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 회사는 상시근로자 500여 명을 사용하여 제지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참가인은 2012. 7. 2. 원고 회사에 입사하여 해외영업관리팀, 해외영업1~3팀으로 구성된 해외영업부문의 부문장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참가인은 2015. 2. 26. 10:00경 해외영업1팀장 C, 해외영업2팀장 D 등과 업무회의 중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E(이하 '대표이사'라고만 한다)의 호출에 따라 대표이사실에서 대표이사와 개별면담을 하게 되었다. 대표이사는 위 면담과정에서 참가인에게 기존의 해외영업부문을 2개 부문으로 나누어 참가인은 해외영업관리팀과 해외영업1팀으로 이루어진 부문을 담당하고, 해외영업2, 3팀으로 이루어진 부문은 해외영업2팀장인 D을 이사로 승진시켜 담당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알려 주었다.
참가인은 대표이사에게 위와 같은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의 상당 부분이 줄어들게 된다고 하며 불만을 표시하였고, 대표이사와의 면담을 마치고 업무회의 장소로 돌아와 회의 참석자들에게 '더 이상 회의를 할 필요가 없다. 나 그만 둔다'라는 취지로 말을 하였으며, 비서인 F에게 임원이 사용하는 사직원 양식이 있는지 문의하였다.
대표이사는 참가인이 조직개편안에 대하여 불만을 표시하고 나간 후 원고 회사의 임원인 G, H, I를 불러 참가인이 조직개편안에 대하여 항의를 하면서 사직의 의사 표시를 하였다는 내용으로 회의를 진행하였는데, G으로부터 참가인이 다른 직원들에게도 회사를 그만둔다는 취지로 말을 하였다는 보고를 받고 참가인의 사직의 의사가 명확한 것으로 보아 후속 인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참가인은 같은 날 15:00경 대표이사에게 오전의 일에 대하여 사과를 하기 위하여 찾아갔으나, 대표이사는 참가인에게 후속인사 지시까지 마무리된 상황이고 참가인은 원고 회사와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고 말하였다.
원고 회사는 2015. 2. 26. 당일 참가인을 퇴직 처리하고(이하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라 한다), 그 다음날 D 외 1명을 임원으로 승진시키고 새로 개편된 해외영업1부문장(기존 해외영업관리팀 및 해외영업1팀 관장) 및 해외영업2부문장(기존 해외영업2, 3팀 관장)으로 인사발령을 하였다.
참가인은 2015. 2. 27. 출근하여 짐을 정리하여 원고 회사를 나온 이후 더 이상 출근하지 않았다.
참가인은 2015. 5. 18.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2015부해1276호로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5. 7. 10. 참가인이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는 해고에 해당하고 참가인에 대한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를 부당해고로 인정하고 원고 회사에게 참가인의 원직 복귀 등을 명하는 판정을 하였다.
원고 회사는 2015. 8. 18. 중앙노동위원회에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15부해840호로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 11. 19. 참가인이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설령 참가인이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서 원고 회사가 이를 충분히 알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는 해고에 해당하는데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 회사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한편 원고 회사의 내부 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 부분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내지 10, 14호증, 을나 제2호증의 각 기재, 증인 E, C, B의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회사의 주장
참가인은 대표이사로부터 조직개편안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자리에서 명확하게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였고 참가인의 사직의 의사표시는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참가인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비진의 의사표시라 하더라도 원고 회사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지 않았다. 한편 사직의 의사표시는 원고 회사가 동의하지 않는 한 철회가 불가능하고, 원고 회사가 참가인의 사직의 의사표시 철회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는 참가인의 사직의 의사표시에 따른 것이므로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가 해고에 해당한다는 전제 아래에 부당해고로 판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피고 및 참가인의 주장
참가인은 대표이사에게 조직개편에 대하여 불만을 표시하였으나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없다. 설령 참가인이 대표이사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비진의 의사표시이고 원고 회사도 그러한 사정을 알 수 있었으므로 참가인의 사직의 의사표시는 무효이다. 또한, 참가인이 대표이사에게 진의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더라도 그 의사표시를 유효하게 철회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는 이와 달리 참가인의 유효한 사직의 의사표시가 있다는 잘못된 전제 아래에 원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참가인을 퇴직 처리한 것이므로 해고에 해당하고, 그 해고사유 및 절차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부당해고이다.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가 해고인지 여부
우선, 참가인이 대표이사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참가인이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 당일 10:00경 대표이사로부터 조직개편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에 대하여 강한 불만을 표시한 후,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진행하던 회의를 중단하고 비서에게 사직원 양식이 있는지 물어보았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갑 제1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참가인은 원고 회사의 HR팀장인 J과 2015. 3. 18. 통화하면서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눈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에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갑 제5호증의 기재, 증인 E, B의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참가인은 원고 회사의 직원과의 통화에서 자신이 사표를 내겠다고 말한 사실은 있다고 진술하였던 점, ② 대표이사는 참가인이 자신에게 회사를 그만둔다는 말을 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③ 참가인이 원고 회사의 다른 직원들에게 회사를 그만둘 것이라고 하고 사직원을 가져오라고 한 것은 이미 대표이사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후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욱 자연스러운 점, ④ 참가인이 대표이사에게 단지 조직개편에 대하여 불만을 표시하는 차원의 발언만 하였음에도 새로운 조직개편안에 의하더라도 부문장을 담당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참가인의 사직을 전제로 하는 후속 인사조치를 대표이사가 지시하였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점, ⑤ 참가인은 이 법정에서 상대방이 들었을 때 회사를 그만둔다고 생각할만한 표현을 한 적이 없냐는 질문에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없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참가인 스스로도 자신이 사직의 의사표시로 이해될 수 있는 표현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하여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은 대표이사와의 면담과정에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음으로 참가인이 대표이사에게 한 사직의 의사표시가 유효한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참가인이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 당일 10:00경 대표이사로부터 조직개편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에 대하여 강한 불만을 표시한 후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진행하던 회의를 중단하고 비서에게 사직원 양식이 있는지 물어 보았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4, 6, 12, 17호증의 각 기재, 증인 C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원고 회사의 운영총괄 임원인 G이 대표이사와 참가인의 사직에 관한 회의를 마친 이후에 참가인을 불러 질책하자 참가인이 그냥 그만두겠다는 취지로 말을 하였던 사실, 참가인이 대표이사와 면담한 후 같은 날 16:00경 다시 D을 포함한 해외영업부문 팀장들을 불러 조직개편안은 자신과 맞지 않아 그만두고 후임자인 D에게 잘하라는 취지로 말을 한 사실, 참가인과 D, C 등은 2015. 3. 8. 함께 골프를 쳤고 저녁식사 자리에서 참가인이 D, C에게 격려의 말을 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참가인이 같은 날 15:00경 대표이사에게 오전의 일에 대하여 사과를 하기 위하여 찾아갔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4, 9호증의 각 기재, 증인 E, C의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참가인은 비서로부터 사직원 양식이 따로 있지 않다는 HR팀의 답변을 전달받고 비서에게 알았다고만 말하고 원고 회사에 따로 사직원을 제출한 바는 없는 사실, 참가인은 오후에 G에게 자신이 경솔했다고 사과하고 욱하는 마음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고 하면서 대표이사에게 잘 말해달라고 말한 사실, 대표이사는 참가인이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고 나간 이후 G 등 임원들과 논의하기 전에는 참가인이 한 사직의 의사표시가 확실한 것인지에 대하여 최종결론을 내리지 않았던 사실, 참가인은 평소 다혈질이거나 욱하는 성격이 있음이 알려져 있는데, 대표이사와 면담을 마치고 온 후에는 주위 사람들이 알 수 있을 정도로 평상시보다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 회사를 그만둔다는 취지로 말하였던 사실도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본다.
참가인이 대표이사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참가인이 그러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것은 자신이 담당한 업무영역이 상당 부분 축소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에 대하여 대표이사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고 달리 참가인이 사직의 의사표시를 할 만한 계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사직의 의사표시는 참가인과 원고 회사 사이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중대한 효과를 가져 오는데 평소 다혈질적인 성격을 가진 참가인이 약 30분 정도의 면담시간에 진정으로 원고 회사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기 위하여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참가인이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후 곧바로 G을 포함한 원고 회사의 다른 직원들에게 자신이 회사를 그만둘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거나 사직을 전제로 후임자를 격려하는 등의 행동을 보인 것은, 조직개편안에 대한 불만으로 격해진 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거나 그날 오후 대표이사로부터 퇴사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참가인이 한 사직의 의사표시가 진정한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원고 회사의 임원복무규정에 의하면 사직하기 1개월 전에 회사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고 취업규칙에 의하면 1개월 전에 사직원을 제출하여 소정의 절차 및 승인을 득하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참가인은 원고 회사에 사직원을 제출하지도 않았고, 그러한 상태에서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은 오후에 대표이사에게 사과하고 자신의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기도 하였다.
한편, 대표이사는 G 등 다른 임원들을 부르기 이전까지는 참가인이 한 사직의 의사표시에 대하여 최종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었는데, 이는 참가인이 한 사직의 의사표시가 조직개편안에 대하여 불만을 표시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어서 진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대표이사는 참가인이 자신과의 면담을 마친 후 다른 직원들에게 한 발언의 내용을 보고받고 참가인이 한 사직의 의사표시가 진정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고 하나, 참가인이 다른 직원들에게 사직의 발언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떠한 법률적인 효력이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대표이사보다 상대적으로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동료들에게 보다 과장되게 자신의 불만을 강력히 표출하였을 능성과 당시의 흥분된 상태를 고려할 때 다른 직원들에게 한 발언의 내용을 기초로 사직의 의사표시가 진정한 것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보이는 한편, 정작 참가인 본인에게는 사직의 의사표시가 진정한 것인지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참가인이 대표이사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고 다시 이를 철회하기까지의 전후 경위, 참가인의 평소 성향 및 당시 참가인의 감정 상태, 원고 회사의 사직에관한 내부규정과 그에 따른 절차의 진행 여부, 원고 회사가 참가인에 대한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를 결정한 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대표이사에게 한 사직의 의사표시는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고 원고 회사는 참가인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처럼 참가인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무효인 이상 원고 회사가 참가인에게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를 통보한 것은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의사표시로서 해고에 해당한다.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의 적법 여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 못하고(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근로기준법 제27조 제1, 2항).
원고 회사는 참가인이 해외영업부문 조직개편안에 불만을 표시하는 과정에서 홧김에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를 통보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근로자가 자신의 담당하던 업무가 줄어드는 것에 대하여 불만을 표시하였다는 것만으로 사회통념상 고용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참가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더 나아가 원고 회사가 참가인에게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는 해고의 정당한 이유와 절차를 결여한 것으로서 부당해고이다.
소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는 근로기준법상 해고로서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진현(재판장) 서범욱 이호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