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0. 15. 선고 2020가합531999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등

1)

피고는 은행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1990. 8. 11.경 피고에 입사하여 2012. 7. 2.부터 2014. 7. 7.까지 응봉동 지점장, 2014. 7. 8.부터 2015. 7. 2.까지 교대역 지점장, 2015. 7. 3.부터 2017. 7. 3.까지 방이동 지점장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2)

원고는 방이동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중 피고로부터 2017. 7. 3. 인사대기 조치를 받은 뒤 2017. 8. 25. 정직 3월 처분 및 변상금 1억 8,000만 원 부과 처분(이하 '선행징계처분'이라 한다)을 받았고, 2020. 3. 23. 다시 감봉 3월 처분(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다.

나.

선행 징계처분의 경위

1)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2016. 6.경 아무 매출실적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를 인수한 후 세무서에 허위 매출을 신고하는 방법으로 연 매출이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것처럼 재무제표를 조작하여 피고 등 8개의 시중은행으로부터 170억 원의 규모로 대출을 받은 사기대출 사건의 피의자들을 입건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금융감독원은 2016. 7. 4.부터 같은 달 13.까지 피고에 대한 부문검사를 실시한 후 피고에 대하여 2017년 상반기 중으로 부정대출행위를 적발하고 그에 대한 대책 등을 이행하라는 '경영유의' 통지를 하였다.

2)

이에 따라 피고 소속 검사실이 부정대출행위 발생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2017. 3. 30. 피고 홍제동 지점에서 대규모 연체여신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접수되었고, 그 후 피고 소속 검사실이 피고 홍제동 지점의 지점장인 C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C이 원고로부터 D(위 사기대출 사건에서 페이퍼컴퍼니들의 재무제표를 조작한 혐의를 받던 E세무법인과 F세무회계법인에서 사무장으로 근무하였던 G의 형이다)을 소개받은 정황이 포착되자, 피고 소속 검사실은 2017. 6.경 원고에게로 부정대출행위 관련 검사를 확대하였다.

3)

피고 소속 검사실은 2017. 7. 5.부터 다음날까지 사이에 원고와의 문답을 통하여 아래 징계사유들에 관한 조사를 하였고, 피고는 2017. 8. 10. 피고 소속 검사실 심의위원회를 열어 원고의 소명을 들었으며, 그 후 2017. 8. 24. 인사협의회를 열어 원고의 소명을 들은 후 2017. 8. 25. 아래와 같은 징계사유로 선행 징계처분을 하였다.

다.

선행 징계처분에 관한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의 경과

1)

원고는 2017. 11. 24. 피고를 상대로 '선행 징계처분은 적법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징계사유들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선행 징계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위 사건에서 제1심 법원은 2018. 11. 29.「선행 징계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징계사유 중 '거래처와 사적금전대차[대여]'를 제외한 나머지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아니하고, 위 '거래처와 사적금전대차[대여]'의 징계사유가 인정되기는 하나 위 징계사유는 피고의 징계양정기준에 따르더라도 아래와 같이 총점이 36점으로서 징계수준이 '감봉 이상'에 해당하는 점 및 그 밖의 여러 사정들을 고려할 때 선행 징계처분은 징계 양정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서 무효이다」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합581550).

3)

위 판결에 대하여 피고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19. 11. 15.「선행 징계처분의 징계사유 중 '불건전 여신 취급, 친인척 명의 회사 설립 직후 지점장 전결 보증여신 부당 취급, 친인척 관련 부실여신 은폐 목적 분할여신 취급, 검사업무지침 및 인사규정 위반'이 존재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고('여신 부적격 신설업체에 전결보증취급[단기부실]'의 징계사유 부존재에 관하여는 피고가 다투지 아니하였다), 선행 징계처분에 관하여 인정되는 징계사유인 '거래처와 사적금전대차[대여]'는 피고의 징계양정기준에 따르더라도 총점이 34점 내지 36점[항소심 법원은 위 표의 '대여' 항목에 관하여만 제1심 법원과 달리, 원고는 주식회사 I으로부터 1억 1,000만 원을 대출받아 이를 H에게 대여하였는데, 원고가 H으로부터 받은 22,840,077원은 그대로 위 대출금의 이자 지급에 사용되어 원고가 이를 이자로 취득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고, 설령 이를 이자로 보더라도 그 이율은 정기예금 이자수준 이하이므로, '하(3점)' 또는 '중(5점)'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으로서 징계수준이 '감봉 이상'에 해당하는 점 및 그 밖의 여러 사정들을 고려할 때 선행 징계처분은 징계 양정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서 무효이다」라고 판단하여,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9나2004784). 위 항소심 판결은 2019. 12. 10.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위 제1심 및 항소심 소송을 통틀어 '선행 소송'이라 한다).

라.

이 사건 징계처분의 경위

1)

피고 소속 검사실은 2020. 3. 19. 인사협의회에 인사규정 제12조(금지사항) 및 징계지침 제2조(징계대상) 등을 근거로 하여 선행 소송에서 인정된 징계사유[거래처와 사적 금전대차(단, 원고가 H으로부터 수취하였다는 이자를 '26회에 걸쳐 1,170만 원'이 아닌 '46회에 걸쳐 22,840,077원'으로 명시하였다)]를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2017. 8. 25.자로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의결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다.

2)

피고 인사협의회는 2020. 3. 19. 위 징계사유가 징계양정기준의 '평가기준표'상 이자 수취 목적 대차로서 동기 항목이 상(배점 10점), 대차 횟수가 10회 이하인 경우로서 횟수 항목이 하(배점 3점), 대차 금액이 1억 원 초과 5억 원 이하인 경우로서 금액 항목이 중(배점 5점), 대차 기간이 1년 초과하는 경우로서 기간 항목이 상(배점 10점), 원고가 대여금에 대한 이자를 취득하지 아니하였거나 원고가 받은 이자가 정기예금 이자 수준인 경우로서 대여 항목이 하(배점 3점) 또는 중(배점 5점), 거래상대방 수가 1인 이하인 경우로서 거래상대방 수 항목이 하(배점 3점)이므로, 그 총점이 34점 내지 36점으로서 징계수준이 '감봉 이상'에 해당한다고 보아(이는 선행 소송 확정판결의 징계양정에 관한 판단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 사건 징계처분을 의결하였다.

3)

피고는 2020. 3. 23. 원고에게 '위 징계사유를 이유로 징계지침 제4조에 의거, 2017. 8. 25.부로 감봉 3월을 부과한다'고 통보하였다.

마.

관련 규정

이 사건 징계처분과 관련된 피고의 인사규정, 징계지침 및 징계양정기준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11, 14, 28호증, 을 제1 내지 3, 6 내지 8,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징계사유의 부존재

1)

원고는 2013. 5. 13. H에게 추가로 5,000만 원을 대여한 사실이 없고, H은 원고의 고향 친구로서 피고의 거래처에 해당하지 않는다.

2)

피고의 징계양정기준은 상위 규정인 피고의 징계지침에서 '감봉 이상'의 징계사유로 정하지 않은 사적 금전대차를 '감봉 이상'의 징계사유로 정하고 있는바, 이는 상위규정인 징계지침에 저촉되어 효력이 없다. 그럼에도 피고는 무효인 위 징계양정기준을 근거로 원고에게 감봉 3월의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무효이다.

나.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

1)

H은 원고의 고향 친구이므로 2016년 징계양정기준 제10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면책되어야 한다.

2)

피고는 징계양정기준에 근거하여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위 징계양정기준을 근로자에게 게시·공표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의 규정관리규정 및 규정관리지침을 위반하여 위 징계양정기준을 규정화하거나 전산등록하지 않고 음성적으로 관리하였는바, 결국 위 징계양정기준은 근로기준법 제14조 제1항 등 법령에 반하거나 피고의 규정관리규정 등 내부 규정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무효인 징계양정기준에 근거하여 내려진 이 사건 징계처분 역시 무효이다.

3)

이 사건 징계처분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도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가)

원고에 대하여는 H에 대한 대여 당시 적용되던 2012년 징계양정기준이 적용되어야 함에도 피고는 선행 소송 중 법원에 2012년 징계양정기준이 아닌 2016년 징계양정기준을 제출하여 재판부와 원고를 기망하였다. 2012년 징계양정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원고의 징계사유는 선행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한 총점 34 내지 36점['동기' 항목에 '상(10점)' 적용]이 아닌 총점 27 내지 29점['동기' 항목에 '하(3점)' 적용]으로서 그 징계수준이 '견책 이하'에 해당한다.

나)

더욱이 선행 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H으로부터 받은 돈이 '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음에도 피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면서 원고가 '이자 수취 목적'에서 H에게 돈을 대여하였다는 이유로 '동기' 항목을 '상'으로 평가하였는바, 이 사건 징계처분은 선행 소송의 확정판결 내용과도 다른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다)

피고는 사적 금전대차만을 이유로 소속 직원을 징계한 사례가 없다.

3.

판단

가.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

1)

피고가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로 삼은 비위행위가 존재하는지 여부

가)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다른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된다 할 것이므로 합리적인 이유 설시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고, 특히 전후 두 개의 민사소송이 당사자가 같고 분쟁의 기초가 된 사실도 같으나 다만 소송물이 달라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한 결과 새로운 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92312, 92329 판결 등 참조).

나)

살피건대, 선행 소송의 확정판결에서 원고가 H에게 2012. 11. 9. 1억 1,000만 원을, 2013. 5. 13. 5,000만 원을 각 대여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12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따라서 원고가 2013. 5. 13. H에게 추가로 5,000만 원을 대여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또한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H이 운영하였던 회사인 J이 2012. 8. 29. 피고로부터 20억 원을 대출받은 사실, 위 대출을 실행한 피고 측 담당자가 원고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여기에다가 피고의 인사규정 및 징계지침에서 사적 금전대차를 금지하는 취지는 금융기관의 소속 직원이 거래처 또는 거래처 직원과 사적 금전대차를 할 경우 차명대출, 차명계좌의 운용, 뇌물 수수 등 각종 금융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거래처와의 유착관계 등으로 인한 부당 여신의 발생 및 사후 부실관리의 위험이 크므로 사전에 거래처 또는 그 직원과의 사적 금전대차를 일체 금지하여 위와 같은 위험의 발생을 방지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의 징계지침 및 인사규정에서 기존에 친분관계가 있던 사람과의 금전대여거래를 '거래처와의 사적 금전대차'에서 제외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심지어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2012년 징계양정기준 제10조 제2항 제1호는 '가족, 친인척, 친구 등 거래처와의 거래로 분류하기 어려운 경우'도 징계지침 제2조 제8호 위반에는 해당함을 전제로 징계수준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을 더하여 보면, 원고가 피고의 대출 관련 거래처의 운영자인 H과 위와 같이 1억 6,000만 원의 금전대차관계를 맺은 것은 피고의 징계지침 제2조 제8호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갑 제17, 18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H이 피고의 거래처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없다(따라서 H이 피고의 거래처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징계사유가 인정된다.

2)

이 사건 징계처분이 상위 규정에 저촉되어 무효인 징계양정기준에 규정된 징계사유에 근거한 것이므로 징계사유가 부존재한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는 상위 규정인 피고의 징계지침이 사적 금전대차를 감봉의 징계사유로 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하위 규정인 징계양정기준에서 사적 금전대차를 감봉의 징계사유로 정한 것이 무효이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징계사유가 부존재하여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사적 금전대차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징계지침 제2조 제8호에서 정한 징계대상이 되는 비위행위로서, 감봉의 징계사유를 정한 징계지침 제4조 제3호 가목의 '위법·부당행위를 한 자로서 은행 또는 고객에게 상당한 손실을 초래하거나 신용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징계지침이 사적 금전대차를 감봉의 징계사유로 정하고 있지 않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

1)

관련 법리

징계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 징계권자가 피징계자에 대하여 어떤 징계를 선택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다(대법원 2007. 10. 12. 선고 2007두709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징계사유가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고,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이라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및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다9927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징계권자가 내부적인 징계양정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였을 경우 징계양정기준이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두13767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이 사건 징계처분이 무효인 징계양정기준에 근거한 것이어서 무효라는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는 피고의 징계양정기준이 취업규칙에 관한 근로기준법 또는 피고의 규정관리규정 및 규정관리지침에 반하여 근로자에게 게시·공표되지 아니하여 위법·무효이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도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징계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징계처분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그 징계양정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근로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지 여부를 가려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고, 징계권자가 일응의 징계양정기준을 정하였다면 이는 징계재량권 행사가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하나의 기준으로 고려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설령 피고의 징계양정기준이 취업규칙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 또는 피고의 규정관리규정 등 내부 규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근로자에 대한 구속력 있는 규정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 사건 징계처분이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징계양정기준이 효력이 없게 되면 징계양정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는데, 징계처분이 징계양정기준 없이 내려졌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징계처분의 무효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는지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징계양정기준이 취업규칙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 또는 피고의 규정관리규정 등 내부 규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이므로 징계양정기준에 근거하여 내려진 이 사건 징계처분도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이하에서는 이 사건 징계처분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무효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이 사건 징계처분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무효인지 여부

앞서 본 사실관계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1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들고 있는 사정들이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징계처분이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인사규정 및 징계지침에서 사적 금전대차를 금지하는 취지는 금융기관의 소속 직원이 거래처 또는 거래처 직원과 사적 금전대차를 할 경우 차명대출, 차명계좌의 운용, 뇌물 수수 등 각종 금융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거래처와의 유착관계 등으로 인한 부당 여신의 발생 및 사후 부실관리의 위험이 크므로 사전에 거래처 또는 그 직원과의 사적 금전대차를 일체 금지하여 위와 같은 위험의 발생을 방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

원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가 된 금전대차거래 당시 피고 응봉동 지점의 업무를 총괄하여 지휘·감독하여야 할 책임이 있는 지점장으로서 제반 법령 및 내규를 준수하고 성실하고 공정하게 맡은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인사규정 및 징계지침에서 금지하는 거래처와의 사적 금전대차를 하였고, 그 금액도 1억 6,000만 원에 달한다. 이는 다른 이해관계자나 일반 고객들에게 피고의 업무가 공정하게 수행되지 못한다는 인식을 줌으로써 피고의 대외적 신인도를 떨어뜨려 피고의 영업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성 및 건전한 금융거래 질서를 저해할 위험성이 있는 행위라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다.

(3)

더욱이 원고는 피고와 H이 운영하는 회사 사이의 대출거래를 직접 실행한 담당자로서 H이 피고의 거래처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위와 같이 피고의 인사규정 및 징계지침에서 금지하는 거래처와의 사적 금전대차 관계를 맺은 것인바, 그 비위의 정도가 중하다.

(4)

원고는 피고의 2016년 징계양정기준 제10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고향 친구인 H과의 사적 금전대차 거래가 면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면책 규정은 부점장급 이상의 직원이 행위자인 경우 적용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어서 피고가 원고를 면책하지 아니한 것이 징계양정기준에 반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5)

피고는 2016년 징계양정기준에 따라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였다. 그런데 피고의 징계양정기준은 피고 소속 직원이 징계지침을 위반한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에 어떤 징계를 선택할 것인지를 내부적으로 정한 기준으로서 그 내용에도 합리성이 있어 보이므로, 취업규칙으로서의 구속력 유무와 무관하게 피고의 징계재량권 행사가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하나의 기준으로 고려될 수 있다.

(6)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에 2016년 징계양정기준이 아닌 2012년 징계양정기준이 적용되어 '동기' 항목이 '하-선의(3점)'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위행위시와 징계처분시에 있어서 서로 다른 내용의 징계양정기준이 있는 경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징계수준의 결정은 비위행위시에 시행되고 있던 징계양정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할 것이지만, 만일 징계처분시의 징계양정기준이 비위행위시의 징계양정기준보다 가혹하게 변경된 것이 아니라 이와 동일하거나 징계수준을 유형화, 세분화한 것에 불과하다면 비위행위시의 징계양정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근로자에게 특별히 불이익한 것이 아니므로, 비위행위시의 징계양정기준을 적용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징계사유에 관한 대법원 1994. 12. 13. 선고 94다2796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2016년 징계양정기준은 사적 금전대차의 징계양정과 관련하여 '동기' 항목을 '상-악의(10점)'와 '하-선의(3점)'으로만 구분하던 기존의 징계양정기준을 세분화하여 '대가 없는 자금 대여' 등의 경우 '중(5점)'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2012년 징계양정기준에 비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가 2016년 징계양정기준에 따라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원고의 주장과 같이 2012년 징계양정기준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피고와 H이 운영하는 회사 사이의 대출거래를 직접 실행하였던 담당자인 원고가 주식회사 I으로부터 대출을 받아가면서까지 H에게 1억 6,000만 원을 대여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인 사적 금전대차의 '동기'가 '선의'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동기' 항목에는 '상-악의(10점)'가 적용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7)

원고는, 설령 2016년 징계양정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선행 소송 확정판결에서 원고가 H으로부터 받은 돈이 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음에도 피고가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면서 원고가 '이자 수취 목적'에서 H에게 돈을 대여하였다는 이유로 '동기' 항목을 '상'으로 평가한 것은 징계양정기준을 위반한 것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의 H에 대한 대여를 대가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아 '동기' 항목에 '중(5점) - 대가 없이, 대출 약속 후 승인 거절 등 부득이한 자금대여'를 적용하더라도 그 총점은 29점 내지 31점에 해당한다. 이는 징계양정기준의 징계양정 결정표상 '감봉 이상' 또는 '견책 이하'에 해당하는 점수인데, 징계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 징계권자가 피징계자에 대하여 어떤 징계를 선택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가 사적 금전대차를 금지하는 취지, 원고의 비위행위의 경위 및 내용 등을 고려할 때 피고가 '감봉 이상'의 징계수준을 선택하여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한 것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8)

원고는 피고가 사적 금전대차만을 이유로 소속 직원을 징계한 사례가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피고는 피고의 가락동 지점 지점장에 대하여도 사적 금전대차를 이유로 감봉 3월의 징계를 한 사례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은혁(재판장) 장민경 오주훈

각주1) 피고는 위 소송 진행 과정에서 원고가 H으로부터 선행 징계처분 통보서에 기재된 바와 같이 ‘26회에 걸쳐 1,170만 원’을 이자로 받은 것이 아니라 ‘46회에 걸쳐 22,840,077원’을 이자로 받았다고 주장하였다.

각주2) 원고는 ‘징계양정기준’이라고만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2012년 징계양정기준에서는 ‘친구와의 사적 금전대차 거래’를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