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1946년에 설립된 국립대학으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1. 12. 28. 법인으로 전환되었다. 원고들은 피고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시설관리 업체 소속 근로자들이었다가, 2018. 3. 이후 정부의 정책 지침에 따라 피고에게 직접 고용되어 ‘시설관리직’이라는 무기계약직 직군으로 편입된 근로자들이다.
정부는 2017. 7. 20.경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위 가이드라인에서는, 파견·용역 근로자의 경우 ‘노사 및 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하여 정규직 전환 대상, 방식, 시기, 임금체계, 채용방식 등을 협의하고, 정규직 전환 후 ‘① 원칙적으로 직종별로 동일한 임금체계 설계, ② 고용전환 당시 동일·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무기계약직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직군을 신설하여 임금체계 적용 및 ③ 그에 따른 체계적 인사관리’를 실시하도록 정하였다
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피고는 2018. 2. 6. 노사 및 전문가협의회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서울대학교 용역·파견근로자 정규직 전환 합의서(노사 및 전문가협의회 합의사항)’을 체결하였고(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고 한다), 이 사건 합의서에 따라 2018. 3. 1. 이후부터 시설관리직원 중 청소·경비·기계·전기 등 용역근로자를 ‘시설관리직’으로 직접 고용해왔다.
피고는 종전에 시설관리직원에게 적용되었던 시설관리 용역회사의 취업규칙을 그대로 ‘서울대학교 시설관리직 취업규칙’으로 제정하여(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이라고 한다), 이를 직접 고용한 시설관리직원에게 적용하였다. 이 사건 취업규칙의 주요 규정은 아래와 같다.
피고는 행정·사무 등 업무에 종사하는 이른바 ‘법인직원’인 정규직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정규직 근로자들’이라고 한다)에게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맞춤형복지포인트, 정액급식비 및 명절휴가비(이하 ‘이 사건 각 수당’이라고 한다)를 지급해 왔는데, 원고들에게는 이 사건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이 사건 정규직 근로자들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해 왔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 제 1, 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들
피고가 이 사건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이 사건 각 수당은 업무의 질이나 양과 관계없이 서울대학교에서 근무하는 직원이기만 하면 누구나 지급받을 수 있는 일률적·보편적인 복리후생비임에도, 피고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원고들에게 이를 지급하지 않거나 과소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① 무기계약직이라는 원고들의 고용형태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므로, 위와 같은 피고의 차별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대우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고, ② 설령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 처우로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의 대사인적 효력, 민법 제103조, 제750조를 위반하여 원고들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한 불법행위이거나 사용자의 배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별지 2 ‘원고별 청구금액 표’의 ‘합계’란 기재와 같은 각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무기계약직(시설관리직)이라는 원고들의 고용형태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무기계약직과 같은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더라도, 원고들이 지목하는 이 사건 정규직 근로자들은 원고들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해당하지 않고, 시설관리직의 임금체계는 노사 합의로 결정되었으므로 차별 취급에 합리적 이유가 존재한다.
판단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등대우인지 여부
관련 법리
헌법 제11조 제1항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위 헌법 제11조 제1항을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화한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조항의 ‘사회적 신분’ 역시 헌법 제11조 제1항과 마찬가지로 해석하여야 하고, 다만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는 경우 같은 법 제114조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은 더욱 명확하고 예측가능성이 있도록 해석되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열거하고 있는 다른 차별금지사유인 ‘성별’, ‘국적’, ‘신앙’은 모두 사용자의 의사나 사업장에서의 근로형태 등과 관계없이 당해 근로자가 비교적 오랜 기간 이를 유지하면서 쉽게 변경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관계에 있어서 근로자가 선택하여 취득할 수 없는 요소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말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쉽게 변경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의 ‘고정성’과 ‘선택불가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사회적 신분에는 선천적 신분뿐만 아니라 자기 의사에 의해서도 피할 수 없는 후천적 신분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나, ‘사회적 신분’이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을 의미하는바(헌법재판소 1995. 2. 23. 선고 93헌바43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러한 후천적 신분에는 근로자가 상당 기간 동안 차지하고 있고 개인의 의사로 쉽게 변경할 수 없는 인격적 표지로서 소수자의 차별로 연결되기 쉬운 사회적 지위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본 기초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는 사회에서 쉽게 변경할 수 없는 고정적인 지위라거나 근로자의 특정한 인격과 관련된 표지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을 이유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의사합치에 따른 것으로 결국 근로자 스스로 선택한 고용형태이다. 원고들은 피고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시설관리 업체 소속 근로자들이었다가, 2018. 3. 이후 정부의 정책 지침에 따라 피고에게 직접 고용된 근로자들로서, 언제든지 다른 고용형태의 채용에 지원함으로써 ‘법인직원’과 같은 정규직의 고용형태로 변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결국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 내지 고용형태가 근로자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쉽게 변경할 수 없는 계속적·고정적인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는 법적인 개념이 아니고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정규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위 법률의 보호를 받을 수는 없는 중간지대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규직처럼 계약기간의 제한이 없기는 하나 본질은 계약직이라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하여 급여체계나 근로조건이 정규직과 달라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결과가 발생한다고 하여 무기계약직에 대하여 우리 사회에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가 수반된다거나 그것이 당해 근로자의 특정한 인격과 관련된 표지라고 보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을 살펴보더라도 달리 무기계약직에 대한 일정한 사회적 평가가 수반된다거나 무기계약직이라는 자체로 해당 근로자의 인격과 관련된 특정한 표지가 드러난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차별적 처우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말하며,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경우에는 차별 자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로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가 비교대상자로 지목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1051 판결 참조). 한편, ‘차별적 처우’란 사용자가 근로자를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의미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라 함은 당해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본 기초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1, 12, 13호증, 을 제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갑 제2 내지 2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의 각 기재 등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지목하는 이 사건 정규직 근로자들과 원고들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에 대한 차별 자체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설령 차별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의 대사인적 효력, 민법 제103조, 제750조 위반 및 사용자의 배려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헌법 제11조 제1항에 근거를 둔 평등원칙은 일체의 차등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을 금지하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므로, 이 사건 각 수당에 복리후생적 성격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소속 근로자이기만 하면 직종이나 업무내용을 불문하고 모두 동일한 기준에 따라 이 사건 각 수당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각 수당과 같은 복리후생적 임금은 근로시간에 직접 또는 비례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로 제공과의 밀접도가 약하기는 하지만, 이 역시 임금 즉, 근로의 대가로서 지급되는 것이지 단지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근거하여 지급된다고 할 수 없으며, 이러한 수당을 지급하게 된 것이 현실의 근로 제공과는 무관하게 단순히 근로자의 생활이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대법원 1995. 12. 21. 선고 94다26721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 등 참조). 따라서 복리후생적 임금의 차등지급이 차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업무 내용·권한·책임 등을 고려할 때 양 집단의 노동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비교집단이 설정될 수 있어야 한다.
원고들은 구체적으로 자신들이 피고 소속의 이 사건 정규직 근로자들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관한 주장·증명을 하고 있지 않다. 원고들은 이 사건 각 수당을 지급받고 있는 이 사건 정규직 근로자들을 비교집단으로 지목하면서, 원고들도 이 사건 정규직 근로자들과 같이 상시, 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과, 이 사건 각 수당은 업무의 내용이나 채용 경로 차이를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복리후생적 수당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복리후생적 임금이라 하더라도 업무의 내용이나 권한, 책임 등에 비추어 양 집단이 동일한 가치를 가진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고려하여 근로자들 사이에 차별이 존재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하고, 이 사건 각 수당이 다소 복리후생적인 성격을 가진다는 사정만을 근거로 피고 소속 근로자들 전부에게 이 사건 각 수당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오히려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전제로 한 주장과 다르지 않다. 원고들은 이 사건 정규직 근로자들 중 기성회직 출신 직원은 채용 경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각 수당을 지급받고 있으므로 채용 경로의 차이를 들어 비교집단에 해당할 수 없다거나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나, 위 각 증거들을 살펴보더라도, 원고들과 같은 시설관리직과 이 사건 정규직 근로자들은 채용 기준과 절차 뿐만 아니라 담당업무와 근무시간, 교육훈련 제도 등이 서로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서울대학교 직원 인사규정, 임금·단체협약이 적용되는 반면, 원고들과 같은 시설관리직의 보수나 복무 등에 관하여는 별도의 취업규칙(이 사건 취업규칙)이 적용되는바, 원고들과 이 사건 정규직 근로자들 사이에 이 사건 각 수당 지급의 차등이 발생한 것은 양 집단의 보수규정이 이원화되어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그런데 피고는 노사 및 전문가협의회와의 이 사건 합의서에 따라 원고들을 직접 고용하면서 이 사건 취업규칙을 제정하여 원고들에게 적용하고, 원고들이 소속된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약에 따라 원고들의 임금체계를 결정하였으므로, 결국 원고들과 이 사건 정규직 근로자들 사이의 임금체계 차이는 노사 합의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언제든 공개채용 절차를 통해 고용형태를 전환함으로써 이 사건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보수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원고들은 피고 소속의 일부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의 경우 차별이 해소되어 가족수당과 자녀학비보조수당, 명절휴가비 등을 지급받는 경우가 있으므로 유독 원고들에 대한 차별만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 소속 직원들 사이에서도 본질적으로 동일하지 않은 집단 간에는 얼마든지 차등적인 근로조건이 설정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들이 아닌 다른 직원들에게 이 사건 각 수당을 지급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고가 원고들에게도 이 사건 각 수당을 동일하게 지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현석(재판장) 안근홍 차현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