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근로자 E의 사용 자는 피고인이 아닌 D(이하 '이 사건 협회'라고 한다)이고, 피고인은 E가 퇴직할 당시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어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150만 원)은 너무 무겁다.
판단
피고인이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지에 관하여
E에 대한 사용자 확정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협회가 근로계약의 당사자로서 E를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지휘·감독하면서 E의 근로를 제공받고 그에 대한 대가로 임금 등을 지급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정관에 의하면 회장이 협회의 대표자로서 제반 회무를 총괄하여 집행하는데(정관 제11조 제1항), 피고인이 이 사건 협회의 회장이다.
E는 이 사건 협회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H에서 근무하였고, 업무 내용도 협회와 관련한 사무였으며, 회장인 피고인뿐만 아니라 부회장 I, 사무국장 J, 사무처장 F도 E에게 협회와 관련한 업무를 지시하였다.
피고인이 평소에도 사비를 지출하여 협회 운영비를 대납해 온 것으로 보이고, E에 대한 첫 월급 1,800,000원도 피고인이 그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위 1,800,000원은 피고인의 계좌에서 E의 계좌로 바로 송금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처인 K 명의의 계좌에서 이 사건 협회의 계좌로 사용되던 사무국장 J 명의의 계좌로 2016. 8. 12. 합계 8,600,000원이 송금되었다가 E의 계좌로 1,800,000원이 송금되는 절차를 취하였다. 또한, F은 'E의 급여 월 180만 원이 협회 차원에 상당히 부담된다고 생각하여 반대하였으나, 피고인이 이를 책임지기로 하여 E를 채용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E가 피고인 개인에게 고용된 근로자였다면 E를 채용함에 있어서 협회 차원의 비용 부담을 우려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E가 이 사건 협회에 고용된 근로자였기 때문에 임금 지급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고 논의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구속된 이후 2016. 10. 7. E에게 지급된 1,000,000원은 이 사건 협회의 회비로 지급되었다.
피고인이 근로기준법 제36조에 정한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36조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 사용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기타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사용자측에 대하여 그 청산에 소요되는 기간을 유예하여 주고 있으므로, 위 퇴직금 등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위반죄는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사업주가 법인일 경우에는 위 14일이 경과할 당시에 퇴직금 등의 지급권한을 갖는 대표자가 그 체불로 인한 죄책을 짐이 원칙이고 14일이 경과하기 전에 퇴직 등의 사유로 그 지급권한을 상실하게 된 대표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죄책을 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5. 11. 10. 선고 94도1477 판결 참조).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E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때인 2016. 10. 25.경 임금 등의 지급권한을 갖는 이 사건 협회의 대표자였으므로 근로기준법 제36조에 정한 사용자에 해당하고 E에 대한 임금 체불의 죄책을 진다.
피고인은 이 사건 협회의 회장으로 제반 회무를 총괄 집행할 권한과 의무를 부담한다.
피고인은 2016. 1. 1.경 이 사건 협회의 제37대 회장으로 취임하였고, 당초 임기는 2017. 12. 31.까지였다. 피고인이 2016. 9. 5. 구속되었으나, 이 사건 협회 정관에 회장이 구속된 경우 회장의 자격 상실 여부 및 직무대행자에 관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고, 사무처장 F은 구속된 피고인을 4~5회 면회하면서 피고인에게 협회의 진행상황 및 E가 임금 지급을 요청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등 피고인을 협회의 회장으로 대우하고 있었으며,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출소하여 해결해주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G은 2017. 2.경에야 비로소 이 사건 협회의 제38대 회장으로 취임하였다.
임금미지급에 면책사유가 있는지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사용자가 그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인정되는 경우에만 면책되는 것이고, 단순히 사용자가 경영부진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아 이를 지급할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 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행하여졌는지 여부도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0539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F은 자신이 피고인을 4~5회 면회하면서 피고인에게 협회의 진행상황 및 E의 임금 지급 요청 사실을 알려주었는데 피고인으로부터 출소한 후 해결해 주겠다는 말을 들었으며, G 회장이 취임(2017. 2.)한 후에도 몇 차례 찾아가 협회의 새로운 회장 선출과 업무대행 상황 등을 보고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② 피고인이 평소 사비를 지출하여 협회 운영비를 대납해 온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당초 E를 채용할 당시 'E에 대한 급여로 180만 원은 협회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F의 반대의사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E를 채용한 것인 점, ③ 미지급 임금 액수가 2,600,000원으로 비교적 소액이고, 피고인이 여러 차례 면회를 온 F 등을 통하여 E에게 구체적인 변제계획을 제시하거나, 임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노력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임금을 그 지급기일 내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형법 제37조 후단에 의한 직권파기 사유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피고인은 원심 판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죄 등의 전과 이외에도 2018. 6. 26. 서울고등법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2018. 9. 13. 그 판결이 확정되었고, 2019. 5. 24. 서울고등법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4월을 선고받아 2019. 8. 14.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있는바, 이 사건 근로기준법위반죄와 판결이 확정된 위 각 죄 등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 전문에 따라 이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이 점에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