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1948. 3. 2. E종교단체의 중앙종무행정기관인 F을 유지․경영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설립되어 상시 근로자 약 170명을 사용하여 포교, 교육 및 사회복지사업 등을 영위하는 재단법인이다.
B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00. 1. 24. 전국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립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상급단체는 G단체이다. 원고 소속 종무원 16명이(이하 ‘이 사건 종무원들’) 이 사건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2018. 9. 20. 위 노동조합 H종교단체지부(이하 ‘이 사건 지부’)를 설립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9. 3. 19.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노동조합이 2018. 9. 20.부터 2019. 3. 8.까지 3회에 걸쳐 원고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음에도 원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것은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이 사건 노동조합이 2018. 10. 11.부터 2019. 3. 13.까지 4차례에 걸쳐 원고의 사내 게시판에 이 사건 노동조합의 게시물을 게시하였는데 원고가 이를 삭제한 행위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구제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5. 20. ‘원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나, 이 사건 노동조합이 원고의 사내 게시판에 올린 게시물을 삭제한 것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노동조합의 구제신청을 일부 인용하였다(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9. 6. 27. 중앙노동위원회에 위 초심판정 중 기각된 부분에 대하여 재심을 신청하였고, 원고는 2019. 6. 28. 중앙노동위원회에 위 초심판정 중 인용된 부분에 대하여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9. 16. 위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노동조합은 제36대 F장 선거를 1주일 앞두고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던 2018. 9. 20.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원고의 사무실을 찾아와 일방적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그 당시 원고는 F장 권한대행이던 총무부장이 부재중이었고 새로운 F장이 취임하게 되면 의사결정권자들이 모두 변경되게 되므로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또한, 이 사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요구 공문에는 단체교섭사항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아 교섭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는바, 이 사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는 정상적인 교섭요구로 볼 수 없다.
나아가 원고는 불교 고유의 정신을 바탕으로 대화와 설득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중요사항에 대한 의사결정 시 I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등 종교단체로서의 특수성이 고려될 필요성이 있는 점, 원고는 노동조합이 한 번도 결성된 적이 없어 이 사건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에 대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였던 점, 원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2차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팩스로 받았으나 담당 직원의 실수로 해당 공문을 누락하여 이를 인지하지 못하였던 점, 원고는 F장 선거가 끝난 후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들과 수차례에 걸쳐 근로조건 개선 및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에 대하여 실질적인 교섭을 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에 응하지 못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인정사실
원고는 중앙종정기관인 F과 최고의결기관인 I회 및 전국 25교구본사로 조직되어 있다.
제35대 F장이 2018. 8. 23. 임기 도중 사퇴함에 따라 2018. 9. 28. 제36대 F장 선거가 이루어졌다. F장 선거 및 임명은 아래와 같은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일자 내용
이 사건 종무원들은 2018. 9. 20.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건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이 사건 지부를 조직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 사건 지부의 현황은 아래와 같다.
노동조합 명 B노동조합 H종교단체지부
설립일(지부) 2000. 1. 24.(2018. 9. 20.)
원고의 대변인이자 기획실장인 O은 2018. 9. 20. “부처님 가르침을 근간으로 살아가는 종단 내부에서 노동조합 형식으로 문제를 접근하려는 움직임에 집행부는 우려를 표한다”, “변화와 혁신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올곧게 화합해야 할 막중한 상황에서 종무 P에 있는 재가 종무원들의 갑작스러운 노동조합 결성 소식이 매우 염려스럽다”, “그 동안 사회적 약자와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고 G단체을 비롯한 사회 민주세력과 함께 해왔다. 최근 G단체 지도부는 종단을 음해하는 세력에 동조했고 불교 내부 문제에 개입해 우려와 불신을 일으켰다. 이런 G단체과 연계해 종단 정치 문제에 관여하고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 행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8. 9. 27. 위 입장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해명과 철회를 요구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8. 9. 20. 원고에게 아래와 같이 이 사건 종무원들의 노동조합 가입사실을 통보하고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이하 ‘1차 단체교섭 요구’). 이에 대하여 원고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고, 위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 (전략)
가입자(16명): L, Q 외 14명
총무부장은 제36대 F장 선거를 마친 이후인 2018. 9. 30.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 R과 면담을 실시하였다.
원고의 총무부는 2018. 10.경 이 사건 지부의 지부장 L, 사무국장 Q 등과 2회에 걸쳐 면담을 실시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9. 1. 28. 원고에게 아래와 같이 2차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팩스로 보냈다(이하 ‘2차 단체교섭 요구’). 이에 대하여 원고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고, 위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
(전략)
총무부장은 2019. 2. 10. 이 사건 지부의 조합원들과 면담을 실시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9. 2. 27.부터 2019. 3. 13.까지 3회에 걸쳐 원고의 사내 전산망 자유게시판에 아래와 같은 제목의 글을 게시하였다. 원고는 이를 모두 삭제하였다.
일시 제목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9. 3. 8. 원고에게 아래와 같이 3차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이하 ‘3차 단체교섭 요구’). 이에 대하여 원고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고, 위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
(전략)
가 진행될 수밖에 없으니 유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증인 T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관련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3호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 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이 정하는 부당노동행위는 사용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 또는 해태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거나 단체교섭에 성실히 응하였다고 믿었더라도 객관적으로 정당한 이유가 없고 불성실한 단체교섭으로 판정되는 경우에도 성립한다고 할 것이고, 한편 정당한 이유인지의 여부는 노동조합측의 교섭권자, 노동조합 측이 요구하는 교섭시간, 교섭장소, 교섭사항 및 그의 교섭태도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대법원 1998. 5. 22. 선고 97누807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과 증인 T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가 1차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한 것은, 2018. 9. 20. 당시는 제36대 F장 선거를 1주일 앞두고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 U와 V는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원고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던 점, 그 당시 F장 직무대행이던 총무부장은 지방에서 개최되는 F장 후보 토론회 참석 등으로 부재중이었던 점, 원고는 노동조합이 결성된 경험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고가 제36대 F장 선거 종료 후 4 내지 5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루어진 2차 및 3차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한 것은 종교단체로서의 특수성 등 원고가 주장하는 제반 사정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 공문에 교섭요구 사항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여 교섭요구 사항을 알 수 없었으므로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원고는 2018. 9. 30.부터 2019. 2. 10.까지 수회에 걸쳐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들과 비공식 면담을 진행하였던 점, ② 증인 T은 2019. 2. 10. 비공식 면담 실시 당시 총무부장이 이 사건 노동조합의 지부장, 사무국장 등을 만나 요구조건을 들었다고 증언한 점, ③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9. 2. 27.부터 2019. 3. 13.까지 3회에 걸쳐 원고의 사내전산망 자유게시판에 인사정책 개선 등 요구사항을 게시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사항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2차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팩스로 받았으나 담당 직원의 실수로 해당 공문을 누락하여 이를 몰랐으므로 2차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차 단체교섭 요구 공문이 원고측 담당 직원의 실수로 누락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점, 원고는 2차 단체교섭 요구 시점으로부터 2주 후인 2019. 2. 10.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들과 비공식 면담을 실시하였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2차 단체교섭 요구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은 쉽게 믿기 어렵다. 설령 원고의 주장대로 담당 직원의 실수로 해당 공문을 누락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측 귀책사유이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2차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원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들과 수차례 비공식 면담을 실시하여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교섭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일부 조합원들과의 비공식 면담은 단체교섭과 별개로 보아야 하므로, 위와 같은 비공식 면담을 실시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소결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순욱(재판장) 김재경 김언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