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참가인은 상시 약 4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교직원들의 생활안정과 복리증진을 위한 보험 및 연금 관련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09. 12. 14. 참가인에 입사하였고, 2013. 1. 1.부터 2013. 2. 28.까지 직위해제 후 다시 복직, 2014. 5. 13.부터 2014. 7. 8.까지 병가, 2014. 7. 9.부터 2016. 6. 21.까지 약 11개월간 업무 외 상병으로 인한 휴직과 그에 이은 약 1년간 무급휴직 후 복직한 사람이다.
참가인은 2016. 7. 21.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한 직권면직을 의결하고, 2016. 7. 25.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직권면직 처분 통지서를 보내어 2016. 7. 26. 직권면직 조치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면직 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2016. 7. 29. 이 사건 면직처분에 불복하여 재심을 청구하였지만, 참가인 재심위원회는 2016. 8. 22. 원고의 재심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에 불복하여 2016. 10. 25.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2016부해2175호로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6. 12. 20. '원고가 불안장애, 기분 부전증, 공황장애 등을 진단받은 이후 치료를 위해 장기간 병가와 휴직을 사용하였음에도 여전히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어 이 사건 면직처분에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고, 절차상의 하자도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면직처분은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
원고는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17. 1. 19. 중앙노동위원회에 2017부해72호로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7. 5. 29.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면직처분은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휴직 및 직권면직과 관련된 참가인의 인사규정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가 제1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업무상 질병인 불안장애, 기분 부전증, 공황장애의 치료를 위하여 휴직을 하였고, 휴직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위와 같은 업무상 질병이 완치되지 않았기에 휴직연장을 요청하였음에도, 참가인은 인사규정 제23조 제1항 제1호에 위반하여 일방적으로 복직명령을 한 후 이 사건 면직처분을 하였는바, 이 사건 면직 처분은 그 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설령 면직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으로 인사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나아가 참가인은 인사위원회 개최에 임박하여 통보를 하여 원고에게 충분한 진술기회를 보장하지 아니하였고, 2016. 6. 22. 복직한 원고에 대하여 2016. 7. 21. 개최된 인사위원회에서 직권면직을 의결함으로써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의 제한 규정에도 위반하였으므로, 이 사건 면직처분에는 절차적인 하자가 있다.
따라서 이와 달리 이 사건 면직 처분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인정사실
원고는 2012. 8. 9. 죽을 것 같은 느낌, 불안, 공포, 두통, 수면 장애 등 증세로 C정신과 의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 후 원고는 2013. 1. 23. 불안 등 증세로 D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불안장애, 기분 부전증, 공황장애(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의 진단을 받았다.
원고는 2014. 5. 23. 근로복지공단에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며 요양급여를 청구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14. 11. 5.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서울행정법원은 2017. 5. 10. '업무상 과로나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시킨 원인이 되었거나 원고가 기존에 갖고 있던 심리적 불안정 상태의 유전적·생물학적 소인을 자연적인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진행 촉진시켜 이 사건 상병에 이르게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2015구단 1314). 이에 원고가 항소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18. 6. 28.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2017누51022). 원고는 다시 상고하였지만, 대법원은 2018. 10. 25.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2018두51775).
위와 같은 경위로 확정된 판결(이하 '이 사건 확정판결'이라 한다)에서 인정된 사실 중 이 사건과 관련 있는 부분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6, 7, 52호증, 을가 제10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직권면직의 사유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
쟁점의 정리
원고가 현재 이 사건 상병으로 정상적인 직무수행은 불가능한 상태라는 점에 대해서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다만, 참가인의 인사규정에 의하면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하는 경우 질병이 완쾌될 때까지는 휴직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면 원고의 휴직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루어진 이 사건 면직처분은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따라서 직권면직 사유의 존재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질병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
행정소송의 수소법원이 다른 행정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확정된 관련 행정재판에서 인정한 사실은 당해 행정소송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당해 행정소송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관련 행정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6두292 판결 참조).
이 사건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들을 포함하여 앞에서 본 사실관계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주장 및 제출 증거들만으로는 업무상 과로나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시킨 원인이 되었거나 원고가 기존에 갖고 있던 심리적 불안정 상태의 유전적, 생물학적 소인을 자연적인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진행 촉진시켜 이 사건 상병에 이르게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원고는 입사 후 업무실적이 상당히 좋지 않았고,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원고의 상사들은 원고에게 비교적 부담이 적은 업무만을 지시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가 담당하고 있던 업무 내용이나 업무시간이 동료 직원들에 비하여 과중하여 극심한 스트레스를 초래할 정도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과중한 업무, 상사나 동료직원들의 부당한 대우로 인한 스트레스로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갑 제8 내지 47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을 제출하고 있으나, 위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원고의 업무내역 등의 사정은 이 사건 확정판결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상병은 신경증성 장애로서 환자의 소질, 성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발생하는 질병이고, 장기간에 걸쳐 또는 거의 일생동안 스트레스에 직면할 때마다 재발과 악화를 반복하기도 한다. 원고의 경우, 고모가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점, 학창 시절부터 부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울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당초 보유하고 있는 개인적 소인인 유전적 요소나 기질적 요소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을 유발하거나 촉진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불승인처분 취소 사건에서, 원고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감정의도 원고는 직장생활 이전부터 불안감과 우울감이 높으며 스트레스 상황에 취약했던 정황들이 확인되고 이것이 심리검사 상에서도 기술되어 있기에 기왕증이 있다고 보이고, 원고가 호소하는 현재 병적 증상의 발현에 업무 및 업무 환경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한 바 있다.
직권면직의 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데, 원고는 이미 개인 질병의 치료를 위한 휴직기간의 상한인 1년을 초과하여 휴직을 사용하였고, 그럼에도 여전히 이 사건 상병이 완치되지 아니하여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있으므로, 이는 참가인의 인사규정 제26조의2 제1호 본문이 직권면직의 사유로 규정하는 '신체정신장애와 질병으로 직무를 감당할 수 없을 때'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에게는 정당한 직권면직의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참가인의 인사규정은 '신체정신장애와 질병으로 직무를 감당할 수 없을 때'를 직권면직의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근로자의 사망이나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과 같은 근로관계의 자동소멸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근로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면직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소정의 제한을 받는 해고로서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어야 한다.
앞에서 본 사실관계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면직처분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된다.
참가인의 인사규정에 규정된 직권면직의 사유에 따른 면직 처리가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받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당성을 판단할 때 이와 같은 직권면직의 사유를 정한 것이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규정의 취지는 존중되어야 한다(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4두10548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참가인의 인사규정에 직권면직의 사유 중 하나로 규정된 '신체정신장애와 질병으로 직무를 감당할 수 없을 때'는 근로자의 신체정신장애나 질병이 적절하게 치료 내지는 통제되지 아니하여 정상적으로 근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경우를 고려한 것으로서 위와 같은 사유를 면직사유로 정한 취지에 사회통념상 상당성과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가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태임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에게 참가인의 인사규정에 따른 직권면직의 사유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참가인으로서는 그 동안 원고가 좀 더 원만하게 업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업무를 배정하거나 조정할 때 원고를 상당 부분 배려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상병의 치료를 위한 비교적 장기간의 휴직도 수용하였다.
그런데 원고가 이 사건 상병의 치료를 위해 57일간 병가를 사용하였고, 약 1년여 동안의 유급휴직에 이어 1년여 동안의 무급휴직을 사용하였음에도, 이 사건 상병이 완치되거나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호전되지 않았다.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질병이 아님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참가인의 인사규정이 업무외 질병에 대하여는 휴직기간의 상한을 1년으로 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가 더 이상 이 사건 상병의 치료를 위해 휴직을 사용할 수도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이 사건 면직 처분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고, 이 사건 면직처분이 인사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원고는 참가인이 인사위원회 심의 당시 충분한 진술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갑 제53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참가인이 인사위원회 개최 하루 전인 2016. 7. 20. 원고에게 인사위원회 출두 통보를 한 사실, 위 통보서에는 주요. 심의내용으로 '대상자의 질병으로 인한 계속 근무 여부 판단, 대상자의 직무수행 능력 및 근무태도, 근무성적 및 복무 현황, 대상자에 대한 인사조치 방안 논의' 등을 명시한 사실이 인정되고, 참가인의 인사규정에는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면직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 직권면직에 대하여 별도의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는 않다. 따라서 참가인이 인사위원회 개최 전날 원고에게 출석을 통보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면직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는 인사규정 시행규칙 제15조 및 제16조에서 근로자의 의견 진술기회를 절차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갑 제3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위 규정은 모두 징계절차에서 징계혐의자의 출석 및 의견진술에 관한 규정들임을 알 수 있는바, 면직처분에 관하여 징계처분과 달리 아무런 절차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 면직처분을 함에 있어 징계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볼 수 없고(대법원 2000. 6. 23. 선고 99두4235 판결 참조), 나아가 보더라도 을가 제11, 1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2016. 7. 21. 개최된 인사위원회에 출석하여 미리 준비한 서면 진술서를 제출하였고, 기존 업무성과에 대하여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이 사건 회사에서 계속 희망하기를 원한다는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사실, 원고는 2016. 8. 22. 개최된 재심위원회에도 출석하여 자신에 대한 평가가 부당하고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원고는 스스로 인사위원회 및 재심위원회에 출석하여 면직사유에 대하여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가졌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이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의 규정을 위반하였다고도 주장하나,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아니함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면직처분은 그 사유가 인정되고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없으며 절차상의 하자도 없으므로 정당하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진현(재판장) 방진형 이규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