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남양주시 C에 있는 주식회사 D(이하 'D'이라고만 한다)의 대표이사로 상시 근로자 14명을 사용하여 건설업을 운영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6. 10. 4.경부터 2016. 12. 26.경까지 D에서 시공한 부산 남구 E아파트 보수공사 현장에서 근로하다 퇴직한 근로자 F의 2016년 10월분 임금 잔액 50만 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12명의 임금 합계 30,872,000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임금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여기서 임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사업체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이 채택 및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각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F을 비롯한 근로자 12명의 임금 합계 30,872,000원을 체불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D이 발주처인 GS건설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의 보수공사를 하도급받은 후 2016. 9. 30.경 현장소장인 G을 통하여 H, I, J, F, K, L, M 등 7인에게 위 공사 중 타일시공 부분(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을 공사비 36,700,000원[= 시공면적 734평 × 평당 5만 원(자재비 포함)]에 재하도급 주었다. 그런데 공사 시작 후 약 보름 만에 H이 위 사업체에서 무단 탈퇴하여 잠적하였고, 이에 F이 추가로 인부들을 고용하는 등으로 나머지 수급인들과 함께 공사를 계속하여 2016년 12월 말까지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였으며, D은 위 인부들의 고용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증인 G의 법정진술도 이에 부합한다. 그리고 F도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자신과 H, I, J, K, L, M 등 7인이 D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재하도급받았고, 당시 H이 명목상 대표자로 되어 있기는 했지만 위 재하도급계약으로 수익이 발생하면 위 7인이 그 수익을 공평하게 나누기로 하였다. H이 잠적한 후 자신이 스스로 인부를 선정하여 이 사건 공사에 투입하였고 공사현장에서 인부들에게 직접 작업지시도 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함으로써 피고인의 위 진술 내용에 일부 부합하는 증언을 하였다. 따라서 별지 범죄일람표에 근로자로 기재된 12인 중 F(연번 제1번), K(제2번), L(제5번) M(제7번)의 경우 위 재하도급 계약의 당사자인 수급인의 지위에서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였을 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지위에서 D에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F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H이 잠적한 후 위 재하도급 계약이 해지되어 이 사건 공사가 일시 중단되었고, 이후 D의 근로자로 고용되어 위 공사를 계속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F은 H이 잠적한 후에도 다른 수급인들과 함께 이 사건 공사를 계속하면서 스스로 공사에 필요한 인부들을 추가 선정하여 위 공사에 투입하였고, 이 과정에서 인부들과 급여에 관한 협상도 직접 하고 공사에 필요한 작업도구도 자신이 직접 마련하는 등으로 이 사건 공사의 진행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점, D이 2016. 10.경부터 약 2달 동안 F과 다른 인부들에게 개별적으로 일당 명목의 보수를 지급한 사실은 있지만, 이는 공사의 지연을 막기 위해서 F 측의 요구에 따라 부득이 기존 재하도급 계약의 공사대금 액수 및 그 지급 방식을 일부 변경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도 큰 점, 그 외에 D이 위 기간 중 이 사건 공사를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F 등과 사이에 기존의 재하도급계약을 해지하고 새롭게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을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F의 위 진술 내용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별지 범죄일람표에 근로자로 기재된 12인 중 앞서 본 F, K, L, M을 제외한 나머지 8인(N, O, P, Q, R, S, T, U)은 위 재하도급 계약의 도급인인 D이 아니라 수급인인 F 측에 고용되어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8인이 D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설령 D이 위 8인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소정의 직상 수급인의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하수급인인 F 측과 위 8인 사이에 체결된 고용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일당, 근무기간 등)에 관하여 서로 다툼이 있고, D은 2016년 10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F과 다른 인부들에게 위 재하도급 계약에 따른 기존 공사대금(36,700,000원)을 크게 상회하는 액수의 금원(총 54,488,000원)을 노무비로 지급한바 있으므로, D의 대표자인 피고인으로서는 위 8인에 대한 임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어느 모로 보나, 위 8인에 대한 임금 미지급과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광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