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구두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의 구두 제조 과정은 ① 제품 기획 및 설계, ② 견본 제작, ③ 재단작업, ④ 갑피작업(재단된 가죽을 구두의 형태로 접착 및 봉제하는 작업), ⑤ 저부작업(골에 봉제된 가죽을 씌우고 창을 붙이고 건조하는 작업), ⑥ 검품 및 출고 순으로 이루어진다.
원고는 2005. 5.경부터 2009. 3.경까지 서울 관악구 C 소재 지하 1층 작업장에서 피고가 제조하는 구두의 갑피작업을 하고 피고로부터 월 급여 명목의 돈을 지급받았다.
D는 E회사이라는 상호로 피고와 사이에 구두 표준하도급(외주)계약을 체결하고 피고로부터 하청을 받은 구두의 갑피작업을 하였다. 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4조(단가)
피고와 D(E회사)는 합리적인 산정방식에 따라 다음과 같이 기본 단가를 책정하며, D(E회사)가 자체적으로 대스키 기계와 하리 기계, 프레스 등을 보유하고 해당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인력을 직접 고용하는 점, 피고 신발의 수선 작업도 일부 수행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는 D(E회사)에게 기본단가에서 족당 1,800원을 가산한 금액을 지급한다. 단, 1개월 단위(매월 초일 ~ 말일)로 산정한 가산금액의 합계가 14,000,000원에 이르지 못할 경우, 피고는 D(E회사)에게 최저 14,000,000원의 가산금을 보장하여야 한다.
기본단가
원고는 2009. 4.경부터 2011. 5.경까지는 서울 관악구 F 소재 지하 1층 작업장에서, 2011. 6.경부터 2018. 5.경까지는 서울 관악구 G 소재 H마트 건물 2층 작업장에서 피고가 제조하는 구두의 갑피작업을 하였는데, D(E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D로부터 작업을 한 구두의 종류별 족수에 따라 계산한 도급수수료를 지급받았다. 한편 원고는 2018. 1.경 이후에는 I(J회사)로부터 도급수수료를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7 내지 10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2005. 5.경부터 2018. 5.경까지 근무 장소나 급여지급주체의 변경에 관계 없이 피고와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였으므로 근로기준법 제34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피고에게 근로기간에 상응하는 퇴직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① 2009. 4.경 이후 원고가 근로를 제공한 상대방은 E회사 및 J회사이고 피고는 E회사 및 J회사와 표준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지급하였을 뿐이므로 피고가 원고의 사용자임을 전제로 한 퇴직금 청구는 이유 없으며, ② 설령 2009. 4.경 이전에 원·피고 사이에 근로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피고에 대한 퇴직금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다툰다.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인지 여부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기존 기업 중 일부 생산부문의 인적 조직이 이른바 '소사장 기업'이라는 별개의 기업으로 분리된 경우 그 소사장 기업에 고용된 채 기존 기업의 사업장에서 기존 기업의 생산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기존 기업의 근로자로 보기 위해서는 그가 소속된 소사장 기업이 사업주로서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여하여 기존 기업의 한 부서와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근로자는 기존 기업과 사용종속관계에 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도649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15호증, 을 제3 내지 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모두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한 문서송부촉탁결과, 증인 K, D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D로부터 급여를 지급받게 된 2009. 4.경 이후에 D가 사업주로서 독립성을 결여하여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거나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D(E회사)는 피고와 사이에 구두 표준하도급(외주) 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를 포함한 갑피공들 20여명을 고용하여 피고 제작 구두의 갑피작업을 수행한 뒤 피고로부터 매월 표준하도급(외주) 계약에 따라 산정한 납품대금을 지급받았다.
D는 매일 피고로부터 갑피작업을 할 물량을 받아온 뒤 원고를 비롯한 갑피공들의 작업 능력에 따라 작업량을 할당하였고, 작업량 결정에 관하여 갑피공들과 협의하지 않았다.
원고는 정해진 출퇴근 시각에 따르지는 않았으나 당일 내로 분배받은 작업량을 마쳐야 하였으므로 작업량에 따라 근로시간이 사실상 통제되었고, D로부터 아침 일찍 출근하라는 권고를 받기도 하였다. 원고를 비롯한 갑피공들이 결근 또는 지각하거나 배당된 작업량을 모두 수행하지 못한 경우 D로부터 작업량을 줄이겠다는 경고를 받거나 퇴사 권고를 받기도 하였다.
D는 원고를 비롯한 갑피공들에게 각자 작업한 구두의 종류별 족수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매월 도급수수료로 지급하였는데, 그 단가를 갑피공들과 개별적 합의에 의하지 않은 채 직접 결정하여 일괄적으로 적용하였으며, 시기에 따라 단가를 증액하여 지급하기도 하였다.
원고들 비롯한 갑피공들은 D가 마련한 작업장에서 D가 제공한 작업 기계와 비품, 재료를 이용하여 작업하였고, 각자 일하는 작업대가 정해져 있었으며, 칼, 망치, 가위, 집게 등 작업자의 손에 익어야 하는 소규모 연장의 경우에만 개인적으로 준비하여 사용하였다.
D는 2017년 하반기경 경영악화 및 건강상의 문제로 E회사의 폐업을 고려하게 되었고 그 무렵 D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작업을 하던 갑피공들 중 원고를 비롯한 상당수는 I(J회사)으로 소속을 변경하여 갑피작업을 하며 도급수수료를 지급받게 되었다. I(J회사)는 D와 같은 형태로 피고와 구두 표준하도급(외주)계약을 체결하고 갑피공들을 고용하여 갑피작업을 하다가 2018. 6.경부터는 피고 구두 완제품을 제작하였다.
갑피부실장 등 피고의 직원이 원고를 비롯한 D(E회사) 소속 갑피공들이 작업하는 공간에 와서 작업방법 및 주의사항 등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였지만, 이는 외주업체를 통하더라도 동일한 모양, 품질의 구두를 제작해야하는 피고 구두 제조과정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와 피고가 사용종속관계에 있다는 징표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2005. 5.경부터 2018. 5.경까지의 기간 동안 피고의 근로자로서 근무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퇴직금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한편 원고의 주장을 2009. 4.경 이후의 근로관계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2009. 3.경까지 피고와 사이에 근로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해당 기간의 퇴직금을 구하는 것으로 선해하더라도, 위 시점의 근로관계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설령 근로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소가 제기된 2021. 5. 17. 이전에 퇴직금 청구권의 시효기간이 도과하였음이 역수 상 명백하므로 이에 대해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경정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