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 주식회사 I가 2020. 12. 31. 원고들에 대하여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 1,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1. 1.부터 2021. 6. 18.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40%는 원고들이, 나머지 60%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제1항 및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1. 1.부터 소장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기초 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 주식회사 I(이하 ’피고 사무소‘라고 한다)는 건축물 구조 설계, 계산 및 해석,건축물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등을 목적으로 1999. 12. 3. 설립된 회사로 발행주식 총수는 보통주 30,000주이고, K과 피고 J이 각 50%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K과 피고 J은 피고 사무소 설립 당시 피고 사무소의 각자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각자 운영하는 사무소의 대표권을 행사하고, 그 수익도 사무소별로 각자 분배받기로 하는 내용의 수익분배약정을 체결하였다. 이에 K은 서울 성동구 L 소재 사무소(이하 ’L 사무소‘라고 한다)에서 주로 건축물 구조설계 업무를, 피고 J은 서울 서초구 M 소재 사무소(이하 ’M 사무소‘라고 한다)에서 주로 건축물 안전진단 업무를 수행해 왔다.
K과 피고 J은 1999. 12. 3. 피고 사무소 각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로, 피고 J의 배 우자 N는 2002. 12. 3. 피고 사무소 사내이사로 각 취임하여 재직하였는데, 피고 사무소는 2019. 7. 24. K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기로 결의하였고, 2019. 11. 26. L 사무소를 피고 사무소의 지점에서 폐지하기로 결의하였다.
원고들은 모두 2019. 11. 26. 이전 L 사무소 대표 K과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L 사무소에서 근무해 온 근로자들인데, 2019. 11. 26. L 사무소의 지점 등록이 폐지되자 피고 사무소 본점 소재지인 M 사무소의 근로자로 편입되었다.
원고들에 대한 해고 경위
피고 사무소는 2020. 11. 24. 원고들에게 ㉠ 이력서 및 경력증명서, ㉡ 자기소개서, ㉢ 연봉계약서, ㉣ 신분증 사본, ㉤ 비밀유지협약서(이하 통틀어 ‘이 사건 개인정보서류’라고 한다) 제출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들은 이를 거부하였다.
피고 사무소는 2020. 12. 24. 원고들에게 해고 조치 예정 통보를 보낸 다음 2020. 12. 28. 이사회를 개최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을 해고하기로 결의하였고, 그 무렵 원고들에게 이를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
한편, K은 2015. 1. 23.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동부지청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취업규칙(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이라고 한다)을 신고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 4, 6, 11 내지 14, 1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해고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징계절차 위반에 관한 판단
취업규칙 등의 징계규정에 징계대상자에게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도록 되어 있는데도 사용자가 이러한 징계절차를 위반하여 징계를 하였다면, 이러한 징계권 행사는 징계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절차적 정의에 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1. 7. 9. 선고 90다8077 판결, 1994. 10. 25. 선고 94다2588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취업규칙 제62조는 징계절차에 관하여 징계위원회를 구성하여 징계대상자의 진술을 듣고 징계사유를 조사한 서류와 입증자료 등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여 공 정하게 심의하고(제2항), 징계위원회는 의결 전에 징계대상자에게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며(제4항), 다만 징계대상자가 소명을 거부하거나 포기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이를 생략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제5항).
취업규칙이 징계대상자에게 징계사유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징계권의 공정한 행사를 확보하고 징계제도의 합리적인 운영을 도모하기 위함으로, 이 사건 취업규칙에서 피고 사무소가 소속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징계위원회를 구성하여 징계사유에 관한 심의를 거쳐야 하고, 징계위원회 의결 전에 징계대상자에게 변명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 사무소가 이 사건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원고들을 해고한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피고 사무소가 원고들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해고를 예고하였다는 점만으로는 원고들에 대한 징계절차를 모두 이행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이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피고 사무소가 주장하는 해고사유의 내용과 그 비위 정도, 피고 사무소가 이 사건 해고에 나아간 경위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들에게 변명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더라도 해고가 당연시될 정도라는 등의 특별한 사유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할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절차적 정의에 반하여 무효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 사무소는, 이 사건 취업규칙은 L 사무소에만 적용될 뿐이고 피고 사무소에는 그와 같은 내용의 취업규칙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원고들을 해고하는 데 있어 이 사건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근로기준법 제93조는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② 상시 17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였던 L 사무소의 대표 K은 2015. 1. 23.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동부지청에 이 사건 취업규칙을 신고한 점, ③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사업 부문이 법인체의 부속 사업장에 불 과하다면 그 사업 부문에 근무하는 직원에 대한 임면권을 그 부문의 장이 행사하였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법인체의 위임에 의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원고들이 근로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방인 사용자는 피고 사무소이고, 이에 피고 사무소로서는 위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라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는데, 피고 사무소는 이 사건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만 할 뿐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사무소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고 사무소에 이 사건 취업규칙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실체적 정당성 여부와 무관하게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효력이 없고, 피고 사무소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인정된다.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지 못하여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에 그러한 사유만으로 곧바로 그 해고가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고 할 수 없고,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고사유를 만들거나 내세워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해고한 경우나, 해고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해고사유에 해당되지 않거나 해고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징계해고에 나아간 경우 등 징계권의 남용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그 해고는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1993. 10. 12. 선고 92다43586 판결 참조). 또한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와 근로계약 체결을 통하여 자신의 업무지휘권 ‧업무명령권의 행사와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가 근로제공을 통하여 참다운 인격의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을 실현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의 근로제공의 수령을 계속 거부하는 것은 이와 같은 신의칙상 의무를 게을리하여 근로자의 인격적 법익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0다88880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비록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근로계약의 직접 당사자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업무집행 과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로 근로자에 대하여 위와 같이 불법적인 근로제공 수령 거부 상태를 형성․유지하는 위법행위를 하였다면, 대표이사 역시 민법 제750조 또는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에 의하여 해당 주식회사와 공동하여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다13282 판결,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50165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해고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여 무효이고, 갑 10, 11, 19호증, 을 1 내지 6, 2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들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어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는 원고들에게 정신상 고통을 가하는 것임이 경험칙상 분명하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피고 사무소는 2020. 11. 24. 원고들에게 ‘노동청의 인사노무 업무지도’를 이유로 이 사건 개인정보서류의 제출을 요구하였는데, 원고들이 그 근거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비밀유지협약서는 노동청에서 요구할 수 있는 서류가 아니라고 주장하자, 피고 사무소는 대표이사의 지시에 따라 사업장별 근로자 명부를 작성하기 위해 이 사건 개인정보서류가 필요하고, 비밀유지협약서의 제출은 노동청의 업무지도와는 무관하나 피고 사무소 소속 근로자가 필수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서류라고 답변하면서 위 서류를 제출하라고 거듭 요구하였다. 그런데 원고들은 피고 사무소에 2020. 2. 3. 2019년도 연말정산을 위한 자료 및 급여 내역을 송부하였고, 2020. 5. 7. 원고들의 근로계약서를 모두 제출하였는바, 피고 사무소는 원고들에게 요청한 이 사건 개인정보서류 중 대부분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 이에 이 사건 개인정보서류를 제출하라는 피고 사무소 대표이사의 지시를 거부하였다는 사정을 해고사유로 삼은 것은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부당하다.
원고 C, E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주식회사 O(이하 ‘O’라고 한다)의 근로자로 소속되어 있지 않고, 위 원고들이 O의 업무도 함께 수행하면서 피고 사무소의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는데, 피고 사무소는 K이 2009. 5. 7.부터 O를 L 사무소와 동일한 장소에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가 이 사건 해고 무렵 원고들이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이 O의 본점이 위치한 곳이라는 이유만으로 원고들이 O의 업무도 함께 수행하였을 것이라고 추측하여 이를 해고사유로 삼았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지점은 주식회사와 독립된 별개의 법인격이나 권리주체가 아니라 주식회사에 소속된 하부조직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고, 이는 그 지점이 본 점과는 별도의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하여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 참조). 피고 사무소가 실질적으로는 본점인 M 사무소와 지점인 L 사무소로 구분되어 별개의 사업체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 사무소의 내부 문제일 뿐이며, 근로자인 원고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법상 주체는 법인체인 피고 사무소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피고 사무소는 사내이사들 사이에 갈등이 반복되자 K과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근로를 제공한 원고들까지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목적으로 원고들에게 별다른 해고사유가 없음에도 이 사건 해고를 강행하였다고 보인다.
원고들은 이 사건 해고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 법원 2021카합20060호로 해고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2021. 3. 15.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이 사건 해고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피고 사무소는 위 법원의 가처분 결정 직후에도 원고들에게 소속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여러 차례 발송하였다.
피고 사무소의 대표이사 피고 J은 그 업무집행과정에서 이 사건 해고를 결정하고 이를 주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과의 근로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또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근로관계를 해소하기 위하여 노력하기보다는 위 가처분 결정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들의 근로자 지위를 계속 부인하였는바, 이 사건 해고 당시의 객관적인 사정이나 해고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살펴보면 피고들의 고의·과실도 인정되므로,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상법 제389조 제3항 및 제210조에 의하여 피고 사무소와 공동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진다.
손해배상의 범위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해고에 이르게 된 경위, 이 사건 발생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피고 사무소의 대처 방식 및 소송 등 진행 과정, 기타 이 사건 변론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그 액수를 1,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소결론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각 1,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피고들의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2021. 1. 1.부터 소장 송달일인 2021. 6. 1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봉기(재판장) 김성준 이진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