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정보
인조피혁 공장 생산직 근로자에 발병한 “재생불량성 빈혈”이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어 발병하거나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2001.02.08, 서울행법 2000구689)
[요 지]
재생불량성 빈혈이란 적혈구, 과립구 등 혈액세포의 생성이 감소되는 조혈기계의 장해가 발생하여 이로 인한 각종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으로서, 현대의학상 아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고 있지는 아니하나, 유전적 요인, 방사능에의 노출, 벤젠.탄화수소.석유제품 등 화학물질에의 폭로, 클로름페니콜 등의 항생제 투약,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벤젠과 같은 발암성 물질의 경우에는 일정농도 미만에서는 생물학적 효과를 일으키지 않고 그 이상의 농도에서만 질병을 유발하는 이른바 역치효과가 없기 때문에 1ppm 이하의 저농도 벤젠에 노출된 경우라도 재생불량성 빈혈, 백혈병, 암 등이 유발될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0.01 내지 0.4ppm의 벤젠에 노출된 근로자가 재생불량성 빈혈에 이환된 사례가 보고된바 있다
* 사 건 / 2001.2.8 선고, 서울행법 2000구689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고 / 신○○
* 피고 / 근로복지공단
[주 문]
피고가 1999.9.10.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1991.5.1. 인조피혁 제조업체인 고양시 ○○동 ○○ 소재 ○○합성(대표 : 조○○)에 입사한 이래 생산직 화학기술공으로 근무해 왔는데 1997. 11.경 ○○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중증 재생불량성 빈형(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이 발병하였다는 진단이 내려지자,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장에서 장기간 근무한 것이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면서 1998.9.11. 피고에게 요양 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업무수행과정에서 이 사건 상병을 유발시킬 수 있는 원인으로 알려진 벤젠에 때때로 노출된 사실은 인정되나, 그 노출량이 극히 미미한 것이어서 업무수행과 이 사건 상병의 발병사이에 의학적ㆍ객관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1999.9.10. 원고의 요양 신청을 불승인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처분의 적법 여부
인정사실
⑴ 원고의 업무내용, 근무환경 등
㈎ ○○합성의 작업공정은 폴리우레탄 수지와 페인트, 유기용제(MEK, DMF, Toluen) 등 배합 → 원단과 배합물 코팅 → 건식 → 24시간 숙성 → 박리 → 완제품(인조피혁) 생산 순으로 진행되며, 위 모든 공정은 한 건물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유기용제는 한 달에 약 10드럼(1,000kg), 톨루엔은 약 1 내지 2드럼(100 내지 200kg) 정도를 사용하고 있다.
㈏ 원고는 입사 직후부터 2년 가량 배합작업을 하였고, 1995.경부터 이 사건 발병 당시까지는 코팅작업을, 나머지 기간 동안에는 숙성ㆍ박리ㆍ검사 작업을 담당하였으며, 근무시간은 08:30부터 18:30까지였고, 한 달에 15일 정도는 1시간 가량씩 연장근무를 하였다.
㈐ ○○합성의 작업장에 대한 일련의 작업환경 측정결과는 다음과 같다.
대한산업보건협회 의정부산업보건센터에 의하여 1997.7.4. 측정
: 작업위치에 따라 MEK 39 내지 56ppm(노출허용기준 200ppm), 톨루엣 94 내지 108ppm(노출허용기준 100ppm)이 검출되었고, 혼합물 노출계수가 약 1.2에 이르러 노출기준을 초과하였다.
위 의정부산업보건센터에 의하여 1997.10.27. 측정
: 작업위치에 따라 MEK 74ppm, 톨루엔 59 내지 60ppm이 검출되어 위 ①의 측정시보다 노출수치는 다소 감소하였으나 혼합물 노출계수가 약 0.97로서 여전히 노출기준에 근접한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었으며, 그와 함께 작업장에 설치된 배기장치의 송풍력이 약하다는 문제점도 지적되었다.
( 위 ①, ② 작업환경 측정시에는 벤젠의 함유량이나 노출수준을 따로 측정한 바는 없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의하여 1999.1.5. 측정
: ○○합성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기용제, 페인트, 경화제, 촉진제 등을 수거하여 그 성분을 분석한 결과 벤젠이 0.7 내지 2% 정도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합성의 작업공정상 벤젠을 직접 취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완전 정제되지 않은 톨루엔 등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그에 불순물인 벤젠이 섞여 검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의하여 1999.7.20. 측정
: 오후 측정의 경우 작업위치에 따라 MEK 71 내지 316ppm, 톨루엔 35 내지 76ppm, 벤젠 0.004 내지 0.05ppm(노출허용기준 10ppm)이 각 검출되었고, 벤젠의 대사물인 요중 뮤콘산은 평균 0.65mg/L로 대조군의 0.32mg/L에 비하여 높게 나타났으며, 한편 작업위치(배합 또는 건식작업)에 따라 노출 정도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 위 ④ 작업환경 측정 당일 오전작업은 없었고, 오후작업의 물량 또한 과거에 비해 1/4 내지 1/5 수준으로 감소한 상태였다)
⑵ 원고의 건강상태 및 이 사건 상병에 이르게 된 경위
㈎ 원고는 1963.3.24.생으로 1992.경부터 심부전증, 천식, 기관지염 증세로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 왔으며, 1997.7.22. 직장건강검진 결과 빈혈증(의증) 판정을 받았다.
㈏ 원고는 1997.10.17.경 작업 도중 코피가 나더니 좀처럼 멎지 않는 이상증세를 보여 일산○○병원, ○○○○대학교 부속○○○병원을 거쳐 같은 해 11.경 ○○○○병원에서 혈액 및 골수검사를 받은 결과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이 발병하였다는 진단을 받았다.
㈐ 원고는 1998. 2.경 ○○○○병원에서 골수이식수술을 받고, 현재 통원 치료 중이다.
⑶ 재생불량성 빈혈의 원인 등
㈎ 재생불량성 빈혈이란 적혈구, 과립구 등 혈액세포의 생성이 감소되는 조혈기계의 장해가 발생하여 이로 인한 각종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으로서, 현대의학상 아직 그 발생 및 악화의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고 있지는 아니하나, 유전적 요인, 방사능에의 노출, 벤젠ㆍ탄화수소ㆍ석유제품 등 화학물질에의 폭로, 클로름페니콜 등의 항생제 투약,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벤젠은 유기용제로서 휘발성이 강해 공기 중에 포함되어 호흡기로 흡입될 수 있고 유지류를 녹이고 스며드는 성질 때문에 피부에 흡수되기도 쉬운데, 인체에 흡수되는 정도는 단순히 공기 중 벤젠 폭로의 강도 뿐만 아니라 작업장의 온도와 습도, 환기의 정도, 근로자의 작업강도, 작업량, 보호구 착용여부, 개인의 감수성, 신체상태 등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며, 개방공정에서 유기용제로 사용하게 되면 폭로량에 비하여 많은 양의 벤젠이 체내에 흡수될 수 있고, 근로자가 심부전증이나 천식, 기관지염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호흡곤란으로 인한 흡기량 및 호흡횟수의 증가 또는 기도의 염증으로 말미암아 벤젠의 체내 흡수가 증가할 수 있다.
㈐ 벤젠과 같은 발암성 물질의 경우에는 일정 농도 미만에서는 생물학적 효과를 일으키지 않고 그 이상의 농도에서만 질병을 유발하는 이른바 역치효과가 없기 때문에 1ppm 이하의 저농도 벤젠에 노출된 경우라도 재생불량성 빈혈, 백혈병, 암 등이 유발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0.01 내지 0.4ppm의 벤젠에 노출된 근로자가 재생불량성 빈혈에 이환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판단
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재해가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른 사망인 경우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위 질병 또는 위 질병에 따른 사망간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 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의 근무기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또는 그에 따른 사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7.2.28. 선고 96누14883 판결 참조).
⑵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① ○○합성에 대한 일련의 작업환경 측정결과와 작업에 사용된 유기용제의 종류 및 성분, 작업내용, 우리나라 산업안전관리의 실태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는 입사 이래 이 사건 상병의 발생 당시까지 지속적으로 벤젠에 노출되어 왔으리라고 넉넉히 추인할 수 있는 점, ② 원고가 어느 정도의 벤젠에 노출되어 왔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으나, 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1999.7.20.자 작업환경 측정결과에 비추어 노출허용기준을 초과하지는 않는 저농도의 벤젠에 노출되어 왔으리라고 보여지는데(다만, 위 1999.7.20.자 작업환경 측정시 오전 작업이 없었고 작업물량도 평소보다 훨씬 적었던 점을 감안하면 원고가 당시 측정된 0.004 내지 0.05ppm보다는 많은 양의 벤젠에 노출되어 왔으리라 판단된다), 벤젠의 경우 역치효과가 인정되지 않아 노출수치가 낮더라도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인자로 작용하기에 충분한 점, ③ 게다가 원고는 개방된 작업공정에서 벤젠이 함유된 유기용제를 취급해 온 데다가 심부전증, 천식 등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벤젠의 체내 흡수를 증가시킬 수 있는 소인을 갖고 있었던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상병의 정확한 원인이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원고의 상병이 다른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였다는 특단의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 있어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수행 중 사용한 벤젠 등 여러 가지 유해화학물질에의 노출이 원고의 체질 등 기타 요인과 함께 작용하여 발병하였거나 적어도 그 발병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
⑶ 따라서 원고의 상병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불승인 처분은 위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영태(재판장), 김성수, 김민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