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56,151,552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10. 21.부터 2021. 1. 19.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그 중 6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주식회사 E(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과 인천 남구 F에 있는 소외 회사의 공장 건물 및 내부 기계 등에 관하여 화재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피고는 아래의 이 사건 화재가 시작된 사출성형기 2호기(모델명: G, 이하 '이 사건 기계'라 한다)의 제조사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은 이 사건 기계 하부 모터 부분의 제조사이다.
2016. 7. 30. 12:29경 소외 회사의 위 공장 건물 1층 작업장 내에 있는 이 사건 기계 하부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공장 건물 및 기계들이 소훼되는 피해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화재'라 한다).
원고는 2016. 10. 21.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화재로 인한 피해에 관하여 보험금 133,703,503원(= 건물 46,001,447원 + 기계 87,702,056원)을 지급하였다.
이 사건 화재 원인 등에 관한 관련 기관의 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관련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기계 하부 모터 부분에서 발생한 것이 명백한바, 제조업자인 피고의 지배 영역 내에서 발생한 사고로 보아야 한다. 또한 방화, 실화 등 범죄 혐의가 없음이 밝혀졌고, 소외 회사 측 과실도 명확히 밝혀진바 없으므로, 제조물 자체의 하자 외에 특별히 다른 사고 원인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바, 소외 회사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여 손해배상채권을 대위취득한 원고에게 133,703,50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피고가 제조한 이 사건 기계에 설계 및 제조상 결함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는 제조물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이 사건 기계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전기 및 안전에 대한 종합인증(KC인증)을 받은 제품이고, 이 사건 공장 건물에 출고, 설치된 이후 6년간 모터 부분을 포함하여 아무런 문제없이 사용되었다.
인천공단소방서 화재현장조사서의 내용은, 정확한 화재 원인은 찾지 못한 채 여러 가능성을 따져본 것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기계에 설계 및 제작상의 결함이 있다는 점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
원고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모터는, 40여 년간 전동기 과열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적이 없고, 일정 온도 이상 올라가면 내부재료가 먼저 손상되어 전동기가 정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모터 전동기 과열을 화재 원인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소외 회사가 최초검사 및 정기검사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기계의 모터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점, 발화지점이 모터 내부가 아니라 모터 외부의 전선 피복으로, 이는 소외 회사의 지배영역으로 보아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화재는 기계 내부 요인이 아니라 소외 회사의 사용, 관리상 잘못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관련 법리(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16771 판결)
물품을 제조·판매하는 제조업자는 제품의 구조·품질·성능 등에 있어서 유통 당시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판매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러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
한편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결함을 이유로 그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경우 그 제품의 생산과정은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어서 그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였는지,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는 일반인으로서는 밝힐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 소비자 측이 제품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따라서 그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게 결함이 존재하며 그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
이 사건 화재가 이 사건 기계 자체의 결함으로 발생한 것인지
소외 회사 측에서 이 사건 기계를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않으므로(가동 중단 후 안전하지 않은 상태로 관리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기계가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먼저 이 사건 화재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 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는지 여부 및 다른 사람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 경우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위 인정사실 및 이 법원의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CCTV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기계 하부에서 최초로 연기가 발생하여 불꽃이 관찰되었고, 오른쪽 방향으로 연소가 확대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기계는 하부가 심하게 훼손되어 있고, 상부도 일부 훼손되어 있는데, 우측에 있던 기계(사출성형기 3호기)는 이 사건 기계에 인접하고 있는 방향의 옆면만이 훼손되었고,윗부분 및 반대편은 훼손되지 않았으며, 다른 작업장 내 기계들은 훼손되지 않은 점, ③ 이 사건 기계는 화재발생일 오전 8:30경까지 가동되었다가, 이후 관계자가 전원을 끄고 퇴근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화재 직후 분전반 배선차단기 핸들이 OFF 상태였는바, 한국전기안전공사 회신에 의하면, 구조상 ON 상태가 모터 과열로 OFF 상태로 변경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로부터 약 3시간 30분이 지난 후 화재가 발생한 점, ④ 이 사건 기계 하단부의 배선 및 왼쪽 바닥을 지나는 멀티콘센트 배선 등의 피복은 훼손되지 않는 등 전기적 특이점은 식별되지 않았으므로,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⑤ 그 밖에 방화나 인적 부주의, 가스 누출, 화학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들은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재의 발화 지점은 이 사건 기계 하부 모터 부분이고, 발화 원인은 기계적 요인, 즉 모터 자체의 과열에 따른 것으로 봄이 타당한바, 이 사건 화재는 제조업자인 피고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고, 다른 사람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 사고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화재가 이 사건 기계 내부의 모터 부분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이 사건 기계 내부의 모터에는 결함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는 위 가. 2)항에서 본 사정들을 주장하며, 이 사건 화재가 이 사건 기계 자체의 내부적 요인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 즉 소외 회사의 사용, 관리상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1>.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대한 문서제출명령 및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① 피고가 이 사건 기계를 제조·공급할 무렵인 2010. 6.경 이 사건 기계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기준 적합성이 확인되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종합인증을 받은 사실, ② 이 사건 기계는 2010. 8.경 소외 회사 공장에 출고, 설치된 이후 이 사건 화재 발생일까지 약 6년 동안 별다른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던 사실, ③ 이 사건 기계는 산업안전보건법령<2>에 따른 안전검사 대상인데, 소외 회사가 위 검사를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는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위 2)항에서 본 사정들에다가, 피고가 이 사건 기계 자체의 결함 외에 화재 발생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사유를 구체적으로 주장, 증명하지 못하고 있는 점(막연히 소외 회사의 사용, 관리상 잘못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등을 더하여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화재가 이 사건 기계 자체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다만 위 인정사실을 아래 다.항과 같이 책임 제한 사유로 참작하기로 한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책임의 범위 및 제한
원고가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에 관하여 소외 회사에게 보험금 133,703,503원을 지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1항은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배상해야 할 재산상 손해에 '그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손해'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지급한 보험금 중 이 사건 기계에 대한 금액 53,487,000원(갑 제5호증 제17쪽)은 피고가 배상해야할 재산상 손해액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한편, 위 나. 3)항의 인정사실 및 그러한 사정들로 인해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가 확대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그 밖에 이 사건 화재의 원인과 규모, 피해범위와 정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한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기계의 제조업자로서 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화재로 소외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바, 소외 회사에게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상법 제682조에 따라 위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한 원고에게, 56,151,552원[= 80,216,503원(= 133,703,503원 – 53,487,000원) × 70%, 원 단위 미만 버림] 및 이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일인 2016. 10. 2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투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1. 1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정기
각주1) 피고의 위 주장을, 제조물책임법 제4조 제1항 제2호(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 제3호(제조물의 결함이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함으로써 발생하였다는 사실)의 면책사유 항변으로 보더라도(2018. 11. 19.자 준비서면 제14쪽), 앞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 제출 증거만으로는 위 각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위 항변도 받아들일 수 없다.
각주2)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9항,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73조의 3(2019. 12. 26. 고용노동부령 제27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항 제3호(사출성형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