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1. 10. 5. 원고에 대하여 한 ① 징계처분일부터 2022학년도 2학기까지 소속 전공 교수진, 조교, 학생과의 접촉금지 처분, ② 징계처분일부터 2022학년도 2학기까지의 수업배제 처분은 각 무효임을 확인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90%는 원고가, 1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S대학(이하 ‘이 사건 학교’라고 한다)과 기타 교육기관, 예술기관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이다.
원고는 2019. 3. 1. 이 사건 학교의 문예학부 극작 전공(이하 ‘극작 전공’이라고 한다) 소속 조교수로 임용된 후, 2021. 3. 1. 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 전환되어 현재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원고에 대한 징계의 경위
2021. 4. 23. 이 사건 학교의 성폭력상담센터(이하 ‘성폭력상담센터’라고 한다)에 ‘극작 전공 졸업생 T(18학번, 2021. 2. 졸업)가 재학 중 원고로부터 일방적인 작품계약 체결 및 부당한 성적 언행을 당하였다’는 익명의 신고가 접수되었다. 2021. 6. 9.에는 성폭력상담센터에 극작 전공 행정조교 U으로부터 ‘원고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접촉을 시도하거나 부적절하게 쳐다보는 등 성희롱을 하였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이하 T와 U을 합쳐서 ‘신고인들’이라고 하고, 신고인들이 신고한 성희롱 건을 합쳐서 ‘성희롱 사건’이라고 한다).
원고는 피고의 요청에 따라 2021. 7. 2. 졸업생 T와의 작품계약 체결에 관한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였고, 2021. 7. 13. 및 2021. 7. 14. 두 차례에 걸쳐 성희롱 사건에 관한 진술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피고의 성희롱·성폭력고충심의위원회(이하 ‘고충심의위원회’라고 한다)는 2021. 7. 15. 성희롱 사건에서의 원고 행위가 교내 규정(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에 따른 ‘성희롱·성폭력 행위’에 해당한다고 의결한 후, 피고의 교무처에 원고에 대한 후속조치로 징계 발의를 요청하였고, 이에 피고의 교원인사위원회는 2021. 7. 16. 원고에 대한 징계를 발의하기로 심의하였다. 한편, 원고는 2021. 7. 25. 고충심의위원회에 성희롱 사건에 관한 재심의를 요청하였으나, 2021. 8. 4. 기각되었다.
피고의 이사회가 2021. 8. 10.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하기로 의결함에 따라 피고는 같은 날 원고에 대하여 징계의결 요구사유를 통지하고 교원징계위원회 구성에 관하여 안내하였다.
피고는 2021. 8. 30. 원고에게 교원징계위원회 출석 또는 서면진술에 관한 통지를 한 후 2021. 9. 9. 교원징계위원회(이하 ‘이 사건 교원징계위원회’라고 한다)를 개최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교원징계위원회에 출석하였다. 이 사건 교원징계위원회는 원고의 소명을 청취한 후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으로 ① 정직 3개월, ② 징계처분일부터 2022학년도 2학기까지 소속 전공 교수진, 조교, 학생과의 접촉금지, ③ 징계처분일부터 2022학년도 2학기까지의 수업배제를 의결하였는데(이하 합쳐서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징계사유(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라고 한다)는 다음과 같다.
피고의 이사회는 2021. 10. 5. 이 사건 교원징계위원회의 징계의결대로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을 하기로 의결하였고, 피고는 2021. 10. 7.경 원고에게 이 사건 교원징계위원회의 징계의결서(이하 ‘이 사건 징계의결서’라고 한다) 및 징계처분 사유 설명서를 송부하였다.
관련 법령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17호증, 을 제1 내지 13, 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무효이다.
이 사건 징계의결서는 징계사유가 된 행위별 일시와 구체적인 내용, 이에 대한 증거를 적시하지 않음으로써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26조를 위반하였고, 원고로 하여금 징계사유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알 수 없게 하였으므로, 그 절차가 위법하다.
신고인들이 원고에 관하여 신고한 내용은 모두 허위이고, 원고는 이 사건 징계사유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이 없으므로, 정당한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이 사건 징계처분은 비위행위의 내용과 정도 등에 비추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과중한 징계처분일 뿐만 아니라, 특히 그중 접촉금지 및 수업배제 처분은 관련 법령이나 피고의 정관 등에 아무런 근거 규정 없이 이루어졌고, 사립학교법 제56조 제1항을 위반한 불리한 처분이라는 점에서도 위법하다.
위와 같이 이 사건 징계처분은 무효이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①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 확인과 ② 피고가 정직기간 동안 지급하지 않은 임금 15,942,000원(= 5,314,300원 × 3개월)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유효하다.
원고는 신고인들의 신고 접수 이후 이 사건 교원징계위원회의 징계의결에 이르기까지 신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인지한 채 그에 관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상세하게 소명하였고, 이로써 징계절차에서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받았다.
피고의 조사 결과 신고인들의 신고 내용은 모두 사실로 확인되었으므로, 이 사건 징계사유는 인정된다.
이 사건 징계처분은 관련 법령 등에 따른 징계기준의 범위에 속하므로, 징계양정이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징계처분 중 접촉금지 및 수업배제 처분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일 뿐, 원고의 교원으로서의 지위에 어떠한 변동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므로 사립학교법 제56조 제1항에서 말하는 ‘불리한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징계절차의 위법 여부
관련 법리
사립학교법 제66조 제2항에서는 교원징계위원회에서 징계를 의결한 때에는 주문과 이유를 기재한 징계의결서를 작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26조에서는 위 징계의결서의 이유에는 징계의 원인이 된 사실, 증거의 판단과 적용법령을 명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징계의결서의 이유에 증거의 판단과 적용법령을 명시하도록 한 취지는 피징계자로 하여금 어떠한 근거에서 징계가 이루어졌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여 줌으로써 징계의 공정을 기하고 그로 하여금 불복할 수 있는 쟁점을 밝혀 주고자 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그 설시의 정도는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징계사유로 된 사실관계와 이에 해당하는 의무위반의 사유가 무엇인지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적시하면 족하고, 모든 증거와 적용법령을 구체적으로 일일이 나열하여야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3. 9. 10. 선고 93누5741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본 기초사실과 앞서 채택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징계의결서에는 이 사건 징계처분의 원인이 된 원고의 행위에 관하여 시기와 장소, 피해자, 내용 등 사실관계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는 점(비록 피해자들의 이름이 영문 이니셜로만 기재되었지만, 원고는 피해자들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인식하였다), ② 원고는 징계절차가 개시되기 전부터 신고인들의 신고 내용에 따른 사실관계를 일일이 반박하는 진술서와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고충심의위원회에 성희롱 사건에 관한 재심의를 요청하면서 소명자료를 추가로 제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교원징계위원회에 직접 출석하여 징계사유가 없음을 상세히 소명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징계의결서에는 원고가 징계사유가 되는 사실관계와 이에 해당하는 의무위반의 사유가 무엇인지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된 것으로 보이고, 달리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초래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징계사유의 존부
관련 법리
교원은 항상 사표가 될 품성과 자질의 향상에 힘쓰며 학문의 연찬 및 교육의 원리와 방법을 탐구, 연마하여 학생의 교육에 전심전력하여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교원에게는 일반 직업인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고 교원의 품위손상행위는 본인은 물론 교원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 교원에 대하여도 직무와 관련된 부분은 물론 사적인 부분에서도 품위를 유지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품위라 함은 국민에 대한 교육자로서의 직책을 맡아 수행해 나가기에 손색이 없는 인품을 말하고 어떤 행위가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하는 가는 구체적 상황에 따라 건전한 사회통념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6. 9. 선고 98두16613 판결 등 참조).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앞서 채택한 증거와 을 제14, 15, 17, 1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졸업생 T 관련
T는 2021. 2.경 후배인 이 사건 학교의 극작 전공 재학생(3학년)들에게 개인적으로 전화 등을 통해 연락하여 원고로부터 부당한 계약 체결과 성적인 언행을 당한 사실을 알리며 원고와 단둘이 있거나 작품 계약을 체결하지 않도록 당부하였고, 그 이후 이 사건 학교의 극작 전공 재학생들 대부분에게 위 사실이 알려졌다.
익명의 신고자는 2021. 4. 23. 성폭력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졸업생 T가 재학 중 원고로부터 다음과 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하면서, 현재 극작과 내에서 원고에 관한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니 이에 대한 진위를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성폭력상담센터는 위와 같은 신고가 접수된 직후 T와 통화하였으나, T는 ‘현재 취업한 상태로서 해당 사건의 공론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2021. 4. 26. 성폭력상담센터와의 2차 통화에서도 동일한 의사를 재차 밝히는 한편, 신고 내용에 관하여 ‘사기계약 사건’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학교의 극작 전공 학회장 X은 극작 전공 재학생들을 대표하여 2021. 5. 19. 현재 재학생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원고의 언행에 관한 소문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그 소문으로 인해 재학생들이 불안해하고 있으니 소문에 관한 진실 파악과 그에 맞는 조치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다른 교수에게 제출하였다.
이 사건 학교의 극작 전공 졸업생이자 T의 선배인 Y은 2021. 6. 16. 다음과 같이 T로부터 들은 내용을 언급하며 원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조치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이 사건 학교의 극작 전공 부학회장인 AA 역시 2021. 6. 20. ‘교수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서를 작성하여 원고에 대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징계 등 엄중한 처벌을 요청하였다.
이 사건 학교의 극작 전공 책임교수는 2021. 6. 17. 사실 확인을 위해 T와의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T는 이를 거절하며 해당 교수에게 ‘죄송하지만 저는 더 이상 그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 공론화시킨다는 부모님을 진정하는 데에만 한 달이 걸렸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교수님을 파면시킨 학생이 되는 게 싫다. 교수님께서 잘못된 행동을 하셨어도 교수님을 파면시킨 학생이 되고 싶지는 않다. 사건을 잊고 제 생활을 하려고 하는데 안정될 때마다 자꾸 동기며 학생들이 전화가 와서 너무 힘이 든다. 피해자인 제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이 사건 학교의 극작 전공 교수진들은 ‘원고의 학생작품 부당계약 및 성적대상화 논란 관련 전공 교수진 의견서’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을 작성하여 이 사건 학교 본부에 제출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교 U 관련
U은 2021. 6. 8. 성폭력상담센터를 찾아 상담을 한 후, 그 다음 날인 2021. 6. 9. 이메일을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함으로써 피해사실을 신고하였다.
U은 최초 신고에서 못 다한 이야기가 있다며 2021. 7. 6.경 성폭력상담센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추가로 제출하였다.
원고가 2021. 7. 25. 성폭력상담센터에 성희롱 사건에 관한 재심의를 요청한 이후, U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추가 진술서를 제출하였다.
2021. 8. 2. 및 2021. 8. 3. 이 사건 학교의 다른 과 조교이자 U의 동료, 이 사건 학교의 재학생이자 U의 동기가 각 작성한 진술서가 성폭력상담센터에 제출되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충심의위원회가 2021. 8. 4. 원고의 재심의 요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U에 대한 성희롱 사건에 관하여 추가 조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채택한 증거, 갑 제4호증, 을 제1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이 사건 징계사유와 같이 졸업생 T를 상대로 부당계약 체결 및 성희롱 행위를 하고, 조교 U을 상대로 성희롱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교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로서 사립학교법 제61조에 따라 징계대상이 되는 비위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졸업생 T에 대한 부당계약 체결 및 성희롱 행위
T는 이 사건 학교의 극작 전공 재학생 및 졸업생들 여러 명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여 원고로부터 당한 부당계약 체결과 성희롱에 관하여 상세하게 이야기하였고, 해당 재학생 및 졸업생들은 원고에 대한 신고 및 조사 과정에서 T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을 구두진술, 진술서 등의 방식을 통해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여기에는 원고가 한 말과 행동, 당시 T가 느낀 감정 등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표현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과 묘사가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다.
T는 원고의 일련의 부당한 행위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가까운 동기나 선배에게 상담을 하였고, 원고의 T에 대한 성희롱 장면이나 T가 원고와의 계약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T는 원고와의 계약관계를 완전히 종료한 직후에는 2021학년도 1학기 개강을 앞둔 후배들에게도 해당 사실을 알렸는데, 특히 과거에 자신과 심각하게 다투어 사이가 좋지 않은 후배임에도 그가 원고와 가깝게 지낸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적극적으로 연락하여 자신이 겪은 사실과 함께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하였다. 나아가 T와 유사한 경험을 하였다는 재학생 또는 졸업생의 진술도 있었다.
비록 공론화를 원하지 않는 T의 강력한 의사에 따라 원고에 대한 신고 및 조사 과정에서 T로부터 직접 진술이나 객관적인 증거 등을 확보하지는 못하였지만, 위와 같은 점들에 비추어 T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내용은 그 신빙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관련자들의 진술이 중요한 부분에서 일치한 이상, 그 진술 간의 사소한 불일치(가령, 원고와 T가 연구실에서 단둘이 봤다는 영화가 V 감독의 ‘AK’인지, 아니면 AL 감독의 ‘Z’인지 등)만으로는 관련자들 진술 자체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
또한, 원고는 T가 정식 진술을 거부한 점을 들어 ‘T는 악의적으로 원고에 관한 허위의 소문을 퍼뜨린 후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커지자 두려운 마음에 관련 진술을 하지 않고 숨어버렸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성폭력상담센터에 익명의 신고가 접수된 이래 T가 일관되게 보여 온 태도나 T로부터 연락을 받은 관련자들의 진술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T는 향후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사건 학교의 극작 전공 재학생 등에게 원고에 관한 사실을 이야기하였을 뿐, 원고로 하여금 징계처분을 받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단지 자신의 정상적인 일상생활과 정신건강 등을 위해 피고가 행하는 조사 절차에 협조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을 이유로 T가 원고에 관한 허위사실을 이야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교 U에 대한 성희롱 행위
U은 여러 차례에 걸쳐 제출한 사실확인서, 진술서 등을 통해 원고로부터 당한 행위의 내용과 일시·장소, 당시 자신이 느낀 감정 등을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그 과정에서 U은 자신의 진술 내용을 원고가 부인하면 이에 대하여 다시 설득력 있게 반박하였다(가령, 원고는 ‘U이 2021. 7. 5. 원고로부터 업무상 실수에 대한 지적을 받자 이에 불만을 품고 원고를 허위로 신고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이에 대해 U은 그 이전인 2021. 6. 9. 최초 신고를 하였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였다).
U은 2021. 6. 8. 성폭력상담센터를 찾아 상담을 한 끝에 그 다음 날 원고의 성희롱 사실을 성폭력상담센터에 정식으로 신고하였고, 이와 같은 신고 경위가 의심스럽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특히 U은 신고 당시 아직 행정조교로서의 근무기간이 상당한 기간 남아 있는 상황이었는데, 업무상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는 전임교수인 원고에 관하여 허위신고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가 이 사건에서 하고 있는 주장은 모두 고충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징계절차에서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고, 제출한 증거들 역시 이미 고충심의위원회 등에 제출되었던 것이다. 고충심의위원회는 피고가 제출한 자료와 관련자들의 진술, 현장 조사 사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원고와 U의 상반된 진술에 관하여 U의 진술이 객관적으로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원고는 U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의 내용을 근거로 ‘U이 먼저 친밀감을 표시하며 식사를 제안하였음’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는 U이 원고가 자신을 지속적으로 부담스럽게 대하는 상황을 적절하게 회피하면서도 조교로서의 생활을 원만하게 이어가기 위한 최후의 방편으로 택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이와 관련하여 U은 2021. 12. 31.자 진술서(을 제16호증)에서 ‘자신이 원고에게 밥을 사달라며 친밀하게 다가간 이유는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행정조교로 일하면서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함과 동시에 또 누군가 원고의 타겟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설명하였다].
징계양정의 적정성
관련 법리
교원인 피징계자에게 사립학교법상의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교직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2다51555 판결 등 참조).
판단
3개월의 정직처분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채택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와 관련 법령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징계처분 중 3개월의 정직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징계양정은 적정하다.
원고의 신고인들에 대한 성희롱 행위는 이 사건 징계기준에서 정한 비위유형 가운데 ‘품위유지의무 위반’ 중 ‘성희롱’에 해당하고(제7호 가목), 피해자가 2명인 점, 성희롱이 이루어진 횟수, 기간 및 태양, 특히 원고는 교수의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지도·교육 내지 감독을 받는 지위에 있는 학생과 조교를 대상으로 성희롱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인 경우 또는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징계의 종류는 ‘정직’이다.
원고의 졸업생 T에 대한 부당계약 체결 행위는 이 사건 징계기준에서 정한 비위 유형 가운데 ‘성실의무 위반’ 중 ‘직권남용으로 다른 사람의 권리 침해’(제1호 나목) 및 ‘품위유지의무 위반’ 중 ‘학생에 대한 신체적·정신적·정서적 폭력 행위’(제7호 파목)에 해당하고,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의 경위와 그 이후 원고의 행위 태양, 그로 인해 T가 입은 피해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인 경우 또는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징계의 종류는 ‘정직’이다.
한편, 「사립학교 교원 징계규칙」에 의해 준용되는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제5조 제1항에 따르면, 원고의 경우 서로 관련 없는 비위행위가 경합하므로 정직보다 1단계 위의 징계인 ‘해임’ 처분도 가능하다. 이 사건 교원징계위원회의 위원들(5명)은 원고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1명은 해임, 4명은 정직 3개월이 적정하다고 투표하였는데, 다만 정직 3개월에 투표한 위원들도 ‘원고의 비위 정도가 해임에는 이르지 않지만 정직 3개월은 너무 짧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3개월의 정직처분은 관련 법령에 따라 가능한 징계의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수준으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접촉금지 및 수업배제 처분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채택한 증거, 갑 제16호증, 을 제19, 2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와 관련 법령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징계처분 중 접촉금지 및 수업배제 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징계양정은 부당하다.
이 사건 교원징계위원회는 이 사건 징계기준에 따라 가능한 징계의 종류, 즉 ‘정직 3개월’과 ‘해임’ 사이의 간극을 조정하고자 3개월의 정직처분에 더하여 접촉금지 및 수업배제 처분을 추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징계의결서의 ‘의결주문’에도 3개월의 정직처분과 접촉금지 및 수업배제 처분이 병렬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접촉금지 및 수업배제 처분은 ‘징계처분’의 일환으로 이루어졌음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이에 대하여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에 따른 조치(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한 가해자에 대한 필요한 조치)로서 행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사건 교원징계위원회의 회의록, 이 사건 징계의결서 등 어디에도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문구가 언급되거나, 근거법령으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이 적시되어 있지 않은 이상,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런데 사립학교법령은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징계의 종류를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으로만 규정하고 있고, 피고의 정관이나 이 사건 학교의 교원인사규정 등 학칙에도 소속 교원에 대한 징계로 접촉금지 또는 수업배제 처분을 할 수 있다는 근거규정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비록 이 사건 학교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인사관리시행세칙’은 제3조 제3항에서 ‘재직 중인 정년트랙 전임교원 중 강의활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연구중점교원(강의를 담당하지 않고 학문연구활동에 전념하는 전임교원)으로 임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는 징계에 관한 규정이 아니어서 징계로서 수업배제 처분을 할 수 있다는 근거규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는 위 시행세칙에 근거하여 교원트랙 및 직급(정년트랙 부교수) 유지를 조건으로 수업배제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원고의 직위를 연구중점교수로 변경하고자 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거부한 정황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수업배제 처분은 원고를 교원으로서의 본연의 업무인 학생의 교육·지도 업무에서 전면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실질적으로 정직이나 직위해제와 유사한 성격의 처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수업이 배제된 기간(2021. 10. 5.부터 2023. 2. 28.까지)을 고려하면 원고는 사실상 3개월의 정직처분에 더하여 1년이 넘는 정직처분을 추가로 받은 것과 다름없고, 이는 정직기간의 상한을 3개월로 명시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규정을 우회적으로 회피하는 결과가 된다.
접촉금지 처분의 경우, 원고와의 업무적 관련성이나 성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접촉금지 대상을 이 사건 학교의 극작 전공 소속 교수진, 조교, 학생 전원으로 광범위하게 특정하고 있는 데다가, 접촉사유와 무관하게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접촉을 금지하고 있어 원고에게 지나치게 불이익한 측면이 있다.
원고의 비위행위가 널리 알려지면서 이 사건 학교의 극작 전공 재학생들이 상당한 불안감을 갖게 되었고, 원고의 수업을 거부하는 의사를 강력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접촉금지 및 수업배제의 필요성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으며,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징계기준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으로 해임도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들만으로 명확한 근거규정 없이 과도하게 이루어진 접촉금지 및 수업배제 처분이 정당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결론
이 사건 징계처분 중 3개월의 정직처분은 유효하다. 반면, 이 사건 징계처분 중 접촉금지 및 수업배제 처분은 무효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도 인정된다.
미지급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징계처분 중 3개월의 정직처분이 유효한 이상,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미지급 임금 청구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현석(재판장) 오주훈 성창희
각주1)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 과정에서 작성된 각종 회의록 등에는 조교 U의 신고일이 ‘2021. 7. 6.’인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을 제16호증 중 ‘원고 의견에 대한 반박 진술서’에 의하면 U이 2021. 6. 9. 성폭력상담센터 직원에게 ‘사실확인서’를 송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각주2) 조교 U을 의미한다.
각주3) 졸업생 T를 의미한다.
각주4) 피고는 ‘제4항’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그 내용에 비추어 ‘제5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각주5)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각주6) 해당 탄원서(을 제14호증)에는 작성일자가 ‘2020. 6. 16.’으로 되어 있으나 오기인 것으로 보인다.
각주7) 나아가 원고는 2022. 9.경 T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T는 이 사건 변론종결일 이후 작성한 사실확인서를 통해 ‘앞으로는 수사기관 등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