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등을 영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원고는 2022. 10. 17. 피고에 입사하였는데, 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근로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는 2024. 2. 1. 원고에게 2024. 3. 2.자로 원고를 해고한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는 내용의 해고(예고)통지서를 교부하였다. 위 해고(예고)통지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의 요지
피고가 원고를 2024. 3. 2.자로 해고한 이 사건 해고는 정리해고에 해당한다.
정리해고를 위해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해고회피의 노력, 해고대상자 선정의 합리성과 공정성, 사전 통보와 협의절차라는 정리해고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는데, 정리해고는 근로자에게 책임이 없고 사용자측의 경영상 사정으로 인한 것이므로 그 정당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
원고도 이 사건 해고 당시 피고에게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 사건 해고는 나머지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해고 무효확인을 구함과 함께 피고에게 이 사건 해고일 다음날인 2024. 3. 3.부터 원고의 복직일까지 월 10,833,333원의 비율로 계산한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4조에 의하여,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에게 해고실시일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하는데, 위 각 요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적 ·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에서 다른 요건의 충족 정도와 관련하여 유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당해 해고가 위 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정당한지 여부는 위 각 요건을 구성하는 개별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7. 9. 선고 2000두9373 판결, 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 등 참조). 또한, 여기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사용자가 정리해고를 실시하기 전에 다하여야 할 해고회피노력의 방법과 정도는 확정적 ·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당해 사용자의 경영위기의 정도, 정리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사업의 내용과 규모, 직급별 인원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사용자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에 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여 정리해고 실시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였다면 이러한 사정도 해고회피노력의 판단에 참작되어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 역시 확정적 · 고정적인 것은 아니고 당해 사용자가 직면한 경영위기의 강도와 정리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정리해고를 실시한 사업 부문의 내용과 근로자의 구성, 정리해고 실시 당시의 사회경제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사용자가 해고의 기준에 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여 해고의 기준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였다면 이러한 사정도 해고의 기준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인지의 판단에 참작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 참조). 그리고 앞서 본 규정이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을 해고실시 50일 이전까지 근로자대표에게 통보하게 한 취지는 통보의 대상인 소속근로자의 인원수와 그의 소재지의 원근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그 통보를 전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그 통보를 받은 각 근로자들이 통보 내용에 따른 대처를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근로자대표가 성실한 협의를 할 수 있는 기간으로서 모자라지 않게 허용하기 위하여 모든 경우에 통용될 기간을 규정한 것이어서 50일 기간의 준수는 정리해고의 효력요건은 아니라 할 것이고, 구체적 사안에서 통보 후 정리해고 실시까지의 기간이 그와 같은 행위를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으로 부족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며, 정리해고의 그 밖의 요건은 충족되었다면 그 정리해고는 유효하다(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3두4119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24조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요건 중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은 확정적 · 고정적인 것은 아니고 당해 사용자가 직면한 경영위기의 강도와 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해고를 실시한 사업 부문의 내용과 근로자의 구성, 해고 실시 당시의 사회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만,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가진 구체적인 기준을 실질적으로 공정하게 적용하여 정당한 해고 대상자의 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4다1843 판결 참조).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정해져 있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따라야 하고, 만약 그러한 기준이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다면 근로자의 건강상태, 부양의무의 유무, 재취업 가능성 등 근로자 각자의 주관적 사정과 업무능력, 근무성적, 징계 전력, 임금 수준 등 사용자의 이익 측면을 적절히 조화시키되,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해고임을 감안하여 사회적 · 경제적 보호의 필요성이 높은 근로자들을 배려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설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6두64876 판결).
근로기준법 제24조 제3항이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 및 해고의 기준등에 관하여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근로자대표)에 대하여 미리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고 하여 정리해고의 절차적 요건을 규정한 것은 같은 조 제1, 2항이 규정하고 있는 정리해고의 실질적 요건의 충족을 담보함과 아울러 비록 불가피한 정리해고라 하더라도 협의과정을 통한 쌍방의 이해 속에서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라고 할 것이므로(위 2001다29452 판결 참조),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 그 협의의 상대방이 형식적으로는 근로자 과반수의 대표로서의 자격을 명확히 갖추지 못하였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대표자라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위 절차적 요건도 충족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1두1154, 1161, 1178 판결,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3다69393 판결 등 참조).
정리해고에서 사용자가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비롯한 정리해고의 요건을 모두 증명해야 한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8두44647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 내지 1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4조가 정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즉, 정리해고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적법하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관한 판단
이 사건 해고 당시 피고가 정리해고를 진행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원고도 인정한다.
해고회피의 노력에 관한 판단
피고는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피고는 2023. 6. 25. 투자 유치의 차질과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되자 이를 피고의 근로자들에게 공유하고 그 자구책으로 희망하는 근로자에 한하여 일정 비율의 임금을 삭감하는 조치를 시행하였다.
피고는 당초 16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목표로 하였으나 실패하였고,2023년 4분기에 약 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였다. 피고는 위 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즉시 자발적으로 임금을 삭감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복구하고, 삭감되었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여 근로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도 노력하였다. 그러면서 피고는 신규 근로자의 채용을 전면적으로 중단하였다.
이 사건 해고 당시 피고의 전체 근로자는 약 21명<1>으로 많지 않아 각 업무별로 담당자가 적어 부서별 전근이나 일시휴직 등을 고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 으로 보인다.
원고는, 이 사건 해고가 있던 2024. 2.로부터 약 8개월 전인 2023. 6.경 있었던 임금 삭감 조치를 해고회피의 노력으로 볼 수 없다고 하나, 피고의 경영상 위기는 2023. 6.경 이미 시작되었고, 위 경영상 위기가 해소되지 못하여 이 사건 해고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해고대상자 선정의 합리성과 공정성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해고 당시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에 관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는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가진 구체적인 기준을 실질적으로 공정하게 적용하여 정당한 해고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피고는 '부서별 최소 인력(1인) 유지'라는 대원칙을 설정하고 업무의 대체 가능성, 임금 수준, 직무의 핵심성 및 조직 기여도라는 세 가지 선정기준에 따라 해고대상자를 선정하였다. 이러한 피고의 선정기준은 근로자의 근속연수나 연령, 보유재산이나 기술 등 생계유지능력, 부양가족에 관한 상황 등 근로자 개인의 주관적 사정이 반
영되지 않고 사용자측의 사정만을 고려한 측면이 있지만, 피고의 근로자가 약 21명 남짓한 상황에서 근로자 개인의 주관적 사정을 반영한 선정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오히려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정리해고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피고가 설정한 기준은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가진 기준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부서별 최소 인력(1인) 유지'라는 대원칙은 합리적이지 않고, 피고의 사업에 필수적이지 않은 개발총괄, 법무, 사업 부서 인력을 먼저 해고하는 것이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IT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라고 하여, 개발총괄, 법무, 사업 부서 인력이 피고의 사업에 필수적이지 않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세부 선정기준으로 들어가 업무의 대체 가능성, 직무의 핵심성 및 조직기여도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가 각 부서별로 1인의 근로자만을 남겨두기로 한 상황에서 피고로서는 1인의 근로자가 부재할 시에 다른 부서의 근로자가 해당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을 고려하여야만 하였고, 이러한 관점에서 업무의 대체 가능성을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으로 삼은 것은 합리적이고, 이는 조직 기여도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원고가 속하였던 피고 인프라팀은 D 팀장과 원고 두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중 D는 인프라 업무 이외에도 개발, 기획 등 여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근로자로서 피고가 부서별로 1인의 근로자만을 남겨두는 상황에서 다른 부서의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자이었다. 그렇다면 D는 원고보다 업무의 대체 가능성, 직무의 핵심성 및 조직기여도라는 선정기준에 더 부합하는 자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D가 다른 업무능력이 있다면 D를 해당 부서로 옮기고 원고의 고용을 유지하는 방법도 있고, 원고가 피고로부터 2023. 12.경 그와 같은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원고를 대신하여 피고의 다른 부서에 속한 근로자를 해고하라는 주장에 불과하여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고는 스타트업으로서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고임금의 개발자들을 근로자로 채용하였다. 피고의 2023년 표준재무제표에 의하면, 판매비와 관리비(지출비용) 5,794,455,289원 중 절반에 가까운 2,857,933,147원(= 근로자임금 2,609,302,669원 + 퇴직임금 248,630,478원)이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었고, 이는 피고의 매출액213,119,153원의 10배가 넘는 비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는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근로자를 해고하면 해고인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정이 있었고, 이러한 기준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서 수긍할 만하고, 정리해고를 조속히 마무리지어 안정을 기해야 할 필요성에 비추어 주관적 판단에 좌우되기 쉬운 근로자 각자의 개인적 사정을 일일이 고려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 참조). 이러한 관점에서 원고는 이 사건 해고 당시 월 10,833,333원의 임금을 받아 피고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이었으므로 피고가 원고를 해고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임금 수준이라는 선정기준에 부합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의 공동창업자 중 1명인 D의 임금은 원고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D는 피고의 주주로서 거액의 배당과 스톡옵션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D가 아닌 원고가 해고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임금 수준'이라는 관점에서 부당하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D는 별도의 스톡옵션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D가 거액의 배당을 받았다는 원고의 추정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가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에 따라 선정한 권고사직 대상자 11명 중 원고를 제외한 10명이 피고의 권고사직 제안을 수용하였다는 점을 보더라도, 피고의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이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는 점에 관하여 피고의 근로자들 사이에 어느 정도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전 통보와 협의절차에 관한 판단
피고는 2023. 6.경 모든 근로자의 임금을 일괄적으로 삭감한 것이 아니라 희망자에 한하여만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는데, 이는 피고가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방식으로 피고의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식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피고는 2023. 6. 25. 피고 내에서 리더급 근로자에 해당하는 E, F<2> 팀장과 '희망자에 한하여 임금을 삭감하고, 금액에 상관없이 투자 유치에 성공할 경우 삭감액 전액을 재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 이는 피고가 피고의 실질적인 근로자대표라고 볼 여지가 있는 E, F과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을 성실하게 협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고는 이 사건 소송에서 E, F이 사용자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라고 주장하지만,<3> 위 임금삭감 합의 당시에 원고가 자신의 임금삭감에 부동의한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E, F이 실질적인 근로자대표로서 피고와 협의하는 것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피고는 실제로 2023. 9.경 약 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에 임금삭감에 동의하였던 근로자들에게 삭감액을 지급하여 위 합의를 준수하였다.
피고의 근로자들은 2024. 2. 1. 총 근로자수 21명 중 11명의 동의를 통해 피고의 근로자대표로 E를 선임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근로자대표 선임계(을 제10호증)는 위 선임계 작성 당시 피고의 근로자였던 원고가 알지 못하는 문서이며, E를 제
외한 나머지 10명에 대하여는 진정으로 작성되었는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한다. 문서에 대한 진정성립의 인정 여부는 법원이 모든 증거자료와 변론의 전체 취지에 의하여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이상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대법원 2003. 4. 8. 선고 2001다29254 판결 참조). 사문서의 작성명의인이 해당 사문서에 서명 · 날인 · 무인하였음이 인정되는 경우, 즉 인영 부분 등의 성립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반증으로 그러한 추정이 번복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서 전체에 관한 진정성립이 추정되고, 인영 부분 등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문서는 전체가 완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작성명의인이 그러한 서명 · 날인 · 무인을 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문서의 전부 또는 일부가 미완성된 상태에서 서명날인만을 먼저 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이례에 속하므로 완성문서로서 진정성립의 추정력을 뒤집으려면 그럴 만한 합리적인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간접반증 등의 증거가 필요하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11406 판결, 대법원 2021. 9. 30. 선고 2019다245457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2024.2. 29. 기준으로 피고의 근로자였던 G, H 그리고 피고의 권고사직 제안을 받아들여 2024. 2. 9. 피고에서 퇴사하였던 I, J이 'E는 이전부터 피고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피고의 실질적인 근로자대표로 참여하였고, 근로자대표 선임계를 자발적인 서명 또는 날인하에 작성하였다.'는 내용의 진술서(을 제15호증)<4>를 제출한 점을 고려할 때, 근로자대표 선임계 중 G, H, I, J 작성명의인 부분의 진정성립은 일응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특히 2024. 2. 9. 피고의 권고사직 제안을 받아들여 퇴사한 I, J이 그로부터 1
년 2개월이 지난 2025. 4. 21. 피고에게 유리한 내용의 진술서를 허위로 작성할만한 동기도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I과 J이 작성한 진술서는 위 진술인의 필체가 아니라는 취지로 다투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고, 원고도 이를 증명하기 위한 별도의 증거신청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I, J 작성의 위 진술서도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고, 이상의 사정을 모두 고려하면, 근로자대표 선임계(을 제10호증) 전체의 진정성립도 인정된다.
한편 원고는 근로자대표 선임계에 서명한 11명 중 5명(L, M, D, N, O)의 진술서를 받지 못한 이유를 피고가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도 주장한다.<5> 그러나 위 5명중 L, O은 2024. 2. 9., N은 2024. 3. 28., M은 2024. 4. 4., D는 2025. 1. 31. 무렵 퇴사한 상황에서 피고가 이들로부터 진술서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피고는 진술서(을 제15호증)를 서증으로 제출하면서 이와 같은 어려움을 밝힌 바 있다.<6>
다만 이 사건 정리해고의 통지가 2024. 2. 1. 있었는데, 피고의 근로자대표가 2024. 2. 1. 선임되었다는 점에서 피고가 형식적으로 자격을 갖춘 근로자대표와 정리해고 실시 및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에 관하여 협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원고를 포함한 피고의 근로자들은 2023. 6.경 임금삭감 합의 당시부터 피고의 경영상 위기로 말미암아 어느 정도 감량경영이 따르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점, 임금삭감 합의 이후에도 투자 유치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정리해고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피고가 피고의 근로자대표와 정리해고 실시에 관한 협의절차를 거친다고 하여 정리해고를 피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앞서 본 바와 같이 E는 2023. 6.경 해고회피 노력의 일환으로 임금삭감에 관한 합의를 할 당시부터 실질적으로 피고의 근로자들의 의사를 대표하던 자로 볼 여지가 있었고, 피고가 2023. 1. 22.경 리더급 직원들과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을 협의할 당시에도 E를 실질적으로 근로자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대표로 볼 여지가 있었으며, 2024. 2. 1.의 근로자대표 선임은 E의 종전 임금삭감에 대한 합의,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에 대한 협의 과정에서의 실질적인 대표 역할을 한 것에 대한 추인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7>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라는 절차적 요건도 충족되었다.
피고가 50일의 협의기간을 준수하였는지는 증거기록상 명확하지 않은데,2024. 1. 3.경 이후에 정리해고의 불가피함을 E, F 등에게 알렸다는 피고의 주장<8>을 고려하면, 피고는 50일의 협의기간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0일의 협의기간이 정리해고의 효력요건은 아닌 점, 피고가 정리해고를 진행할 당시 근로자 수가 약 21명 남짓에 불과하였던 점, 2023. 6.경부터 피고의 경영상 위기가 이미 본격화되어 피고의 근로자들에게 공유되어 왔으므로 피고의 근로자들도 피고의 투자 유치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리해고의 상황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을 토대로 선정한 11명의 권고사직 대상자 중 원고를 제외한 10명이 피고의 권고사직 제안에 동의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설령50일의 협의기간을 준수하지 못하였더라도, 피고가 정리해고의 불가피함을 피고의 실질적인 근로자대표라고 할 수 있는 E, F에게 알린 2023. 1. 3.경으로부터 약 4주가 지난 2024. 2. 1. 이 사건 해고의 예고통지가 있었는바, 그 4주의 기간이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대상자 선정기준 등에 관하여 협의를 하기 위한 기간으로 부족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적법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해고 무효확인 청구는 이유 없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미지급 임금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균(재판장) 백승영 송서윤
각주1) 피고는 2023. 6경 약 30명의 근로자가 있었으나, 2024. 2. 1.에는 21명의 근로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각주2) F은 피고의 법무팀장으로서 이 사건에서 피고의 소송대리인으로 선임되었고, 이 사건 소송계속 중 피고에서 퇴사하였다.
각주3) 원고의 2024. 12. 31.자준비서면 10쪽 참조.
각주4) 다만, 진술서를 작성한 K은 다른 진술서 작성인들과는 다르고 E와는 동일하게 '재직중인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라 본인이 근로자대표로 선출되었다. 본인은 입사 초기부터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인 근로자대표로 참여하였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각주5) 원고의 2025. 4. 22.자준비서면 1쪽 참조.
각주6) 피고의 2025. 4. 22.자준비서면 3쪽 참조.
각주7) 위 근로자대표 선임계(을 제10호증)에는 "당사의 경영악화를 이유로 한 인원감축 및 고용유지조치 휴업의 실시와 관련하여 노사간 제반사항을 협의함에 있어 상기인을 근로자대표로 선입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각주8) 피고의 2024. 11. 21.자준비서면 4쪽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