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3. 24. 선고 2021가합511541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 중 피고의 원고에 대한 2018. 6. 8.자 직위해제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부분을 각하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203,110원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99/100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철도운송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공기업으로, 서울 강남구 수서역을 기점으로 한 부산 및 목포 구간의 고속철도 운행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나.

원고는 2015. 1. 2. 피고에 경력공채로 입사하여 B, C, D역장 등을 역임하다가 2018. 12. 31. 정년퇴직하였다.

다.

피고는 2018. 6. 8. 당시 D역장이던 원고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현저히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직위해제하였다(이하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이라 한다).

라.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과 관련한 피고의 인사규정(이하 ‘이 사건 인사규정’이라 하고, 신·구 인사규정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각 ‘구 인사규정’, ‘신 인사규정’이라 한다)은 아래와 같다.

마.

한편, 피고는 원고에게 2019. 2. 1. 퇴직금 명목으로 21,804,490원을 지급하였는데,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과 관련한 피고의 보수규정(이하 ‘이 사건 보수규정’이라 한다)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 4 내지 8호증, 을 10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은 무효이다.

1)

피고는 원고가 채용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인사규정 제48조 제1항 제5호에 의하여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을 하였으나, 원고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현저히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2)

피고는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 요구를 받거나 기소 여부를 확인한 후 이 사건 인사규정 제48조 제1항 제3, 4호에 의한 직위해제처분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가 채용비리 혐의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을 하였으므로, 이는 재량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

나.

설령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이 무효는 아니더라도, 이 사건 인사규정은 취업규칙에 해당하는데, 피고는 직위해제처분의 기한을 제한 없이 할 수 있도록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기준법 제94조에서 정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절차를 거치치 아니하였으므로 신 인사규정은 무효이고, 따라서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 중 3개월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이다.

다.

피고는 원고에게 아래와 같이 미지급한 임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1)

주위적으로,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이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018. 6.부터 2018. 12.까지 지급하지 않은 임금 24,634,897원(= 직무성과급 11,073,800원 + 경영평가 성과급 3,004,840원 + 전환수당 3,500,000원 + 직책수당 6,300,000원 + 연차수당 756,257원) 및 퇴직금 14,508,357원의 합계인 39,143,254원(= 24,634,897원 + 14,508,35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이하 ‘제① 금전청구’라 한다).

2)

예비적으로, 3개월이 경과한 2018. 9.경부터는 직위해제사유가 없음에도 계속하여 원고에 대하여 직위해제처분을 유지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018. 9.경부터 2018. 12.경까지 지급하지 않은 임금 18,031,097원(= 직무성과급 8,670,000원 + 경영평가 성과급 3,004,840원 + 전환수당 2,000,000원 + 직책수당 3,600,000원 + 연차수당 756,257원) 및 퇴직금 14,508,357원의 합계인 32,539,454원(= 18,031,097원 + 14,508,35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이하 ‘제② 금전청구’라 한다).

3)

설령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이 유효라고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를 징계하지 않았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수규정 제11조에 근거한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이하 ‘제③ 금전청구’라 한다).

4)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과 무관하게, 피고는 원고에게 이미 지급한 퇴직금 21,804,490원에 대한 지연이자 203,116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이하 ‘제④ 금전청구’라 한다).

3.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 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가.

피고는, 원고가 2018. 12. 31. 이미 정년퇴직하였으므로, 더 이상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의 효력을 다툴 확인의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나.

살피건대, 원고는 정년퇴직하여 근로자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원고가 주장하는 임금 감소의 불이익은 금전지급청구를 통하여 해소가 가능한데,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의 효력 유무는 위 금전지급청구에 대한 판단 과정에서 선결문제로서 다루어지면 충분하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직위해제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4.

금전지급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의 효력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이 무효인지 여부

가)

인정 사실

(1)

대한민국 정부는 2017년 피고를 포함한 275개 공공기관, 659개 지방공공기관, 256개 기타 공직유관단체를 대상으로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실시하여 총 4,788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하였다. 국토교통부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18. 1. 12. 피고 소속 직원 4명에 대한 수사의뢰와 9명에 대한 문책요구를 하였다.

(2)

대한민국 정부는 2018. 1. 29.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후속조치 및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였고, 기획재정부는 2018. 1. 31. 피고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상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하였다.

(3)

서울지방경찰청은 2018. 5. 15. 피고에게, 원고를 포함한 피고 직원 10명에 관한 2016년경 채용비리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수사개시 통보를 하였고, E를 비롯한 언론은 같은 날 ‘다수의 피고 직원들이 2015. 7.경부터 2016. 9.경까지 평가점수 등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24명을 부정 채용하였다’며 위 채용비리 혐의를 상세히 보도하였다.

(4)

서울지방경찰청은 2018. 6. 5. 피고에게, 원고를 위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였다고 통보하였다. 피고는 해당 통보를 받고나서 그로부터 3일 후인 2018. 6. 8.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을 하였다.

(5)

원고는 ‘F 등과 공모하여 2016. 4. 7.경 G의 채용 평가점수 등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피고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2020. 8. 20. 제1심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원고가 불복 항소하여 항소심법원에서 2021. 1. 15. 벌금 1,000만 원의 형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이 법원 2019고단4020호 판결, 2020노2727호 판결, 이하 이를 모두 합하여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1 내지 3, 7 내지 9,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나)

구체적 판단

(1)

앞서 본 기초사실과 인정 사실에 더하여 을 4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은 직위해제사유 및 필요성·정당성을 충족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기획재정부 예규인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 제26조 제4항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장은 직원이 채용비리에 연루되어 수사의뢰되거나 징계 의결이 요구된 경우에는 해당 직원을 업무에서 즉시 배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는 원고가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자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을 하였다.

②

이 사건 인사규정 제48조 제1항 제5호가 다른 각 호와 병렬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점과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근절이라는 공익 및 관련 형사사건에서 원고가 채용비리를 저질러 피고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 당시의 관점에서 살펴보아도 원고의 행위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현저히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2)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 중 3개월을 초과하는 부분이 무효인지 여부

가)

신 인사규정이 구 인사규정보다 근로자에게 불리한지 여부

(1)

직위해제는 당해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의 보직의 해제를 의미한다(대법원 1996. 10. 29. 선고 95누15926 판결 등 참조).

(2)

구 인사규정에 의하면 원고가 직위해제기간인 3개월이 경과하면 즉시 직위에 복귀되나, 신 인사규정에 의할 경우 기간의 제한 없이 직위해제가 이루어진다. 직위해제처분이 징계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직위해제기간 동안 성과급과 각종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이상, 직위해제기간을 제한 없이 할 수 있다는 신 인사규정은 구 인사규정에 비하여 불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피고는 신 인사규정이 직권면직사유를 축소하였으므로 전체적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주장하나, 직위해제기간과 직권면직사유는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신 인사규정이 구 인사규정보다 불리하다는 결론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인사규정 변경이 적법한지 여부

(1)

갑 9호증, 을 5, 6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직위해제기간을 제한 없이 연장하는 이 사건 인사규정을 개정하면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로부터 명시적·묵시적인 동의를 받았다는 점을 추인하기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

(1)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나,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고, 한편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 관련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2002. 6. 11. 선고 2001다16722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기초사실 및 인정 사실에 더하여 을 14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정부는 2018. 1.경부터 공공기관 등의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고, 피고는 2018. 1. 31.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상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점, ② 피고는 2018. 4. 25. 노조에 이 사건 인사규정의 개정과 관련한 의견조회를 하면서, ‘공공기관 지정에 따라 타 공공기관의 사규 수준을 감안하였다’는 점을 명시하였고,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및 사회적 분위기에 부응하기 위하여 채용비리의 경우 직위해제처분을 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고, 직위해제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개정하였는데, 이와 같은 규정의 개정 및 신설은 피고와 같은 다른 공공기관의 직위해제사유와 동일한 사유를 추가하거나 그 기간을 동일하게 변경하는 내용에 불과한 점, ③ 피고는 이 사건 인사규정 개정에 앞서 노조에 의견조회를 하였는데, 노조는 아무런 의견도 표시하지 않은 점, ④ 원고는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 당시 채용비리에 연루되어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 공공기관의 채용비리에 대한 피고 소속 근로자들 및 일반 국민의 인식에 비추어 이 사건과 같은 인사규정의 변경이 모든 근로자들에 대한 불이익한 변경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신 인사규정 제48조 제3항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인사규정은 유효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제①, ② 금전청구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이 전부 또는 일부 무효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제③ 금전청구에 관한 판단

1)

살피건대, 이 사건 보수규정 제11조의 “무징계”란 비위행위가 가벌성이 없거나 아주 경미하여 징계의 필요성이 없었고 그로 인하여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앞서 본 바와 같이 검찰이 원고에 대한 채용비리 혐의를 수사하는 도중에 원고의 정년이 도과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직위해제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채용비리 혐의로 확정된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 대한 수사 경과를 지켜보기 위하여 징계절차를 개시하지 않고 있다가, 원고의 정년 도과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징계시기를 놓친 것에 불과하다.

3)

결국 원고는 이 사건 보수규정 제11조의 “무징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라.

제④ 금전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가 2018. 12. 31. 정년퇴직한 사실, 피고가 2019. 2. 1. 원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21,804,490원을 지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에 따르면 위 퇴직금 21,804,490원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기간인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2019. 1. 15.부터 2019. 1. 31.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은 203,110원(= 위 21,804,490원 × 17일/365일 ×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에서 정한 20%)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203,11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봉기(재판장) 김성준 이진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