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상시근로자 약 110명을 고용하여 국민건강증진 및 보건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 산하에 보건의료정책 등에 대한 학술조사 연구사업을 수행하는 의료정책연구소(이하 '이 사건 연구소'라 한다)를 두고 있다. 참가인은 2002. 7. 6. 이 사건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입사하여 연구위원으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15. 5. 29.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가던 참가인에게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통보(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를 하였다.
참가인은 2015. 7. 1.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5. 11. 17.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나, 원고가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참가인은 2015. 12. 24.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16. 3. 18.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될 뿐 아니라 원고가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하였으므로 이 사건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참가인의 재심신청을 인용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와 참가인이 체결한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는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고, 원고는 근무평가 결과가 불량한 연구원에 대하여 언제든지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참가인에게는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참가인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더라도 원고가 재계약을 거절한 데에는 아래와 같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
원고는 '연구원 업적평가 지침'(갑 제5호증의 2, 이하 '개정 전 평가지침'이라 한다)을 '연구실적·근무평가 지침'(갑 제5호증의 1, 이하 '개정 후 평가지침'이라 하고, 개정 전·후 평가지침을 통칭하여 '이 사건 평가지침'이라 한다)으로 개정한 후 그에 따라 참가인의 업무실적과 근무를 공정하게 평가하였는데, 참가인은 2014년도 연구실적 평가에 있어 등재학술지 논문게재를 하지 못하여 필수영역을 총족하지 못하였고, 근무 평가에 있어서도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또한 참가인은 연구실적 평가표를 작성하면서 등재학술지 게재논문이 아님에도 등재학술지 게재논문인 것처럼 허위 기재하였고, 이 사건 연구소의 소명 요청에도 대응하지 않는 등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신뢰관계가 근로계약을 존속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다.
이 사건 평가지침은 인사고과에 관한 평가기준을 정해 둔 것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평가지침은 연구원들에게 불리하게 개정되지 않았고, 연구원들의 동의를 얻어 개정되었을 뿐 아니라 사회통념상 개정의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개정 후 평가지침에 따른 업무실적과 근무평가는 유효하다.
참가인은 개정 전 평가지침에 따르더라도 재임용의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인정사실
이 사건 연구소 운영규정(갑 제14호증)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참가인이 2002. 7. 6. 이 사건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아래와 같이 4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이 갱신되었다.
이 사건 연구소는 연구원들의 연구실적과 근무를 평가하기 위해 이 사건 평가지침을 마련해 두었다.
개정 전 평가지침에 의하면 연구원 평가는 매년 연구(연구원의 연구실적을 대상으로 평가), 업무지원(원고의 내·외부 활동 등을 대상으로 평가), 근무실적평가(상급자에 의한 근무평가)의 3개 영역으로 구분하여 각 영역의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개정 전 평가지침은 연간 업적평가의 최소 요건(각 영역 평가점수의 합이 180점 이상, 연구영역이 125점 이상)을 정해두었고, 업적평가결과는 연봉 재협상, 승진, 재임용 등에 활용되며, 재임용을 위한 최소 요건은 승진을 위한 최소 요건(연구위원의 연구영역 기준 점수는 200점이다)의 70% 이상이어야 한다.
이 사건 연구소는 2014년 3월경 이 사건 평가지침을 개정하였는데, 개정 후 평가지침은 연구원 평가를 연구실적평가(연구원의 연구실적과 원고의 내·외부 활동 등을 대상으로 평가)와 근무평가(상급자에 의한 근무평가)의 2개 영역으로 구분하였고, 각 영역에 재임용을 위한 최소 기준을 정해두었다. 또한 연구실적평가에 필수영역을 신설하여 필수영역에서 정한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다른 영역 평가를 중단하고 0점 처리하도록 하였다. 연구원 평가결과는 종전과 동일하게 연봉재협상, 승진, 재임용 등에 활용되나, 종전과 달리 재임용을 위한 감경 기준(업적평가 최소 요건의 70%) 조항은 삭제되었다.
개정 후 평가지침에 의하면 연구위원이 재임용되려면 근무평가 영역은 최소 85점을 받아야 하고, 연구실적평가 영역은 이 사건 연구소와 협의하여 정한 최소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연구위원인 참가인의 협의 점수는 85점이었다.
이 사건 연구소의 연구소장은 평가지침을 개정하기 전인 2014. 3. 12. 참가인을 포함한 전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평가지침 개정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였고, 이 사건 연구소 연구원들은 설명회가 끝난 후 아래의 내용이 기재된 회의록에 서명하였다.
이 사건 연구소는 2014. 12. 4. 참가인을 포함한 연구원들에게 2014년도 연구실적 평가표를 작성하여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고, 참가인은 연구실적평가 필수영역 중 등재학술지란에 아래와 같이 기재하여 연구실적 평가표를 제출하였는데, 아래 기재된 논문은 등재학술지 게재논문이 아니었다.
참가인은 2014년도 근무평가 영역 평가 결과 아래와 같이 최소 점수(85점)에 못 미치는 74.2점을 받았다.
이 사건 연구소는 2015. 2. 28. 제7차 인사소위원회를 개최하여 참가인이 연구실적평가 필수영역 중 등재학술지 논문게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고, 근무평가의 최소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인사소위원회는 참가인에게 등재학술지논문게재에 관하여 소명기회를 준 후 이유 있는 소명이 되지 않을 경우 재임용하지 않기로 의결하였다.
이 사건 연구소는 2015. 3. 17. 참가인에게 연구실적 평가표 기재사항에 대한 소명을 요청하였고, 참가인은 같은 달 20일 원고에게 무엇을 소명하라는 것인지 명확히 하라는 질의서를 제출하였다.
이 사건 연구소는 2015. 4. 6. 참가인에게 재차 연구실적 평가표 기재사항에 대한 소명을 요청하였고, 참가인은 같은 달 8일 소명서를 제출하면서 연구실적 평가표는 개정 후 평가지침에 따라 작성하여 제출한 것이고, 수정이 필요한 사항이 있을 경우 통보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아무런 통보가 없었다며 상세한 소명이 필요한 경우 인사위원회에 직접 소명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사건 연구소는 2015. 4. 13. 참가인에게 참가인이 제출한 연구실적 총괄표 및 연구실적 평가표에 기재한 논문 3편이 등재학술지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입증자료와 함께 의견을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고, 참가인은 같은 달 15일 이는 연구지원부에서 검토하여 인사위원회에 상정하는 것이므로 참가인이 소명할 사항이 아니고, 제출한 연구실적 평가표에 수정할 사항이 있다면 통보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수정 요청 통보를 받지 못하였다는 입장을 밝히며 참가인이 출간 의뢰한 '2014년 세무·노무 가이드북'과 연구보고서(2013 의원경영실태 분석)가 출간되지 않은 이유를 밝힐 것을 요청하였다.
이 사건 연구소는 2015. 5. 11. 참가인에게 연구실적 평가표에 기재된 논문이 등재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에 해당되지 아니하여 연구실적평가표를 재작성하여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이를 다시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다.
참가인은 2015. 5. 13. 이 사건 연구소에 연구실적 평가표에 문제가 있으면 연구지원부에서 미리 알려주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인사소위원회에 제출한 후 소명하도록 요구한 것은 의도적으로 인사소위원회 개최 전 수정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고, 같은 날 이 사건 연구소에 연구실적 평가표 중 등재학술지 논문게재란을 아래와 같이 수정하여 제출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내지 8, 14호증의 각 기재, 증인 J, K, L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참가인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거시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되어 있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참가인은 2002. 7. 6. 이 사건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2~3년 단위로 4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해 왔다.
이 사건 연구소 운영규정은 연구원 재계약이 가능함을 전제로 최초 계약기간(1년)과 달리 재계약기간을 2~3년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연구 실적이 우수한 연구원은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연구소 소장은 재계약 등에 필요한 자료로 사용하기 위하여 매년 직원들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고, 개정 전 평가지침과 개정 후 평가지침 모두 재계약 등에 필요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므로, 참가인은 평가지침에 부합하는 평가를 받을 경우 재계약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은 원고의 목적 사업을 위한 조사·연구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그 업무는 그 특성상 지속성이 인정되므로 일시적·한시적 업무라고 볼 수 없다.
개정 후 평가지침의 유효 여부
이 사건 평가지침이 취업규칙에 해당하는지 여부
취업규칙이라 함은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사업장에서의 근로자에 대한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정한 것이다(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누1413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기초하여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연구소 운영규정(갑 제14호증)에 의하면 소장은 근무상황 및 태도, 연구업적 등을 주요 항목으로 하여 연 1회 직원들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그 평가 결과는 연봉 조정, 재계약, 승급, 전출 등 연구원의 신분이나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에 자료로 사용되는 점, 소장의 직원 평가에 관한 세부사항은 소장이 정하도록 되어 있고, 그 위임에 따라 소장은 이 사건 평가지침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평가지침은 연구원의 연구 활동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재임용을 하기 위하여는 일정한 평가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연구소의 연구원은 이 사건 평가지침에 따라 매년 연구실적 평가표를 작성해 이 사건 연구소에 제출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평가지침은 이 사건 연구소 연구원들에게 적용되는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규정한 것으로 근로기준법 제93조 소정의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평가지침이 연구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거시한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평가지침은 연구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개정 전 평가지침은 연구영역에만 최소 기준 점수(125점)를 정해 두었을 뿐 나머지 영역(업무지원영역, 근무실적)에 대하여는 최소 기준 점수를 정해 두지 않고, 3영역 합산 점수에 대하여만 최소 기준 점수를 정해 두었다.
그에 비하여 개정 후 평가지침은 2영역(연구실적, 근무평가) 모두에 대하여 최소 기준 점수를 정해 두었는데, 개정 전 평가지침에 의하면 연구영역 이외의 영역에서 낮은 점수를 받더라도 연구영역 점수로 만회하여 총점 기준으로 최소 기준 점수 이상을 받는 것이 가능하였으나, 개정 후 평가지침 하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리하여 개정 전 평가지침과 달리 개정 후 평가지침에 의하면 연구원의 연구실적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상급자(특히 연구소장)에 의한 근무평가 점수가 낮을 경우 연구원은 재임용이 불가능해 질 우려가 발생한다.
개정 후 평가지침은 연구실적 평가에 관하여 필수영역을 정해두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재임용되지 못하도록 규정하였는데, 이는 연구원 스스로 여러 평가 항목(저서, 논문, 학술활동, 정책자료집 등)을 선택하여 연구활동을 통해 연구영역 점수를 확보할 수 있었던 개정 전 평가지침에 비하여 연구원의 재임용을 어렵게 하였을 뿐 아니라 연구원의 연구활동을 제약할 우려도 있다.
개정 전 평가지침은 연간 업적 최소 요건(연구영역 125점, 3개 영역 합계 점수 180점)을 규정해 두면서도 재임용을 위한 최소 요건은 연간 업적 최소 요건의 70% 이상만 획득하면 되는 것으로 하여 재임용을 용이하게 하는 규정을 두었으나, 개정 후 평가지침은 이를 삭제하여 연구원의 재임용을 어렵게 하였다.
이 사건 평가지침의 개정에 연구원들의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의하면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변경하여 근로자의 기존 근로조건보다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취업규칙의 변경에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 노동조합이 없으면,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사업장 전체 또는 기구별·단위 부서별로 근로자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 의사를 모으는 회의방식 기타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의하여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거시한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연구소는 이 사건 평가지침을 개정하면서 연구원들의 동의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연구소장은 2014. 3. 12.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이 사건 평가지침 개정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연구소장이 연구원들과 개정의 찬반에 관한 토론을 나누었거나 연구원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위 설명회가 끝난 후 몇몇 연구원들이 그 자리에 남아 이 사건 평가지침의 개정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 연구원 전체가 모여 의견을 나누거나 찬반에 관한 토론을 하지는 않았다.
위 설명회가 끝난 후 연구원들은 "의견이 있는 경우 13일까지 소장에게 의견을 제출키로 함"이라고 기재된 회의록(갑 제6호증)에 서명을 하였으나, 이는 이 사건 연구소가 미리 기재해 둔 회의록에 연구원들이 서명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근무하였던 L는 이 법정에서 "M 성격이 워낙 밀어붙이는 성격이라 연구원들이 말한다고 들어주시는 분이 아니셨다"고 증언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설명회 이후 연구원들이 이 사건 연구소에 별다른 의견을 밝히지 않은 것을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동의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 평가지침의 개정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
관련 법리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려면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아니하는 등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 전후를 비교하여 취업규칙의 변경 내용 자체로 인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취업규칙 변경에 따라 발생할 경쟁력 강화 등 사용자 측의 이익 증대 또는 손실 감소를 장기적으로 근로자들도 함께 향유할 수 있는지에 관한 해당 기업의 경영행태,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변경 전후의 문언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음이 명백하다면, 취업규칙의 내용 이외의 사정이나 상황을 근거로 하여 그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이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2다43522 판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거시한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평가지침을 개정할 필요성 및 개정 후 평가지침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연구원들의 동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개정 후 평가지침의 법적 규범성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개정 후 평가지침은 참가인에게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평가지침이 개정되어 연구실적의 필수영역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상급자에 의한 근무평가 점수가 낮은 연구원들은 재임용이 불가능해지므로, 이 사건 평가지침의 개정은 연구원들에게 상당한 불이익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원고 내부적으로 이 사건 연구소가 이전보다 의료현장 중심의 연구를 많이 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사건 평가지침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그에 따라 이 사건 연구소는 이 사건 평가지침을 개정하면서 '연구의 질 제고', '연구소 생산성 향상, '의료현장 중심의 정책생산 및 연구몰입 중시' 등을 개정의 기본 방향으로 정하는 한편 이전보다 보고서 등을 평가함에 있어 기여율을 실질적으로 반영하고, 중복률 등 질 평가를 하여 점수를 반영하는 등의 기준도 마련하였다.
그러나 개정 후 평가지침은 상급자의 근무평가에 최소 점수 기준을 설정해 연구 실적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근무평가가 낮으면 재임용될 수 없도록 하여 연구 중심의 개정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평가의 객관성을 제고한다는 평가원칙과도 맞지 않는 점, 연구실적에 필수영역을 신설해 연구원들이 의료현장 중심의 연구보다 필수영역 충족을 위한 연구에 치우치게 되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평가지침의 개정이 위와 같은 개정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평가지침을 개정하면서 연구소장은 연구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하였으나, 연구소장의 일방적 설명으로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일 뿐 연구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연구원들로부터 개정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거나, 이 사건 평가지침의 개정으로 인하여 연구원들이 입을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소결론
연구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개정 후 평가지침은 연구원들에게 효력이 없으므로, 원고는 개정 전 평가지침에 따라 참가인에 대한 재임용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원고가 부당하게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였는지 여부
종전 평가지침에 따른 재임용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
개정 전 평가지침에 의하면 연구원은 재임용 최소 요건을 갖추기 위해 연간 최소 요건의 70% 이상을 받아야 하므로, 참가인은 연구 영역에 대해 140점(연구위원으로서 승진을 위한 최소 요건 점수인 200점의 70%)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
원고는 개정 전 평가지침에 의하더라도 참가인의 연구영역 점수가 125점(갑 제11호증 참조)에 불과하여 참가인은 재임용을 위한 최소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원고는 참가인의 연구 실적 중 일부에 대하여는 점수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의료 정책동향'에 관한 8개의 보고서(갑 제7호증의 14 4쪽)가 발간잡지 번역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개정 전 평가지침에 의할 때 점수를 부여하지 않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전에는 번역물에 대해서도 점수를 부여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원고는 2016. 6. 22.자 준비서면 16쪽에서 단순 번역만 하더라도 점수를 부여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4건의 학술활동(갑 제7호증의 14 6쪽)이 학술단체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의 발표가 아니라 하더라도 개정 전 평가지침은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단체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참가인이 개정 전 평가지침에 따른 연간 최소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거시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참가인과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참가인은 연구실적 평가표를 작성함에 있어 등재학술지 게재논문이 아닌 논문을 등재학술지 게재논문란에 기재하였으나, 참가인이 등재학술지 게재논문으로 기재한 논문은 이 사건 연구소가 발간하는 '계간의료정책포럼' 등에 게재된 것으로 이 사건 연구소가 등재학술지 게재논문이 아님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고, 참가인은 개정 후 평가지침에 따른 연구실적 평가표를 처음 작성했던 터라 그 기재 요령을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착오로 그와 같이 기재하였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참가인이 이 사건 연구소를 기망할 의도로 위와 같이 기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참가인의 행위가 재임용을 거절할 만큼 원고와의 신뢰를 훼손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비록 참가인이 이 사건 연구소의 소명 요청에 부적절하게 대응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 사건 연구소 또한 참가인이 기재한 논문이 등재학술지 게재논문이 아님을 알면서도 거듭 참가인에게 소명을 요구하는데 그쳤다는 점에서 적절한 조치를 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참가인은 개정 전 평가지침에 의하면 재임용 최소 요건을 충족하였을 개연성이 높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비록 참가인의 2014년도 연구실적이 2012년도나 2013년도에 비해 저조하다고 하더라도 참가인의 연구 결과물이 발간되지 않는 등의 사정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연구실적이 떨어진 것일 뿐 참가인의 근무태도나 연구의 성실성이 예년에 비해 나빠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참가인에 대한 근무평가 점수가 개정 후 평가지침에 따른 최소 기준 점수보다 낮았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에게는 개정 전 평가지침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근무평가 점수가 낮다는 점을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사유로 삼을 수 없고, 위 평가점수만으로 참가인의 근무태도에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할 정도의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순욱(재판장) 박기주 이희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