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와 내용
C 주식회사(이하 'C')는 인천 동구 D에서 2000. 10. 23. 설립되어 상시 근로자 2,600여 명을 사용하여 각종 건설기계 등의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인천 동구 D에 주된 사무실을 두고 2011. 10. 11. C의 인천공장(본사)에 근무하는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기업단위 노동조합이다.
C노동조합은 안산시 상록구 E에 주된 사무실을 두고 2011. 10. 18. C의 안산공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기업단위 노동조합이다(이하 원고와 C노동조합을 한꺼번에 지칭할 때는 '교섭대표노동조합').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서울 중구 F, G 별관 6층에 주된 사무실을 두고 2001. 2. 8. 전국의 H 및 I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이다. 2017년 현재 C 소속 근로자 190여 명이 참가인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참가인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2017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하여 참가인에게 이의제기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것, 2017. 9. 1. 총회 및 2017. 12. 8. 총회에서 잠정합의안에 대한 참가인 조합원들의 투표결과를 배제한 것 등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하며 2017. 11. 3.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공정대표의무 위반시정신청을 하였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1. 29. 참가인의 시정신청 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참가인 조합원들의 투표결과 배제에 관한 부분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이를 인용하였고, 잠정합의안에 대한 이의제기 기회 미부여에 관한 부분은 기각하였으며, 나머지 부분은 각하하였다.
원고는 초심판정 중 인용 부분에 불복하여 2018. 3. 6.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8. 4. 26.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잠정합의안에 대한 참가인 조합원들의 투표결과를 배제한 것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다.'라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과 이 사건의 쟁점
원고의 주장
교섭대표노동조합은 2017년 임금교섭 및 임금협약 체결 과정에서 참가인을 차별한 적이 없다. ①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규약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소수 노동조합의 찬반의사에 구속된다는 규정이 없는 점, ② 노동조합의 자주성 원칙과 정체성은 공정대표의무보다 하위의 원리라고 볼 수 없는 점, ③ 조합민주주의는 조합 내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고 조합 간 민주주의가 아닌 점, ④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투표에 관해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41조 제1항과 같은 제한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2017년 임금협약을 체결하면서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이 사건의 쟁점
교섭대표노동조합이 2017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투표가 이루어진 2017. 9. 1.자 총회 및 2017. 12. 8.자 총회에서 참가인 조합원들의 투표결과를 배제한 것이 공정 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인정사실
2017년 현재 C의 교섭단위 내에 조직된 노동조합으로는 원고와 C노동조합, 참가인이 있고, 위 교섭단위는 분리결정된 적이 없다.
원고와 C노동조합은 2016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연합에 의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었고(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는 원고의 위원장으로 합의), 그 지위는 2018. 3. 31.까지 유지되었다.
참가인은 2017. 8. 31. 원고에게, 2017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투표결과에 참가인 조합원들의 투표결과를 포함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 원고는 이에 대하여 2017. 9. 1. "참가인 조합원들 투표 실시 여부는 참가인의 판단에 따르도록 하되, 참가인 조합원들 투표결과의 포함 여부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별도로 판단하겠다."라고 통보하였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은 2017. 9. 1.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여 2017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실시하였다. 참가인도 같은 날 위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찬성 5명, 반대 110명)를 교섭대표노동조합에 통보하였으나,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이를 투표결과에 반영하지 않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위 잠정합의안에 대한 투표는 57%의 반대의견으로 부결되었다.
교섭대표노동조합과 C는 2017. 9. 17.부터 2017년 임금협약에 관한 재교섭을 진행하여 2017. 12. 6. 다시 2017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이하 '새로운 잠정합의안')을 마련하였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은 2017. 12. 8.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실시하였다. 참가인도 같은 날 새로운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찬성 8명, 반대 167명)를 교섭대표노동조합에 통보하였으나,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이를 투표결과에 반영하지 않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위 잠정합의안에 대한 투표는 65.8%의 찬성의견으로 가결되었다.
교섭대표노동조합과 C는 위 가결에 따라 2017. 12. 22. 2017년 임금협약을 체결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을가 제3호증, 을나 제5,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련 법리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교섭대표노동조합 및 사용자의 의무
노동조합법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도록 하고(제29조의2),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만 단체교섭권과 쟁의행위 주도권을 인정하며(제29조 제2항, 제29조의5, 제30조, 제37조 제2항), 쟁의행위 투표의 참여자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합의 전체 조합원으로 정하여(제41조 제1항),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고 있다.
노동조합법이 이와 같이 소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것은 교섭절차를 일원화하여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 소속 노동조합이 어디든 관계없이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통일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노동조합법은 이러한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에게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부여하고(제29조 제2항),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29조의4 제1항).
공정대표의무의 헌법적 의미와 해석
'교섭청구 단일화 제도가 소수노동조합의 노동삼권 특히 단체교섭권을 제한하는 것임이 분명한데도 그 헌법적 정당성을 수긍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제한을 통하여 얻게 되는 법익이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입법자가 단체교섭권 제한에 따른 문제점을 상당 정도 제거 또는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을 동시에 마련하였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제거 또는 완화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수단이 바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공정대표의무이다.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추상적인 공정대표의무가 구체적으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밝힐 때는 위와 같은 공정대표의무의 헌법적 의미와 비중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이후 소수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통해서만 단체교섭 과정에 자신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사용자는 소수노동조합과 직접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소수노동조합 역시 우리 헌법에서 정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유하고 있고, 독자적 존재의의를 갖고 있음'을 승인하고 존중하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이와 같이 해석할 경우, 공정 대표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소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이 형해화 되는 것을 막는 정도'에 그쳐서는 아니 되고, '소수노동조합이 교섭 대표노동조합을 통해 단체교섭권을 실현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 공정대표의무의 부담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의 행동 제한이나 불편함은 소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제한을 상쇄하기 위한 것이므로,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는 마땅히 이를 감수해야 한다.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2017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투표가 이루어진 2017. 9. 1.자 총회 및 2017. 12. 8.자 총회에서 참가인 조합원들의 투표결과를 배제한 것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
'교섭대표노동조합 대표자가 사용자와 체결한 단체협약'은 교섭대표노동조합 조합원뿐만 아니라 교섭과정에서 배제된 소수노동조합 조합원에게도 동일하게 효력을 미친다(노동조합법 제29조 제2항). 특히 근로자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근로조건에 관한 부분도 동일하게 효력을 미친다. 따라서 교섭대표노동조합 대표자가 교섭대표노동조합 조합원의 총의만을 수렴하기 위하여 협상안에 관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총회 또는 대의원회 결의만을 거친 다음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면, 이는 노동조합의 소속에 따라 조합원을 차별하는 것이다. 단체협약이 조합원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교섭의 효율성만으로는 위와 같은 차별행위에 합리성이나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
공정대표의무의 의의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체결한 단체협약'은 기본적으로 계약에 해당하지만, 근로조건이나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부분은 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닌 조합원에게도 직접 효력을 미친다(노동조합법 제33조). 사단의 경우와 달리 위와 같이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조합원이 노동조합 가입절차를 통해 단체협약 적용에 동의하였다'는 이른바 '수권적 동의'를 하였다는 데 있다. 나아가 조합원이 노동조합 운영에 참여하고 자유롭게 의사를 표명하며 이를 통해 노동조합의 의사를 결정하였다는 데에 그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결국,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은 조합원의 수권적 동의와 조합민주주의에 기초한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2항에 따라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 대표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소수노동조합 또는 소수노동조합 조합원에게까지 미친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위와 같은 정당성의 기초를 인정하기 어렵다. 대법원 1993. 4. 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은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을 인정하는 근거로 '노동조합이 하나의 사단이라는 점'과 '노동조합이 자주적으로 대표자를 선출하거나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으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소수노동조합과의 관계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 대표자에게는 이와 같은 이론적 근거를 인정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에 부여된 공정대표의무'는 '조합원의 수권적 동의나 조합민주주의 실현을 대체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의 효력을 받는 조합원의 총의를 수렴할 때에는, 수권적 동의 또는 조합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최소한 소수노동조합 조합원에게도 동등하게 위와 같은 절차에 참여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특히 단체교섭권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삼권 중 가장 핵심적인 권리이고(대법원 1990. 5. 15. 선고 90도357 판결 참조),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는 이와 같은 단체교섭권을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공정대표의무의 현실적인 구현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소수노동조합 또는 소수노동조합 조합원의 의견에 구속되지 않고, 민법상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은 단체협약 요구안의 마련, 사용자와의 협상, 단체협약의 체결 등 단체교섭 전반에 걸쳐 재량권을 가진다. 이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소수노동조합의 의사나 권리를 배제할 여지도 있다. 그런데도 일반 노동조합의 경우와 달리, 소수노동조합은 노동조합 임원선거나 노동조합 대표자 교체와 같은 방법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 대표자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와 같은 교섭대표노동조합 또는 교섭대표노동조합 대표자의 독단적 운영을 막기 위해서는 소수노동조합 또는 소수노동조합 조합원에게도 실효적인 책임추궁 방법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협상안에 관한 투표가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전반에 대한 평가의 의미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소수노동조합 조합원에게도 동등하게 절차참여권을 부여하는 것'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독단적 운영을 막는 실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위와 같은 절차참여권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조직 구성이나 운영과 직접 관련된 것이 아닌 이상, 절차참여권 부여가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자주성·민주성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도 볼 수 없다.
단체교섭 과정은 사용자의 반응 등에 따라 부단히 변화한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긴박한 상황 변화에 즉시 대응해야 하는 점에서, 경우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소수노동조합에 대한 정보제공 또는 의견수렴의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는 일정한 범위에서 허용되어야 한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소수노동조합에 잠정합의안에 대한 문제 제기나 투표의 기회마저 제공하지 않는다면, 헌법에서 보장된 소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소결론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참가인 조합원들의 투표결과를 배제한 것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는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순욱(재판장) 김영일 이원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