니라 원고들과 같이 위탁계약을 체결한 위탁원들에게 처리하게 하였다. 위탁원들은 피고가 지정한 담당구역에 따라 배정받은 업무를 수행하였고, 위탁원들이 수행하는 검침, 송달 등의 업무는 검침, 송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피고의 정규직 직원들과 업무량에 있어서 차이가 있었을 뿐 그 업무내용은 동일하였다.
위탁원들이 수행하는 검침, 송달 등의 업무는 피고가 한국전력으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재위임한 것으로서 피고의 사업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업무에 해당하고, 피고는 한국전력이 시행하는 경영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기 위하여 치열하게 노력하였던바, 피고로서는 적정한 업무수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위탁원들의 업무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고자 하는 유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위탁원들이 피고로부터 업무를 배정받은 후 검침과 송달 등의 업무를 수행한 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위탁계약에 따라 제공받는 노무의 품질 등이 일정한 수준에 맞도록 요구하는 방법으로 위탁계약에 기하여 위탁원들의 업무에 대하여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지시 등을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위탁원들이 업무수행의 순서나 방법을 자율적으로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대부분 외근으로 이루어지는 검침, 송달 업무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는 '피고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위탁받은 업무의 수행과정이나 계약이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위탁계약서 제7조), 피고는 한국전력이 제정한 '검침 및 송달 세부시행지침'을 실시하여 위탁원들은 이 지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는바, 위탁원들에게 업무수행과정에서 자율성이 보장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검침과 송달 등의 업무를 담당한 위탁원들의 예상 업무량은 그들의 담당구역이 지정되어 있는 이상 그 담당구역에 거주하는 전기수용가구의 수에 따라 정해졌고, 위탁원들은 업무를 하는 날 피고로부터 직접 검침이나 송달을 할 고객을 배정받았다. 위탁원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고객을 유치하여 검침이나 송달 업무의 양을 늘림으로써 그 수입의 규모를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위탁원들이 독립하여 자신들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거나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위탁원들은 피고 외의 다른 사업자로부터 검침이나 송달 등의 업무를 위탁받아 이를 수행할 수 없었고, 그 업무를 정규직 직원이나 다른 위탁원이 아닌 제3자에게 수행하도록 재위탁할 수 없었으므로, 이러한 측면에서도 위탁원들이 독립하여 자신들의 계산으로 그 업무를 사업으로 영위하거나 그 사업으로 인한 수익과 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퇴직금청구권의 발생
원고들이 이 사건 위탁계약 체결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되기까지의 기간을 포함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서 1년 이상 계속하여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다가 퇴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특별한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들에게 퇴직급여법에 따라 원고들이 위탁원으로 근무하였던 기간을 포함하여 총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소멸시효 항변 등에 관한 판단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
피고는, 원고들의 위 퇴직금청구권이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으므로 이 사건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퇴직급여법 제10조는 퇴직금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퇴직금청구권은 근로자가 퇴직한 다음날부터 이를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1. 10. 30. 선고 2001다24051 판결 참조).
살피건대, 원고들의 퇴직금청구권은 원고들이 퇴직한 다음날인 2011. 8. 1.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진행하고, 원고들이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17. 8. 18.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들의 퇴직금청구권은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하여 모두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있고, 결국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
원고들의 주장에 관하여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할 때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퇴직급여법이 근로자의 퇴직금청구권에 관하여 특별한 보호를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근로자인 원고들에 대한 보호 필요성은 매우 큰 반면, 사용자인 피고는 법제도를 악용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보호 필요성이 낮다.
피고 소속 일부 위탁원들이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위탁원들의 근로자성 인정여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고, 아래 2) 나) (2)의 ③항과 같이 2017. 7. 6. 피고 소속 위탁원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확정되면서 최종적으로 법원의 입장이 정리되었다. 원고들은 위와 같은 법원의 최종적인 견해를 확인한 후에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던 것인바,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
피고는 위와 같이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은 위탁원들뿐만 아니라 승소판결을 선고받지 않은 위탁원들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하거나 지급하겠다고 약정하였는바,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받아들여지면 같은 조건에 있는 원고들은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반면, 피고 소속 다른 위탁원들은 퇴직금을 수령하게 되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한 결과가 발생한다.
판단
관련 법리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채무의 소멸을 주장하는 것에 대하여도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이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허용되지 아니할 수 있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다826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실정법에 정하여진 개별 법제도의 구체적 내용에 좇아 판단되는 바를 신의칙과 같은 법원칙을 들어 말하자면 당해 법제도의 외부로부터 배제 또는 제한하는 것은 법의 해석·적용에서 구현되어야 할 기본적으로 중요한 법가치의 하나인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킬 우려가 없지 않다. 특히 법률관계에는 불명확한 부분이 필연적으로 내재하는바 그 법률관계의 주장에 일정한 시간적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그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다툼을 종식시키려는 것을 취지로 하는 소멸시효제도에 있어서는, 애초 그 제도가 누구에게나 무차별적·객관적으로 적용되는 시간의 경과가 1차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설계되었음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법적 안정성의 요구는 더욱 선명하게 제기된다. 따라서 소멸시효에 관하여 신의칙을 원용함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채권자에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사정을 들어 그 채권에 관한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변함없이 적용되어 왔던 법률 상 장애/사실상 장애의 기초적인 구분기준을 내용이 본래적으로 불명확하고 개별 사안의 고유한 요소에 열려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일반적인 법원칙으로서의 신의칙을 통하여 아예 무너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더욱 주의를 요한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등 참조).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 갑 제28, 30, 31호증, 을 제2, 8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퇴직급여법은 근로자의 퇴직금청구권에 대하여 통상의 채권보다 특별한 보호를 하고 있다. 즉, 퇴직급여법은 사용자로 하여금 퇴직금제도를 설정할 것을 강제하고 있고(제8조), 퇴직금의 지급시기를 법정하고 있으며(제9조), 퇴직급여 등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부여하고 있다(제12조). 나아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는 규정까지 마련해 두고 있다(제44조). 그러나 한편, 퇴직급여법 제10조는 "이 법에 따른 퇴직금을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 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하며 퇴직금청구권이라 하여도 그 행사는 3년의 시효 기간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이 퇴직급여법이 퇴직금의 지급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으면서도 동일한 평면에서 퇴직금의 시효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여 두고 있는 이상, 단순히 퇴직금청구권이라는 사정만으로 다른 통상의 채권에 비하여 소멸시효의 적용에 있어 특별하게 취급하여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사용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일반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서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① 피고 소속 위탁원들로서 2007. 9.경부터 2010. 11.경까지 사이에 피고에서 퇴직한 E 외 16명(이하 'E 등'이라 한다)이 2011. 2. 21.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E 등을 피고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2011가합16115), 서울고등법원은 2012. 11. 30. 위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였으며(2011나85477), 대법원은 2013. 3. 28. 위 항소심 판결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 사실(2012다118440), ② 피고 소속 위탁원들로서 2012. 7. 31. 피고에서 퇴직한 F 외 29명(이하 'F 등'이라 한다)이 위 퇴직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5. 7. 21.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청구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F 등을 피고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나(2015가합546874), 서울고등법원은 2016. 10. 21. 위 1심 판결과 달리 위탁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여 피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2016나2025995), 대법원은 2017. 1. 18. 위 항소심 판결에 대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 사실(2016다265917), ③ 피고 소속 위탁원들로서 2012. 7. 31. 피고에서 퇴직한 G 외 11명(이하 'G 등'이라 한다)이 위 퇴직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5. 7. 27.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청구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6. 12. 16. G 등을 피고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나(2016가합545960), 서울고등법원은 2017. 6. 21. 위 1심 판결과 달리 위탁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여 피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2017나2002128), 위 판결은 쌍방이 항소하지 아니하여 2017. 7. 6. 그대로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이하 피고 소속 일부 위탁원들이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위 3건의 퇴직금청구 소송을 '관련 소송'이라 한다).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위탁원들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인바(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6998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등의 취지 참조), 원고들의 주장과는 달리 G 등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 판결 확정일인 2017. 7. 6.에야 피고 소속 위탁원들의 근로자성에 대한 '최종적인 법원의 입장'이 정리되었다거나 이후부터는 피고 소속 위탁원이기만 하면 반드시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그 증명의 정도에 따라 근로자성 여부는 달리 판단될 수 있는 것이므로, 관련 소송의 판단이 다르게 이루어졌다는 사정이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거나 퇴직금청구 소송을 제 기하는데 있어 어떠한 법률상 내지 사실상 장애사유가 된다고 할 수 없는 점, ② 현행민사소송법상 기판력의 주관적 범위는 당사자 또는 그 승계인 등에게만 한정되므로, 관련 소송이 제기되었다는 사정 또는 관련 소송에서 상이한 결론이 내려졌다는 사정이 원고들이 퇴직금청구권을 행사하는데 있어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③ 피고 소속 위탁원들 중 일부가 그 소멸시효 완성 전에 관련 소송을 제기하여 퇴직금청구를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였음에도, 원고들은 퇴직한 지 6년 이상이 경과하기까지 피고를 상대로 자신들의 퇴직금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던바, 원고들 스스로 자신의 권리 행사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나아가 원고들은 관련 소송의 결과를 본 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바,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청구권을 행사하는데 있어 별다른 장애사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피고가 관련 소송의 1심에서 패소 판결을 선고받고 항소하지 아니하거나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한 일부 위탁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거나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의 청구채권이 퇴직금청구권이라는 사유만으로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고들, E 등, F 등, G 등을 비롯하여 피고 소속 위탁원들이 퇴직한 시기 내지 근무한 장소, 위탁업무의 내용,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는 등 권리행사를 하였는지 여부 등이 모두 동일하지 아니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 소속 일부 위탁원들이 퇴직금을 수령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원고들은, 피고가 원고들의 근로자성 인정여부와 관련하여 사실관계를 은폐하고 법원과 고용노동부를 속이는 방식을 사용하여 원고들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원고들과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 자체를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위법한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이상 피고가 법제도를 악용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관련 소송에서처럼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명의 정도에 따라 근로자성 인정여부가 달리 판단될 수 있는 것이므로, 피고가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거나 관련 소송에 응소한 것을 두고 피고가 원고들에게 퇴직금청구권의 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며, 달리 위 주장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또한 원고들은, 피고가 그 소속 일부 위탁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거나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시효완성 후에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원고들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직접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볼 만한 별다른 자료가 없는 이상 원고들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상용(재판장) 이고은 김현성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7가합556448
판결선고
2018. 9. 20.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