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엔지니어링사업자(엔지니어링활동을 영업의 수단으로 하려는 자로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한 자)가 엔지니어산업의 발전과 엔지니어링기술의 진흥을 도모하기 위하여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에 따라 설립한 단체이다.
원고는 2006. 7. 1. 피고에 경력직 과장으로 입사하여 2008. 12. 31.까지 회원지원팀에서 수주실적, 기술 경력자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2009. 1. 1.부터 2013. 3. 31.까지는 연구실 안전팀과 정보통계팀에서 연구실험실 안전관리, 통계 업무 등을 수행하였으며, 2013. 4. 1.부터 회원지원팀에서 관리업무 등을 수행하다가, 2015. 4. 1.부터 팀장의 직책으로 회원지원팀의 업무를 총괄하고, 2016. 3. 1.부터 회원서비스팀 등을 총괄하다가, 2021. 10. 28. 해고된 사람이다.
C은 1994. 3. 15.경 피고에 입사한 이후, 2013. 4. 1.부터 회원지원실 정보통계팀에서 정보통계 업무 등을 총괄하였고, 2017. 4. 10.부터 회원지원본부 회원지원팀에서 회원지원팀 업무를 총괄하였으며, 2018. 6. 1.부터 전략기획본부 해외수주지원팀에서 해외수주지원팀을 총괄하다가 2019. 4.경 퇴직한 사람이다.
원고의 금품수수 행위
원고는 2013. 6. 2.부터 2018. 2. 15.까지 원고가 수행하는 ‘기술자들을 사업체에 등록하는 업무’에 관한 각 사업체 관계자들인 D, E, F, G, H, I, J 등 7명으로부터 아래와 같이 28회에 걸쳐 합계 2,600만 원을 송금받았다(이하 ‘이 사건 금품수수 행위’라고 한다).
원고의 1차 경위서 제출과 피고의 해임 및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8. 10. 말경 C을 뇌물수수의 피의자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원고를 참고인으로 조사하였다.
피고는 2018. 10. 29.경 C 및 원고에 대한 ‘보직해제 및 대기발령’의 처분을 하였다. C은 2019. 4.경 피고에서 퇴직하였다.
피고는 2019. 5. 3. 원고에게 ‘대기발령 중인 직원에 대해 대기발령 사유와 이후 추진경과 등 현황에 대한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고, 이에 원고는 2019. 5. 8. 피고에게 경위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이하 ‘1차 경위서’라고 한다). 1차 경위서의 주요 내용은, ‘참고인조사에서 C과 연관된 특정업체로부터 현금을 받은 것에 경찰이 질문을 하였다. 수년 전 명절에 해당업체에서 명절선물도 못해 미안하다며 현금을 보내겠다고 문자가 와서 정중히 거절을 했으나, 타인의 경조사비를 대신 전달해준 일로 저의 계좌번호를 알고 있었던 업체에서 일방적으로 50만 원의 현금을 보낸 일이 있었다. 그것은 그 업체가 저에게 보낸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며, 수차례 거절에도 불구하고 그냥 잘 쓰라고 하여 직원들과 회식에 사용하였다.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저 역시 모르는 부분이 많아 결과가 나온 후 말씀드리겠다. 문제가 되었던 업체로부터 제가 돈을 받은 것은 50만 원이 전부이다’는 취지이다.
피고의 인사위원회는 2019. 6. 24.경 원고가 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최소 50만 원의 금품을 수수하였고, 경찰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되었으며, 은행 입출금거래내역 수사 확대 등 수사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므로, 임직원 행동강령의 금품수수 금지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원고의 면직을 결의하였고, 피고는 2019. 6. 30. 원고에게 ‘면직(해임)’을 통보하였다.
원고는 2019. 8. 27.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10. 22. ‘피고가 2019. 6. 30. 원고에게 한 해고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판정’이라고 한다).
이에 피고는 2019. 12. 2. 원고의 복직(대기발령)을 결의하였고, 원고는 2019. 12. 5. 복직하였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
피고 인사위원회는 2019. 12. 20. 원고에 대한 청문절차 진행 결과, 1차 경위서 내용 등을 근거로 원고가 50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것은 임직원 행동강령 제22조 제2항 등을 위반한 것이라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정직 3개월 처분을 결의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19. 12. 30. 원고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정직’이라고 한다).
원고에 대한 기소와 2차 경위서 제출 및 피고의 재차 직위해제 대기발령
원고는 2020. 3. 26. ‘2013. 6. 3.부터 2018. 2. 15.까지 7명의 사업체 관계자로부터 28회에 걸쳐 합계 2,600만 원을 송금받아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고, 원고는 2020. 4. 1.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았다. 원고에 대한 제1회 공판기일은 2020. 7. 7. 진행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정직의 징계가 끝난 후 2020. 4. 1. 복귀하여, 피고 법제팀으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한편, 피고 소속 K 부장의 뇌물수수에 대한 유죄판결이 언론에 보도되자, 피고는 원고에게 재차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2020. 8. 4. 피고에게 경위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이하 ‘2차 경위서’라고 한다). 2차 경위서의 주요 내용은, ‘이 사건 1차 경위서에 언급된 사실관계가 바뀐 부분이 없으므로 재언급을 하지 않겠다. 다만 참고차 다시 경위서를 작성한다. 경찰과 검찰의 조사가 반복되었으며, 2020. 5. 20.경 사건이 기소되어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태이다’라는 취지이다.
피고는 2020. 8. 5. 원고에 대하여 직위해제, 인사대기의 처분을 하였다.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원고는 ‘기술자의 사업체 등록 처리를 곧바로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기술자들이 곧바로 사업체에 등록되어 입찰자격기준에 부합되도록 해주는 등 업무상 편의를 제공하거나 향후 제공하는 대가로, 2013. 6. 3.부터 2018. 2. 15.까지 7명의 사업체 관계자로부터 28회에 걸쳐 합계 2,600만 원을 송금받아,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에 의하여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사람으로서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뇌물수수의 범죄사실로, 제1심에서 2021. 9. 30.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200만 원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광주지방법원 2020고단1300), 현재 항소심 계속 중(광주지방법원 2021노2831)이다(이하 ‘관련 형사사건’ 또는 ‘관련 형사판결’이라고 한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
피고 인사위원회는 2021. 10. 25. 원고에 대한 관련 형사판결의 내용 등을 근거로 원고가 5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것은 임직원 행동강령 제22조 제1항, 제2항 및 취업규칙 제9조 제1, 2, 8, 13호를 위반한 것이라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해임을 결의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21. 10. 28. 같은 이유로 원고를 해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
피고의 임직원 행동강령, 취업규칙, 인사규정 등
이 사건 해고 당시 피고의 임직원 행동강령, 취업규칙, 인사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다만 그 적용 여부에 다툼이 있는 인사규정은 2018. 9. 3. 개정 전후를 모두 기재한다).
<1>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 1, 2호증, 을 제1 내지 5, 7 내지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
원고는 관련 형사사건의 제1심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여 현재 항소심 계속 중인바(원고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인정하나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항소하였다), 피고의 이 사건 해고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부당하다.
피고는 원고의 뇌물수수에 대해 이미 정직 3개월의 이 사건 정직을 하였는바, 이 사건 해고는 이중징계에 해당하여 부당하다.
원고의 금품수수 행위에 대하여는 개정 전 인사규정이 적용되는바, 이 사건 해고는 징계시효 2년을 도과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부당하다.
이 사건 해고는 피고의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 부당하다.
피고
원고의 관련 형사사건이 아직 진행 중이라고 하더라도 징계혐의사실의 인정 및 징계처분은 얼마든지 가능하므로, 이 사건 해고가 그 자체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정직은 당시 원고가 인정한 ‘50만 원의 수수행위’에 대한 것이고, 이 사건 해고는 위 수수행위를 제외하고 관련 형사사건에서 새롭게 밝혀진 수수행위 및 사건 은폐,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등을 사유로 한 것이므로, 이 사건 해고가 이중징계라고 할 수 없다.
원고의 금품수수 행위에 대하여는 개정 후 인사규정이 적용되어 징계시효가 5년이므로, 이 사건 해고는 징계시효를 도과하지 않았다. 설령 개정 전 인사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더라도, 원고의 적극적 은폐와 허위진술로 피고로서는 원고에게 징계사유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없어 징계를 할 수 없었던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는바, 피고는 관련 형사사건 제1심판결이 선고된 날부터 1개월이 지나기 전에 징계심의 및 해임결의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징계시효를 도과하지 않았다.
원고의 비위행위의 내용과 성질, 징계 양정의 기준 등을 종합해볼 때, 이 사건 해고는 피고의 재량권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
판단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징계혐의 사실의 인정은 형사재판의 유죄확정 여부와는 무관한 것이므로 형사재판 절차에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기 전이라도 징계혐의 사실은 인정될 수 있는 것이며 그와 같은 징계혐의 사실인정은 무죄추정에 관한 헌법 제26조 제4항 또는 형사소송법 제275조의 2 규정에 저촉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86. 6. 10. 선고 85누407 판결 참조).
원고가 2013. 6. 2.부터 2018. 2. 15.까지 사업체 관계자들 7명으로부터 28회에 걸쳐 합계 2,600만 원을 송금받았고, 특히 2017. 4. 5. D으로부터 300만 원, 2015. 3. 10. F로부터 400만 원을 송금받은 사실, 피고 임직원 행동강령 제22조 제1항(아래 3.의다.항에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해고 당시의 임직원 행동강령이 적용된다)은 ‘직무관련성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5조 제2항 및 별표 1은 위 제22조 제1항을 위반한 임직원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을 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금품수수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는 이상, 비록 원고가 관련 형사사건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심에서 그 직무관련성 유무를 다투고 있어 그 유죄판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직무관련성 여부와 관계없이 위 임직원 행동강령 제22조 제1항, 제35조 제2항 및 별표 1 등에 따라 원고에게 그 징계사유가 있다고 볼 수 있고, 그와 같이 보더라도 헌법 및 형사소송법에 따른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중징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본 기초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해고는 이 사건 정직과는 그 사유를 달리하는 것으로서 이중징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피고가 2019. 12. 20.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정직은, 원고의 1차 경위서 내용과 원고에 대한 청문절차 진행 결과 등을 근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까지 원고가 1차 경위서 등을 통해 피고에게 알린 내용은 ‘C과 관련된 업체로부터 받은 50만 원이 전부’라는 취지이다.
이 사건 정직에 관한 제16차 피고 인사위원회의 회의록(을 제10호증의 1)에도 원고가 ‘1차 경위서에 진술한대로 50만 원의 금품수수 이외에 추가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원고가 스스로 인정한 50만 원의 금품수수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처분을 결의하였다는 점이 기재되어 있다.
반면 이 사건 해고는 이 사건 정직 이후 새로이 밝혀진 원고의 이 사건 금품수수 행위 전체를 사유로 한 것이다. ‘제17차 피고 인사위원회 심사결의 결과 알림’(을 제11호증)에는 ‘원고가 1차 경위서를 통해 50만 원 이외에 추가로 받은 금액이 없다고 진술하였으나, 관련 형사사건 제1심의 기록 및 공소장을 통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원고가 500만 원 이상 수수한 점이 인정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
징계시효가 도과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개정 후 인사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
사업자가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하면서 시행일을 정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취업규칙은 정해진 시행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므로 징계사유의 발생 시와 징계절차 요구 시 사이에 취업규칙이 개정된 경우에 경과규정에서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징계절차 요구 당시 시행되는 개정 취업규칙과 그에 정한 바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 개정 취업규칙이 기존의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적용대상으로 하면서 근로자에 대한 징계시효를 연장하는 등으로 불리한 법률효과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그러한 사실 또는 법률관계가 개정 취업규칙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미 완성 또는 종결된 것이 아니라면 이를 헌법상 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되어 근로기준법 제96조 제1항에 따라 효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고, 그러한 개정 취업규칙의 적용과 관련하여서는 개정 전 취업규칙의 존속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가 개정 취업규칙의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더 보호가치가 있다고 예외적으로 인정된 경우에 그러한 근로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신의칙상 그 적용이 제한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두25382 판결 참조).
살피건대, 피고의 인사규정 개정으로 금품 및 향응 수수 등의 경우 징계시효가 연장되었더라도 그 개정 당시 이미 개정 전 인사규정에 따라 그 시효가 도과하였다면, 인사규정 개정 전에 이미 그 비위행위와 관련하여서는 더 이상 징계를 할 수 없음이 확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인사규정이 개정되어 징계시효가 연장되었고 그에 관한 별다른 경과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경우에까지 징계시효가 연장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나, 일련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원고의 이 사건 금품수수 행위의 종료시점인 2018. 2. 15.로부터 개정 전 인사규정상의 징계시효인 2년이 도과하지 않은 2018. 9. 3. 피고 인사규정이 개정되었는바, 개정 전 인사규정에 의하더라도 아직 징계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상태에 있었던 원고의 징계사유에 대하여 개정 후 인사규정에 따른 연장된 징계시효기간을 적용하는 것이 헌법상 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고,` 달리 원고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그 적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다.
소급입법은 새로운 입법으로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적용케 하는 진정소급입법과 현재 진행 중인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적용케 하는 부진정소급입법으로 나눌 수 있는바, 이 중에서 기존의 법에 의하여 이미 형성된 개인의 법적 지위를 사후입법을 통하여 박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진정소급입법은 개인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 원리에 의하여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이 원칙인데 반하여, 부진정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소급효를 요구하는 공익상의 사유와 신뢰보호를 요구하는 개인보호의 사유 사이의 교량과정에서 그 범위에 제한이 가하여지는 것이고, 또한 법률불소급의 원칙은 그 법률의 효력발생 전에 완성된 요건사실에 대하여 당해 법률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일 뿐, 계속 중인 사실이나 그 이후에 발생한 요건사실에 대한 법률적용까지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5두5390 판결 등 참조). 이에 비추어 보면, 비위행위인 원고의 이 사건 금품수수 행위에 대한 징계시효가 도과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 징계시효를 연장하는 피고의 개정 후 인사규정은, 이미 과거에 시작하였으나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고 진행과정에 있는 사실·법률관계를 규율의 대상으로 하는 부진정소급효를 갖는 규정으로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사건의 경우 2021. 10. 25.자 피고의 제17차 인사위원회 및 2021. 10. 28.자 이 사건 해고 등의 징계절차에 대해서는 개정 후 인사규정<2>에 따른 징계시효 5년이 적용되는바, 이 사건 해고는 원고의 이 사건 금품수수 행위 최종일인 2018. 2. 15.을 기준으로 징계시효 5년이 도과하기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적법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개정 전 인사규정에 따른 징계시효 도과 여부(가정적 판단)
설령 이 사건 해고 등의 징계절차에 대하여 개정 전 인사규정에 따른 징계시효 2년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해고가 징계시효 2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개정 전 인사규정 제37조 제1항은 징계시효를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2년으로 정하고 있으나, 제36조 제2항은 징계사유에 해당되어 수사기관에서 조사 중인 때에는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제37조 제2항은 위 제36조 제2항에 의하여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못한 때에는 2년이 경과되었더라도 그 사유를 종료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이내에 징계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4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에 대한 관련 형사사건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21. 9. 30. 이후에야 이 사건 금품수수 행위 전체를 알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가 위 2021. 9. 30.부터 1개월 이내인 2021. 10. 25.에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그 결의에 따라 원고를 해고한 이상, 이 사건 해고가 징계시효를 도과하여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서도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018. 10. 말경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C의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이후에야 피고는 C 및 원고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에 피고는 C 및 원고를 보직해제 및 대기발령하는 처분을 한 다음, 원고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였는데, 원고는 1차 경위서를 통해 ‘특정업체로부터 50만 원을 수수하였다’는 점만을 알렸을 뿐, 그 외 이 사건 금품수수 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피고는 2019. 6. 30. 원고에게 ‘면직(해임)’ 통보를 하면서도(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여 추후 원고는 복직하였다) 원고가 ‘50만 원의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점만을 사유로 삼았고, 마찬가지로 2019. 12. 30. 원고에게 이 사건 정직 처분을 하면서도 ‘50만 원 금품수수’의 점만을 사유로 삼았다.
이후 피고 소속 K 부장의 유죄판결에 대한 언론보도가 있자 피고는 원고에게 재차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였는데, 원고는 2020. 8. 4. 2차 경위서에서도 ‘1차 경위서에서 언급한 사실관계가 바뀐 부분이 없다. 기소되어 재판을 앞두고 있다’고 하였을 뿐, 여전히 그 외 이 사건 금품수수 행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피고는 피의자·피고인 신분의 원고가 재직하는 직장일 뿐이므로 원고에게 범죄의 혐의가 있는지, 기소되었다면 그 공소사실은 무엇인지 등을 원고의 진술에 의존하여 파악할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또한 피고는 고소인·고발인의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므로, 원고에 대한 경찰 및 검찰 조사 과정은 물론 법원에서의 재판 과정에서도 스스로 원고의 공소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자료 등을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피고는 원고의 관련 형사사건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21. 9. 30.에 이르러서야 원고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2021. 10. 13. 판결문 인터넷 열람 신청을 하여 2021. 11. 5.에 비실명화 작업이 된 판결문을 확보하였다.
원고는 ‘2020. 8. 초순경 피고의 부회장에게, 6년에 걸쳐 약 2,500만 원을 수령하였다는 공소사실의 구체적 내용을 보고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피고가 원고에 대한 수사개시를 인식한 직후 원고에 대한 보직해제 및 대기발령 처분을 한 점, 원고의 1차 경위서 작성 직후에도 원고에 대한 ‘면직(해임)’ 또는 이 사건 정직 처분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만일 피고가 관련 형사사건의 제1심판결 선고일 이전부터 원고의 이 사건 금품수수 행위 전체를 알았다면 즉시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에 나아갔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의 2차 경위서 제출 이후 원고에 대해 직위해제, 인사대기의 처분을 하였을 뿐, 관련 형사사건 제1심판결 선고일 이전까지 어떠한 징계절차에도 나아가지 않았다.
징계양정의 적정성에 관한 판단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으며,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 따라서 징계권의 행사가 임용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라고 하여도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징계권을 행사하여야 할 공익의 원칙에 반하거나 일반적으로 징계사유로 삼은 비행의 정도에 비하여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또는 합리적인 사유 없이 같은 정도의 비행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적용하여 온 기준과 어긋나게 공평을 잃은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위반한 경우라면 이러한 징계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처분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2두10895 판결).
앞서 본 기초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 을 제21, 2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해고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피고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는 직무관련자로부터 합계 2,600만 원의 금품을 수수하였는바, 이는 임직원 행동강령 제22조 제1항, 제35조 제2항, 별표 1의 징계양정기준에 따를 때 5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로서 직무관련성이나 수수 이후 위법·부당한 처분을 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파면’(인사규정 제38조에 징계의 종류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해임보다 중한 징계이다)에 해당하는 중대한 비위행위이다.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원고의 이 사건 금품수수 행위로 인하여 피고의 직무수행의 공정성과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 특히 원고는 회원서비스팀을 총괄하는 팀장으로서 회원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행동강령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는 등 금품수수행위의 위법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이 사건 금품수수 행위 최종일부터, 자신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고 기소되어 제1심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금품수수 행위가 처음 있었던 날을 기준으로 할 경우 6년이 넘는 기간이다) 피고에게 이 사건 금품수수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피고인인 원고로서는 관련 형사사건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으므로 범행인정 여부 등을 피고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하더라도, 업무수행의 공정성과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의 대상이 되는 피고로서는 원고의 이 사건 금품수수 행위와 그에 대한 원고의 주장 등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만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하는 등 훼손된 신뢰를 회복할 기회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는 관련 형사사건 제1심판결 선고일까지 공소사실이나 원고가 인정하는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원고는 국토해양부장관 표창이나 우수직원 표창 수상 내역이 인사규정에 따른 징계의 감경사유가 된다고 주장하나, 원고에게 적용되는 인사규정 제41조의2 제1항 단서(2019. 11. 13. 개정으로 신설되었다)는 ‘금품수수금지 의무 위반에 따라 징계의결이 요구된 경우 징계는 감경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또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개정 전 인사규정 제41조의2 제1항 본문에 의하더라도 징계감경은 임의적 규정으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볼 때, 피고가 징계감경을 하지 않은 것이 그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현석(재판장) 안근홍 차현우
각주1) 인사규정(2021. 5. 12. 개정된 것) 제38조 제2항은 징계처분을 결정할 때 별표 3을 참고하도록 정하면서, 별표 3을 신설하였다.
각주2) 2018. 9. 3.자 개정 이후 현재까지 제37조 제1항의 징계시효 5년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