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1고단1759
판결선고
2021. 6. 10.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서울 서초구 B빌딩 5층에 있는 ㈜C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9명을 사용하여 건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퇴직금 등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무실에서 2013. 4. 15.경부터 2015. 8. 30.경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D의 임금 5,168,701원 및 퇴직금 5,010,670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D 등 근로자 10명의 임금 68,439,793원 및 퇴직금 8,724,14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법정진술
D, E, F, G, H, I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각 고소장, 진정서
평균임금 및 퇴직금 산정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과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는 공소시효가 완성된 이후에 제기되었으니 면소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소시효가 완성된 때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26조 제3호). 이 사건 공소사실은 각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09조 제1항, 제36조 및 각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에 해당하는 범죄로서, 그 공소시효는 원칙적으로 범죄행위의 종료한 때로부터 5년이 경과함으로써 완성된다(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5호, 제250조, 제251조, 제252조 제1항). 그러나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되는바(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 여기서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은 국외 체류의 유일한 목적인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범인의 국외 체류 목적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으면 충분하다. 범인이 국외에 있는 것이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과 양립할 수 없는 범인의 주관적 의사가 명백히 드러나는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국외 체류기간 동안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은 계속 유지된다고 볼 것이다(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5도5916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은 사업체 부도로 인한 여러 혼란 속에서 2015. 9. 18. 채권자들을 피해 독일로 출국하게 되었고, 그 무렵 피해근로자들로부터 임금과 퇴직금의 지급을 요구받고 있었으며, 피고인이 피해근로자들에게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기일이 도래할 무렵 피해근로자들에게 알리지 아니한 채 출국하였는바, 위와 같은 사정과 아울러 피고인의 출국 직후에 피해근로자들이 이 사건 고소를 제기하게 된 전후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2015. 9. 18. 독일로 출국한 것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형사처분을 면하는 것이 그 주된 목적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것이 피고인의 국외 체류 목적 중 하나에는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이 독일로 출국한 2015. 9. 18.부터 다시 국내로 귀국한 2021. 1. 11.까지 그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이 사건 공소는 그 공소시효 완성 전에 제기된 것으로서 적법하므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각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9조 제1항, 제36조, 각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 (D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 상호간, G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 상호간)
형의 선택
각 징역형 선택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공소시효 완성의 주장을 하나 범죄사실 자체는 자백하고 있고, 피고인과 피고인의 처, 누나, 조카 등이 제출한 탄원서의 진솔한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진정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아니한 채 사업실패로 인한 자신과 가족들의 어려움을 이유로 현실을 도피하듯이 독일로 출국하였다가 몇 년 뒤 귀국하였고, 피고인의 행태로 인하여 피해근로자들은 사용자인 피고인에 대해 그 배신감으로 상당히 분노하였을 것이 넉넉히 추측된다.
피고인은 사업체 부도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이고, 자신과 가족들이 처한 극한의 상황을 회피하고자 독일로 출국하였다. 피고인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위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된 데에 인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은 단순히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만 산 것이 아니라 자신을 믿고 따르는 근로자들을 둔 한 사업체의 대표이기도 하였으므로,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아픔을 깊이 헤아리지 아니한 채 자신과 가족을 위해 현실을 도피하는 선택을 하게 된 것에는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재정적 파탄 상태에 도달할 위험성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한 재정적 파탄은 경제활동주체의 개별적 잘못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자본주의의 내재적 모순이나 한계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 누구에게 성공의 기회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곧 다른 사람에게는 실패의 기회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피고인은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고 부모와 가족들 부양에 대한 책임감으로 성실히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약 15년간 인테리어 업체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식회사 C을 창업하였는데 2014.경 J 공사를 맡았다가 하청업체의 임금체불로 작업자들이 시위를 하면서 발생한 혼란 속에서 6억 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고 그로 인해 사업체 부도를 겪게 되었다. 피고인은 사실상 자신의 전 재산을 잃었고 설상가상으로 채권자들의 압박 속에서 가족들의 건강이 악화되는 등의 사정이 겹치자 독일로 출국하였다. 피고인이 따로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사업체 부도 및 독일 출국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떼어 먹는 이른바 ‘악덕사업주’로 보이지는 않는다.
피고인은 귀국 후 이 사건 공판 진행 중에 피해근로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달하고자 연락하였으나 피해근로자들로부터 용서를 받지는 못하였다. 피고인은 앞으로 피해 근로자들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피고인이 현재 처한 경제적 상황을 고려할 때 피해근로자들의 피해 전부를 회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나 추후 그 피해의 일부씩이나마 성의껏 변제하는 노력을 보임으로써 피해근로자들의 쌓인 분노를 일부라도 해소해 줄 것을 희망하면서, 피고인의 다짐을 믿어보기로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피해근로자들에게 합계 약 5,500만 원의 체당금을 지급하였는데, 피고인이 근로복지공단에 그로 인한 구성의무를 이행한 것은 없다.
피고인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처와 자녀들을 부양하여야 할 처지에 있다.
피고인은 동종범죄로 인한 벌금형 3회 및 이종범죄로 인한 벌금형 5회를 제외한 다른 처벌전력이 없다.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하여 엄벌하기보다는 피고인의 다짐을 믿고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함으로써 한 번의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그밖에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제반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주진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