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20.11.23.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D연구소 AV 팀에서 무선 파트 소속 연구원이었고, 피고는 위 AV 팀의 홈 오디오 파트 프로젝트 리더(Projet Leader)로 근속연수가 25년인 책임이었다.
원고와 피고는 2021.3.8. 이 사건 회사 인근 식당에서 같은 팀 소외 E 책임 및 F 선임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였는데, 식사를 하던 중 누군가 원고에게 “어디에 사냐”라고 물어 원고가 “상수역 쪽에 산다”라고 대답하였고, 피고가 “상수역? G 책임도 거기에 사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고 말한 후 원고에게 “치킨 좋아해”라고 물어, 원고가 “네 좋아한다”고 답변하자 피고는 “G도 치킨 좋아하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고 말했다. 원고가 “저 이제 치킨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피고는 원고에게 “그 친구 돈 많아”, “그래도 안 돼?”라고 말하였다(이하 피고의 위 발언을 통틀어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
원고는 2021.3.10. 소속 팀장인 H와 면담을 한 후, 같은 달 22. D연구소장인 소외 I와 면담을 하며 피고에 대하여 정직 처분의 징계를 요구하였고, 2021.3.30. 피고의 이 사건 발언 및 그에 대한 징계 조치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이 사건 회사에 제출하였다.
이 사건 회사에서는 2021.4.15. 피고 및 H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개최되었고, 피고는 그에 따라 근신 3일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34, 38 내지 4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영상, 제1심 증인 F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피고는 항소이유서에서 갑 제1호증(일기장)의 첫 번째 페이지에 2021.3.8. 사건 당일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뜬금없이 그 다음이 2021.5.19.로 기재되어 있는 등 원고가 민사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일기장을 작성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여 위 일기장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피고의 이 사건 발언과 그 이후 원고의 생각 등이 기재된 위 일기장은 있었던 일에 관하여 원고가 보고 듣고 느꼈던 것을 기록한 것으로 직접 경험하고 느꼈던 사람이 아니면 쓰기 어려운 내용이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으므로 신빙성이 높고, 이에 반하는 피고의 주장과 제1심 증인 F의 일부 증언만으로는 위 일기장의 내용을 뒤집을 수 없으며 달리 위 일기장에 허위의 내용이 기재되었다는 반증은 없다.]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관련법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은 제12조에서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였다. 위 법 제2조제2호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 제2조(직장 내 성희롱 판단기준의 예시) 별표1(성적인 언동의 예시)에서 육체적 행위, 언어적 행위, 시각적 행위 외에 “그 밖에 사회통념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언어나 행동”을 규정하고 있다.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4.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각 증거, 갑 제5, 6, 27, 33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이 사건 발언은 상급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원고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한 행위로서,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을 제6, 8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F의 일부 증언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을 수 없다(피고가 성적인 의도가 아닌 장난하는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건 회사에서 25년 이상 근무한 책임지위의 피고가 신입사원인 원고와 처음 만나서 다른 사원들이 있는 식사자리에서, 원고보다 20살가량 나이가 많은 남성 동료를 언급하며 “G 책임도 치킨 좋아하는데, 잘 맞겠네”라고 이성적인 만남을 권유하는 듯한 말을 하였고, 이에 원고가 “저 이제 치킨 안 좋아하는 것 같다”라며 완곡하게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전혀 개의치 아니하고 더 나아가 “그 친구 돈 많아”, “그래도 안 돼?”라면서 돈 많은 남성이면 그 남성의 나이, 성격, 환경, 외모 등을 고려함이 없이 그 보다 훨씬 젊은 여성이 위 남성과 이성적인 만남을 가져볼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앞서 본 이 사건 발언의 취지, 원고와 피고 사이에 기존에 아무런 일면식도 없었던 점, 신입사원인 원고와 경력 25년 이상의 상급자인 피고 사이의 대화가 완전히 대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졌으리라고 보기 어려운 점, 다른 사원들이 같이 있던 점심식사자리였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남성인 피고의 이 사건 발언은 성적인 언동으로 여성인 원고가 성적 굴욕감(억눌리어 업신여김을 받음)을 느꼈으리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사건 발언 이후지만 이 사건 회사의 윤리사무국에서 2021.7.경 제작하여 배포한 성희롱 예방 만화 자료에는, 남성 상급자가 여성 직원에게 “이 선임, 내 후배 ○○○ 알지? 걔가 이 선임하고 같은 동네 사는데... 집에 돈도 많고... 어때 한 번 만나 볼래?”라고 말하는 상황이 직장 내 성희롱의 한 사례로 제시되었고, 이 사건 회사의 온라인 게시판 및 커뮤니티 등에도 피고의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게시글이나 댓글이 익명으로 다수 게시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이 사건 발언 후 이 사건 회사의 조치 및 일반인의 반응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발언은 객관적으로 피고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언행에도 해당된다.
한편, 피고는 이 사건 발언은 이른바 ‘노총각’인 남자 동료에 관한 농담에 불과할 뿐 원고를 향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 제2조 및 별표1에서 예시한 ‘음란한 농담과 같은 성적인 언동’에는 해당하지 않아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의 이 사건 발언이 직접적으로 음란한 농담과 같은 언동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 점,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 제2조 및 별표1에서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직장 내 성희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의 예시로 음란한 농담이나 음탕하고 상스러운 이야기 외에도 ‘그 밖에 사회통념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언어나 행동’도 성희롱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발언도 이에 해당된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발언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되고, 이에 반하는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손해배상의 범위
적극적 손해
원고는 재산상 손해로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 및 심리상담비의 지급을 구하므로 살피건대, 살피건대, 갑 제15, 18, 21, 45, 46, 53, 55, 61, 52, 6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2021.6.8. J의원에 처음 내원하여 중증도 우울에피소드를 진단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후로 2023.2.9.까지 K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으며 진료비 및 약제비 합계 1,239,300원을, 2021.7.7.부터 2022.8.13.까지 L라는 상호의 심리상담센터에서 심리상담을 받고 그 비용으로 합계 3,520,000원을 각 지출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지급을 구하는 진료비 및 상담비는 2021.6.8.경부터 2023.2.9.까지 사이에 지출한 것으로서 이 사건 발언이 있었던 때(2021.3.8.)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다음인 점, 원고가 장기간 정신건강의학과적 진료를 받은 데에는 이 사건 발언 외에 장기간의 휴직에 따른 불안감 또는 이 사건 회사 내의 다른 직원들과의 소원한 관계 등 추가적인 요인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의 이 사건 발언과 원고가 주장하는 위 진료비 및 심리상담비 상당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소극적 손해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발언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회사생활을 할 수 없게 되어 휴직하였다면서 휴가 또는 휴직으로 인하여 지급받지 못한 급여 감소분 상당의 손해 7,718,000원 및 휴직으로 인하여 감소한 성과급 상당의 손해 3,590,649원의 지급을 구하므로 살피건대, 갑 제7 내지 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발언 이후로 2021.6.7.부터 2021.11.16.경까지 유급 연차, 무급 사사휴직, 유급 신병휴직 등의 제도를 이용하여 휴직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든 각 증거, 갑 제25, 36 내지 3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즉 ① 이 사건 발언 이후로 피고가 ‘견책 3일’의 징계처분을 받는 등 이 사건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조치가 이루어진 점, ② 피고의 이 사건 발언 이후로 피고의 팀이 변경되거나 피고의 업무장소가 원고와 분리된 곳으로 새로 배치되는 등 원고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이 마련되었던 점, ③ 원고의 소속팀도 기존 AV 팀에서 디스플레이(Display) 팀으로 변경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이 사건 발언과 원고의 휴직 및 그로 인한 급여 감소분 상당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나아가 성과급은 직원 개개인의 업무 성과를 기준으로 하여 지급되는 성질의 보수로서, 설령 원고가 휴직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입사 동기가 지급받은 것과 같은 액수의 성과급을 지급받았으리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위자료
피고의 이 사건 발언으로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금전으로나마 이를 위자할 의무가 있다.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발언의 내용과 경위, 원고의 나이, 성별, 직급, 이 사건 회사 내에서 피고에 대한 징계조치가 이루어진 점, 이 사건 발언으로 회사 내에서 공식적인 문제가 된 후 피고의 태도와 정황(피고가 원고에게 진지하고 충분한 사과를 하였는지 의문이다) 등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는 3,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피고의 불법행위일인 2021.3.8.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 판결 선고일인 2022.5.10.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할 것인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이원중
판사 김양훈
판사 윤웅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