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근로자 E, F에게 임금 등을 지급해야 할 당시 위 회사의 인사, 예산, 자금집행 등 경영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권한을 보유하거나 행사한 자는 피고인이 아니라 이 사건 회사 대표이사인 I이다. 피고인은 사용자에 해당되지 않는다.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벌금 200만 원)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근로기준법 소정의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기타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근로기준법 제2조).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사업경영담당자’라 함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며(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도1199 판결 등 참조), ‘기타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1989. 11. 14. 선고 88누6924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5984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던바,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2016. 5. 2. 이 사건 회사의 전신인 주식회사 N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가 2018. 4. 18. 위 대표이사직을 사임하였는데, 주식회사 N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에도 주식회사 N의 실제경영자임을 이유로 주식회사 N의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체불에 관하여 벌금 300만 원의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 점, ② I는 2018. 4. 18.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고, H은 2019. 3. 1.경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 권한대행으로 발령받았는데, 위와 같이 I를 대표이사로 영입한 사람이 바로 그 직전까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피고인이고, H을 대표이사 권한대행으로 선임하는 의사결정도 피고인이 주재한 임원진 회의에서 이루어진 점, ③ 위와 같이 I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에도, 피고인은 ‘의장’이라는 직함을 보유한 채 이 사건 발생 당시까지 계속 이 사건 회사 사무실에 출근하였고, 이 사건 회사 사무실에는 대표이사 집무실 옆에 대표이사 집무실보다 더 큰 의장 집무실이 배치되어 있었던 점, ④ I는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피고인에게 보고를 하고, 피고인의 결재를 받아 이 사건 회사의 자금집행, 인사발령, 채용여부 결정 등을 해 왔던 것으로 보이고, 근로자들에게 임금 등 체불에 관한 양해를 구하는 안내문을 보내는 것도 피고인의 결재를 받아 처리하였으며, H 역시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 권한대행으로 취임한 후 직원들에 대한 급여 지급 등 이 사건 회사의 자금집행에 관하여 피고인의 결재를 받아 처리한 점, ⑤ 이 사건 회사는 2018. 5. 3.경 O단체와 ‘공식 스폰서쉽 계약 및 협약식’을 체결하고, 2018. 11. 13.경 P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I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임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를 대표하여 위 계약 및 협약식, 업무협약을 직접 체결한 점, ⑥ 피고인은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각종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 사건 회사의 사업내용, 사업전망, 포부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사업이 확장되는 만큼 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능한 저녁이 있는 삶을 선사해 주고 싶습니다. (중략) 저의 경영철학에 걸맞도록 직원들과 같은 목표와 꿈을 이루기 위해 모두가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한 점, ⑦ 피고인이 2019. 1. 22. 이 사건 회사의 사내전자게시판에 ‘회사 설립 1주년 즈음에...’라는 제목으로, 어려운 환경 극복과 회사 성장을 위해 임, 직원들의 더 많은 노력과 역할을 당부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점, ⑧ 피고인은 2018. 8. 29. 기준으로 이 사건 회사 발행 주식의 89%를 소유한 대주주이고, 그와 같은 지분비율은 이 사건 발생 당시까지도 큰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2019. 9.경 임금체불을 항의하던 근로자 G에게 임금체불에 관한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적도 있는 점, ⑨ 이 사건 회사의 인사 담당 직원들인 J, K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은 대표이사 I보다 상급자로서, 피고인을 이 사건 회사의 이른바 오너로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형식상 전문경영인인 I를 영입하여 대표이사로 선임한 후에도 ‘의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이 사건 회사의 인사, 예산, 자금집행 등 경영에 대한 보고를 받으면서 이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권한을 보유했던 ‘사용자’에 해당함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위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까지 보태어 보면, 피고인은 근로자 E, F가 퇴직하여 임금 등을 지급해야 할 당시 이 사건 회사의 사주로서, 형식상으로는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의장’으로서 회사를 직접 경영하여 왔고,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 지급업무에 관하여 최종적인 의사결정권한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사업경영담당자 내지 기타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로서 ‘사용자’에 해당된다고 봄이 상당하다(I가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결국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I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전문경영인으로서 이 사건 회사를 경영하고 실무를 처리한 것은 맞지만 최종적인 의사결정권한은 피고인에게 있었다고 진술하였는바(I는 대표이사직 사임 역시 피고인의 승낙을 받아 처리되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과 I 사이의 텔레그램 대화내용, 보고/결재관련 전사공지문의 기재도 I의 위 진술에 부합한다.
G, K 역시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 회사의 최종적인 의사 결정권한이 피고인에게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그와 같이 믿게 된 근거에 관하여, 피고인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다음에도 기존과 동일한 사무실에 계속 출근하였고, 각 계열사 대표들을 모아놓고 주간회의를 주재하였으며, 이 사건 회사의 대내외 활동을 피고인이 주관한 점 등을 들었다. 나아가 I가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에 작성된 사내전자게시판의 공지글 또는 댓글상에도 피고인의 닉네임이 “CEO”(최고경영자)로 표시되어 있었던 점,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결재절차 등을 더하여 보면, 증인들의 위와 같은 진술이 단순한 짐작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은, I 취임 초기에는 자신이 최종결재권자로 남아 있었지만, 2018. 5. 24. I에게 결재권한을 완전히 넘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I는 2018. 9.경에도 피고인에게 업무보고를 하였음이 확인되는바, 그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의 허락 내지 승인이 있어야 비로소 업무처리가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2018. 10.경까지 ‘최종 결재권자’로서 결재권한을 행사하였으며, 2019. 3. 7.에도 비용지급에 관하여 ‘의장’으로서 결재한 내역이 발견된다. 2018. 10.경 이후 시스템상 피고인의 ‘결재’란이 삭제되었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피고인이 최종결재권자로서의 역할을 그만두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를 모회사 내지 지주회사로 하고, 주식회사 AG, 주식회사 AH, 주식회사 AI, 주식회사 AJ, 주식회사 AK, 주식회사 AL, 주식회사 AM, 주식회사 AN, 주식회사 AO 등을 계열사로 하는, 소위 ‘AP그룹’(이하 이 사건 회사와 구별하여 위 계열사들을 통칭할 때 ‘이 사건 그룹’이라 한다)을 만들어, 자신이 위 그룹의 대표로서 그룹을 총괄하고 행사들을 진행하며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담당하였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역할은 이 사건 그룹의 모회사 내지 지주회사인 이 사건 회사의 역할과 중복되는바, 위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피고인은 범죄사실 첫머리에 기재된 것과 같이 2017. 12. 21. 사기죄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고(위 판결은 2019. 4. 3. 확정되었다), I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할 무렵에는 배임증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2018. 8. 8. 기소되어 2019. 9. 5.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2020. 7. 30.경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러한 연유로 2018. 4. 18.경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 전문경영인인 I를 대표이사로 영입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므로,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당심에서 새로운 양형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양형조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윤선(재판장) 김예영 장성학
각주1) 피고인은 ‘사업경영담당자’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인데, 원심은 피고인을 ‘사업주’라고 보았다(사업주는 ‘이 사건 회사’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사용자’에 해당함에는 변함이 없다.
각주2) 근로기준법 제2조에 의하면, &apos사용자&apos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기타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사업경영담당자라 함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는바,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경영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 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는 만큼, 사업경영 담당자란 원칙적으로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서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등 참조).
각주3) 증거기록 제2책 제322, 325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