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결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2. 7.자 2023카합21204 결정

주문

1.

채권자들의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채권자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채권자들 주장의 요지

가.

채무자는 B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채무자는 C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을 운영하였고, 그 밖에 D병원, E병원, F병원 및 G병원을 운영하고 있다(이하에서는 위 병원들 중 이 사건 병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통틀어 '채무자 운영의 다른 병원들'이라 한다). 채권자들은 이 사건 병원에서 근무하던 교원 또는 직원들이다.

채무자 이사회는 2023. 6. 20. 이 사건 병원 폐원을 결의하였다(이하 '이 사건 결의'라 한다). 채무자는 이를 전제로 2023. 9. 1. 직원인 채권자들에 대하여, 2023. 10. 1.에는 교원인 채권자들에 대하여 채무자 운영의 다른 병원들(상당수가 부산 지역 소재 병원들이다)로 전보를 명하였다(이하에서 이를 통틀어 '이 사건 각 전보명령'이라 한다).

나.

이 사건 결의는 아래와 같이 위법하여 효력이 없고, 이 사건 각 전보명령 역시이 사건 결의에 따른 것으로서 무효이다.

1)

사립학교법 제28조 및 채무자 정관 제96조, 제97조에 반하며,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

2)

공공의 이익에 반하며, 채무자의 설립 이념에도 반한다.

3)

채무자 이사회는 이 사건 결의와 함께 그에 따른 이 사건 병원 폐원 관련 업무를 채무자 이사장에게 위임하였는데, 실제로는 채무자 상임이사 H이 이를 처리하고 있다.

4)

채무자는 이 사건 병원 및 채무자 운영의 다른 병원들을 운영하여 매년 수백억 원의 순이익을 얻고 있는데 이를 고유목적사업준비금 계정에 충당함으로써 위 병원들의 운영으로 손실이 발생한 것처럼 회계처리하였다.

다.

이 사건 각 전보명령 자체도 아래와 같이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1)

채권자들은 애초에 근무 장소를 이 사건 병원으로 특정하여 채용되었다. 이 사건 각 전보명령은 채권자들의 근무지 변경을 필연적으로 수반함에도, 채무자는 이 사건 각 전보명령의 구체적인 기준을 밝히지 않았고, 이를 위해 채권자들과 논의하거나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채무자가 제시한 전보명령 기준이 일률적으로 적용되지도 않았다.

2)

이 사건 각 전보명령에 앞서 F병원에서 대규모 신규 채용이 이루어진 것을 보면 채권자들 상당수를 부산으로 전보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볼 수도 없다. 교원인 채권자들 중 일부는 부산 지역으로 전보명령을 받은 뒤 이 사건 병원의 기존 환자 관리를 위하여 다시 서울 파견근무를 명받기도 하였다.

3)

채무자는 채권자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각 전보명령에 따른 근무지를 포함한 내용의 새로운 근로계약서 또는 전보동의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고, 이를 거부하는 근로자에게 징계 등 불이익을 예고하거나 사무실 내 원탁에 앉아 아무 일도 하지 않도록 하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4)

사립학교법 제53조의4 및 채무자 정관 제53조, 제54조 등에 따라 교원인 채권자들에 대하여 전보명령을 하기 위해서는 교원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채무자는 의과대학 교원 인사와 관련하여 별도로 「의과대학 교원인사위원회 규정」을 두고, 위 규정에 따른 의과대학 인사위원회 결정을 통해 이 사건 각 전보명령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는 사립학교법과 채무자 정관의 위 규정들에 반한다.

2.

판단

가.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이 사건 결의의 위법성과 관련한 채권자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이 사건 결의는 이 사건 병원 부지와 건물 등 그 물적 설비 자체를 처분하거나 그 용도를 변경하는 내용이라 보기 어렵고, 따라서 사립학교법 제28조에 따른 관할청의 허가가 필요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설령 그것이 필요하더라도, 위 허가가 반드시 이 사건 결의에 앞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9다289815 판결 참조). 그러한 이상,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 이 사건 결의가 무효로 확정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2)

채무자 정관 시행세칙 제3조 제1항 제3호에 비추어, 채무자 이사회 결의로써 채무자 부속기관·부속시설의 설치와 폐지가 가능하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또한 이 사건 결의에 따라 이 사건 병원이 곧바로 폐원되는 것도 아니었던 이상(2023. 9. 1. 폐원이 이루어졌다), 이 사건 결의에 앞서 채무자 정관 변경이 먼저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3)

대학평의원회 제도의 의의와 취지(헌법재판소 2013. 11. 28. 선고 2007헌마1189, 1190 결정 참조), 채무자 정관 및「B대학교 대학평의원회 규정」 등에 비추어, 채무자가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한 이 사건 병원을 폐원하는 것이 대학평의원회 심의가 필요한, 대학교의 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이나 학교 회계의 예산 편성이나 결산에 관한 사항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대학평의원회 심의 결과가 채무자 이사회를 기속하지 않는 마당에, 이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이 사건 결의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4)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결의가 채무자의 설립 이념 또는 이 사건 병원 인근 지역 주민들의 공곡복리 등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거나, 그러한 사정으로 인하여 이 사건 결의의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채무자 상임이사가 이 사건 병원의 폐원에 관한 공문을 전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결의 또는 이 사건 각 전보명령이 그 자체로 위법해지는 것도 아니다.

5)

법인세법 제29조 및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의 취지 등에 비추어, 채무자가 이 사건 병원 및 채무자 운영의 다른 병원들을 운영함에 따른 이익을 위 계정에 충당하였다 하여 채무자가 이 사건 병원 운영으로 손실을 입은 것처럼 꾸며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채무자가 제출한 자료들에 따르면, 이 사건 병원 운영에 따른 적자가 상당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확대되어 온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사정이 이 사건 결의의 주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나.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이 사건 각 전보명령의 위법성과 관련한 채권자들의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1)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것이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감봉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는 할 수 없다.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등 참조).

2)

채권자들에 대한 기존 근로계약서에는 '인사상의 필요에 따라 동일법인 내타 기관으로 전환배치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전보발령의 전제가 된 이 사건 결의가 나름의 필요에 의하여 특별한 하자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상,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위 내용에 따라 채권자들을 이 사건 병원이 아닌 채무자 운영의 다른 병원들로 전보하는 것이 그 자체로 위법하다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채무자는 이 사건 각 전보명령에 앞서 노동조합 등 근로자 측과 면담 내지 협의를 거쳤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채무자는 이를 위하여 어느 정도 합리적인 전보 기준 및 전보에 따른 불이익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였으며, 그 적용에 있어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3)

채권자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채무자가 채권자들을 이 사건 병원과 상대적으로 더 가까운 F병원 등에 전보할 수 있었는데도 그 대부분을 부산 지역으로 전보하였다거나, 채무자 관련자가 새로운 근로계약서 또는 전보동의서 작성을 강요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이 사건 각 전보명령에 따라 부산 지역으로 전보되었다가 서울 파견이 이루어진 일부 교원이 있고(채권자 I), 이 사건 각 전보명령에 따라 부산 지역에 전보된 일부 교원들 해당 진료과에 대하여 F병원 등의 신규 교수 모집 공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채권자 J, K). 그러나 위와 같은 파견의 경위와 필요성 및 파견근무의 내용과 기간, 신규 교수 모집 공고와 관련하여 위 채권자들과 공고상의 세부 진료과목 간 불일치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정들에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채권자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이 사건 각 전보명령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4)

「의과대학 교원인사위원회 규정」은「B대학교 교원인사규정」 제5조 및 「의과대학 조직 및 기능에 관한 규정」제8조를 근거로 제정된 것으로서, 정관이 정하는 교원인사위원회 외에 의과대학에 관해서는 별도로 의과대학 교원인사위원회를 두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의과대학 교원인사위원회 규정」에 따라 의과대학 교원인사위원회에서 행한 전보에 관한 심의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의과대학 교원인사위원회 규정」 제2조는 의과대학 교원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의과대학 학장, 부위원장은 의과대학 교무부학장으로 하도록 하고(제1항), 위원장을 포함한 9인의 위원으로 위 위원회를 구성하며, 그중 5명은 의과대학 학장, 교무부학장, 연구부학장, 기획부학장 및 D병원장으로, 나머지 4명은 의과대학 교수회가 추천한 평교수 중 학장이 위촉하는 자로 구성하도록 정하였다(제2항). 이와 같이 구성되는 의과대학 교원인사위원회가 채무자 정관 제53조, 제54조가 정한 대학교 인사위원회 구성(대학교의 장이 임명하는 9인의 교원으로 조직되며, 위원장은 교무처장으로 함)과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이 사건 각 전보발령에 앞서 인사위원회가 아닌 의과대학 교원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쳤다고 하여, 이 사건 각 전보발령이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설령 의과대학 교원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것이 위법하다고 가정하더라도, 다.항에서 보는 것처럼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신청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

다.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채권자들의 신청은 그 보전의 필요성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

채권자들 중 일부가 이 사건 각 전보명령에 관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이에 대한 기각 판정이 내려졌다. 이 사건 채권자들 중 상당수는 이 사건 각 전보명령 전후로 사직서를 제출하여 채무자와의 근로관계가 종료하였다. 설령 추후 본안소송에서 채권자들 중 일부에 대한 전보명령이 위법하다고 인정되더라도, 그로 인하여 해당 채권자들이 입은 손해는 금전으로 전보받을 여지가 상당해 보인다.

3.

결론

채권자들의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채무자는 채권자들 소송대리인들에 대한 소송위임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도 다투고 있고, 이 법원 역시 2023. 10. 11. 심문기일에 채권자들 소송대리인들에게 이를 소명할 자료를 추가로 제출할 것을 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들 소송대리인들은 현재까지 이와 관련하여 아무런 자료도 추가로 제출하지 않았는바, 채권자들의 이 사건 신청은 이러한 점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없음을 지적하여 둔다).

2023. 12. 7.

판사 전보성(재판장) 우희성 김세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