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변경 전 상호 'C 주식회사')는 약 4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차량용 배터리케이스 제조업과 교통카드·금융카드 애플리케이션 개발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광주 광산구 D에 위치한 원고의 본점(이하 '광주본점'이라 한다)에서는 약 30명의 근로자가 차량용 배터리케이스 제조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서울 강남구 E, 4층에 위치한 원고의 지점(이하 'F지점'이라 한다)에서는 약 10명의 근로자가 교통카드·금융카드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원고는 2015. 7. 20.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과 근로기간을 '2015. 7. 20.부터 2015. 12. 31.까지', 급여를 '연 55,000,000원', 근무부서를 'F지점 연구소', 직급을 '차장', 담당업무를 '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각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참가인은 원고에 신사업으로 내장용 범용통합회로카드(Embedded Universal Integrated Circuit Card, 이하 'eUICC'라 한다) 개발을 제안하였다. 원고는 참가인의 제안을 받아들여 F지점 연구소 내에 통신기기용 칩 개발부서를 신설하고 참가인과 G을 위 부서로 인사발령하였다.
원고의 임원들은 원고의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2017. 1. 25. 아직 사업화가 되지 않은 eUICC의 개발 중단 여부를 논의하였고, 2017. 2. 21. F지점 연구소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수를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하였으며, 같은 달 22. eUICC 개발을 중단하고 통신기기용 칩 개발부서를 폐지하기로 결정하였다.
원고는 G을 F지점 연구소 내의 다른 연구개발부서로 인사발령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2017. 3. 13. 참가인에 대해서는 같은 달 20.자로 F지점 연구소 내의 다른 연구개발부서가 아닌 광주본점 차량용 배터리케이스 생산관리부서의 생산관리직으로 인사발령하였다(이하 '이 사건 전직처분'이라 한다).
참가인은 이 사건 전직처분이 부당전직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2017. 5. 17.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7. 7. 13. '이 사건 전직처분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이 사건 전직처분으로 참가인이 입는 생활상 불이익이 크며, 원고가 참가인과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전직처분은 부당전직처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서울2017부해1092).
원고는 2017. 8. 23.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7. 10. 23. '이 사건 전직처분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참가인이 입는 생활상 불이익이나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전직처분은 부당전직처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중앙2017부해848,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내지 6호증, 을나 제1,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경영상황 악화로 eUICC 개발을 중단하고 통신기기용 칩 개발부서를 폐지하면서 부득이 참가인을 광주본점 차량용 배터리케이스 생산관리부서 생산관리직으로 인사발령한 것이므로 이 사건 전직처분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 원고는 참가인이 F 지점에서 근무할 당시 받던 임금을 그대로 보전해 주는 등 참가인이 입게 될 생활상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고, 참가인과 신의칙상 요구되는 충분한 협의절차를 거쳤으므로, 이 사건 전직처분은 부당전직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관련 법리
원칙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전직처분은 인사권자인 사업주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근로자에 대한 전직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므로, 그것이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전직·감봉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전직처분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는 당해 전직처분의 업무상 필요성과 전직처분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5. 9. 선고 93다51263 판결,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36316 판결 등 참조).
판단
업무상 필요성 인정 여부
인정사실
원고는 2001. 10. 17. 설립되어 서울 강남구 E, 4층에 본점을 두고 교통카드·금융카드 애플리케이션 개발업 등을 영위하여 왔다.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재무상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자 원고는 2016. 3. 30.경 광주 광산구 D에 차량용 배터리케이스 생산공장을 신축하였고, 2017. 1. 3. F지점에서 위 공장으로 본점을 이전하였다.
본점을 이전한 이후에도 F지점에는 약 12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F지점의 사업규모가 축소되면서 약 4명의 근로자들이 원고에서 퇴사하였고, 2018. 3. 31.과 2018. 4. 30. F지점 연구소장 H과 G도 원고에서 퇴사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전직처분 이후에 F지점에서 근무할 임직원 약 5명을 신규 채용하였다. 위 신규 채용 인원들 중 퇴사한 H을 대신하여 채용된 I만이 연구개발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나머지 인원들은 품질관리나 경영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F지점 연구소에서 연구개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임직원은 3명이다.
원고는 2016. 3. 1. 참가인과 근로기간을 '2016. 3. 1.부터 2017. 2. 28.까지', 급여를 '연 55,000,000원', 근무부서를 'F지점 연구소', 직급을 '차장', 담당업무를 '연구개발'로 각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근로계약서 제2조 제3항에는 "원고는 필요에 따라 참가인의 근무부서를 변경할 수 있고 연구개발 이외의 업무를 부여할 수 있다. 이때 참가인은 원고의 결정에 따라 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참가인은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였다. 참가인은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약 10년 동안 유비벨록스 주식회사 등에서 3D 게임개발이나 USIM 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전직처분이 이루어진 2017. 3. 20.부터 참가인이 이 사건 전직처분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출근을 거부한 2018. 3.경까지 약 1년 동안 참가인에게 단순노동업무인 차량용 배터리케이스 운반업무만을 수행하게 하였다. 참가인과 함께 위 업무를 수행하는 파견근로자는 연 1,680만 원의 급여를 지급받고 있다.
원고는 차량용 배터리케이스 생산관리회의에 참가인을 참여시키지 않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7호증, 을가 제1호증, 을나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구체적 판단
원고는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차량용 배터리케이스 생산공장을 신축하면서 지속적으로 손실을 보던 기존사업의 규모를 축소하였다. 그 과정에서 아직 사업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eUICC 개발이 중단되고 통신기기용 칩 개발부서가 폐지되면서 참가인과 G에게 전직처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경영상황 악화로 F지점 연구소 내에서 연구개발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근로자들의 수를 축소하는 방안이 논의되던 상황에서 참가인과 G을 모두 F지점 연구소 내의 다른 연구개발부서로 배치하는 것이 용이하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참가인을 연구개발 이외의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로 배치할 필요가 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직처분의 업무상 필요는 근로자를 기존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배치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그 근로자를 어떤 부서로 배치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여부까지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비록 근로자를 다른 부서로 배치할 필요가 있더라도 그 부서로의 배치가 현저히 불합리하다면 전직처분의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
앞서 본 인정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이 사건 전직처분 이후에 F지점에서 품질관리나 경영지원 업무를 담당할 직원들을 신규 채용하였는바, 신규 직원들을 채용하기에 앞서 참가인에게 F지점에서 품질관리나 경영지원 업무를 담당할 기회를 부여할 수 있었던 점, ② 참가인에게 참가인이 단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차량용 배터리케이스 관련 업무, 즉 차량용 배터리케이스 생산관리업무를 부여하는 것보다는 참가인이 여태까지 수행해 왔던 업무와 다소 연관성이 있는 F지점에서의 품질관리나 경영지원 업무를 부여하는 것이 원고 입장에서 참가인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가 참가인을 차량용 배터리케이스 생산관리부서의 생산관리직으로 배치하였음에도 무려 약 1년 동안 참가인에게 차량용 배터리케이스 생산관리업무가 아닌 파견근로자가 담당하는 단순노동업무인 차량용 배터리케이스 운반업무만을 수행하게 한 것에 비추어 애초부터 참가인을 차량용 배터리케이스 생산관리부서의 생산관리직으로 배치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참가인을 차량용 배터리케이스 생산관리부서의 생산관리직으로 배치한 것은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전직처분의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
이 사건 전직처분으로 참가인이 입는 생활상의 불이익
을가 제1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광주본점에서 근무하는 차장 직급 근로자들의 급여는 연 40,000,000원 내지 45,000,000원인데 원고는 참가인에게 F지점에서 받던 급여와 동일한 연 55,000,000원의 급여를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위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참가인의 배우자와 어린 자녀들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사실, 참가인이 이 사건 전직처분으로 근무장소가 F지점에서 광주본점으로 변경되면서 광주에 숙소를 따로 구한 사실, 원고가 참가인에게 이주비를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처분으로 참가인은 주중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되었고, 숙소 임차료와 이주비를 추가로 지출하게 되었으며, 주말마다 광주에서 서울까지 편도 약 300km에 이르는 거리를 왕복하면서 시간과 교통비를 허비하는 생활상의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 F지점에서 받던 급여와 동일한 급여를 지급받는 것만으로는 위와 같은 생활상의 불이익이 치유될 수 없으므로, 이 사 건 전직처분으로 참가인이 입는 생활상의 불이익은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소결론
이 사건 전직처분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이 사건 전직처분으로 참가인이 입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므로, 원고가 참가인과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전직처분은 위법하다. 따라서 이 사건 전직처분이 부당전직처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고, 이를 다투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성규(재판장) 이슬기 강지성
각주1) 원고와 참가인은 2017. 2. 28. 이후에 명시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참가인은 2017. 2. 28. 이후에도 원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고, 원고는 그에 대한 대가로 참가인에게 임금을 지급하였으므로, 묵시적으로 근로계약이 갱신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