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상시 약 14,2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은행법이 정하고 있는 은행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의 2017년 상반기 개인금융서비스직군 공개채용(이하 '이 사건 공개채용'이라 한다)에 지원하여 서류전형과 1, 2차 면접을 거쳐 2017. 8. 11. 피고에 입사하여 연산중앙지점에서 근무하던 사람이다.
피고 신입사원 부정채용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국회의 2017. 10. 17.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피고의 신입행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부정채용 청탁에 의한 부정입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2017. 11.경부터 피고 인사담당자들에 대한 조사, 본점에 대한 압수수색 등 수사가 진행되었다.
위 수사 결과 피고의 공개채용 업무를 총괄하였거나 담당하였던 대표이사 D, 인사부장 E 등이 이 사건 공개채용을 포함한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피고 신입행원 공개채용 절차에서 원고를 포함하여 서류전형 점수 미달로 불합격 대상인 지원자를 서류전형에 합격한 것처럼 처리하거나, 면접 시험결과 불합격권인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하여 면접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처리하는 등으로 면접관들 및 피고의 적정하고 공정한 신입직원 채용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되어 2019. 1. 10. 제1심에서 각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서울북부지방법원 2018고단329호), 위 형사재판은 항소심(서울북부지방법원 2019노181호)과 상고심(대법원 2019도9865호)을 거쳐 2020. 2. 13. 확정되었다(이하 위 형사사건을 '관련 형사사건'이라 하고, 관련 형사사건의 제1, 2심 판결을 '관련 형사판결'이라 한다).
관련 형사사건의 항소심은 지원자별 업무방해죄 성부를 살피면서 '서류전형이나 면접 불합격권에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일부 지원자와 관련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는데, 원고는 이에 해당되지 않았고 업무방해죄 성립이 인정되는 '증거에 따라 불합격권에 있었음이 인정되는 지원자'에 포함되었다.
관련 형사판결의 이유 중 원고와 직접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피고의 원고에 대한 권고사직 제안, '기타퇴직' 의결 및 통지
피고는 관련 형사판결이 확정된 이후부터 원고를 포함하여 관련 형사사건에서 부정청탁으로 인하여 채용 불합격권에 있었음에도 합격한 것으로 처리되었다고 인정된 직원들 중 당시 피고에 재직 중이던 18명(이하 '이 사건 부정입사자들'이라 한다)에 대한 인사조치 방안을 논의하였고, 2020. 11. 30. 이 사건 부정입사자들에 대하여 1차 권고사직 면담을 진행하였는데, 원고는 피고의 권고사직 제안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피고는 2021년 1월경 관련 형사사건의 기록 일체를 열람ㆍ등사하였고, 2021년 2월경 이 사건 부정입사자들 중 아직 사직을 하지 않은 직원들에 대하여 관련 형사사건의 기록을 토대로 부정채용 경위를 설명하면서 2차 권고사직 면담을 진행하였는데, 원고는 피고의 2차 권고사직 제안에도 응하지 아니하였다.
위 1, 2차 권고사직 면담을 거친 후 이 사건 부정입사자들 중 10명이 부정입사사실을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사직을 하였고, 피고는 원고를 포함하여 이 사건 부정입사자들 중 위 1, 2차 권고사직 면담을 거쳤음에도 자발적으로 사직하지 않은 나머지 8명에 대하여 인사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피고는 2021. 2. 18. 원고에게 '원고는 부정입사를 이유로 인사관리지침 제39조에 따라 기타퇴직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2021. 2. 25. 개최되는 인사협의회에 회부될 예정이고, 인사협의회에서 서면 또는 구두로 소명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인사협의회 개최 통지서를 교부하였고, 이에 원고는 '부정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소명서를 제출하였다.
피고는 2021. 2. 25. 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기타퇴직 여부에 대해 심의하였고, '2021. 2. 26.자 기타퇴직'을 의결하여 2021. 2. 26.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퇴직통지서를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하였다(이하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 처분을 '이 사건 해고'라 한다).
관련 규정
이 사건 해고와 관련된 피고의 인사관리지침과 징계지침, 피고와 L노동조합 M지부가 체결하여 이 사건 해고 당시 적용되던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과 그 보충협약의 내용은 별지 관계 규정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22, 23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요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해고는 효력이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의 무효확인을 구하고,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해고일인 2021. 2. 26.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임금의 월 평균액인 3,135,308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단체협약의 규정은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는바, 원고에 적용되는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의 '인사규정 위배'는 '업무상 중대한 고의, 과실'과 동일ㆍ유사한 정도로 근로관계의 계속에 장애가 되는 것으로 평가되는 당해 근로자의 인사규정 위배로서 해고의 불이익을 받는 당해 근로자의 귀책사유를 요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그러나 원고는 원고의 아버지인 F가 H 정보관 N에게 원고의 이 사건 공개채용 지원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 직접 관여한 바 없고, 이 사건 공개채용절차에서 피고 임직원들의 부정한 행위에 가담한 바도 없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공개채용과 관련하여 업무상 중대한 고의 또는 과실과 동일하게 평가되는 정도의 귀책사유 있는 인사규정 위배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에 위반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
설령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공개채용의 1차 면접 절차에서 피고 임직원들의 부정한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효력이 없다.
관련 법리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실정법이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서 그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즉 구체적 타당성을 가지도록 해석할 것도 또한 요구된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취지와 목적, 그 제ㆍ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ㆍ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앞서 본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은 법률 해석의 원칙은 피고의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준칙인 피고의 인사관리지침 및 원고와 같은 피고의 노동조합원에 적용되는 규범적 성격을 가지는 이 사건 단체협약의 해석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해고가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을 위반하여 효력이 없는지 여부
해고사유를 제한하고 있는 단체협약에 위반한 해고처분의 효력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는 피고의 인사권 남용에 의한 자의적인 해고 등을 방지하여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해고사유를 제한적으로 열거하는 규정이고, 이 사건 해고는 '기타퇴직'이라는 명칭으로 이루어졌으나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피고의 일방적 의사에 기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해고'에 해당한다. 단체협약에서 근로자에 대한 해고사유를 제한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제한에 위배된 해고처분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서 무효이므로(대법원 1992. 9. 8. 선고 91다2755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해고가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를 위반한 것이라면 그 효력이 없다.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의 해석
단체협약과 같은 처분문서를 해석할 때에는 단체협약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ㆍ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여 경제적ㆍ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근로자의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단체교섭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해서는 안 되는바(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62193 판결 등 참조),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의 규정 형식과 앞서 본 보충협약 제10조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제6호 전단은 '당해 근로자의 업무상 중대한 고의, 과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당해 근로자의 귀책사유를 요하는 것이고, 제6호 후단의 '인사규정 위배'는 이와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으므로, 이는 당해 근로자의 인사규정 위배로 인하여 '업무상 중대한 고의, 과실'과 대등한 정도로 근로관계의 계속에 장애가 되는 것으로서 당해 근로자의 귀책사유를 요하는 것이고, 다만 그때에도 인사협의회의 결의와 같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징계면직 또는 기타퇴직의 사유가 인정되는지에 관한 엄격한 심사를 통해서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선언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의 '인사규정 위배'는 원칙적으로 당해 근로자의 인사규정 위배로서 해고의 불이익을 받는 당해 근로자의 귀책사유를 요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러나 앞서 본 관련 법리에 의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가능한 한 위 규정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나아가 위 규정의 취지와 목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해고 관련 다른 규정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ㆍ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해석하여야 하는바,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당해 근로자가 아닌 제3자의 인사규정 위배가 있었고 그로 인하여 당해 근로자가 부당한 이익을 얻고 사용자에 손해가 발생함으로써 사용자인 피고와의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되는 등으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당해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되는 것이 명백한 경우라면, 비록 당해 근로자가 직접 인사규정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당해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를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는 근로자의 사의 표명(제1호), 근로자의 사망(제2호), 정년 도달(제3호), 형사상의 범죄로 금고 이상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았을 시(제4호), 성년후견 또는 한정후견 선고를 받았을 때(제5호), 업무상 중대한 고의, 과실 또는 인사규정 위배로 인하여 인사협의회의 결의에 의할 시(제6호), 보충협약에 의하여 조합과 합의된 자(제7호)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보충협약 제10조 제1호 내지 제5호는 인사관리지침 제35, 36, 38조의 의원퇴직, 정년퇴직, 당연퇴직과 동일한 내용을 정하고 있으므로,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는 인사관리지침 제37조 및 징계지침 제4조 제1호의 징계면직 또는 인사관리지침 제39조의 기타퇴직을 상정한 조항으로 볼 수 있다.
인사관리지침 제37조 및 징계지침 제4조 제1호에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위법ㆍ부당한 행위, 횡령ㆍ배임ㆍ절도ㆍ업무와 관련한 금품 수수 등의 범죄행위, 변칙적ㆍ비정상적 업무처리 등으로 자금세탁에 관여한 행위, 정직조치를 받은 자가 승진ㆍ승급제한기간 중 다시 정직처분에 해당하는 행위, 연속 10일 이상 또는 최근 2년을 통산하여 15일 이상 특별한 사유 없는 결근을 징계면직 사유로 정하고 있고,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1호는 '휴직직원이 허가 없이 타 기업에 고용되거나 영리사업을 운영하였을 때'를 기타퇴직 사유로 정하고 있는바, 이는 모두 당해 근로자 자신의 귀책사유 있는 행위에 대한 제재에 해당한다. 이에 반하여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는 '그 밖에 명백한 퇴직사유가 발생하였을 때'를 기타퇴직 사유로 정하고 있으므로, 근로자 자신의 귀책사유 있는 행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다만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에 의한 기타퇴직의 경우에도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기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해고'에 해당함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근로기준법상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므로(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5170 판결 등 참조), 결국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의 '그 밖에 명백한 퇴직사유가 발생하였을 때'라는 포괄적이고 불확정적인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당해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명백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한편 근로관계는 계속적 계약으로서 당사자 사이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이므로(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51675 판결 등 참조), 설령 당해 근로자가 아닌 제3자의 인사규정 위배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당해 근로자가 부당한 이익을 얻고 사용자에 손해가 발생함으로써 사용자인 피고와의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되는 등으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당해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되고 그것이 명백한 경우라면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의 '그 밖에 명백한 퇴직사유가 발생하였을 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경우에도 형식적으로 보아 당해 근로자의 직접적인 인사규정 위배행위가 없다고 하여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의 '인사규정 위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근로자와 사용자 간에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되는 등으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당해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발생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사용자로 하여금 당해 근로자와의 근로관계 유지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결과가 된다.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공개채용의 1차 면접 합격자 결정 과정에서 피고 임직원들의 부정한 행위에 직접 개입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가 피고의 인사규정에 직접 위배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피고의 공개채용 업무를 총괄하였거나 담당하였던 대표이사 D, 인사부장 E 등이 이 사건 공개채용을 포함한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피고 신입행원 공개채용 절차에서 원고를 포함하여 서류전형 점수 미달로 불합격 대상인 지원자를 서류전형에 합격한 것처럼 처리하거나, 면접 시험결과 불합격권인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하여 면접 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처리하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러한 행위는 인사관리지침 제5조 제1항, 제6조 제1항에 위반되며, 그로 인하여 원고가 1차 면접 불합격권의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에 채용되는 부당한 이익을 얻었고 피고는 피고의 신입행원 채용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사회적 신뢰가 손상되고 명예가 실추되는 손해를 입었고, 이에 따라 피고와의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되는 등으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됨은 아래 라.항에서 보는 바와 같고 그것의 명백성은 관련 형사판결에서 확인되므로, 원고가 피고의 인사규정에 직접 위배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고가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를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가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
피고는 이 사건 해고 당시 해고사유로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의 '그 밖에 명백한 퇴직사유가 발생하였을 때'를 들고 있는바, 이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지 여부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2, 14, 18 내지 20호증, 을 제2, 4,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해고에는 정당한 이유가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관련 형사판결에서 "피고 대표이사 D, 인사부장 E이 G, N의 청탁을 받고 1차 면접 불합격권인 원고를 1차 면접 합격자로 조작한 내용으로 작성된 합격자 품의서를 결재하여 2차 면접관들로 하여금 원고가 1차 면접에 정상적으로 합격하여 2차 면접시험에 응시할 정당한 자격이 있는 것으로 오인ㆍ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였다."는 범죄사실이 인정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 관련 형사판결에도 불구하고, 관련 형사판결의 범죄일람표 '청탁자'란에 원고의 아버지인 F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F는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지도 않은 점, H 정보관 N은 관련 형사사건의 검찰 조사 당시 피고 부문장 G에게 "이번에 F 지점장의 딸이 지원했다는데 혹시 알아봐 주세요. 미리 좀 알려만 주십시오."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점, 원고와 동일한 1차 면접 점수를 받은 다른 지원자도 2차 면접 대상자로 선정된 점, 원고는 이 사건 공개채용의 서류전형과 2차 면접에서는 합격권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고, 인ㆍ적성검사 등에서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N이 F의 의사와 무관하게 G에게 원고의 합격 여부를 알려달라는 취지로만 연락한 것일 뿐 이를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설령 부정한 채용청탁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공개채용에 선발된 것은 위 채용청탁에 의한 특혜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 자료가 되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는데(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4276 판결 등 참조), ㉠ 부정한 채용청탁은 명시적 의사표시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의사표시로도 가능하며 청탁의 대상도 구체적일 필요는 없는바, N은 관련 형사사건의 검찰 조사 당시 청탁의 경위에 관하여 "진주에 근무하게 되었을 때 피고 사천지점장인 F를 알게 되었고, F와 식사도 같이 하는 등 알고 지내다가 F의 딸(원고)이 피고에 입사 지원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서로 정이라는 게 있어서 '(피고의 인사를 담당하는 G 부문장에게) 알아볼게요' 정도로 이야기했다. 이후 G에게 전화하여 'F 지점장이라는 분이 있는데 선하고 성실하고 개인적으로 도움도 많이 받았다. 이번에 딸이 지원했다는데 혹시 알아봐 주세요. 미리 좀 알려만 주십시오'라고 말했다"라고 진술하였고, G는 관련 형사사건의 검찰 조사 당시 "N 전무가 F 지점장에 대해 '세평이 좋고 잘한다'라고 하였고, '딸이 지원했다고 하는데, 아빠가 잘하니 딸도 잘 하지 않겠느냐'라고 하면서 어떤지 봐 달라고 하여 그대로 I 팀장에게 넘겼다"라고 진술하였으며, 피고 인사부 채용팀장으로서 이 사건 공개채용업무를 담당한 I은 관련 형사사건의 검찰 조사 당시 'G 부문장이 원고를 말씀하셨다. 원고는 1차 면접 점수만으로는 합격권이 아니었고, 불합격 대상이었는데 E의 의사결정을 받아 합격 처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및 당시 N의 지위와 피고에 미치는 영향력, G의 피고 내 지위 및 담당 업무 등을 고려하면, F가 N에게 원고의 이 사건 공개채용 지원사실을 알려서 N이 G에게 위와 같이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일련의 행위는 적어도 묵시적인 채용청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 ㉡ 이 사건 공개채용절차의 서류전형 및 1, 2차 면접 결과를 정리한 표(갑 제18 내지 20호증)에 원고의 추천인으로 '부문장 G(N 전무 요청)', 관련정보란에 '사천지점 F 지점장 자녀'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 피고 인사관리지침 제5조 제1항 및 이 사건 공개채용공고 등에 따르면 서류전형 및 1차 면접에 합격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2차 면접 절차가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1차 면접 불합격권인 원고는 위와 같은 부정청탁이 없었다면 2차 면접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 원고는 행내 친인척 관리대상자로서 다른 공채 지원자와 별도의 T/O로 선발되었고, 1차 면접 60%, 2차 면접 40%의 비율로 평가점수를 계산한 결과 최종합격자 103명 중 91등에 해당하는 최종 성적으로 합격했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별도의 행내 친인척 T/O가 존재한다는 점과 최종 성적 평가방식의 근거로 제시한 갑 제12호증은 2017년 일반직 신입행원 채용에 적용되는 것으로 같은 기준이 이 사건 공개채용에도 적용된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고, '2017년 개인금융서비스직군 채용 최종합격자 선정 품의'(갑 제17호증)의 최종합격자 명단에 기재된 원고 순번인 91번은 가나다순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관련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바와 같이 원고가 1차 면접 불합격권임에도 피고 지점장인 F의 딸이라는 배경과 G, N의 부정한 채용청탁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공개채용에 선발되어 피고에 입사하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 원고가 위와 같은 부정청탁으로 인하여 피고에 부정채용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채용은 피고와 같은 사용자와 소속 근로자의 신뢰관계가 형성되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과정인바, 당초 1차 면접에서 불합격권이었던 원고가 앞서 본 바와 같이 불공정한 과정을 통하여 피고에 채용된 것은 그 자체로 근로관계의 기초인 원고와 피고 간 신뢰관계의 중대한 훼손에 해당하고, 설령 원고가 피고에 입사한 후 이 사건 해고일까지 근무능력이나 근무성적이 미흡하였다는 등의 사정 없이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니다.
피고는 기본적으로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기업이기는 하나, 다른 사기업과 달리 은행법 등에 의하여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고 은행이 부실화되거나 금융위기가 발생할 시에는 공적자금이 투입되기도 하는 등 국가로부터의 감독과 보호를 동시에 받는 은행업을 영위하는 금융기관일 뿐만 아니라, 은행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나 주식 보유 관계나 그동안의 행장 선임 과정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부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갖는 공공성의 정도는 다른 어떤 사기업보다도 크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여야 하고, 그것의 기본은 공정한 채용이라고 할 것이다. 피고도 이러한 관점에서 모든 지원자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동일한 조건하에서 공정한 경쟁과정을 통해 채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이 사건 공개채용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원고를 포함하여 이 사건 공개채용 과정에서 사회유력자나 피고 내 고위 임직원을 배경으로 한 부정청탁으로 인하여 채용 불합격권에 있었음에도 합격한 것으로 처리된 이 사건 부정입사자들의 존재가 밝혀짐으로 인하여, 적어도 피고 정도의 사회적 규모나 공공성을 지닌 금융기관은 인사채용 업무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리라고 기대한 사회 전반의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되고 피고의 명예도 실추되었는바, 원고를 포함한 이 사건 부정입사자들에 대한 권고사직, 해고 등의 적정한 조치는 피고의 손상된 사회적 신뢰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운영과 윤리경영을 위한 사회적 책무로서 요구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실제로 피고를 비롯한 은행들은 이 사건 공개채용 이후인 2018. 6. 18. 은행의 공정한 채용절차 확립을 목적으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제정하였는데, 위 모범규준 제31조 제1항은 "지원자가 부정한 채용청탁을 통해 합격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 은행은 해당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 또는 면직할 수 있다."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공개채용의 1차 면접 합격자 결정 과정에서 피고 임직원들의 부정한 행위에 직접 개입하였다고 보기 어려움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원고는 G, N의 청탁으로 인하여 1차 면접 불합격권이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1차 면접에 합격하였고, 원고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원고의 아버지 F가 위 청탁 과정에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설령 원고가 피고 임직원들의 이 사건 공개채용 과정에서의 부정행위를 전혀 알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원고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타인이 원고를 위하여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는 그 부정행위의 이익을 받게 되는 원고 역시 부정행위를 한 자와 마찬가지로 평가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2006. 7. 13. 선고 2006다23817 판결 취지 참조), 원고에게 발생한 이러한 일신상의 사유를 기준으로 본다면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와의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되는 등으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게 된 것은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당초 합격할 자격을 갖추고 있지 못하였음에도 채용비리라는 부정행위를 통하여 직업적 안정과 보수라는 이익을 상당 기간 향유할 수 있었던 반면(원고는 피고로부터 퇴직금도 수령하였다), 그로 인하여 선의의 다른 합격 가능 대상자는 불합격이라는 결과와 채용 준비를 위하여 투자한 시간과 노력의 기회가치 상실이라는 커다란 경제적ㆍ정신적 손해를 입게 되었는바, 이를 시정하지 않고 두는 것은 사회정의의 관념에도 반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균(재판장) 최윤영 김수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