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65,463,384원 및 이에 대하여 2024. 8.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망 C(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96. 1. 13. 'D'이라는 상호로 컴퓨터 및 주변기기도소매업을 설립하였고, 2011. 10. 21. 지인인 E의 명의를 빌려 'F'이라는 상호로 동일한 사업체를 운영하였으며, 2013. 3. 1.부터는 아들인 피고 명의로 'G'이라는 상호로 동일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이하 사업자등록 변경 전후를 통틀어 '이 사건 사업체'라고 한다), H대학교에 컴퓨터 및 주변기기를 납품하였다.
원고는 2002. 11. 15.경부터 이 사건 사업체에서 차장 직함을 사용하면서 컴퓨터및 주변기기 납품, 수금, 고객사 관리 등 업무를 담당하였다.
망인은 2024. 7. 2. 사망하였다.
원고는 2024. 7. 31. 망인의 아들이자 이 사건 사업체의 명의상 대표자인 피고에게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고, 'F'이라는 상호로 사업체를 설립하여 H대학교에 컴퓨터 및 주변기기를 납품하고 있다.
피고는 2024. 9. 30. 서울가정법원 2024느단57491호로 피상속인을 망인으로 하여 상속포기신고를 하였고, 2024. 11. 29. 위 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이 이루어졌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3, 9,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원고의 퇴직금 채권 발생 여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원고는 이 사건 사업체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고, 피고는 원고가 사실상 이 사건 사업체의 사업자라고 주장하므로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 갑 제1, 6, 8, 9, 11 내지 16, 20, 21, 24호증, 을 제4 내지 7,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이 사건 사업체에서 근로자로서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와 망인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다고 볼만한 자료는 없으나, 원고는 4대보험에 가입하고,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여 왔으며, 2013. 4.경부터는 265만 원,2015. 7.경부터는 300만 원, 2017. 7.경부터 380만 원, 2019. 2.경부터는 400만 원,2021. 2.경부터 430만 원, 2022. 6.경부터는 450만 원, 2024. 2.경부터는 480만 원의 고정적인 월 급여를 지급받았다. 원고가 이 사건 사업체의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등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비록 그 급여가 망인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이는 급여보다 많기는 하나, 원고 외에 I, J 등의 다른 근로자도 상당한 기간 망인보다많은 급여를 수령하였고, 직급체계와 월 급여가 반드시 정비례하여야 한다고 보기 어려운바, 원고가 망인보다 다액의 급여를 지급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고정적인 급여를 지급받았던 근로자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망인이 원고에게 눈이 오는 날은 출근을 늦게 해도 된다고 허락하거나, 원고가 망인에게 사유를 말하면서 휴가, 또는 조퇴에 대한 승낙을 구하였고, 부품, 기기 등의 결제 등의 업무는 원고가 망인에게 금액을 상세하게 보고하여 망인이 최종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급여의 지급 역시 망인이 관리하였는바, 원고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망인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고, 근무시간, 장소에 구속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 망인은 신용불량자로 아들인 피고의 명의를 대여하여 이 사건 사업체를 운영하였는데, 만일 피고가 근로자가 아닌 사실상 사업자였다면, 망인과 피고가 피고 명의를 이용하지 않을 뚜렷한 이유가 없다. 망인 사망 후 피고가 이 사건 사업체에서 사직하고, F을 설립하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명의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원고가 근로기간 동안 스스로 비품·원자재,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한 바도 없다.
원고 계좌와 이 사건 사업체의 운영비 계좌 사이에 월 급여 외에 이체내역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을 제4, 7호증), 그중 일부는 원고가 망인에게 이체하고 얼마 뒤 망인이 원고에게 동일한 금액을 이체하였는바, 대여금이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수긍할 수 있고, 나머지에 대하여 원고가 갑 제9호증을 제출하여 각 입금 내역의 명목을 수리비, 영업비, 유류비, 성과급, 명절휴가비 등으로 밝히고 있는바, 영업비, 수리비, 유류비의 내역이 비교적 소액인 점, 성과급 등은 원고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에게도 지급된 점, 원고가 납품업체인 H대학교 및 기기 구매처에 출장을 다니면서 영업을 하는 업무방식에 따라 유류비나 차량에 관한 비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이 원고에게 수리비, 부품 구입비를 원고가 결제하도록 한 후 대금을 원고에게 입금하기도 하였던 점(갑 제16호증)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밝힌 위 명목의 지급을 수긍할 수 있다. 원고가 이 사건 사업체의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6,000,000원 중 2,000,000원을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그로써 이 사건 사업체의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원고에게 분배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사업체는 5인 미만의 근로자를 두어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가 존재하지 않은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에 종속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사업체의 근로자임을 뒤집기 어렵다. 오히려 피고는 원고가 망인과 근로계약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근로계약 상 경업금지약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거나 원고를 형사고소하기도 하였다.
원고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피고를 형사고소한 사건에서, 피고에 대하여 불기소(혐의없음)의 의견으로 송치되었기는 하나, 이는 피고가 망인 사망 후 망인과 원고 사이의 근로관계를 승계하였다고 볼 수 없어 퇴직금 지급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한 것으로, 원고가 망인과의 관계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및 피고가 망인의 원고에 대한 퇴직금 지급채무를 상속하였는지에 관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망인은 원고에게 2002. 11. 15.경부터 2024. 7. 31.까지의 근로기간 동안의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는데, 2012. 12. 31.까지 이 사건 사업체의 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이었던 사실, 원고의 퇴직일인 2024. 7. 31. 직전 3개월 동안 원고의 임금은 세후월 4,800,000원으로 세전 5,298,780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원고의 퇴직 당시 1일 평균임금은 172,786원(= 5,298,780원 × 3개월 ÷ 92일, 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이고, 2010. 12. 1.부터 2012. 12. 31.까지 762일 동안의 퇴직금은 법정퇴직금의 50%로서 5,410,805원(= 172,786원 × 30일 × 762일 ÷ 365일 × 50%), 2013.1. 1.부터 2024. 7. 31.까지 4,230일 동안의 퇴직금은 60,072,721원(= 172,786원 × 30일 × 4,230일 ÷ 365일)이다.
피고의 퇴직금 지급의무 상속 여부
피고는 망인을 피상속인으로 한 상속포기신고를 하여 수리가 되었으므로, 망인의 퇴직금 지급채무를 상속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원고는 상속재산의 처분 등에 따라 피고가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효력이 생긴 이후에는 더 이상 단순승인으로 간주할 여지가 없으므로, 이 규정은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효력이 생기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63586 판결 참조). 한편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는 상속인의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에 신고를 하여 가정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하며, 그 심판은 당사자가 이를 고지 받음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20401 판결 참조). 이는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의사표시의 존재를 명확히 하여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가 획일적으로 처리되도록 함으로써 상속재산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공동상속인이나 차순위 상속인, 상속채권자, 상속재산의 처분 상대방 등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신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수리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하였다면, 이는 상속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효력 발생 전에 처분행위를 한 것에 해당하므로 민법제1026조 제1호에 따라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피고의 상속포기 신고가 수리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으나, 앞서 든 각 증거, 갑 제23, 24, 호증, 을 제15, 18, 19, 23호증의 각 기재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이 사건 사업체의 명의대여자라고 하더라도 진정으로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에는 망인의 사망으로 명의대여관계가 종료되거나 망인의 차순위 정당한 상속인과 명의대여관계의 존속 여부를 논의하였어야 하고, 이 사건 사업체의 영업권은 망인의 정당한 상속인에게 상속됨에도, 피고는 이 사건 사업체를 폐업하거나 그 명의 또는 사업체를 진정한 상속인에게 이전하지 아니하고, 망인 사망 이후 상속포기신고 수리 전에도 피고 명의의 계좌를 이용하여 이 사건 사업체의 매출채권을 변제받거나 피고 고유의 금원을 투입하여 운영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사업체의 영업권을 소유하고 있음을 전제로 그 침해를 주장하며 원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거나 형사고소를 하기도 하였는바, 피고가 상속포기신고의 수리가 고지되기 전 이 사건 사업체의 영업권을 운영하면서 망인의 상속재산을 처분한 것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라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상속포기를 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게 되었다(피고가 망인의 상속인으로서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상, 원고의 영업양수에 관한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망인의 상속인으로서 원고에게 2010. 12. 1.부터 2012. 12. 31.까지 퇴직금 5,410,805원과 2013. 1. 1.부터 2024. 7. 31.까지 퇴직금 60,072,721원의 합계65,483,526원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65,463,384원 및 이에 대하여 퇴직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이 지난 다음날인 2024. 8.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에 따른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피고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이율을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이는 이상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경우라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