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원고는 2015. 8. 3.부터 2022. 2. 28.까지 피고에게 고용되어 동화 그림 작업과 동화 작감(검사) 업무 등의 근로를 제공하고 퇴직하였다.
피고는 원고와 지급기일의 연장에 대한 합의 없이 퇴직금 16,625,39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16,625,390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3.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에서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다툰다.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의 다툼은 이유 없다.<1>
원고와 피고가 2015년 프리랜서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 계약서를 보면 계약기간의 시기는 2015. 8. 3.로 기재되어 있으나 종기는 기재되어 있지 않고, 수행업무는 '동화팀장'이라고만 기재되어있을 뿐 그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원고가 수행하는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 방법, 상대방 등은 피고와 원청업체의 도급계약 내용에 따라 결정되었고, 원고는 이를 자유로이 선택하거나 업무 수행 자체를 거절할 수 없었다. 비록 원고는 피고와 논의하여 동화그림 매수나 할당량을 결정하였으나, 이는 마감 시한까지 한정된 시간 내에 1명이 처리 가능한 작업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고, 업무량을 조율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업무의 내용을 결정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는 원청업체와의 도급계약에 따라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여 납품하였으므로, 원청업체의 요구나 지시사항, 일정에 구속될 수밖에 없고, 동화 그림 작업과 동화작감 업무는 원화와 동화 사이에 위치하는 필수적인 작업으로서 전체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의 일부이므로 피고의 지휘·감독의 유인이 크다. 반면 원고는 피고의 지시에 따라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작업 과정상 일부분에 해당하는 동화 그림 작업과 작감 업무만을 수행하였을 뿐 어떠한 완성된 형태의 일을 완료하는 것이 아니었고, 임의로 작업내용이나 일정을 결정할 수 없었으며, 독자적인 구상이나 생각 등을 반영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로부터 포괄적 의미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 나아가 피고의 직원들은 원고에게 '이컷 작업 보류해주세요. 여캐가 양말이어야 하는데 신발은 신고
있어서 작감 수정해서 다시 넣어야 할 거 같습니다', 'D 우선해서 작업해 주세요', '수정부탁드리는 컷이 있어서 서버에 올렸습니다'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등 원고에게 수정이나 작업순서를 지시하기도 하였으므로 개별적인 지휘·감독이 전혀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가 피고에 제공하는 노무인 동화 그림 작업과 동화 작감 업무는 피고의 사업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이고, 이러한 노무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피고가 계속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원고의 교통카드 이용내역을 보면 대체로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을 하였다. 원고는 근무상황에 변동이 있더라도 임의로 출근 여부와 재택근무를 결정할 수 없었고, 피고 제작부장 E 등의 허락이나 승인을 받아 출근과 재택근무 여부를 결정하였다. 피고는 애니메이션 제작 도급을 받아 원화 작업 등을 마친 다음에야 원고 등에게 동화그림 작업을 줄 수 있었고, 동화 그림 작업과 동화 작감 업무가 완료되어야 칼라 업무등 다음 업무가 가능하였으며, 애니메이션 제작 일정이 정해져 있었으므로 일정하게 출퇴근하거나 일을 마친 후에야 퇴근하는 등 피고가 주는 업무에 따라 근로시간이 어느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원고의 업무는 연속적인 공정으로 이루어져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 중 일부이므로 동화 그림 작업과 동화 작감 업무가 완료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수 없어, 원고가 원하는 때에 휴일이나 휴가를 갖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7) 원고는 피고에 마련된 근로장소에서 피고가 제공한 비품, 원자재, 작업도구를 이용하여 동화 그림 작업과 동화 작감 업무를 하였으므로, 사실상 피고가 제공한 근로장소에 종속되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근무장소에 대한 임대료나 비품 등의 사용료를 별도로 지급받지도 않았다.
동화 그림 작업 일정이 촉박하여 원고를 비롯한 동화팀이 그 물량을 전부 이행하지 못할 경우 피고가 베트남이나 중국에 재하도급을 주었다.
원고는 피고가 아닌 F의 동화 그림 업무를 용역받아 수행하고, F을 운영하는 G로부터 2017. 1. 10. 140,400원, 2017. 6. 9. 399,5000원, 2017. 7. 10. 387,180원,2017. 8. 10. 594,310원, 2017. 9. 8. 96,110원, 2017. 9. 30. 239,520원, 2017. 11. 10.89,350원을 송금받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이에 대해 원고는 '당시 동화맨들한테도 일이 없어서 놀고 있을 상황에 회사에서 일을 수급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제작부장 E한테 사전 승인을 받고 제가 외주를 받아서 동화맨들한테 나눠줬다'고 주장하였고, 원고가 피고 동화팀 팀원들에게 송금한내역과 피고 동화팀 팀원의 진술이 이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원고는 피고의 승인이나 허락을 받아 F의 동화 그림 업무를 용역 받은 것으로 보이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당시 다른 업체가 의뢰한 동화 그림 업무를 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점, 그 이후로는 다른 업체의 동화 그림 업무를 하지 않았던 점,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전속료 및 기본급과 비교하면 그 용역 대금이 크지 않은 점, 근로시간이 대체로 정해져 있고 예외적인 경우에는 피고의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다른 업체가 의뢰한 동화 그림 업무를 자유롭게 하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이 F의 동화 그림 업무를 용역받아 수행한 사정을 들어 전속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원고가 피고와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용역계약을 체결한 사실,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기본급은 고정급이 아닌 사실, 2020. 12.경까지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사실, 취업규칙이나 사규가 적용되지 않은 사실,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한 기본급에 대하여 근로소득세가 아니라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실들은 실질적인 노무제공 실태와 부합하지 않거나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원고의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되고,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라는 점을 부정할 정도에 이르지도 않는다.
피고는 원고에게 피고가 선발한 동화팀 팀원들을 관리하고 이들의 성과물을 검토하는 동화 작감 업무와 동화팀장이라는 직책을 부여하였고, 다른 동화팀 팀원들과 달리 원고에게 동화 작감 업무에 대한 대가로 2015. 9. 10.부터 2016. 8. 10.까지 월 200만 원, 2016. 9. 10.부터 2022. 2. 10.까지 월 150만 원의 전속료를 업무량과 관계없이 계속적·고정적으로 지급하였다.
피고는 프리랜서 용역계약을 체결한 동화팀 팀원 중 팀장인 원고, H만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여 4대 보험에 가입시켜 주고, 4대 보험에 가입한 기간에 대하여는 퇴직금을 지급하였다.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4대 보험 가입 이전과 이후의 원고의 업무가 바뀐 것은 없었다. 만약 피고가 원고, H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인식하였다면, 이들의 요구가 있었더라도 4대 보험에 가입하여 주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정도성(재판장) 장창국 송영환
각주1) 피고의 대표이사인 C은 2022. 12. 29. 원고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로 약식명령이 청구되 었다. C의 정식재판청구에 따라 진행된 형사사건에서 C은 2025. 6. 17. 제2심법원에서 벌금 200만 원 을 선고받았고,(서울남부지방법원 2024노1292호) 이에 C이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2025. 8. 21. 상고 가 기각되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