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5. 20. 선고 2020가합525123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은행법에 의한 은행업무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원고들은 피고에서 재직하다가 별지 청구금액표의 ‘퇴직일’란 기재 각 해당 일자에 퇴직한 근로자들이다.

나.

임금피크제 도입 및 시행

1)

피고는 2006. 1. 1. 임금피크제 운용세칙을 제정하여 선정기준일로부터 1년 이내에 만 55세에 도달하는 관리자를 대상으로 일정연령에 도달하면 직무를 재배치하고, 임금을 줄여나가는 제도인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여 왔다.

2)

피고는 2016. 1. 29. 피고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인 G 노동조합 H지부 지부위원장의 동의하에 임금피크제 운용세칙(이하 ‘이 사건 세칙’이라 한다)을 개정하였고, 선정기준일로부터 1년 이내 만 55세에 도달하는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한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2016. 3. 1.부터 시행하여 왔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모두 2016년 이 사건 세칙 시행 당시 책임자급 간부였던 근로자들로서 이 사건 세칙에 따라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게 되었는데, 이 사건 세칙에서 정한 ‘근로조건 변경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어 2016년에는 2015년도 임금의 80%, 2017년에는 2015년도 임금의 60%, 2018년부터 퇴직시까지는 2015년도 임금의 40%만을 지급받게 되었다. 이와 같이 원고들의 개별 동의가 없음에도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여 임금을 삭감한 것은 부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지 않았을 경우를 전제로 산정된 임금 및 퇴직금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됨에 따라 지급받은 임금 및 퇴직금을 공제한 나머지 임금 차액과 퇴직금 차액을 합한 별지 청구금액표의 ‘청구금액’란 기재 각 해당 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3.

판단

가.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세칙이 ‘임금피크제 직원은 별도의 「근로조건 변경 동의서」를 징구하여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을 제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들로부터 개별 동의를 받지 않고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것이 원고들에 대하여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

1)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서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고, 다만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는 것이므로, 그 동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고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피고의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인 H지부의 동의를 얻어 시행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적법한 동의를 거친 절차적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유효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세칙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을 ‘선정기준일로부터 1년 이내 만 55세에 도달하는 일반직원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임금피크제 직원으로 하여금 「근로조건 변경 동의서」를 징구하여 적용하도록 하는 것은 ‘적용방법’ 즉 절차적인 규정에 불과하다. 따라서 위 동의서 징구에 관한 규정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이 근로조건 변경 동의서를 제출한 직원에 한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의 근거가 되는 이 사건 세칙이 원고들에게 적용되고 과반수 노동조합의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되므로 취업규칙에 불과한 이 사건 세칙은 원고들에게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취업규칙에 최저기준으로서의 강행적·보충적 효력을 부여하여 근로계약 중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부분을 무효로 하고, 이 부분을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게 함으로써, 개별적 노사 간의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근로자로 하여금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을 막아 종속적 지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러한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근로기준법 제97조를 반대해석하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 부분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고 할 경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집단적 동의를 받을 것을 요건으로 정한 것이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근로조건은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사항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취지이다. 이러한 각 규정 내용과 그 취지를 고려하면, 근로기준법 제94조가 정하는 집단적 동의는 취업규칙의 유효한 변경을 위한 요건에 불과하므로, 취업규칙이 집단적 동의를 받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4조가 정하는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은 여전히 지켜져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대법원 2018다200709 판결의 법리는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이 존재하는 경우를 전제하는 것인데,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과 피고가 이 사건 세칙에 우선하는 개별적인 근로계약을 맺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원고들의 임금은 보수규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지급되어 왔던 것으로 보이고, 매년 개인별 연봉 협상을 통해 임금을 정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각 원고들에게 개별 근로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결국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것이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기선(재판장) 박수진 현재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