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하여 원고 A, B에게 각 19,722,2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6. 16.부터, 원고 C, D에게 각 2,722,690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12. 16.부터, 원고 E, F에게 각 1,996,870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9. 3.부터, 원고 G, H에게 각 1,862,670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3. 16.부터, 각 2020. 9. 10.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서울 관악구 J에서 'K'이라는 상호로 주식회사 L(이하 'L'라 한다)로부터 하청을 받아 구두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와 다음과 같은 내용의 '도급계약서'를 작성한 뒤 K에서 갑피공으로 일하였다(구체적 근무기간은 별지 각 퇴직금 계산결과의 입사일자 및 퇴사일자 기재와 같다).
원고들은 위 계약에 따라 피고로부터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작업한 구두 개수에 비례한 돈을 보수로 받아 왔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9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은, 자신들이 피고와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였으므로 근로기준법 제34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근로기간에 상응하는 퇴직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들은 피고와 도급계약 관계에 있었을 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이 아니어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에게는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다툰다.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 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 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삼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 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판단
위에서 든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 즉 원고들의 근무형태와 성격, 보수체계, 지휘감독관계, 자본적 설비의 사용관계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비록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도급계약서가 작성되었고, 원고들이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받고 있지 않으며, 원고들에게 취업 또는 복무규칙이나 휴가 또는 징계제도가 적용되지 않고,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거나, 사업자등록을 자신들 명의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들로서 쉽사리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할 만한 사정이 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구두 제조 과정은 '① 고객의 주문 또는 제품 기획 및 설계에 따른 작업지시서 작성 → ② 견본작업(갑피와 저부를 위한 견본제조) → ③ 재단작업(작업지시서에 따라 필요한 재료를 재단기 등을 이용하여 자르는 작업) → ④ 갑피작업(재단된 가죽을 구두의 형태로 접착 및 봉제하는 작업) → ⑤ 저부작업(골에 봉제된 가죽을 씌우고 창을 붙이고 건조하는 작업) → ⑥ 마무리 및 검품'의 순으로 이루어진다.
위와 같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구두제조과정 중 원고들은 갑피작업을 담당하였는데, 위 작업은 L로부터 내려온 작업지시서와 견본에 따라 기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원고들의 독자적인 구상이나 생각이 반영되지 않으므로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포괄적 의미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피고 대신 L의 실장이 매일 아침 작업장에 와서 작업방법 및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고 그 이외에도 일주일에 2-3번은 업무와 관련하여 작업장을 방문하였다.
피고는 매일 일정한 작업량을 원고들에게 할당하였는데, 작업량 결정에 관하여 원고들과 협의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정하여진 출퇴근 시각에 따르지는 않았으나 당일 내로 분배받은 작업량을 마쳐야 하였으므로 작업량에 따라 근로시간이 사실상 통제되었고, 피고로부터 아침 일찍 출근하라는 권고를 받기도 하였다. 또한 위와 같이 원고들의 업무가 연속공정 중의 일부인 사정으로 갑피공정이 완료되지 않으면 다음 공정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므로, 사실상 원고들이 원하는 때에 휴일이나 휴가를 갖는 것이 쉽지 않았다.
원고들이 결근 또는 지각하거나 배당된 작업량을 모두 수행하지 못한 경우 작업량을 줄이겠다는 경고를 받거나 퇴사 권고를 받을 위험이 있었는데, 그와 같은 제재는 피고에 의해 정해진 작업량에 따른 보수가 생계 수단의 전부인 원고들에게는 다른 어떤 징계 수단보다 강력한 근태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
원고들은 피고가 마련한 작업장에서 피고가 제공한 작업 기계와 비품, 재료를 이용하여 작업하였고, 각자 일하는 작업대가 정해져 있었으며, 칼, 망치, 가위, 집게 등 작업자의 손에 익어야 하는 소규모 연장의 경우에만 원고들이 개인적으로 준비하여 사용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가 제공한 작업장 외의 공간에서 따로 작업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고, 결국 피고가 제공한 근로 장소에 종속되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구두 1족당 장소임대료 및 설비이용료로 100원씩을 지급받았으므로(도급계약서 제11조) 사용자의 입장에서 이를 무상 제공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실제로 피고에게 위 조항에서 정한 임대료를 지급한 것이 아니라, 피고로부터 받는 1족당 보수에 형식상 임대료가 반영처리된 것으로 보이는 점(제2조의 도급수수료는 모두 끝자리 1,000원 또는 500원 단위에서 100원씩이 공제된 금액, 예를 들면 6,900원, 7,400원 등으로 정하여져 있다), 원고들이 작업장과 시설에 관하여 임차인으로서 권리행사 또는 의무부담을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임대료 약정은 원고들이 스스로 출연하여 장소 및 설비의 사용권을 취득한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들기 위하여 계약조항에 삽입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의 보수가 고정급이나 기본급 없이 작업량에 단가를 곱한 금액으로 정하여졌으나, 위와 같이 원고들의 작업량이 피고에 의하여 결정되었고, 단가도 도급계약서 제3조와는 달리 원고들과의 개별적 합의에 의하지 않은 채 피고가 결정하여 일괄적으로 적용한 점, 노무 외의 자본적 수단들이 거의 대부분 피고에 의해 제공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받은 보수는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을 갖는 임금에 해당된다.
비록 도급계약서 제5조 3호에서 원고들이 피고 제공 설비를 이용하여 제3자로부터 수주받은 구두를 제조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규정을 두고 있으나, 위와 같이 일정 할당량을 완수하여야 하는 작업여건상 원고들이 다른 업체의 업무를 겸하거나 개인적으로 구두제조업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아울러 도급계약서 제9조에서 원고들이 제3자를 고용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족당 단가에 따른 보수 지급 조건으로 일정 할당량을 받아 처리하는 상황에서 원고들이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수행할 경제적 유인을 갖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들에게 피고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전속성이 있었다고 인정된다.
원고들은 제화작업을 한 구두의 판매량, 판매가격 및 그에 따른 수입과 손실의 규모 등과 무관하게 정하여진 작업량에 따른 일정한 보수를 받았을 뿐이고, 위와 같이 제3자를 고용하거나 설비를 확충하는 등의 방법으로 추가 이윤을 창출할 동기가 없었으며, 시장 여건의 악화 등으로 손실이 초래되더라도 이를 감수한 바 없다.
퇴직금 지급의무의 범위
위와 같이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로 인정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다음과 같이 재직기간에 상응하여 계산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퇴직금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 산정의 대상기간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에 의하면 평균임금은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 일수로 나누어 산정하게 되어 있으나, 근로자의 퇴직을 즈음한 일정 기간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으로 인하여 임금액 변동이 있었고, 그 때문에 위와 같이 산정된 평균임금이 근로자의 전체 근로기간, 임금액이 변동된 일정 기간의 장단, 임금액 변동의 정도 등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볼 때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게 산정된 것으로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이를 기초로 퇴직금을 산출하는 것은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출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정신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다른 방법으로 그 평균임금을 따로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6다1728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① 설과 추석이 포함된 달에는 주문량이 증가하고, 여름휴가기간이 포함된 달에는 주문량이 감소하는 등 원고들의 월 보수액이 일정하지 않았던 점, ② 원고 G, H의 경우에는 퇴직을 앞둔 2015년 2월에 갑자기 보수를 지급받지 못하였던 점, ③ 원고들의 퇴직 직전 3개월간 평균임금과 퇴직 직전 1년간 평균임금의 차이를 비교할 때, 퇴직 전 1년간의 보수를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한 것이 피고에게 불리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평균임금을 1년간의 급여를 평균으로 하여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퇴직금 계산
원고 A와 B, 원고 C과 D, 원고 E과 F, 원고 G와 H은 서로 부부로 피고는 부부가 함께 근무하는 경우 부부 중 1인에게 사업자등록을 하도록 하였고, 사업자등록을 한 1인에게 두 사람 분의 월 급여를 한꺼번에 지급하였으므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원고들의 퇴직금을 계산하면 별지 기재 각 퇴직금 계산 결과와 같다.
피고의 신의칙 위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자신이 L에 청구하는 원가에 피고와 원고들 사이에 합의된 도급수수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퇴직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고, 원고들도 그러한 사정을 알고서 퇴직금을 지급받지 않는 것을 전제로 자율적 선택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하한 것이므로, 이 사건 청구는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와 L 사이의 구두표준하도급계약서(을 제1호증) 제14조에 의하면 피고가 L에 납품하고 받는 구두 1족당 보수는 기본단가(피고와 원고들 사이의 도급계약서상 구두 1족당 도급수수료와 거의 같은 금액임)에 1족당 1,800원을 가산한 금액이고, 이 때 가산금액의 합계가 월 1,4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최소한 1,400만 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정하여져 있으므로, 피고가 L로부터 받은 보수와 원고들에게 지급한 보수 사이에 다른 비용과 이윤을 충당할 만한 차액(마진)이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그 외에 원고들이 피고가 퇴직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는 사정을 알고서 원고들 스스로 퇴직금을 받지 않기로 하는 의미에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가 형평에 반한다거나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A, B에게 각 19,722,200원 및 이에 대하여 퇴사일로부터 14일이 지난 다음날인 2017. 6. 16.부터, 원고 C, D에게 각 2,722,690원 및 이에 대하여 같은 2015. 12. 16.부터, 원고 E, F에게 각 1,996,870원 및 이에 대하여 같은 2017. 9. 3.부터, 원고 G, H에게 각 1,862,670원 및 이에 대하여 같은 2015. 3. 16.부터, 각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0. 9. 10.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제1심판결 중 위 인정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한다.
판사 최정인(재판장) 김현석 당우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