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 A에게 80,000,000원, 원고 B에게 10,000,000원, 원고 C, D에게 각 5,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2. 7. 29.부터 2024. 7. 4.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3/4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해운업, 무역업, 복합운송주선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F(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 등을 소유하고 있고, 원고 A은 이 사건 선박의 선장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원고 B은 원고 A의 처, 원고 C, D은 원고 A, B의 자녀들이다.
원고 A과 주식회사 G의 선원근로계약
피고는 이 사건 선박 등 소유하고 있는 선박과 해당 선박에 승선하는 선원에 관한 관리업무를 위탁하여 수행하고자 주식회사 G(이하 ‘G’이라 한다)과 선원·선박 관리계약(이하 ‘이 사건 관리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G은 이 사건 관리계약에 따라 피고 소유의 선박에 대한 수리 등 관리업무와 해당 선박에 승선할 선원의 채용, 근로계약 체결, 임금 산정 등 선원 인사관리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 A은 2019. 6. 4. G과 선원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선박의 선장으로 근무하였다. 원고 A과 G 사이의 선원근로계약은 두 차례 갱신되었고 근로계약 기간은 아래와 같이 정하였는데, 위 각 계약에서는 계약 기간에 관하여 추가로 ‘중도 하선시에는 하선일로 계약은 자동 종료되고, 계약 기간을 초과하여 승선할 경우에는 계약종료 시점을 하선시까지로 연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선박의 출항 등
H(H, 이하 ‘H’라 한다)는 2019. 9. 30.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으로 니켈광을 인도네시아에서 중국으로 운송하기로 하는 내용의 용선계약(이하 ‘이 사건 용선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위 용선계약에 따라 원고 A은 2019. 10. 9. 울산항에서 이 사건 선박을 출항하여 2019. 10. 17. 인도네시아 포말라(Pomalaa)항에 도착하였다.
원고 A은 2019. 10. 19.부터 이 사건 선박에 니켈광을 선적하기 시작하여 2019. 10. 28.까지 45,090톤의 선적을 완료하고 중국으로의 출항을 위하여 대기하였다. 그런데 위 니켈광의 화주인 I(I, 이하 ‘I’라 한다)가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수출허가를 받지 못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H와 H의 현지 대리점, I 등이 인도네시아 관세 당국과 니켈광수출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였으나 위 협의가 지연되어 이 사건 선박은 2020. 1. 18.까지 인도네시아 포말라항에서 대기하게 되었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 12. 30.자 가공 및 제련된 광산물에 대한 수출 조항과 관련된 2019년 인도네시아 무역부장관 규정 제96호에 따라 2020년부터 니켈이 원광 형태로 바로 수출되는 것을 전면 금지하며 자국 내에서 제련된 제품 형태만 수출을 허용해주는 니켈광 수출금지조치를 시행하였다.
I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상을 거쳐 2020. 1. 18. 이 사건 선박의 니켈광을 인도네시아 모로왈리(Morowali) 지역 제련 공장에 판매하는 것을 허가받았고, H는 피고에게 이를 알렸다.
원고 A은 2020. 1. 18. H의 현지 대리점으로부터 니켈광의 양하지가 인도네시아 모로왈리 바호도피(Bahodopi)항으로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통지받고 목적항이 바호도피로 기재된 출항 면장을 발급받아 바호도피로 출항하였는데, 약 9시간 후 H로부터 이 사건 선박의 운항을 중지할 것을 요청받아 해상에 정선 후 다시 대기하게 되었다.
피고는 2020. 2. 3. 원고 A에게 H로부터 ‘포말라로 양지 확정되었으며 양하 서류 준비 중. 금일 중 H 측에서 이 사건 선박에 포말라로 항해 지시 예정’이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H 측은 2020. 2. 7.까지도 원고 A에게 양하지를 확정하여 통보하지 아니하였다.
인도네시아의 이 사건 선박 나포와 원고 A에 대한 형사처벌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는 2020. 1. 1.부터 세계 모든 해역에서 선박용 연료의 황 성분 함유율 상한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IMO 2020)를 실시하였다. 또한 2020. 3. 1.부터는 탈황장치(스크러버)를 설치하지 않은 선박의 고유황유(황 함유량이 2% 이상인 연료를 말한다) 운송 자체를 금지하는 규제(Carriage Ban)를 실시하였다.
이 사건 선박도 위 각 규제의 적용을 받아 2020. 1. 1.부터 고유황유를 연료로 사용하여 선박을 운항하지 못하게 되었고, 2020. 3. 1.까지는 이 사건 선박에 보관하고 있던 고유황유를 처리(de-bunkering)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피고는 인도네시아에서 저유황유(황 함유량이 0.1% 이하인 연료를 말한다)를 공급받고 고유황유를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인 싱가포르에 기항(배가 항해 중 목적지가 아닌 항구에 잠시 들르는 것을 의미한다)하여 이 사건 선박이 보유하고 있는 고유황유를 처리하고 저유황유를 공급받고자 2020. 2. 7. 원고 A에게 이 사건 선박을 싱가포르로 출항할 것을 지시하였다.
인도네시아 관세 당국은 2020. 2. 11. 해상 순찰 중 이 사건 선박이 수출허가를 받지 않은 니켈광을 선적하고 인도네시아 영해를 벗어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2020. 2. 12. 이 사건 선박을 나포하였고, 원고 A은 2020. 2. 14. 인도네시아 교도소에 구금되었다.
인도네시아 법원은 2020. 9.경 ‘원고 A은 이 사건 선박의 선장으로서 관세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니켈광을 수출하고 관세신고서에 따른 유효한 문서들 없이 수출품을 수송하였다’는 등의 관세법 위반을 이유로 원고 A에게 1년의 구금 및 5,000만 루피아의 벌금을 선고하였다.
원고 A은 2020. 11. 26.까지 인도네시아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가석방되어 2021. 1. 15.경 귀국하였다(이와 같이 이 사건 선박에 나포됨에 따라 원고 A이 인도네시아에 구금되고 그 후 유죄판결을 받아 수형생활을 하게 된 것을 통틀어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고 A에 대한 징계해직 의결 등
G은 2021. 3. 22.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 A이 ① 선박에 영향을 끼치는 강제 법규, 국가별·국제적 규칙의 준수 규정을 위반하였고, ② 출항 시에는 반드시 세관의 출항 면장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미준수하였으며, ③ 고의 또는 과실로 사업적 재해를 발생시키거나 회사에 손실을 야기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징계해직을 의결하고, 2021. 3. 23. 이를 원고 A에게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해직’이라 한다).
원고 A은 G에 이 사건 징계해직에 대해 재심을 신청하였고, G은 2021. 4. 9. 재심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 A에 대한 징계해직 처분을 유지하였다.
이에 원고 A은 부산선원노동위원회에 G을 상대로 이 사건 징계해직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원직 복직 및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취지의 구제신청을 하였다. 부산선원노동위원회는 2021. 9. 8. 이 사건 징계해직의 정당성은 부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나, G이 아닌 피고가 원고 A과 근로계약 관계에 있어 G을 상대로 한 구제신청은 당사자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 A의 구제신청을 각하하였다.
원고 A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산선원노동위원회의 초심 판정의 취소를 구하면서 주위적으로는 G을 상대로 이 사건 징계해직이 부당해고임을 구하는 취지의, 예비적으로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징계해직이 부당해고임을 구하는 취지의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 A의 사용자는 H가 아닌 피고이나, 피고를 상대로 재심을 신청하는 것은 재심의 신청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2022. 1. 28. 원고 A의 주위적 및 예비적 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4, 5, 7, 11, 15, 18, 19, 20, 32, 34호증, 을 제4, 5, 7, 9, 10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앞서 본 기초사실에다가 갑 제5, 6, 7, 9, 10, 11, 12, 13, 15, 16, 27, 32, 34호증, 을 제3, 4, 5, 7, 1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는 피고가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 준수를 위하여는 이 사건 선박에 수출허가를 받지 못한 니켈광이 선적되어 있더라도 이를 인도내시아 밖으로 반출할 수 있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원고 A에게 싱가포르로의 항진을 지시하여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 A과 그 가족들인 나머지 원고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은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H와 이 사건 용선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사건 선박이 2019. 10. 9. 출항한 후 약 25일에서 30일 내에 니켈광 운송을 완료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용선계약의 목적물인 니켈광의 화주인 I가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수출허가를 받지 못하고 곧이어 2020. 1. 1.부터 인도네시아 정부의 니켈광 수출금지조치가 시행되어 이 사건 선박의 운항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게 되면서 피고는 2020. 1. 1. 및 2020. 3. 1.부터 실시되는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를 준수하지 못할 상황이 되자 이 사건 선박의 압류 등 피고에게 손해가 발생할 것을 염려하여 위 환경규제 준수를 위하여 싱가포르에 기항하여 이 사건 선박의 운항을 위한 저유황유를 공급받고 이 사건 선박에 보유 중인 고유황유를 처리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선박에 선적된 니켈광은 화주가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수출허가를 받지 못하여 당초 목적과 달리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고 인도네시아 내 모로왈리 제련 공장에 판매될 예정이었고 이러한 상황은 피고도 2020. 1. 18.경 H로부터 통보받아 인지하고 있었다.
위와 같이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의 니켈광이 수출허가를 받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2020. 2. 7. 원고 A에게 싱가포르로의 항진을 지시하기 전에,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 준수 목적이 긴급 이로(離路, deviation) 요건에 해당하여 수출허가를 받지 못한 니켈광을 실은 이 사건 선박이 싱가포르로 항진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인도네시아 당국과 사전 협의를 거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만연히 환경규제 준수를 위하여는 이 사건 선박에 수출허가를 받지 못한 니켈광이 선적되어 있더라도 싱가포르로 항진할 수 있다고 보아 원고 A에게 싱가포르로의 항진을 지시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사고는 원고 A이 세관 출항면장을 구득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피고는 원고 A이 세관 출항면장을 구득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싱가포르로의 항진을 지시하였다고 주장한다. 피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 사규에서 ’출항 시 세관의 출항면장(CUSTOM’S CLEARANCE)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 A에 대한 인도네시아 법원의 유죄판결에도 원고 A이 출항적하목록, 수출신고서, 수출승인노트 등을 갖추어 세관 출항면장을 받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이유가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2019. 12. 30. 발효된 인도네시아 정부의 니켈광 수출금지조치에 따라 2020년부터는 니켈광의 수출이 금지되었으므로 원고 A이 세관의 출항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2020. 2. 7. H에 ’이 사건 선박의 화물(니켈광)을 하역하고 포말라항에서 싱가포르로 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도 이 사건 선박이 니켈광을 싣고 인도네시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설령 피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2020. 2. 7. 원고 A에게 싱가포르로의 출항 지시를 할 때까지 이 사건 선박에 선적된 니켈광이 수출허가를 받지 못하였다거나, 인도네시아 정부가 니켈광의 수출을 금지하였다거나 또는 이 사건 선박이 세관의 출항면장 등 싱가포르로의 항진을 위한 서류를 갖추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선박이 싱가포르로의 항진을 시작한 후 2020. 2. 10. 피고는 H의 현지대리점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은 포말라항을 떠나 인도네시아 세관에 의해 추적되고 있다. 이 사건 선박 내 니켈광이 선적되어 있으므로 급유 목적이라 하더라도 관세 당국의 허가 없이 싱가포르로 항진하는 것은 인도네시아 세관 규정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메일을 받았고, H로부터도 ’이 사건 선박이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출항하였다‘는 취지의 메일을 받았으므로, 적어도 그때에는 이 사건 선박을 정지시키거나 인도네시아 관세 당국과 협의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아니하고 원고 A에게 H 대리점 측에 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 준수를 위하여 출항하였다는 취지로 설명하라고 지시하였을 뿐이다. 그 후 H 대리점이 원고 A과 피고에게 ’바호도피로 회항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는 메일을 재차 보냈으나 피고는 여전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피고 스스로도 내부 감사 과정에서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을 “긴급 이로 개시 후 외부(용선주/대리점) 경고에 대한 대응 부재 및 오판: 인도네시아 정부 기관이 문제 삼을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뒷돈 내지 벌금 정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오판하여 현지 관청 모르게 최대한 조용히 선박 운항을 계속하도록 업무 진행하였음이 확인됨”이라고 파악한 바 있다.
피고는 원고 A이 선장으로서 피고의 부당한 항진 지시를 거절하였어야 마땅하고 이 사건 선박은 용선된 상태였으므로 원고 A은 피고가 아닌 용선주인 H의 지시에 따라 선박을 운항하였어야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정기용선계약에 있어서 화물의 선적, 보관 및 양하 등에 관련된 상사적인 사항과 달리 선박의 항행 및 관리에 관련된 해기적인 사항에 관한 한 선장 및 선원들에 대한 객관적인 지휘·감독권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로지 선주에게 있는 것인바(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1다6957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용선계약은 정기용선계약에 해당하고(이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이 사건 사고는 그 발생 경위나 내용 등에 비추어 해기적인 사항에 관한 것이라 보이므로, 선장 및 선원들에 대한 객관적인 지휘·감독권은 피고에게 있다. 피고는 2020. 2. 6. 원고 A에게 H의 항계 내 진입(포말라항으로의 진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는 바호도피항으로 회항 등 이동 관련 지시가 있더라도 절대로 바로 따르지 말고 반드시 피고와 사전에 상황을 공유하고 피고의 확인을 받을 것을 지시하였고 이러한 지시가 용선주나 대리점 등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기밀로 할 것을 요청한 후 다음 날 싱가포르로의 항진을 지시한 점, 피고는 원고 A에게 지속적으로 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 준수를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하였고 위 규제를 위반할 경우 이 사건 선박이 압류되는 등 피고가 재산상 손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점, 피고 취업규칙에서 고의 또는 과실로 회사에 손실을 야기하거나, 업무상 지휘명령에 위반한 해상직원에 대하여 징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 A이 피고의 항진 지시를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피고에게 앞서 본 바와 같은 과실이 존재하는 이상 피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선장인 원고 A의 과실이 일정 부분 기여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을 부정하는 근거로 삼을 수 없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 법원이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1377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기초사실에 갑 제17, 25, 34, 35, 36호증, 을 제4, 9, 12, 2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과 이 사건 사고의 원인 및 경위, 원고 A의 구금 기간, 원고들의 나이 및 관계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는 원고 A에 대하여 8,000만 원, 원고 B에 대하여 1,000만 원, 원고 C, D에 대하여 각 5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원고 A은 피고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선박을 싱가포르로 항진하던 중 체포되어 인도네시아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이 과정에서 원고 A이 느꼈을 충격, 당혹감과 두려움은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고 A은 약 10개월 동안 언어도 통하지 아니하고 수감시설도 열악한 인도네시아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수형생활을 하였다. 원고 A은 이로 인해 현재까지도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그 아내와 어린 자녀들도 이로 인하여 많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한편 원고 A이 인도네시아 당국에 체포되어 유죄판결을 받게 된 것에 원고 A의 책임이 전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원고 A이 수출허가를 받지 않은 니켈광을 싣고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를 준수하기 위하여 싱가포르로 항진하는 것이 인도네시아 관세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처벌받을 것까지 예상할 수 없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이러한 행위가 인도네시아 법령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은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원고 A을 위하여 인도네시아에서 변호인을 선임하고 그 비용을 모두 부담하였으며, 주인도네시아 대사관에 원고 A의 구속 해제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한편, 원고 A과의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된 2020. 4. 14. 이후 원고 A이 2021. 1.경 귀국할 때까지 계속해서 급여를 지급하는 등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A에게 8,000만 원, 원고 B에게 1,000만 원, 원고 C, D에게 각 500만 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인 2022. 7. 29.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4. 7. 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징계해직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 A의 주장 요지
피고가 원고 A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징계해직은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이는 원고 A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A이 입은 일실수입 상당의 재산상 손해와 원고 A이 받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근로자를 징계해고한 것이 정당하지 못하여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 그 해고가 무효로 되었다는 사유만에 의하여 곧바로 그 해고가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고 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고 하겠으나, 사용자가 근로자를 징계해고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고사유를 만들거나 내세워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해고한 경우나, 해고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소정의 해고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해고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징계해고에 나아간 경우 등 징계권의 남용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정당성을 갖지 못하여 효력이 부정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1993. 10. 12. 선고 92다43586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본 기초사실에다가 갑 제34, 37호증, 을 제10, 11, 13, 14, 18, 20, 2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2021. 3. 22. 한 이 사건 징계해직이 원고 A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징계해직이 피고의 불법행위임을 전제로 일실수입 및 위자료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 A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G이 피고와 사이의 이 사건 관리계약에 따라 원고 A과 체결한 선원근로계약에 의하면 원고 A의 계약 기간은 2020. 4. 14.까지이고, 다만 ’중도 하선시에는 하선일로 계약은 자동 종료되고, 계약 기간을 초과하여 승선할 경우에는 계약종료 시점을 하선시까지로 연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 계약은 기간만료일인 2020. 4. 14. 내지 늦어도 원고 A이 귀국하여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한 2021. 1. 30. 무렵에는 종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 A과 G 사이 선원근로계약이나 피고 취업규칙에서 근로계약의 갱신이나 재계약 등에 관하여 특별히 정하지 아니한 점, 원고 A과 같은 선장의 경우 통상적으로 항해시마다 승선 기간에 한정하여 기간제로 고용계약을 체결하는데 원고 A은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기 전 2018. 6. 8.부터 2019. 4. 29.까지 한 차례 G의 선박에 선장으로 승선한 점, 원고 A과 G은 2019. 12. 14. 및 2020. 2. 12. 계약 기간을 연장한 바 있으나 이는 이 사건 선박 승선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 A에게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징계해직은 위와 같이 이미 근로계약이 종료된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원고 A에게 새로운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다. 피고로서는 이 사건 징계해직이 통상적인 징계처분이 아니라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유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선장으로서 원고 A의 책임이 해고 상당의 처분을 받을 정도로 중대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는 처분으로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회일(재판장) 박승균 이영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