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2. 4. 선고 2024가합81263 판결

해고무효확인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여행업, 관광지 및 관광 사업 개발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C에서 호텔 ‘D’(이하 ‘이 사건 호텔’이라 한다)를 운영하고 있다.

나.

원고는 2022.5.경 피고와 고용기간을 2022.7.4.부터 2023.7.3.까지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23.6.16. 한 차례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2024.7.3.까지 이 사건 호텔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이하 원고와 피고 사이 체결된 근로계약을 통틀어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다.

피고는 2024.5.2. 원고에게 2024.7.3. 계약기간 만료로 이 사건 근로계약이 종료됨을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갱신거절’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8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원고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바 이 사건 갱신거절은 합리적 이유 없는 갱신거절로서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소로써 이 사건 갱신거절의 무효확인과 이 사건 갱신거절로 인하여 원고가 지급받지 못한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3.

판단

가.

갱신기대권 존재 여부

1)

관련 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는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당연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대법원 2017.10.12. 선고 2015두59907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갑 제1, 5 내지 9, 14, 15, 18, 19, 26, 34호증, 을 제2, 3, 4, 8,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에서 든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

원고와 피고 사이 체결된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는 고용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있을 뿐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고, 피고 취업규칙에도 ‘사원의 채용은 정규직, 계약직, 임시직, 일용직으로 구분하여 채용하고, 기간제 근로자인 경우 근로계약에 근로계약기간을 명시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며 근로계약 갱신을 위한 근거를 두고 있지 아니하다.

나)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을 단 한 차례 갱신한 점,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속한 마케팅팀 직원들에 대하여 근로계약이 갱신되는 관행이 있었다고 볼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점, 최근 5년간 원고와 같이 DH(Department Head) 직급으로 고용된 근로자들 중 8명이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아니하거나 한 차례만 갱신한 후 계약기간이 만료되었고 원고와 같은 Sales & Marketing 부서에서 근무한 4명도 근로계약을 한 차례만 갱신한 후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계약이 종료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이 사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원고는 피고가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를 부여하였기 때문에 서울에서 정규직이었던 원고가 전 직장을 그만 두고 제주에 내려가 피고에서 근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원고는 헤드헌터 회사인 E의 제안으로 피고에 지원하게 되었는데 피고와 채용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피고가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는 계약직을 제안하자 원고가 피고에게 ‘정규직이 아니면 입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E의 F이 원고에게 피고 인사팀으로부터 “큰 문제없다면 바로 연장이나 계약 전환 됩니다. 차별 없으며 그냥 과정일 뿐이라고 잘 설명 부탁드립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달하여 원고가 피고와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가 직접 원고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고, 오히려 피고는 E에 후보자 추천을 요청하면서 계약형태가 “1년 계약직, 1년 후 경영진 승인 시 연장 또는 정규직 전환 가능, 경영진 판단하에 정규직 가능”이라고 고지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기간이 종료된 후라도 피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 능력 등을 기초로 계약을 갱신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할 뿐 피고에게 그러한 의무나 부담을 지우는 뜻까지 담고 있지 아니하여 해당 근로자에게 근로계약 만료 시 계약 연장이나 정규직 전환 가능성에 대한 사실상의 기대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

라)

원고는 원고가 수행하였던 업무가 피고에게 지속적으로 필요한 업무에 해당하여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원고는 피고에서 ‘카피라이터’의 역할을 하는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하였는데, 원고가 수행한 업무는 이 사건 호텔의 개장 초기 다양한 채널에서 콘텐츠를 홍보하여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상시·지속적 유지가 예정된 성질의 것이라 보기 어렵고, 피고가 영위하는 호텔업의 특성상 시장이나 업계의 상황, 고객의 수요 등에 따라 마케팅의 목적과 방향을 탄력적으로 바꿀 필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피고는 원고를 채용할 무렵 헤드헌터 회사에 ‘C 패키지상품, 프로모션 등을 기사화하여 보도자료, 잡지, 광고 등에 홍보할 수 있는 작가’를 구인하였다가, 2025년 채용공고에서는 담당업무에 ‘중국과 일본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기획과 실행’을, 우대사항으로 ‘중국/일본 고객 커뮤니케이션 경험자 우대’를 추가하였다. 이는 이 사건 호텔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개장 초기에 비해 대중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한 광고 문구 기획 업무의 비중이 줄었고, 중국·일본 관광객의 증가로 중국·일본 고객과의 소통이 중요해졌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가 이 사건 호텔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위해 자격요건 등을 보완하여 새로운 채용절차로 적합한 사람을 다시 채용하려는 기회나 기대는 보호할 만하다.

나.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 존부

1)

관련 법리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는데도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 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7.10.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등 참조).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에 따른 사용자의 갱신 거절은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와는 구별되는 것이고, 근로관계의 지속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나 기대 역시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대법원 2021.10.28. 선고 2021두45114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설령 원고에게 근로계약에 대한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더라도, 갑 제1, 29, 30, 31, 32호증, 을 제2, 4, 5, 6, 7, 14, 1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에서 든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

가)

이 사건 근로계약 제10조는 ‘근태가 불량한 경우’(제2호), ‘본 계약에 따라 사용자가 지정한 직무나 의무의 이행을 태만히 하거나 이행할 의사 또는 능력이 없다고 판단된 경우’(제10호)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근로자를 징계조치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피고 취업규칙 제99조에서는 ‘평소 결근, 지각, 조퇴가 빈번하여 업무에 열의가 없다고 인정된 자’(제7호), ‘담당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근무를 태만히 하는 자’(제12호)를 징계사유로 정하고 있다. 한편,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에 따른 사용자의 갱신 거절은 해고와는 구별되는 것으로, 근로관계의 지속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나 기대 역시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으므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근로자에 대하여 계약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근로자를 계약기간 중에 해고하는 경우에 갖추어야 할 정당한 이유(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보다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에 따라 판단함이 상당하다.

나)

원고는 피고의 허가 없이 빈번히 근무시간을 어기고 근무시간 중 이석하여 앞서 이 사건 근로계약 혹은 피고 취업규칙에 따라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근태가 불량한 경우, 평소 지각, 조퇴가 빈번한 경우 혹은 근무를 태만히 한 경우에 해당한다. 원고는 원고가 속한 Sales & Marketing 부서에 유연 근무제가 적용되었다거나 대외 활동이 많고 시설 곳곳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업무의 특성상 출·퇴근이 탄력적일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는 원고의 근로시간을 일정하게 정하고 있고 원고에 대하여 유연 근무제가 적용되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는 점, 원고의 상사였던 G 이사는 원고에 대한 연말 평가의견으로 “9시에 업무를 시작합니다. 카드 찍는 시간이 아닌, 자리에서 9시에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하세요. 지난 1년 동안 매우 빈번하게 보였습니다.”라고 기재하였고, 2023.5.경 원고의 근로계약 갱신을 앞두고 원고를 상대로 한 인사평가에서도 ‘근로시간 준수’ 항목에서 ‘노력 요함’에 해당하는 1점을 부여한 점, G은 2024.2.5. 원고 소속 부서 전체에 인사팀의 지적 사항을 공유하면서 “오피스 포지션 출근시간은 오전 9시로 PC 로그인 기준입니다.”라는 메일을 보내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유연한 근무시간에 피고의 동의나 양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다)

G은 2023.5.경 원고를 상대로 한 인사평가에서 ‘팀웍과 협력증진’, ‘솔선수범 및 창의성’, ‘근로시간 준수’, ‘Care 문화 조성’ 항목을 ‘노력 요함’으로 평가하고, ‘양질의 업무수행’, ‘목표 달성’, ‘효과적인 의사소통능력’ 등 나머지 항목을 ‘보통’으로 평가하여, 전체적으로 평균 약 1.7점으로 보통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점수를 부여하였다(3점은 좋음, 2점은 보통, 1점은 노력 요함에 해당한다). 다만 G은 최종적으로 ‘계약기간 연장’의 의견을 냈고 원고는 피고와 이 사건 근로계약을 갱신하였으나, 2023년 연말 평가에서 재차 “환경의 변화 및 본인의 의지 저하에 따라 업무량과 역할이 다른 조직원들과 현저히 차이가 납니다. 2023년 하반기인 현재부터 할 일을 고민하고 다시 작성 및 제안해주세요.”라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였고, 피고는 이러한 인사평가와 앞서 본 원고의 근태, 피고의 마케팅 전략의 변화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여 원고와의 계약 갱신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G의 인사평가는 원고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그 객관성 및 공정성이 담보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갱신거절의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근로자에 대한 인사평가는 일부 항목의 경우 상급자의 주관적 평가에 따라 그 점수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고,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평가에는 수치로 계량되는 실적뿐만 아니라 기업조직에의 융화 정도 등 수치로 계량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도 포함되는 것이므로(대법원 2012.7.12. 선고 2012다31949 판결 참조), 원고에 대한 인사평가가 G의 주관적인 평가에 좌우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위 인사평가가 공정하지 못하다거나 신빙성이 없다고 할 수 없고 달리 G이 부당하게 자의적으로 평가를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

다.

소결론

원고에게는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설령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 갱신거절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이와 전제가 다른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정회일

판사 박승균

판사 이영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