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자신에 대한 기간만료 통보가 적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출근을 위하여 이 사건 관리사무소에 방문한 것으로 피고인에게 건조물침입의 범의가 없다. 또한 피고인은 자신의 비품을 챙기고 임금내역서 등을 받기 위하여 이 사건 관리사무소에 출입한 것으로, 이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B 관리사무소의 시설관리업무 담당 직원으로 근무를 하다가 2023. 5. 14.경 근로계약이 만료되었고, 다음 날 08:54경 서울 종로구 C, 3층에 있는 피해자 D 관리의 위 관리사무소에 이르러 서류 발급 목적으로 시정되어 있는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고 사무소 안으로 들어가, 피해자 관리의 건조물에 침입하였다.
판단
관련 법리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 중 하나이지만 주된 평가요소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위 대법원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공동주택의 공용 부분에 출입한 것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공용 부분이 일반 공중에 출입이 허용된 공간이 아니고 주거로 사용되는 각 가구 또는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서 거주자들 또는 관리자에 의하여 외부인의 출입에 대한 통제·관리가 예정되어 있어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인지, 공동주택의 거주자들이나 관리자가 평소 외부인이 그곳에 출입하는 것을 통제·관리하였는지 등의 사정과 외부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과 출입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의 관점에서 객관적·외형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동현관에 출입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주거로 사용하는 각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 거주자와 관리자에게만 부여된 비밀번호를 출입문에 입력하여야만 출입할 수 있거나,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관리하기 위한 취지의 표시나 경비원이 존재하는 등 외형적으로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관리하고 있는 사정이 존재하고, 외부인이 이를 인식하고서도 그 출입에 관한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이 없음은 물론, 거주자와의 관계 기타 출입의 필요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 비밀번호를 임의로 입력하거나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거주자나 관리자 모르게 공동현관에 출입한 경우와 같이,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과 출입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동주택 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할 것이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5507 판결,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22도3801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및 이 건 피고인 출입행위의 시기와 그 후 정황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건조물인 이 사건 관리사무소에 침입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피고인의 계속근로기간은 2년이 초과하였으나, 피고인은 고령자, 즉 55세 이상인 사람에 해당하여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지 않고<1>, 기간제근로자 지위가 유지되므로, 근로계약은 2023. 5. 14. 종료되었다. B는 2023. 4. 17.경 피고인에게 "2022년 5월 15일부로 체결한 귀하와의 계약기간이 2023년 5월 14일로 만료됨을 알려드립니다."는 내용의 근로계약 만료통지서를 보냈으므로, 피고인은 자신의 근로계약 기간이 2023. 5. 14. 만료된다는 것을 알고 있긴 하였다. 다만, 피고인은 최초 근로계약 체결 당시 65세 이상이었던 경우에 기간제법 예외가 적용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는데, 이에 따라 자신은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 단순히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이 종료되지 않고, 근로기준법에 따른 해고절차에 따라서만 근로계약이 종료되므로, 2023. 5. 14.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었더라도 여전히 근로자 지위를 유지한다고 오인하였다.
B는 이후 직원을 통하여 2023. 5. 12. 금요일 16:53 피고인에게 "2023년 5월 14
일까지 A님 책상 사물 및 본인 비품 정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5월 15일 사무실 출근시 무단 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할 예정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을 뿐,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내용이 잘 전달되었는지 여부를 대면하여 확인하지도 않았고, 피고인의 마지막 출근일이 되는 2023. 5. 12. 금요일에, 피고인이 근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문자를 보내는 것 이외에는 퇴사준비를 할 수 있도록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피고인에게 책상열쇠 등의 반납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실제로 피해자는 2024. 3.28. 피고인에 대한 고소취하서(합의서)를 작성해주면서, 회사에 있는 피고인의 물건을2024. 4. 15.까지 정리하는 것으로 정하였는바, 그 때까지도 피고인이 자신의 물건을 반출하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B는 H시장 주위의 점포를 가진 상인 등을 회원으로 하는 비법인사단이다. 이 사건 관리사무소는 B의 관리업무를 담당하며 관리비 등을 징수하거나 시설관리 등을 하였는데, 평일에는 관리자인 피해자, 경리직원 뿐만 아니라 상인회원 등 외부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예상되는 공간이다(관리사무소 업무의 특성 및 2023. 5. 15. 09:40경 피고인이 재방문시에는 문이 잠겨있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관리사무소는 잠겨있는 곳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곳이라는 취지의 피해자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 비록 피고인이 시정되어 있는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문을 열고 들어가기는 하였지만, 기간만료 다음 날에 근로계약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로 알고 관리사무소의 직원들이 모두 출근하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일 오전 8시 반 이후에 방문하여, 평소 출근하는 방법으로 근로 당시와 똑같은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고 관리사무소에 들어간 것이므로, 이를 통상적인 방법을 벗어나 출입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에게 건조물 출입의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2023. 5. 15. 피고인을 무단침입으로 신고하고, 급여명세서, 근로계약서 등의 발급요청을 거부하며, 물품을 챙겨나갈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고 쫓아내는 등의 태도를 취하자, 그곳에 자신의 공구 등 물품이 있음에도 다시 방문하지 않았다. 대신 피고인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B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는바, 위 절차에서 2023. 7. 21. 피고인과 B 사이에 B로부터 위로금 3,000,000원을 2023. 8. 9.까지 받고 근로계약을 2023. 5. 14. 기간만료로 종료하기로 하는 취지의 화해조서가 작성되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제3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최보원(재판장) 류창성 정혜원
각주1)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본문에 따르면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같은 조 제2항에서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 제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예외에 해당한다(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의 제4호). 여기에서 고령자란, 55세 이상인 사람(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을 의미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