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채무자는 채무자 보조참가인과 단체교섭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채권자의 나머지 신청을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채무자 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부분은 채무자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채무자는 상시 근로자 약 5,800명을 고용하여 보험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채권자는 채무자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2020. 2. 3. 설립된 D단체 산하 노동조합이다.
채권자는 채무자와 사이에, 2020. 8. 12. 유효기간을 2020. 9. 1.부터 2022. 8. 31.까지로 정하여 2020년 단체협약을, 2021. 1. 28. 유효기간을 2020. 3. 1.부터 2021. 2. 28.까지로 정하여 2020년 임금협약을 각 체결하였다.
채무자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만 한다)은 2021. 3. 22.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하 ‘서울지방노동청’이라고 한다)에 채무자 소속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하였다. 서울지방노동청은 설립신고서와 규약 등을 검토한 후, 2021. 3. 25. 참가인에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12조 제2항에 따라 보완기한을 2021. 4. 14.로 정하여, “규약 제정․변경, 해산결의의 의결정족수, 사무직군 지부의 대의원 권한 부여 여부, 기존 ‘B 평사원협의회’ 정회원 및 분회장의 조합원 및 분회장 지위 부여 여부, 조합원에서 제외되는 직원의 범위, 노동조합 해산 사유, 노사협의위원의 구성 등”의 사항에 관하여 규약 보완을 요구하였다. 이에 참가인은 2021. 3. 26. 서울지방노동청에 위 보완요구사항이 반영된 규약을 제출하고 2021. 3. 31.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다.
그에 앞서 위 2020년 임금협약이 2021. 2. 28. 만료되자, E노동조합 F지회(이하 ’E노조 F지회‘라고 한다)는 2021. 3. 25. 채무자에게 지회 설치 사실을 통보하며 단체교섭을 요구하였고, 채무자는 2021. 3. 26.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에 따라 2021. 4. 2.까지 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였다. 이에 채권자와 참가인이 2021. 4. 1. 채무자에게 단체교섭을 각 요구하자, 채무자는 2021. 4. 3. 채권자, 참가인 및 E노조 F지회를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하였다.
그 후 채권자, 참가인 및 E노조 F지회가 자율적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지 못하자, 채권자는 2021. 4. 23. 채무자에게 자신이 과반수 노동조합임을 통지하였고, 채무자는 같은 날 이를 공고하였다.
이에 참가인은 2021. 4. 23. 자신이 과반수 노동조합임을 주장하며 채무자를 상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과반수노동조합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5. 13. 위 이의신청을 인정하여 “채무자의 교섭단위에서 참가인이 과반수 노동조합으로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다.”라는 초심결정을 내렸다. 채권자가 위 초심결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라고 한다)에 재심(이하 ‘대표노조 재심절차’라고 한다)을 신청하였으나, 2021. 6. 30. 이를 기각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채무자는 현재 참가인과 사이에 2021년 임금협약에 관한 단체교섭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신청이유의 요지
참가인의 설립총회 결의에는 공고, 소집 절차가 누락되고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위법이 있고, 서울지방노동청의 보완요구에 따라 규약을 개정함에 있어서도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채 조합원 14명의 서명만으로 개정한 위법이 있으며, 서울지방노동청에 제출한 규약 제정일이 참가인이 설립되기 1년여 전인 ‘2020. 1. 4.’로 기재되어 있는 등 설립 및 규약 개정 절차에 중대한 흠이 있다.
또한, 참가인의 전신(前身)인 ‘B 평사원협의회’(이하 ‘평사원협의회’라고 한다)는 1987. 12.경 설립된 이래 채무자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으면서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는 등 채무자 회사를 위해 활동해 왔는데, 참가인은 평사원협의회와 그 실질이 동일한 이른바 ‘어용노조’ 또는 ‘친사노조(親社勞組)’로서 노동조합으로서 자주성과 독립성이 결여되어 그 설립 자체가 무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진정한 노동조합이라고 볼 수 없는 참가인과 사이에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채권자로서는 단체교섭권 및 그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채무자를 상대로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구한다.
판단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소명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참가인의 설립은 그 절차적 흠이 중대하여 무효로 볼 여지가 매우 크다.
노동조합법 제16조는 규약의 제정과 변경에 관하여 총회에서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결의하도록 하고 있고(제1항 제1호, 제2항), 규약의 제정ㆍ변경에 관한 사항은 조합원의 직접ㆍ비밀ㆍ무기명투표에 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항).
참가인은 서울지방노동청의 규약 보완요구에 따라, 2021. 3. 26. 당시 조합원 14명 전원이 참가한 카카오톡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규약 변경에 관한 온라인 임시총회를 열어 위 14명 전원의 찬성으로 규약 변경 안건을 적법하게 결의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가인은, 채권자가 이 사건 신청을 하기 전인 2021. 5.경 관련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서울지방노동청에 문의한 결과 규약 개정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필요가 없다고 하여 이를 열지 않고 규약을 개정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한, 참가인이 보완 요구를 받은 사항들은 ‘조합원 및 대의원 지위 부여 여부, 노동조합 해산 사유, 규약 제정․변경, 해산결의’ 등 노동조합으로서 참가인의 운영 및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관한 핵심적인 내용일 뿐만 아니라 보완요구 대상이 된 조문의 수가 적지 않아 정해진 보완기한도 2021. 4. 14.까지로 상당한 기간이 있었다.
그런데 참가인은 보완 요구를 받은 바로 다음 날인 2021. 3. 26. 해당 사항 전부를 보완한 규약을 제출하였는데, 중노위에서 열린 대표노조 재심절차 당시 참가인 측대리인은 ‘참가인 대표자인 G과 함께 2021. 3. 26. 서울지방노동청을 방문하여 감독관으로부터 규약 문구를 어떻게 변경해야 하는지를 받아 적은 후, 신․구 조문 대조표를 작성하여 서울지방노동청에 제출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참가인이 서울지방노동청의 보완요구에 따라 규약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임시총회를 개최한 사실이 있는지 강한 의심이 든다.
설령 참가인의 주장과 같이 규약 변경에 관한 위 임시총회가 실제로 개최된 것으로 보더라도, 참가인이 서울지방노동청에 제출한 조합원명부에 의하면 참가인의 설립신고서가 제출된 2021. 3. 22. 기준 조합 가입자 수는 135명으로 확인되는바(더욱이 총회 개최 전일인 2021. 3. 25. 기준으로는 1,195명, 총회 개최 당일인 2021. 3. 26. 기준으로는 1,290명에 달한다), 참가인이 주장하는 14명만이 참여하여 열린 위 임시총회 결의에는 노동조합법 제16조가 정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중대한 흠이 있다.
이에 관하여 채무자와 참가인은, 2021. 3. 22.부터 3. 27.까지 사이에는 통신사 본인인증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가입원서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조합원 지위를 인정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나, 조합 가입을 희망하는 근로자가 성명, 사원번호, 연락처 등을 기재하여 가입원서를 제출하고 참가인이 이를 수리한 이상,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쌍방의 의사 합치에 따라 가입절차가 완료되어 조합원의 지위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고, 단순히 통신사 본인인증 절차가 진행되기 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조합원지위가 부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위 임시총회 개최일인 2021. 3. 26. 당시 참가인의 조합원을 총 14명으로 보더라도, 노동조합법 제16조 제4항에 의하면 규약 변경은 조합원의 직접ㆍ비밀ㆍ무기명투표에 의해야 한다.
참가인은, 위 카카오톡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의 임시총회 당시 직접ㆍ비밀ㆍ무기명투표에 의해 결의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 아무런 소명자료 없이 위 14명의 조합원들이 자필로 실명과 함께 ‘규약 변경에 동의한다’는 문구를 기재한 서류(소갑 제18호증의 1 내지 14)만을 제출하였을 뿐이므로, 위 규약 변경 결의가 직접ㆍ비밀ㆍ무기명투표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참가인이 서울지방노동청의 규약 보완 요구에 응하여 적법하게 규약을 개정‧제출하였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보완 요구 사항이 노동조합인 참가인의 운영 및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관한 핵심적인 내용인 점을 고려할 때, 서울지방노동청의 참가인에 대한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 및 참가인의 노동조합 설립은 무효로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아울러 참가인이 2021. 7. 1. 온라인 총회를 열어 조합원 2,007명 중 1,680명의 찬성으로 규약 변경을 추인하기는 했으나, 무효행위를 추인한 경우 달리 소급효를 인정하는 법률규정이 없는 한 새로운 법률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는 무효인결의를 사후에 적법하게 추인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므로(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다53419 판결, 2011. 6. 24. 선고 2009다35033 판결 참조), 2021. 3. 26.자 규약 보완이 소급하여 유효로 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이 사건에 제출된 소명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참가인이 노동조합으로서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문이 든다.
평사원협의회는 1987. 12.경 채무자와 평사원협의회 사이의 합의서에 기해 설립되었는데, 위 합의서에는 ‘채무자가 사우회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권고하여 그 대회에서 사우회 해산이 결의되면 평사원협의회가 사우회를 통합운영하는 것으로 하고(제4항), 회사의 합리적인 발전을 위하여 노조를 대신하는 평사원협의회를 구성․운영하며(제5항), 합의서 제6항에 규정된 평사원협의회의 성격․조직․단체행동권 등을 근간으로 채무자와 협의하여 평사원협의회의 규정을 제정한다(제6항)’고 하는 등 노동조합으로서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심히 해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평사원협의회는 설립 이후 2019년까지 채무자와 사이에 단체협약과 유사한 내용으로 ‘근로조건에 관한 협약’을 체결해 오는 등 채무자 내 진성노조(眞性勞組)의 설립을 사실상 저지하여 왔고, 그 과정에서 평사원협의회의 공식행사나 산하 동호회 등의 운영과 관련하여 채무자부터 상당한 금전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공개된 H그룹 미래전략실의 H그룹 ‘비노조 경영’ 방침을 구체화한 ‘H그룹 노사전략’ 문건에서는, 평사원협의회와 같은 노사협의회를 ‘노조 설립시 대항마로 활용’한다거나, ‘유사시 친사노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육성․활용하도록 하고 있고, 이러한 내용이 실제로 H그룹 내에서 지속적으로 실행되어 옴으로써 채권자가 2020. 2.경 설립되기 전까지는 H그룹 내에 진정한 노동조합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참가인의 대표자인 G은 2021. 3. 22. 참가인 조합을 설립하면서, 채무자의 임직원들에게 ‘참가인은 33년 역사의 평사원협의회를 계승한 조직으로 채무자 임직원들에게 익숙한 평사원협의회의 기존 직급․조직․제도를 그대로 사용한다. 회장, 부회장, 사무처장, 운영부장의 직함은 물론 분회 및 분회장 명칭 또한 변함없이 사용하겠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실제로 2021. 3. 22. 당시 평사원협의회와 참가인의 의사결정 및 집행기관은 그 인적 구성은 물론이고, 구체적인 직함까지 모두 동일한 것으로 나타난다.
참가인의 노동조합 설립절차가 완료되고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되어 참가인의 활동이 궤도에 오른 후인 2021. 4. 14.경에야 평사원협의회는 해산되었다.
결국 이 사건 신청은 그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있다(위와 같이 피보전권리를 인정하는 이상 참가인 설립 및 단체교섭의 위법성에 관한 채권자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는 나아가 살피지 않는다). 그리고 채무자가 참가인의 노동조합 지위를 인정하면서 참가인과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2021년 임금협약을 체결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점 등 기록에 의하여 소명되는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본안판결에 앞서 채무자로 하여금 참가인과의 단체교섭을 금지할 필요성도 소명된다.
한편 채권자는 채무자의 주문 제1항 기재 의무 위반에 대비하여 간접강제도 함께 신청하였으나, 채무자가 이 사건 가처분결정에도 불구하고 이에 위반하여 참가인과 단체교섭을 강행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데다가, 만약 그와 같은 사정이 발생한다면 별도의 신청으로 간접강제를 구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그 나머지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21. 9. 3.
판사 송경근(재판장) 신일수 원도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