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13. 8. 30. 선고 2012구합11072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이 사건 재심판정의 경위

가.

참가인 조합은 원고들을 포함하여 울산지역의 항만 등에서 하역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920여 명을 조합원으로 하는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으로, 1990. 11. 20. 설립되었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의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에 가입되어 있다. 참가인 조합은 부산지방노동청 울산지청장으로부터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고 울산지역의 항만운송업체(대한통운 주식회사 울산지사 등)에 소속 조합원을 일용근로자로 공급하고 있다.

나.

원고들은 2011. 7. 1.부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에 따라 복수노조의 설립이 허용되자, 2011. 8. 8.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의 지부로서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공항항만운송본부 울산민주항운지부」(이하 '신설 조합'이라 한다)를 설립하였고, 원고 A은 F, 원고 D은 G으로 각 선출되었다.

다.

원고들은 참가인 조합이 영위하는 근로자공급사업을 통한 취업기회를 유지하기 위해 신설 조합에 가입한 이후에도 참가인 조합에서 탈퇴하지 않았고, 이에 참가인 조합은 원고들이 조합을 새로이 설립하여 노동조합에 이중으로 가입하였다는 이유로, 2011. 8. 12. 원고 A, B, C, D에 대하여, 같은 달 13. 원고 E에 대하여 각 취업중지의 처분(이하 '이 사건 각 취업중지처분'이라 한다)을 하였고, 이어 2011. 8. 23. 원고들을 제명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제명처분'이라 한다).

라.

원고들은 2011. 9. 2.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각 취업중지처분과 이 사건 각 제명처분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고,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참가인 조합은 원고들의 사용자가 아니어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 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구제신청을 각하하였다.

마.

원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2011. 12. 13.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들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6호증, 을 제2호증의 2~7, 13~17, 을 제3호증의 1, 을 제12~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1>

참가인 조합은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계약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이 될 수 있는데도 참가인 조합의 피신청인 적격을 부인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 사실

1)

참가인 조합은 근로자를 공급하는 작업장별로 연락소<2>를 두고, 연락소 밑에는 반<3>을 두고 있다. 조합원들은 반에 소속되며, 연락소에는 소장, 반에는 반장에 해당하는 연락원이 선임되어 있다.

2)

원고들의 소속과 직책은 아래와 같다.

3)

원고들을 포함한 참가인 조합의 조합원들은 아침 07:00경 소속된 연락소로 출근하여 대기하고, 그 연락소가 담당하는 작업장을 관할하는 항만운송업체가 작업 시작시간인 08:00 이전에 당일 작업할 내역을 연락소에 유선으로 통보하면, 연락소장과 연락원이 상의하여 작업에 투입할 반을 결정한다. 작업에 투입되지 않는 반의 조합원들은 연락소장이나 연락원의 지시에 따라 퇴근하거나 인원이 부족한 다른 연락소를 지원한다.

4)

작업현장에서의 작업지시는 주로 연락원에 의해 이루어진다.

5)

참가인 조합은 항만운송업체별로 하역단가 등을 정하는 임금협약을 체결하는데, 참가인 조합이 2009년 대한통운 주식회사 울산지사장과 체결한 임금협약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6)

항만운송업체는 해당 월의 총 작업량에 임금협약에 따라 정해진 하역단가를 적용하여 계산한 임금을 월별로 참가인 조합의 계좌로 일괄송금하고, 참가인 조합은 이 중 해당 조합원이 작업한 부분에 대한 금액에서 조합비와 주민세 등을 공제한 후 매월 25일에 조합원의 계좌로 송금한다.

7)

퇴직금의 경우, 항만운송업체가 매월 하역대금에 일정한 비율을 곱한 금액을 한국항만물류협회 산하의 '항만근로자 퇴직충당금 관리위원회'에 납부하면, 위 위원회가 이를 관리하다가 퇴직자가 발생할 때 퇴직금으로 지급한다.

8)

조합원들은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고, 산업재해보상보험은 항만운송업체와 화주(貨主) 등이 가입하는 '산재보험관리기구'(「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의5 참조)를, 국민연금은 한국항만물류협회를 각 사용자로 하여, 국민건강보험은 참가인 조합을 직장으로 하여 각 가입되어 있다.

9)

참가인 조합의 규약은 조합원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하고(제11조), 위원장의 선출·해임 등을 결정하는 총회(제17조)와 규약 제·개정 등의 권한을 가지는 대의원대회를 두고 있으며(제22조), 임원은 총회 또는 대의원대회에서 투표로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 A과 E은 대의원으로 선출되어 활동한 바 있다.

10)

한편, 참가인 조합의 규약은 정년 규정을 두고 있고(제9조 제1항), 징계규정은 징계사유로 '정당한 이유 없이 무단결근을 5일 이상 하였을 때', '취중에 근로하여 정상적인 근로수행을 어렵게 하거나 방해한 때',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근무를 태만하고 취침하였을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작업지시에 불복하거나 폭언을 자행한 자'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제3조), 제명사유로 '작업 동원을 받는 날로부터 5일간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은 자, '무단결근이 계속 7일을 초과하거나 월간 10일 이상인 자' 등을 규정하고 있다(제10조).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3, 9, 12, 13호증, 갑 제7, 8호증의 각 1, 2, 을 제1호증의 9, 10, 을 제3, 4호증의 각 1, 을 제5호증의 1, 2, 을 제6호증의 1, 2, 을 제8,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어떠한 노무제공 및 이용관계가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는 근로계약관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나 관계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해야 하므로(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참조), 노동조합이라 하더라도 그 조합원과의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은 조합원에 대한 근로계약상 사용자로서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법이 정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2)

구 직업안정법(1998. 2. 20. 법률 제55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7호는 '근로자공급사업'을 '공급계약에 따라 근로자를 타인에게 사용하게 하는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었는데, 1998. 2. 20.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이 제정되면서 직업안정법이 개정되어, 근로자파견사업은 근로자공급사업에서 제외되었다(제2조의2 제7호). 그 결과 공급사업자와 공급근로자 간에 고용관계가 성립되어 있는 형태의 근로자공급사업은 '근로자파견사업'으로 분류되어 파견법의 규율을 받게 되었고, 공급사업자가 고용관계 없이 사실상 공급근로자를 지배하는 형태의 근로자공급사업만이 직업안정법의 규율을 받게 되었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157 판결 참조). 근로자공급사업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자와 이를 실제 이용하는 자 사이에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고용형태로서,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을 모호하게 하고, 중간착취의 위험을 야기하기 때문에 직업안정법 제33조 제1항, 제3항은 근로자공급사업을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사항으로 규정하면서, 노동조합은 근로자 자신의 손에 의하여 자신을 공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중간착취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아,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노동조합만이 국내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이처럼 우리 법제는 노동조합이 근로자공급사업을 행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노동조합원과 조합원 사이에는 반드시 고용관계가 존재하지 않아도 됨을 예정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과 참가인 조합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근로자공급사업을 하는 노동조합의 이와 같은 특수성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3)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항만운송업체가 작업내용과 작업량을 통보하면 참가인 조합이 투입 조합원의 수와 조합원 중 누구를 투입할 것인지를 정하고, 작업과정에서도 조합 소속의 연락원이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행하며, 조합은 이러한 작업지시에 위반하거나 작업질서를 해치는 조합원을 징계할 수 있고, 정년규정이 존재하며, 조합원들은 참가인 조합으로부터 직접 임금을 송금받는 등 참가인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관계에는 일반적인 노동조합과는 다른 모습이 많이 발견되고, 특히 노동조합이 작업지시까지 하는 것은 직업안정법이 예상하고 있는 전형적인 근로자공급사업의 모습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4)

그러나, 위 인정 사실 및 이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직업안정법이 국내 근로자공급사업을 유일하게 노동조합에게만 허용하고 있는 것은 노동조합은 사용자의 개입이 법적으로 차단된 근로자들만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결합체이기 때문에 그 요건에 따라 적정하게 운영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권리가 침해될 우려가 없기 때문이므로, 노동조합이 그 구성과 활동에 있어 이러한 자주성과 민주성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는 노동조합이 그 실질에 있어 조합원에 대한 근로자공급사업만을 수행하는 것인지, 더 나아가 조합원에 대한 사용자의 지위까지 가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참가인 조합의 규약에 따르면 조합 임원과 대의원은 조합원의 직간접적인 선거로 선출되고, 조합원은 총회 등을 통해 조합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으며, 원고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러한 선거절차나 총회 등의 의사결정기구가 올바로 기능하지 못한 채 형해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참가인 조합이 작업에 투입되는 인원을 결정하고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행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작업의 내용과 작업환경은 항만운송업체에 의해 정해지고, 항만운송업체도 작업지시권을 보유하며(임금협약서 제6조 제1호 참조), 작업장에 대한 전체적인 감독은 항만운송업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이고, 조합원들의 임금은 항만운송업체와 참가인 조합이 체결하는 임금협약상의 하역단가에 따라 직접 정해지는 등 작업지시권과 임금결정권이 참가인 조합에만 전속되어 있지 않고 항만운송업체도 이를 분점하고 있는 점, ③ 원고들은 참가인 조합을 상대로 근로3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신설 조합을 결성한 것이 아니라 그 외부에서 독자적으로 근로자공급허가를 받아 항만운송업체들과 근로자공급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위 조합을 설립하였던 것이며, 과거에도 대의원대회 등을 통해 의사결정에 참여하려 했을 뿐 참가인 조합을 사용자로 생각하고 활동해 왔다고 보이지 않는 점, ④ 근로자공급사업에서도 공급사업자가 근로자공급의 대가를 사용사업자로부터 직접 받아 공급근로자에게 배분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이 아닌 이상 참가인 조합이 항만운송업체로부터 대가를 받아 조합원들에게 분배한 것이 근로자공급사업과 배치되는 것이 아닌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비록 참가인 조합이 근로자공급사업의 원활한 수행에 중점을 두고 다소 통제적으로 운영되어 왔다고 하더라도 그 구성과 활동이 노동조합법에서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힘들고, 작업지시나 임금결정 등이 참가인 조합에 의해 배타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보기 어려워, 원고들이 참가인 조합에 사용·종속된 상태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참가인 조합은 원고들과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5)

이처럼 참가인 조합과 같은 항운노조의 사용자성을 일반적으로 부인하는 해석론을 취할 경우, 항운노조에 대하여 상당한 정도로 종속되어 있는 조합원을 노동법제가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부언하기로 한다. ① 앞에서 노동조합의 사용자지위를 부정하는 가장 큰 이유가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자치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는 점인 이상, 임원 선거나 총회 등의 절차가 규약에 마련되어 있어도 이런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노동조합은 비록 노동조합의 외형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상의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다. ② 노동조합이 그 조합원에 대하여 행사하는 제명, 징계 등의 통제권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데(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21750 판결 참조), 항운노조와 같이 일자리를 제공하는 노동조합이 징계의 일환으로 조합원을 취업에서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한 경우 이러한 조치는 일반적인 노동조합의 통제권 행사보다 더 엄격한 정당성이 요구된다고 해석함으로써 노동조합 집행부의 자의적인 권한행사로부터 조합원을 보호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이 사용자가 행하는 해고나 징벌이 아닌 이상 그 구제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절차에 의할 수는 없고 일반적인 민사소송에 의하여야 한다. ③ 항만운송업체는 항운노조 조합원에 대한 관계에서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되는 근로계약상의 사용자는 아니라고 하더라도,<5> 앞서 본 바와 같이 조합원들의 임금과 작업환경 등에 관하여 고용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 및 부당노동행위 책임 등을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므로(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참조), 항만근로자에 관한 집단노사관계는 항만운송업체를 사용자로 하여 규율될 수 있다.

6)

이와 같은 이유를 종합하여 볼 때, 참가인 조합은 원고들의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며, 이와 같이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택(재판장) 이병희 김태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