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전력자원의 개발, 발전, 송전 등을 목적으로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 본사와 15개의 지역본부로 구성되어 있고, 원고들은 ‘기능직 5직급 배전담당(가)’ 직군으로 피고 H본부에 소속된 근로자이다.
원고 B, C을 포함한 H본부 D지사 배전운영실 일부 구성원들은 2020. 1.경 배전운영실장 I의 구타, 욕설 등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관한 탄원서(이하 ‘이 사건 탄원서’라고 한다)를 제출하였다.
피고는 2020. 3. 16. 원고들에게 ‘D지사 배전운영실의 안정화’를 위한 인사이동을 시행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고, 2018. 3. 18. 원고 A을 D지사에서 E로, 원고 C을 D지사에서 F지사로, 원고 B를 D지사에서 G지사로 각 인사이동(이하 ‘이 사건 전보조치’라고 한다)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1 내지 3, 5,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전보조치 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전보조치는 ‘D지사 배전운영실의 안정화’를 이유로 이루어졌으나 실질적으로는 원고들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로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 및 내부 인사이동 기준에 위반되고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며 인사이동에 앞서 사전협의나 인사대상자인 원고들의 근무희망지 조사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조치로서 무효이다.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고,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참조). 그리고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두20447 판결 참조).
또한 업무상 필요에 의한 전직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고(대법원 1996. 4. 12. 선고 95누7130 판결 참조), 전직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직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7다18165, 18172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전보조치의 업무상 필요성 여부
앞서 든 증거에 갑 5호증, 을 7 내지 9, 11,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업무능률의 증진 및 근로자들 사이의 인화 등을 위하여 이 사건 전보조치를 취할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판단된다.
피고는 내부고발 절차를 위해 별도의 ‘신문고’ 시스템을 마련해두었는데, 2019. 10.경 위 시스템을 통해 I 등의 부적절한 근태 관리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관한 내 부고발이 접수되었다. 피고는 2019. 11. 11.경 배전운영실 구성원들과 개별면담을 실시하면서 문제된 I의 행위 등을 조사하였고, 이 사건 탄원서가 제출된 이후인 2020. 2. 6.부터 2. 20.까지 재차 개별면담을 실시하였는데, 이로써 직원 간 폭언, 업무분장 공정성 결여, 소통 부재 등으로 유발된 배전운영실 내부 갈등의 심각성을 인지하였다. 한편 D지사는 H본부 관내 지역사업소 중 2019년 정전사고건수 1위를, 2019년도 실적평가에서 D등급을 부여받아 관내 최저 순위를 각 기록하였는데, 피고는 배전운영실 내부 분열 및 갈등상황이 근로자 간의 인화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업무수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피고는 ‘D지사 배전운영실 정상화’를 위해 배전운영실장 I를 보직해제하고, 정기인사 시 D지사 배전운영실 구성원 중 일부를 인사이동하기로 결정하였는바, 이 사건 전보조치 당시 D지사의 인적구성을 재개편할 필요성이 충분히 있었다고 보인다.
피고는 2020. 1.경 H본부 E에 지중운영파트를 신설하고 VFL(Very Low Frequency, 초저주파) 진단업무를 수행할 5직급 인원 2명을 추가로 배치할 계획을 수립하였다. 원고 A은 지중케이블 VLF 진단 실무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시험을 통과하여 VLF 진단 인증서를 발급받는 등 VLF 진단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직무능력을 갖추었다. 이에 피고는 원고 A에게 위 신설된 지중운영파트에서 VLF 진단업무를 담당하게 할 목적으로 이 사건 전보조치를 통해 원고 A을 D지사에서 E로 인사이동하였다.
이 사건 전보조치로 인한 생활상 불이익 발생 여부
앞서 든 증거에 을 3, 4,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 C, B의 경우, 이 사건 전보조치 전후로 직급과 임금 수준, 근무형태가 동일한 점, ② 원고들은 H본부 관할 내 다른 사업소로 관내이동<각주1>을 하였는데, 원고 A이 가게 된 E는 J, 원고 C이 가게 된 F지사는 K, 원고 B가 가게 된 G지사는 L에 위치하고 있는바, 모두 H에 위치한 사업소들이어서 원고들의 출퇴근 시간이나 소요되는 비용 등에 있어 현저한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원고 A의 경우 이 사건 전보조치 이후 급여가 감소하였으나, 이는 교대근무에서 상주근무로 근무형태가 변경됨에 따라 야간‧휴일근로수당 상당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어서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④ 피고의 인사방침상 사업소 간 인적 교류 활성화를 위해 매년 정기 인사이동을 실시하고 있어 원고들에게 이 사건 전보조치로 약간의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 소속 근로자라면 통상적으로 감수하는 정도에 불과한 불이익이라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전보조치로 인하여 원고들이 겪는 생활상의 불이익은 통상 수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피고의 인사권 남용 여부
앞서 든 증거에 을 9, 10, 14, 1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전보조치 당시 원고들과의 사전협의나 근무희망지 조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전보조치가 피고의 인사권을 남용하여 이루어진 조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의 ‘2020년도 5, 6직급 정기이동 기준’, ‘2020년도 4, 5, 6직급 관내 이동기준’에 의하면, 정기 인사이동시 동일사업소에서 9년 이상 근무한 자를 필수 이동대상으로 정하고 있을 뿐이고, 실제로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9년 미만 근무한 자에 대하여도 인사이동이 이루어졌다. 피고 H본부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실시한 관내이동 인사발령 312건 중 동일사업소 근속기간이 9년 미만인 경우는 244건으로 약 78.2%, 인사이동 희망지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는 110건으로 약 35.1%에 달하고, 위 두 가지 모두 해당하는 경우도 98건으로 약 31.3%에 달하는바,<각주2> 이 사건 전보조치 당시 원고들의 D지사 근속기간이 9년 미만이거나 원고들이 인사이동을 희망하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의 인사기준에 반하는 전보조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의 ‘신문고’ 시스템상 I 등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관한 내부고발은 익명으로 이루어졌다. 원고 C, B 등이 작성한 이 사건 탄원서에는 위 원고들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으나, 위 탄원서에는 원고 C, B 외에 다른 8명의 이름이 함께 기재되어 있고, 원고 A의 이름은 위 탄원서에 기재되어 있지도 않다. D지사 소속 N 역시 이 사건 탄원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인사이동을 신청하지도 않았지만, 원고들과 같은 시기에 전보발령을 받았다. 이러한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원고 C, B의 이 사건 탄원서 작성을 비롯한 내부고발행위와 이 사건 전보조치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이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피고는 2차례에 걸쳐 진행된 개별면담을 통해 배전운영실 내부 문제를 파악한 이후 배전운영실장을 보직해제하고 직원 투표를 거쳐 새로운 배전운영실장을 선임하는 등 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조치를 취하였을 뿐이고, 그 과정에서 특별히 내부고발자를 색출하여 보복성 인사를 감행할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피고가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 제20조 제1항에서는 “공사가 업무수행상 조합원의 이동을 행할 때는 그 취지 및 범위를 사전에 조합과 협의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피고는 2020. 1.경 피고 노동조합 O지부 위원장, D지회 위원장과 D지사 배전운영실 안정화를 위하여 일부 인원을 2020년 정기인사이동 시 관내 다른 지역사업소로 이동시키기로 하는 데에 합의하였고, 2020. 3.경 O지부 위원장과 인사이동 대상자의 거주지를 고려한 지역사업소 배치 등 구체적인 인사이동 내용에 관하여서도 협의를 거쳤다. 한편 개별 근로자에 대한 근무희망지 조사는 인사이동 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에 해당하지 않는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전보조치로 인한 원고들의 생활상 불이익이 피고의 업무상 필요성보다 크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인사권을 남용하여 이 사건 전보조치를 하였다고 볼 수도 없어 이 사건 전보조치가 위법하여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피고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조치로서 이 사건 전보조치를 하였으므로, 원고들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전보조치가 적법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봉기(재판장) 김성준 이진희
각주1) 피고의 인사이동은 지역본부 간 이동인 관외이동과 지역본부 내 지역사업소 간 이동인 관내이동으로 구분된다.
각주2) 원고들은, 위 기간 동안 동일사무소에서 9년 미만 근무한 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인사이동의 대부분은 2018년 신설된 피고 M지사에 근무희망을 신청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D지사에서 M지사로 인사이동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68건의 인사이동 사례가 존재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