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대표자인 D 주식회사(이하 ‘D’라고 한다)는 2019. 11. 20. G와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는 도급계약이므로 G를 D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 근로자 J, K, I은 D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고 G에게 근로를 제공한 자들이어서 D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은 G에게 지시하여 위 근로자들을 해고한 사실이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근로자성 및 해고 여부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7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는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의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44276 판결 등 참조).
어떤 근로자가 도급계약의 형식을 빌어 근로를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형태가 사용자와의 사이에 있어서 사용종속관계를 유지하면서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특정한 노무제공만을 하는 것이라면 근로기준법 제14조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1991. 10. 25. 선고 91도1685 판결 참조). 나아가, 종전에는 단순한 근로자에 불과하였다가 어떠한 계기로 하나의 경영주체로서의 외관을 갖추고 종전의 사용자(모기업)와 도급계약을 맺는 방법으로 종전과 동일 내지 유사한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게 된 경우(이른바 소사장의 형태를 취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스스로 종전의 근로관계를 단절하고 퇴직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형식적으로 소사장의 형태를 취하게 되었는지 여부, 사업계획, 손익계산, 위험부담 등의 주체로서 사업운영에 독자성을 가지게 되었는지 여부, 작업수행과정이나 노무관리에 있어서 모기업의 개입 내지 간섭의 정도, 보수지급방식과 보수액이 종전과 어떻게 달라졌으며 같은 종류의 일을 하는 모기업 소속 근로자에 비하여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여부 등도 아울러 참작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3. 11. 선고 2004두916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피건대, 피고인이 원심에서 이 사건 항소이유와 같은 주장을 하여 원심은 판결문 3쪽에 ‘쟁점에 관한 판단’이라는 제목 아래 피고인의 주장과 이에 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는데, 원심판결이 설시한 이유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피고인이 지적하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잘못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G는 2019. 9. 4.부터 D에게 배관설비시공과 관련한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지급받아 오다가<1>, 2019. 11. 20. D와 사이에 배관설비시공사업 및 노무관리에 관한 용역을 제공하는 내용의 배관설비용역계약서를 작성하였다.<2> 피고인은 이를 근거로 G가 근로자의 지위에서 다른 근로자들을 고용할 수 있는 사용자 지위로 바뀌었으므로, 피고인이 G나 피해 근로자들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건축공사의 일부분을 하도급받은 자가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한 채 재료와 설비는 자신이 공급하면서 시공 부분만을 시공기술자에게 재하도급하는 경우와 같은 노무도급의 경우에도, 그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와 다를 바가 없는데(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참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G는 여전히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D가 내부 전자시스템을 활용하여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료라고 수사기관에 제출한 각 근로계약서의 기재내용과<3> 피해 근로자들의 업무 수행을 대조하여 보면, D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들과 이 사건 피해 근로자들은 동일한 작업 공간과 작업 라인에서 배관시공 등 같은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배관 및 설비 공사에 관하여 D가 직접 고용한 W 등 6명의 근로자를 현장에 투입하였다고 진술하였다.<4>
배관설비용역계약서 제1조 및 제3조에 따르면, D는 G에게 D가 지정하는 지역 내의 배관시공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릴 수 있고, G는 이에 따라 용역수행을 할 의무를 부담한다. G는 현장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시공에 임한 것이 아니라 원청 및 D 소속 현장소장의 지시에 의하여 근로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으며, 다른 피해 근로자들도 원심 법정에서 G가 D의 공사를 담당하는 여러 과장 직위 중에 한 명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현장소장인 H의 원심 법정 진술도 위 G 등의 진술을 뒷받침하고 있고, D의 대리인 N도 위 H이 피해 근로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며 D에게 공사진행 상황 등을 보고하였다고 진술<5>하였으며, 달리 이들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은 G를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각 공사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노무지휘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직접 지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대리인인 현장소장 H을 통하여 지휘·감독이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G는 공사 현장에 설치된 지문인식기를 통해 자신의 출근 및 퇴근 기록을 남겼고, 결근 시에는 현장소장 H에게 보고하고 휴가를 사용하였다. G는 용역계약을 체결한 이후로도 D의 다른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D로부터 출근일수에 비례해서<6> 계산한 일급을 매월 일정한 날짜(10일)에 직접 지급받았다.<7> 피고인 회사 대리인인 N도 G가 이 사건 용역계약 체결 이후에도 그가 수행하는 업무의 성질, 내용 등에 변함이 없이 이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8> D는 G 등을 포함한 피해 근로자들을 위하여 고용보험료를 직접 납부하고 고용보험 취득신고를 하여<9>, 피해 근로자들은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아 왔다.<10>
D는 공사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따로 비용을 요구하지 않고 무상으로 제공하였고<11>, 현장에 필요한 자재 공급처 선정과 원청과의 자재비 협상도 모두 원심 판시 기재와 같이 D가 직접 부담하였으며, G가 공사현장에서 사용될 그늘막 등 비품을 먼저 구매한 뒤 그 비용 처리를 요청하면 D는 그 자금을 지원하였고<12>, 피해 근로자들의 숙박비, 식비 등도 모두 D가 부담하였다. 이를 감안하면 G가 독자적인 시공계획에 따라서 손익을 계산하고 위험을 부담하거나 사업운영에 독자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G가 일부 피해 근로자들을 모집하여 왔고, 이 사건 용역계약을 통하여 정해진 금액 이하로 공사를 마치면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어 도급으로서의 성격을 일부 지니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그 실질은 노무관리에 관한 재량의 일부를 G에게 위임한 것에 가까워 근로자성이 소멸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13> G는 이른바 ‘대마형식의 도급계약’<14>은 처음이었다고 진술하였고<15>, G와 D 임직원들 사이의 대화에서도 D가 G에게 인력 문제로 간섭한 정황도 발견되며<16>, D는 피해 근로자들의 근무일 등 관리업무에 관하여 현장소장 H으로부터 보고받기도 하였다.<17>
이러한 여러 사정들에 더하여, 피해 근로자들도 서면이나 구두로도 G가 사용자라고 고지 받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D를 자신들의 사용자라고 인식하였던 점, D의 전무 Z도 피고인으로부터 적법하게 위임받아 출석한 노동청에서 피해 근로자들과 동일한 지위에 있는 다른 근로자들이 제기한 진정사건에 관하여 ‘저희 회사 직영 일용 근로자들로 일한 것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18>,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용역계약에도 불구하고 G 역시 근로자로 보아야 할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 근로자들의 사용자는 G가 아니라 D로 볼 것이다.
피해 근로자들은 모두 피고인이 G에게 피해 근로자들이 더 이상 현장에서 일할 여건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고지시를 하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데, 해고일자인 2020. 7. 1.경 G와 D의 임원들 사이의 당시 대화내용을 보더라도 G가 피고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지시를 받은 정황이 드러나는 점(증거기록 124면 이하 녹취록), 이들의 진술은 앞서 본 바와 같이 G가 실질적으로 피해 근로자들을 임의로 해고하는 등의 노무지휘를 할 수 없던 상황과 서로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G에게 다른 피해 근로자들을 현장에서 정리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여 해고가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당심에서 새로운 양형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조건에 변화가 없고, 피고인이 양형부당 사유로 주장하고 있는 사정들은 이미 원심의 양형사유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원심판결의 경정
다음은 각 오기로 보이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따라 직권으로 원심판결문 제2면 2.항의 ‘H’을 모두 ‘J’으로, 제6쪽 마지막 문단의 ‘I’을 ‘K’으로 고쳐 쓰는 것으로 각 경정한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지정(재판장) 이태우 이훈재
각주1) 증거기록 79쪽, 102쪽, 338쪽
각주2) 공판기록 57쪽
각주3) 증거기록 293쪽 내지 321쪽
각주4) 증거기록 264쪽
각주5) 증거기록 80쪽
각주6) 증거기록 107쪽
각주7) 증거기록 82쪽
각주8) 증거기록 82쪽
각주9) 증거기록 190쪽
각주10) 증거기록 84쪽, 346쪽
각주11) 공판기록 57쪽
각주12) 공판기록 169쪽
각주13) 증거기록 106쪽에 의하면, G는 피해 근로자들을 모집해 올 재량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현장소장 H과 협의가 필요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각주14) 증거기록 82쪽
각주15) 증거기록 104쪽
각주16) 증거기록 125쪽 내지 130쪽
각주17) 증거기록 85쪽
각주18) 증거기록 333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