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텔레마케팅 및 이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주식회사 C(이하 ‘C’)은 피고와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 업무위촉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여 피고에게 통신판매업무를 위탁하였다.
이 사건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일부)은 아래와 같다.
피고가 C과 약정한 계약기간은 2020. 7. 13.부터 2021. 1. 12.까지의 6개월이었으나, 피고는 2021. 1. 4. 임의로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였다. 한편 이 사건 계약에 따라 C이 피고에게 지원한 제반 비용과 지급한 프로모션금원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
피고의 업무 수행에 지원되는 모든 제반 비용(DB 제공비용, 사무실 임대료, 기타 비품 제공 비용 등)은 매월 지급되는 지원금 및 보수금에서 차감하고 지급하였어야 하나, C은 피고가 수령할 보수에서 이를 차감하지 않고 일단 전액 지급하였다. 이 사건 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피고는 약정에 따라 이를 반환하여야 한다.
이 사건 계약 제12조 제1항 ③에 따르면 업무위탁계약이 해지, 만료된 후라도 피고가 성과보수를 지급받았거나 추가 프로모션에 따른 시책금을 지급받은 계약에 대하여 고객에게로의 환불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피고는 그 환불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 또는 기지급 시책금을 C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이 사건 계약 제12조 제5항 단서에 따르면 이 사건 계약이 피고의 귀책사유로 계약기간 만료 전에 해지된 경우 피고는 지급받은 추가보수(프로모션금원) 전액을 C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C에게 아래와 같은 돈을 반환하여야 한다.
C은 주식회사 D(이하 ‘D’) 등으로 분할되었다. C의 피고에 대한 위 채권은 회사분할계약에 따라 D에 귀속되었고, 같은 회사는 2021. 10. 13. 원고에게 피고에 대한 채권을 양도하였다. 원고는 위와 같이 양수받은 채권 중 우선 200,000,000원만 청구한다.
피고
소송신탁 주장
원고와 D 사이의 채권양도계약은 소송행위를 하기 위한 소송신탁행위로서 무효이다. D은 오직 이 사건과 같은 소송만을 수행하기 위하여 2021. 9. 30. 원고 회사를 설립하여 원고 회사로 하여금 C에서 퇴사한 근로자 약 200명을 상대로 약정금 반환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D과 원고 사이의 채권양도합의서에는 채권양도계약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내용이 없어 정상적인 채권양도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D은 투자 피해자들로부터 소를 제기당하는 위험과 근로자들에 대한 급여채무, 이 사건 소 등에서 패소할 경우에 발생할 책임을 각 면하고, D에 대한 각 소송 상대방들의 항변을 무력화하기 위하여 위와 같이 허위로 채권을 양도한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0조에 따른 약정 무효 주장
C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계약은 근로계약이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금원은 피고가 제공한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에 해당한다. 원고가 약정금반환청구의 근거로 제시한 ㉠ 이 사건 계약 제12조 제2항 후문의 계약 해지 시 지원된 제반 비용의 반환 약정, ㉡ 같은 조 제1항 ③, ④의 해지고객 환불금의 10% 반환 약정, ㉢ 같은 조 제5항의 계약 해지 시 프로모션금원 반환 약정은 근로자인 피고에게 마땅히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원고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이고, 또한 그 취지가 원고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바로 소정 금액을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것으로서, 이는 모두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하여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계약 조항에 해당하므로 무효이다.
판단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채권양수는 소송행위 수행을 위한 것으로서 무효이므로 각하(만약 소송행위를 위한 신탁 사실이 인정된다면 소가 각하되어야 한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 회사가 2021. 9. 30. 설립되어 다수의 퇴직근로자들을 상대로 이 사건과 동일한 성격의 소를 제기하고 있다거나, 채권양도합의서(갑 제1호증)에 채권양도에 수반하는 부대약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D이 원고로 하여금 소송행위를 하게 하기 위하여 피고에 대한 채권을 양도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또한 지명채권이 양도될 경우에는 채무자가 채권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채권양수인에게도 대항할 수 있으므로 D이 근로자들의 대항을 회피할 목적으로 채권양도를 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 그 자체로도 타당하지 않다.
그 외에 D이 원고로 하여금 피고 등을 상대로 소송을 하게 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에서 원고가 청구하는 채권을 양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다른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피고의 근로자성 유무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근로자성 유무에 따라 피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계약 각 조항의 효력이 결정되므로 피고의 근로자성 여부가 먼저 판단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C은 피고를 비롯한 영업직원의 출․퇴근을 엄격히 관리하였다.출근시간은 오전 9시로, 퇴근시간은 오후 6시로 정해져 있었으나 피고는 오후 11시 혹은 12시까지 근무하는 경우도 잦았고, 실적이 저조할 경우 C은 영업직원들에게 주말이나 휴일에도 근무하라고 요구하였다. C은 피고의 상급자인 팀장들에게 ‘건강관리는 개인이 관리해야 하는 것이니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무급휴가를 쓸 생각을 하지 말고 바라지도 말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며 이를 각 팀의 팀원들에게 공지하라는 지시를 하기도 하였다.
[인정근거] 을 제2호증의 1 내지 3. 을 제3호증의 1 내지 5, 을 제4호증의 1 내지 11. 을 제5호증의 1 내지 3(이상 각 문자대화)
피고의 근무 장소 및 근무 장소 내에서의 자리는 C이 정하였고, 피고는 지정된 자리에서만 근무할 수 있었다.
[인정근거] 을 제6호증의 1 내지 4(각 CC-TV 사진 및 감시 메시지), 을 제7호증의 1 내지 5(각 자리배치 보고)
C은 업무에 관하여 피고를 지휘․감독하였다.
C의 “본부장”은 ① CCTV로 피고를 포함한 영업직원들의 업무수행 상황을 감시하면서, 직원들이 자리를 오랫동안 비우거나 업무 외의 행동을 하면 훈계하거나 직원들의 업무수행 방식을 지적하며 영업 압박을 가하고, ② 각 팀의 식사시간을 보고받고, ‘식사를 빨리 끝내고 콜을 돌리라’는 재촉을 하기도 하였으며, ③ 영업실적보고를 하도록 하고, 그와 같이 보고된 영업실적내역은 회사 내 프로그램에 입력되어 시스템에 의하여 업무성과가 철저히 관리되었으며, ④ 각 팀장 및 팀원들에게 매일 업무를 지시하고, 목표매출을 정해주었다.
[인정근거] 을 제6호증의 1 내지 4(각 CCTV 사진 및 감시 메시지). 을 제9호증의 1 내지 8(각 식사시간 및 근태보고). 을 제10호증의 1 내지 5(각 업무실적보고 사진), 을 제11호증의 1 내지 5(각 영업직원의 실적이 입력된 프로그램 사진), 을 제4호증의 1 내지 11(각 업무지시 메시지), 을 제12호증의 1 내지 5(각 메시지)
피고는 피고 자신의 계산으로 영업을 영위하지 않았다.
C은 피고에게 컴퓨터, 책상, 업무에 필요한 DB, 이동전화(‘E’이라는 명칭의 C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앱이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서, 이 앱은 전화 통화내용 녹취, 전화 시도 건수, 전화 통화 시간 등을 집계하는 기능이 있음)를 모두 제공해주었다.
이 사건 계약 제12조 제2항에는 “갑은 을에게 업무에 지원되는 모든 제반 비용(DB 제공, 사무실 제공 기타 비품 제공 등)에 대한 금액을 매월 지급되는 지원금 및 보수금에서 차감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위 모든 제반비용이 보수에서 차감된 적은 없었다. 한편 C의 채용공고에서는 “최상의 DB 무료제공!”, “자체생산 양질의 신규 DB 제공”, “C만이 할 수 있는 최상의 DB 무료제공”, “국내 최고의 DB를 매일! 매일! 넘치는 양질의 DB를 DB값 없이! 무제한 제공”이라며 양질의 DB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정근거] 을 제15호증의 1 내지 6(각 영업직원의 E 보고), 을 제15호증의 7 내지 9(각 E 체크), 을 제17호증(C채용공고), 변론 전체의 취지
C에는 정식직급 및 승진체계가 있고, 피고도 입사 후 ‘과장’이라는 직급과 회사 이메일 주소를 부여받았다.
[인정근거]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위 각 인정사실에 나타난 피고의 실제 업무수행 내용, 업무수행 방식(근로의 시간적․장소적 제약, 업무방식의 정형성․비자율성, 계속적․실질적․전속적인 노무 제공) 내지 C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의 정도(근태 및 실적관리, 시스템에 의한 업무성과의 관리), 급여의 산정 및 지급 방식 등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C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계약은 그 형식만 위촉계약처럼 되어 있을 뿐, 실질은 피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C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계약관계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면서, ⓐ 피고가 계약 및 계약기간의 설정, 해지 등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고, ⓑ 이 사건 계약기간이 짧으며, ⓒ C의 지휘․감독은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한 것으로 불가피한 것이고, CCTV는 시설보안 및 내부 기밀정보 관리상 최소한으로 설치한 것으로서 직원 감독용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 ⓑ의 주장사실은 그 자체로도 피고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위 ⓒ의 주장은 앞서 이미 인정한 사실에 반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면 C과 피고 사이의 이 사건 계약에 관하여는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므로, 실질적으로 이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이 사건 계약 제12조 제2항, 같은 조 제1항 ③, ④, 같은 조 제5항은 무효이고, 따라서 C은 피고에게 이른바 ‘DB 제공비용’, 사무실 임대료, 프로모션금원에 대한 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
결국 C의 피고에 대한 채권을 양수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원고가 양수받은 채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더 나아가 볼 필요도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