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사실오인
E, F, G(이하 'E 등'이라 한다)는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창립 멤버이자 등기상 이사로서 상법이 정한 이사로서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한편 회사의 경영에도 참여하였다. 따라서 E 등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6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공소사실
피고인은 성남시 분당구 B건물 C호에 있는 주식회사 D의 대표이사로서 상시근로자 15명을 고용하여 온라인게임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퇴직금, 보상금 그 밖의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2. 7. 2.부터 2016. 9. 30.까지 근로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E의 임금 및 퇴직금 합계 금 25,246,222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3명의 임금 및 퇴직금 등 합계 73,147,107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의 원심 법정진술 등 그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한다.
한편 주식회사의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하고 그 등기를 하여야 한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선임된 이사는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회사 업무집행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 상법에서 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또한 회사로부터 위임을 받아 일정한 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이사가 상법상 정하여진 이사로서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한편 회사의 경영을 위한 업무를 함께 담당하는 경우에, 그 담당하고 있는 전체 사무의 실질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이사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주식회사의 이사가 정관이나 주주총회의 결의에서 정한 바에 따라 지급받는 보수는 원칙적으로 상법 제388조의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또한 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퇴직금을 지급받는 경우에도 그 퇴직금은 원칙적으로 재직 중의 위임 사무 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보수와 퇴직금을 지급받았다 하여 그 이사가 반드시 근로자의 지위를 가지게 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3다215225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참조).
E 등이 근로자인지 여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그로부터 추론되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E 등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I은 2011. 5. 20.경 온라인게임 개발업 등을 목적으로 이 사건 회사를 설립하였다. 이 사건 회사는 PC용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기도 하였으나, 모바일게임으로 게임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개발한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직원들이 전부 퇴사하여 사실상 이름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비디오게임 회사로 널리 알려진 주식회사 M(이하 'M'이라 한다)에 근무하던 I은 이 사건 회사의 설립 당시 M에서 같이 근무하던 F, G에게 제의하여 이 사건 회사에서 함께 근무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용 그래픽 처리장치와 멀티미디어 장치를 개발, 제조하는 N에서 8년간 근무하기도 하였는데, 2012. 6.경 I의 권유로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였고, 뒤를 이어 E(M에서 I과 같이 근무하다가 먼저 퇴직한 상태였다)이 입사하였다.
이와 같이 E 등은 M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으로 I의 제안에 따라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게 된 이른바 창립 멤버에 해당한다.
피고인과 I은 모두 2012. 3. 20. 이 사건 회사의 사내이사(2012. 3. 26. 대표이사로 경정등기가 마쳐졌다)에 취임하였다가 2012. 8. 9. 공동대표이사에 취임하였고, 2016. 12. 16. 사임하였다. 그 후 피고인이 단독으로 대표이사에 취임하였다.
이 사건 회사에서 I은 게임개발을 포함한 내부 관리 업무를, 피고인은 투자유치, 외주업무 등 대외 업무를 각 담당하였다.
E 등은 별지 범죄일람표 '근무기간'란 기재 기간 동안 이 사건 회사에서'팀장'의 직위를 가지고 그래픽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애니메이터로 각 근무하였다. 그리고 F, G는 각 2012. 6. 15., E은 2013. 12. 30. 이 사건 회사의 사내이사에 각 취임하였다가 2016. 12. 16. 각 퇴임하였고, 이 사건 회사의 법인등기부에 그와 같은 사항이 모두 등재되었다.
E은 E 등의 이사로서의 지위 또는 명칭이 명목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나, ① 공동대표이사였던 I이 당심 법정에서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하여야 할 경우 같이 상의해서 결정하려고 임원으로 등재하였고, 단순히 명의만 빌려준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② 피고인이 수사 단계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E 등은 전환사채를 발행하거나 회사 사무실을 이전할 때, 대표이사의 임기가 만료되어 재취임할 때 모두 이사로서의 의결권을 행사하였다고 진술한 점, ③ 실제로 I, 피고인, F, G가 2012. 8. 16. 이사회에 참석하여 무보수로 재임한다는 내용을 의결하였고(증 제1호), I이 2014. 9. 22.경 피고인 및 E 등에게 전환사채 발행 관련 이사회의 개최사실을 알리고 참석을 요청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한 점(증 제2호), 그 밖에 아래에서 설시하는 사정 등에 비추어, E의 주장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이 사건 회사에서는 매일 전 직원이 참석하는 일간회의가 열렸고, 매주 금요일에는 주간회의가 열렸다. 위 주간회의에는 공동대표이사 I과 이사인 E 등, 그 밖에 기획팀 직원을 포함하여 총 7명만 참석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경찰 및 검찰에서 E 등이 각자의 업무분야에 대한 의사결정 및 집행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대부분의 결정권한은 업무관련자회의를 통해 실질적으로 팀장이 행사하고 있었으며, 특별한 결재라인이 없었으므로 E 등은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고 진술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① I은 당심 법정에서 거의 대부분의 회사 자금이 게임개발에 투입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게임개발과 관련하여 중요한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 E 등에게 상당한 발언권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② E 역시 경찰에서 "어떤 업무가 있을 때 관련 인원이 모여서 논의하고 I과 관련 팀장이 다 같이 결정하였다. 공식적으로 결재라인으로 보고가 이루어져야만 업무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라고 진술하였으며, ③ 실제로도 E 등은 각자 담당하고 있는 업무의 추진 계획을 작성하여 I, 피고인에게 알리기는 하였으나(증 제4호) I 등으로부터 별도의 결재나 승인을 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위 I, E의 각 진술이나 실제 업무처리 관행이 피고인의 진술에 배치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E 등이 이 사건 회사에 투자를 하거나 지분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I은 2012. 5. 8. 및 2012. 7. 7. 피고인에게 이메일을 보내 I과 피고인의 출자를 전제로 두 사람이 보유하는 이 사건 회사의 지분 일부를 창업멤버인 E 등에게 양도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는데, 위 메일에는 E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분까지 표시되어 있었다(증 제3호). 비록 그 후 실제로 지분 양도가 이루어지지는 않았고, 지분 양도에 관하여 E 등과 논의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도 없기는 하나, 나중에 공동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되는 I과 피고인 사이에 위와 같이 E 등에게 지분을 양도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E 등이 단순한 근로자가 아니었다는 유력한 징표가 될 수 있다.
E 등은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할 당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2014. 1. 1.경 처음으로 전 직원이 동시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으며, 현재 G에 대한 근로계약서만 남아 있다. 한편 E 등은 입사한 직후부터 고용보험에 가입되었다.
그러나 I이 당심 법정에서 직원과 이사를 구분하지 않고 급여지급 대상자 모두를 고용보험에 가입시켰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나 고용보험 가입 여부가 근로자인지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E 등을 포함한 이 사건 회사의 직원들의 근무시간은 09:30부터 10:30까지 출근하고, 18:30부터 19:30까지 퇴근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① I은 당심 법정에서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었으나, 출퇴근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었다. E 등은 연차나 1일 휴가는 협의나 허가 없이 사실상 통보만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3일 이상 휴가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협의해야 한다."라고 진술하였고, ② 실제로도 E 등은 하루나 이틀 정도의 휴가를 사용하는 경우 공동대표이사인 I과 마찬가지로 메일로 회사에 통보만 한 사실(증 제6호)이 인정될 뿐 달리 사전 승낙을 받 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E 등의 복무방식은 상당히 자율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F의 연봉이 5,000만 원이고, E, G의 연봉은 I, 피고인과 같은 6,000만 원이라고 진술하였다. 실제로 E과 G는 2016. 8.경 공동대표이사인 I, 피고인과 같은 금액인 월 500만 원의 급여를 지급받았고, F는 월 4,166,667원을 지급받았다(증 제7호). 이와 같이 E 등이 공동대표이사인 I이나 피고인과 유사한 수준의 급여를 받은 이상 E 등이 단순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결론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 바,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이근수(재판장) 이원신 김우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