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18. 5. 1. 원고 A, G, H, I, J, K, L, M, P, Q, S에게 한 각 직급부여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 A, G, H, I, J, K, L, M, P, Q, S에게 별지1 표의 ‘소계’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2021. 7. 28.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6%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피고는 원고 A, G, H, I, J, K, L, M, P, Q, S의 확정기여형 연금제도 계정에 별지2 표의 ‘추가적립액 합계’란 기재 각 돈 및 그 중 ‘2018년 추가적립액’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는 2019. 1. 1.부터, ‘2019년 추가적립액’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는 2020. 1. 1.부터, ‘2020년 추가적립액’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는 2021. 1. 1.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1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납입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한다.
원고 B, C, D, E, F, N, O, R의 청구 및 원고 A, G, H, I, J, K, L, M, P, Q, S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원고 A, G, H, I, J, K, L, M, P, Q, S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부담하고, 원고 B, C, D, E, F, N, O, R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위 원고들이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방송사업 및 문화서비스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에 재직 중인 일반직 근로자들이다.
피고의 사업장 내에는 3개의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데, 2018. 4. 무렵 각 노동조합별 조합원 수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
원고 D, E, F, K, N, Q는 제3노조의 조합원이다.
피고의 기존 직급체계
2018. 5. 1. 이전에 피고의 인사규정 제4조 제3항 제1호는 피고의 일반직 근로자의 직급을 7단계로 나누어 국장급, 부국장급, 부장급, 부장대우급, 차장급, 차장대우급, 사원급으로 구분하고 있었다(이하 2018. 5. 1. 이전의 인사규정에 따른 피고의 직급체계를 ‘기존 직급체계’라 한다).
피고가 2018. 4. 30.까지 직급별로 지급한 직급수당 및 직무수당, 업무추진비의 액수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
원고들의 입사 시기 및 기존 직급체계 하에서의 직급승진 경과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
직급체계의 개편 및 원고들에 대한 직급부여
2017. 12. 7. Y가 피고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고, 그 무렵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아래 표 기재와 같은 인사발령 처분을 하였다.
피고와 V노조는 2018. 4. 24. 직급제 개편과 관련하여 노사합의(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라 한다)를 체결하였다. 이 사건 노사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는 2018. 5. 1. 인사규정 제4조 제3항 제1호를 아래와 같이 개정하여 일반직 근로자의 직급을 4단계로 구분하였다(이하 개정된 위 인사규정 제4조 제3항 제1호를 '이 사건 인사규정'이라 한다).
피고는 같은 날 원고들에게 개편된 직급체계에 따라 원고들에게 새로이 직급을 부여하였다(이하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이라 한다). 이에 따라 원고들의 직급은 아래 표 기재와 같이 변경되었다.
<1>
피고는 직급승진을 위한 세부적인 기준과 절차에 관하여 승진관리내규를 두고 있었는데, 2019. 4. 29. 이를 개정하여 직급 승진에 필요한 최소근속연수에 관한 내용을 추가하였다. 개정된 승진관리내규에 따른 직급별 최소근속연수는 아래 표와 같다.
(생략)
[인정근거] 갑 제1, 3, 6, 10,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5, 7, 2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 주장 요지
원고들
이 사건 노사합의는 ① V노조가 내부적으로 민주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3노조 조합원들이나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들의 참여 없이 체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② 내용적으로도 과거 V노조 주도로 실시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근로자들을 차별하는 것으로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고 있는바 무효이다.
이 사건 인사규정은 기존의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므로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쳐야만 유효한데, 이 사건 인사규정이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절차를 준수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의 취업규칙 제77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이라 한다)은 ’취업규칙에서 정한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의사에 반하여 신분상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은 취업규칙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과 관련하여 인사규정에 따른 인사위원회를 거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인사규정 및 이에 기초한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은 모두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에 따라 감액된 직급수당, 직무수당을 지급하고 위와 같이 부당하게 감액된 직급수당, 직무수당을 고려하여 원고들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추가로 부담금을 납입하여야 한다.
피고
피고와 V노조는 종전에 이루어진 부당한 인사조치를 바로잡기 위하여 기존 직급체계 하에서 근로자들이 승진하는데 걸린 평균적인 기간을 반영한 객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근속연수를 새로운 직급체계에 따른 직급부여의 기준으로 설정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노사합의의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고, 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V노조 뿐만 아니라 피고 사업장의 모든 노동조합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보장한바 이 사건 노사합의는 유효하다.
피고는 기존의 직급체계가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어 조직문화가 경직되고 업무도 비효율적이라는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인사규정을 개정하였고, 이 사건 인사규정에 따른 직급체계의 변경만으로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설령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인 V노조와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하였으므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필요한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절차를 준수하였다.
또한 이 사건 취업규칙은 규정체계상 징계 또는 그에 준하는 처분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직급체계 개편에 따른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과는 무관하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과 관련하여 인사위원회 절차를 거쳤다.
따라서 이 사건 인사규정이나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이 무효라고 볼 수 없고, 피고는 추가적인 수당지급의무나 부담금 납입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판단
이 사건 노사합의의 효력
이 사건 노사합의 체결 절차가 위법한지 여부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의 개개 조합원의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을 직접 결정하는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므로 단체협약의 실질적인 귀속주체는 근로자이고, 따라서 단체협약은 조합원들이 관여하여 형성한 노동조합의 의사에 기초하여 체결되어야 하는 것이 단체교섭의 기본적 요청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16조 제1항 제3호는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여 노동조합 대표자가 단체교섭 개시 전에 총회를 통하여 교섭안을 마련하거나 단체교섭 과정에서 조합원의 총의를 계속 수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대표자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업무 수행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위하여 규약 등에서 내부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의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그것이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닌 이상 허용된다. 이러한 헌법과 법률의 규정, 취지와 내용 및 법리에 비추어 보면,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위와 같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결집·반영하기 위하여 마련한 내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조합원의 중요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 등에 관하여 만연히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그 단체협약의 효력이 조합원들에게 미치게 되면, 이러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조합원의 단결권 또는 노동조합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다205908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법리에 더하여 노동조합법은 단체협약과 관련하여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 또는 날인하여야 하고, 체결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이를 행정관청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 외에(제31조) 그 체결 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규율을 하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V노조가 이 사건 합의와 관련하여 민주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거나 V노조 소속이 아닌 다른 근로자들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과반수 노동조합인 V노조의 대표자가 사용자와 체결한 이 사건 노사합의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노사합의의 내용이 위법한지 여부
관련법리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에게서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한다는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합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이때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는 단체협약 내용과 체결경위, 협약체결 당시 사용자 측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7다18584 판결, 2011. 7. 28. 선고 2009두779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갑 제3, 4, 10, 32, 46, 47, 55호증, 을 제4, 18호증의 각 기재, 증인 AA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노사합의 중 2018. 4. 30.까지의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하여 근로자들에게 직급을 부여하기로 한 노사합의서(을 제7호증) 제1조<2>, 부속합의서 제2조<3>(이하 '직급부여 기준 조항'이라 한다)는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으로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효력이 없다.
이 사건 노사합의 중 직급부여 기준 조항에 따를 경우 원고들을 포함한 일부 근로자들은 기존 직급보다 낮은 서열의 직급을 부여받아 각종 수당이나 업무추진비가 감액되고, 인사서열이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4>. 근로자의 직급은 직무수행의 난이도, 책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점<5>, 피고가 승진자격, 승진평정 기준, 승진평정제외 사유, 승진인사 절차 등을 정한 승진관리내규를 제정하여 승진인사를 엄격하게 관리하여 온 점, 피고는 감사 결과 과거 일부 근로자가 노동조합 활동 등을 이유로 승진절차에서 배제된 것을 확인하자 이를 '회사의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심각한 불법 부당행위'라고 평가하였고 다수의 근로자가 경영진에 위 감사결과를 공개하라고 요청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들에게 기존 직급보다 낮은 서열의 직급을 부여하는 조치는 피고 내부의 위계질서뿐만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인격적 법익과도 관계된 것으로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바, 정당한 목적이 있는 경우 그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2018년 초경부터 2018. 4.경까지 2013년부터 5년간 승진 절차 및 승진 현황을 조사하는 특별감사를 실시하였는데, 감사 결과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파업에 참여하거나 회사에 비판적인 글을 작성하는 등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이유로 다수의 V노조 조합원들을 포함한 근로자들을 부당하게 직급승진에서 배제시킨 사실이 확인되었고 이에 인사제도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승진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확립하고자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하여 근로자들에게 새로이 직급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가 제출한 '직급승진과 관련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감사결과(을 제4호증)', '직급승진 부당노동행위 관련 특별감사 결과 설명(을 제18호증)'은 피고가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실시한 이유와 결과를 공지하기 위하여 요약한 자료로 감사의 구체적인 실시 경과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첨부되어 있지 않아 실제로 그 내용과 같은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가 실시한 특별감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피고가 과거 노동조합 활동 등을 이유로 해당 근로자들을 직급승진 대상에서 제외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부당노동행위가 승진 결과에 미친 영향력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직급을 부여하는 것이 인사제도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적절한 수단인지 의문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승진 절차와 관련하여 부당노동행위가 확인된 기간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약 4년에 불과한바 그 이전이나 이후에 이루어진 승진처분은 피고의 부당노동행위와는 무관하다고 볼 여지가 있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승진절차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된 근로자는 32명[2013년 9명, 2014년 9명, 2015년 15명(사전회의 단계에서 배제된 11명 + 인사위원회 단계에서 배제된 4명)]으로 2015년 직급승진 후보자가 총 250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의 부당노동행위가 위 기간 동안의 승진대상자 선정에 미친 영향력은 지극히 한정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 사건 노사합의 당시인 2018. 4.경 피고의 근로자들에게 부여된 직급 전체가 이전에 저질러진 부당노동행위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피고는 기존 직급체계 하에서 국장, 부장, 차장으로 승진하는데 소요된 평균적인 기간을 고려하였으므로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새로이 직급을 부여한 것이 적절한 조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는 이 사건 노사합의 및 직급부여 처분 이후 1년만인 2019. 4. 29. 국장 승진을 위하여는 20년, 부장 승진을 위하여는 15년, 차장 승진을 위하여는 10년의 근속연수가 필요한 것으로 승진관리내규를 다시 개정하여 각 직급에 필요한 근속연수를 대폭 낮추었는바 스스로 이 사건 노사합의의 직급부여 기준 조항이 불합리함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국장으로 승진한 피고 근로자들을 살펴보면, 과반수는 근속연수가 30년에 미치지 못하며 근속연수가 22년에 불과한 근로자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피고의 부당노동행위로 일부 근로자가 승진절차에서 배제됨에 따라 반사적으로 승진순위가 상승하는 이익을 얻지 않더라도 근속연수가 30년에 이르기 전에 국장이, 20년에 이르기 전에 부장이, 10년에 이르기 전에 차장이 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바, 피고가 새로이 직급을 부여하기 위한 근속연수를 국장의 경우 30년, 부장의 경우 20년, 차장의 경우 10년으로 설정함에 따라 피고의 과거 부당노동행위와 관계없이 정당하게 승진한 근로자들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한 조항으로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앞서 본 ’직급승진과 관련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감사결과‘와 ’직급승진 부당노동행위 관련 특별감사 결과 설명‘에는 피고가 승진절차에서 근로자들을 배제한 기준과 방식, 승진절차에서 배제된 근로자들의 구체적인 숫자 등이 모두 드러나 있고, 특정 근로자의 사례를 예시로 들어 부당노동행위가 저질러진 경위를 설명하고 있기도 한바 위 내용이 사실이라면 피고는 감사결과를 토대로 충분히 과거 저질러진 부당노동행위로 인하여 승진절차에 있어 불이익을 받은 근로자들이나 반사적으로 이익을 본 근로자들을 특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와 V노조는 위 근로자들만을 대상으로 직급을 조정하거나 새로이 승진절차를 진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충분히 인사제도의 공정성 회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할 것임에도 단지 과거 저질러진 부당노동행위에 관계된 자의 범위를 확정하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럽고, 임의로 범위를 확정한다고 하더라도 시시비비가 문제되어 사안이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6> 근로자 전체를 대상으로 근속연수에 따라 직급을 새로이 부여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앞서 본 ’직급승진과 관련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감사결과‘의 내용에 따르면 이미 피고의 과거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하여 많은 자료들이 파쇄 되었고, 증거들이 인멸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당시 승진절차에 관여한 임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피고에 의하여 부당하게 승진절차에서 배제되거나 그로 인하여 반사적인 이익을 얻은 근로자를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달리 보더라도 피고가 밝혀진 내용 외에 추가로 일부 근로자를 승진에서 배제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였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피고의 과거 부당노동행위가 근로자 전체의 직급에 영향을 미쳤음을 전제로 임의로 정한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들의 직급을 조정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노사합의는 피고의 사업장 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V노조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전체 일반직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바 노동조합법 제35조에 따라 V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일반적 구속력이 인정된다. 그런데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라 일정한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근로자들에게 새로이 직급을 부여하여 기존보다 상향된 직급을 부여받게 된 근로자는 대부분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한 V노조에 소속되어 있고, 하향된 직급을 부여받게 된 근로자의 과반수는 제3노조 소속이거나 노동조합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7>. 앞서 본 ’직급승진과 관련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감사결과‘에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의 기간 동안 제3노조 소속 근로자의 63%, 노동조합에 소속되지 않은 근로자의 43%가 승진하였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같은 기간 동안 V노조 소속 근로자 중 승진한 사람의 비율이 그보다 현저히 적은 27%에 불과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 Y를 비롯한 이 사건 노사합의 당시 피고의 주요 경영진 대부분이 과거 V노조에서 위원장 등 간부로 재직한 사실이 있는 점, 피고는 이 사건 노사합의 전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실시하여 이 사건 노사합의의 적용으로 직급이 상향되거나 하향되는 근로자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럼에도 이 사건 노사합의 4일 전인 2018. 4. 20. 제3노조에 일정한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새로이 직급을 부여할 것이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을 뿐 V노조에 소속된 근로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노사합의의 체결 과정에 의견을 제시하는 등으로 참여할 기회를 전혀 보장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결과는 피고와 V노조가 의도한 것이라고 보인다.
원고들은 이 사건 노사합의 중 직급부여 기준 조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역시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갑 제3, 10호증, 을 제1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와 V노조는 직급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인력구조 개편,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 형성을 목적으로 기존의 직급체계를 개편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는데 직급체계의 단순화는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단되는 점, ② 이 사건 노사합의에 의해 직급체계가 단순화됨에 따라 기존의 7단계 직급 중 부국장급, 부장대우급 및 차장대우급에 해당하는 인원들 중 부국장급에 해당하는 근로자가 부장의, 부장대우급에 해당하는 근로자가 차장의, 차장대우급에 해당하는 근로자가 사원의 직급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존재하나 그로 인하여 감소하는 수당은 합계 10만 원(업무추진비를 포함하더라도 합계 20만 원)을 넘지 않고 기존 직급체계에서 1단계 후순위에 있던 부장, 차장, 사원과 동일하게 취급받는 것 외에 다른 인사서열상의 불이익이 존재하지 않으며, 피고의 인사규정 제6조는 동일 직급의 경우 착임일자, 연령 등을 고려하여 인사서열을 정하고 있는바 기존 직급체계에서 부국장급, 부장대우급, 차장대우급에 해당하던 근로자들의 경우 부장급, 차장급, 사원급에 해당하던 근로자들과 비교할 때 인사서열에서 앞설 가능성이 큰 점, ③ 피고가 직급체계 단순화 후 일반직 근로자들에게 새로이 직급을 부여한 결과 기존 직급체계 하에서 원고들보다 인사서열이 후순위에 있던 근로자들 다수가 원고들보다 선순위의 인사서열을 부여받게 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피고가 앞서 본 바와 같이 무효인 이 사건 노사합의 중 직급부여 기준 조항에 따라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직급을 부여하였기 때문이고 직급체계의 단순화 자체의 결과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노사합의 중 직급부여 기준 조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내용까지 현저히 합리성을 결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인사규정의 효력
이 사건 인사규정이 기존의 인사규정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인지
관련법리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 여기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근로자 전체에 대하여 획일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그 변경이 일부 근로자에게는 유리하지만 다른 일부 근로자에게는 불리할 수 있어서 근로자에게 전체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단정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1746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기초사실에 갑 제8, 23호증, 을 제7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인사규정은 기존 직급체계에서 부국장급을, 부장대우급, 차장대우급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기존 직급체계 하에서 부국장급, 부장대우급, 차장대우급에 해당하던 근로자들에게 어떠한 직급이 부여할 것인지를 명시하지 않고 있으나 위 인사규정이 적용될 경우 위 근로자들은 기존의 직급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바 별도의 직급부여 처분을 예정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한 점, ② 그렇다면 기존 직급체계 하에서 부국장급, 부장대우급, 차장대우급에 해당하던 근로자들 중 일부에 대하여 종전보다 하향된 직급인 부장, 차장, 사원의 직급이 부여될 수도 있는 이상, 이 사건 인사규정이 기존의 인사규정보다 유리하게 변경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점, ③ 실제로 이 사건 인사규정이 적용됨과 동시에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으로 기존 직급체계 하에서 부국장급, 부장대우급, 차장대우급에 해당하던 근로자들 다수에게 부장, 차장, 사원의 직급이 부여되어 수당과 인사서열에서 불이익이 발생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인사규정은 기존의 인사규정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인사규정이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절차를 준수하였는지
피고와 피고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V노조 사이에 이 사건 인사규정과 동일하게 기존 직급체계를 4단계로 재편하는 내용이 포함된 이 사건 노사합의가 체결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근로기준법에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대한 집단적 동의의 절차나 형식을 제한하고 있지 않는바 위 집단적 동의는 단체협약의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노사합의 중 기존 직급체계를 4단계로 재편하는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인사규정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른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 절차를 준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인사규정이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 절차를 결하여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의 효력
원고 A, G, H, I, J, K, L, M, P, Q, S
갑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취업규칙이 '직원은 이 규칙에 정한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본인 의사에 반하여 신분상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 A, G, H, I, J, K, L, M, P, Q, S에 대한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에 의하여 위 원고들은 종전보다 인사서열이 후순위로 변경되고 수당이 감액되는 불이익을 입게 된바 이는 위 취업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신분상 불리한 처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피고의 취업규칙 또는 그와 대등한 효력을 가진 단체협약 등에 근거하여서만 위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한데,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의 근거가 된 이 사건 노사합의 중 직급부여 기준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무효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달리 위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의 근거가 될 만한 취업규칙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바 위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은 이 사건 취업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피고는 이 사건 취업규칙의 신분상 불리한 처분이 징계 내지는 그에 준하는 처분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의 취업규칙은 징계에 관한 조항을 제10장에, 이 사건 취업규칙을 제11장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바 단지 이 사건 취업규칙이 피고 취업규칙의 징계에 관한 조항들 다음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신분상 불리한 처분'의 범위를 한정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 B, C, D, E, F, N, O, R
원고 B, C, D, E, F, N, O, R가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에 따라 종전보다 인사서열이 후순위로 변경되고 수당이 감액되는 불이익을 입게 된 사실, 이 사건 취업규칙이 '직원은 이 규칙에 정한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본인 의사에 반하여 신분상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인사규정은 기존 직급체계에서 부국장급을, 부장대우급, 차장대우급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위 원고들을 포함한 피고의 근로자들은 이 사건 인사규정에 따라 기존의 직급 중 부국장급, 부장대우급, 차장대우급을 유지할 수 없게 된바 이 사건 인사규정은 원고들에 대한 별도의 직급부여 처분을 예정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위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은 피고의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이 사건 인사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이 사건 취업규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을 제1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르면 피고가 2018. 4. 30.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에 관한 안건을 심의하고 승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이 피고의 인사규정에서 정한 인사위원회 심의절차를 결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원고 B, C, D, E, F, N, O, R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소결론
원고 A, G, H, I, J, K, L, M, P, Q, S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인사규정이 유효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 중 원고 A, G, H, I, J, K, L, M, P, Q, S에 대한 부분은 무효이고, 피고가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이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상 위 원고들로서는 위 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한편, 피고가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에 따라 위 원고들에게 별지1 표의 '소계'란 기재 각 금액을 감액한 수당을 지급한 사실, 피고가 위와 같이 수당을 감액하지 않았다면 2018, 2019, 2020년 원고들 명의의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 계정에 추가로 납입하였을 퇴직연금 부담금 액수가 각각 별지2 표의 '2018년 추가적립액', '2019년 추가적립액'란 기재 금액과 같은 사실에 관하여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는 위 원고들에게 별지1 표의 '소계'란 기재 각 금액 및 이에 대하여 위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인 2021. 7. 28.부터 다 갚는 날까지 상법이 정한 연 6%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위 원고들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별지2 표의 ’추가적립액 합계‘란 기재 각 돈 및 위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그 중 ‘2018년 추가적립액’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는 2019. 1. 1.부터, ‘2019년 추가적립액’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는 2020. 1. 1.부터, ‘2020년 추가적립액’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는 2021. 1. 1.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0조 제3항,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에서 정한 연 1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납입할 의무가 있으며, 피고가 위 원고들에 대한 퇴직연금 부담금 납입의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위 원고들이 이 사건 소로써 피고의 납입의무에 대한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원고 B, C, D, E, F, N, O, R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인사규정 및 원고 B, C, D, E, F, N, O, R에 대한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이 유효한 이상, 이 사건 인사규정 및 위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직급부여 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한 위 원고들의 수당 청구 및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대한 퇴직연금 부담금 납입의무 확인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 A, G, H, I, J, K, L, M, P, Q, S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원고 B, C, D, E, F, N, O, R의 청구 및 원고 A, G, H, I, J, K, L, M, P, Q, S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회일(재판장) 이진희 김창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