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0. 9. 1. 원고들에 대하여 한 시정조치권고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들의 지위
원고 학교법인 A(이하 ‘원고 학교법인’이라 한다)는 서울 D에 소재한 B대학교를 설치⋅운영하는 학교법인이고, 원고 B대학교 C캠퍼스 부총장(이하 ‘원고 부총장’이라 한다)은 위 B대학교 산하 E지역의 대학 및 부속기관에 관한 사항을 통할하기 위한 조직인 C캠퍼스의 행정관리업무를 총괄하는 자이자 C캠퍼스 소속 직원들에 대한 임용권자이다.
B대학교 C캠퍼스의 근로자 구성
B대학교 C캠퍼스(이하 ‘C캠퍼스’라 한다)의 정규직 근로자들은 행정관리직과 행정사무직으로 구분된다. C캠퍼스에서는 정규직 근로자들과 함께 계약직 근로자들을 고용하여 행정업무를 맡겨오다가, 2007년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2년을 초과하여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 이들을 정규직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2013. 3. 1. ‘행정사무직’ 직군을 신설하면서 기존에 정규직으로 근무하던 직원들을 ‘행정관리직’으로 분류하였다.
2021. 11. 1. 기준으로 C캠퍼스에는 행정관리직이 37명, 행정사무직이 105명 근무하고 있고, 그 외에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53명이 근무하고 있다.
진정의 제기
C캠퍼스에서 행정사무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 중 일부(이하 ‘이 사건 진정인들’이라 한다)는 2019. 7. 31. 행정관리직과 행정사무직의 업무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상이한 임금체계가 적용되어 행정사무직에게 낮은 임금이 제공되었고 합리적인 이유 없는 고용차별을 당하였다는 이유로 원고 부총장을 피진정인으로 하여 진정을 제기하였다.
진정사건 처리 결과
피고는 2020. 9. 1. 원고 부총장에게 ‘행정관리직과 행정사무직의 임금차이를 합리적인 범위에서 시정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해당 처분은 행정관리직과 행정사무직 직원은 동종·유사업무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두 직군의 임금 지급에 있어서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정도의 임금 격차를 두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가목에서 규정하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는 점을 근거로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처분의 적법 여부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들
이 사건 처분에서 차별금지사유로 삼은 ‘직군’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차별금지사유로 규정하는 ‘사회적 신분’이나 ‘기타 사유’<1>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가 비교 대상으로 삼은 행정관리직은 행정사무직과는 입직경로, 직급 및 수행업무 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어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지 않는다.
행정사무직군의 신설은 학교법인 운영 과정에서 C캠퍼스의 경영상 어려움을 해결함과 동시에 현존하는 차별을 없애기 위한 일환이었고, 차별적인 의도를 가지고 행정사무직군을 달리 대우한 것이 아니다.
피고
직군에 따른 차별대우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차별금지사유로 명시하고 있는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에 해당하고, 적어도 ‘기타 사유’에 의한 차별에 해당한다.
행정관리직과 행정사무직이 담당하는 업무는 내부 규정 및 업무 분장상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행정관리직과 행정사무직은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
원고들이 주장하는 C캠퍼스의 경영상 어려움이나 잠정적인 우대조치가 있었다는 등의 사정은, 행정관리직과 행정사무직 사이에 발견되는 차별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합리적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사실
채용절차
행정관리직
연도별로 지원 자격이나 선발 전형에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였으나, 다양한 형태의 직군이 통합된 1990년대 이후 C캠퍼스의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은 대체로 1차 필기시험(영어, 논술, 전산 과목 각 100점 합계 총점 300점 만점으로 치러졌고, 평균 60점 이상 및 각 과목별 40점 이상을 획득한 사람들 중에서 성적순으로 채용예정인원의 5배수가 통과하였다) 및 2차 면접시험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되었다. 2004년 채용절차를 보면, 지원자 40명 중 10명이 1차 필기시험을 통과하여 2차 면접시험을 보았고, 그중 1명이 최종합격하였다. 2005년 이후 예산부담 등의 문제로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은 신규로 채용되지 않았다.
행정사무직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은 C캠퍼스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 행정사무직 신설로 편입된 사람들과 행정사무직 신설 이후 새롭게 정규직으로 채용된 사람들이 병존한다. 전자의 경우 연도별로 다소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였으나 대체로 서류전형 평가(지원서를 토대로 학력, 경력, 학부성적, 자격증, 인성, 지원동기 및 직무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면접절차를 거쳐 채용되었고, 후자의 경우에도 대체로 서류전형과 면접절차를 거쳐 채용되었으나 일부 영어 특기자의 경우 면접전형에 앞서 에세이(essay) 작성을 요구하는 필기시험을 치르기도 하였다.
인사규정
행정관리직
‘C캠퍼스 행정관리직 인사규정’에 의하면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시설직 제외, 이하 같다)의 직위는 ‘직원, 주임, 과장, 차장, 부장, 부처장’ 순서로 승진하게 되어 있다. 각 직위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근속기간 및 호봉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 행정관리직 직원 중 가장 낮은 직위를 가진 사람은 차장이다.
행정사무직
‘C캠퍼스 행정사무직 인사규정’에 의하면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시설직 제외, 이하 같다)의 직위는 ‘사무직원, 사무주임 대우, 사무주임, 사무과장, 사무차장’의 순서로 승진하게 되어 있다. 각 직위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근속기간을 갖추어야 하고 특히 사무과장 또는 사무차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평가점수 누적평균이 상위 30% 혹은 20% 내외여야 한다. 현재 행정사무직 근로자들 중 가장 높은 직위를 가진 사람은 사무과장이다.
평가규정
행정관리직
‘행정관리직 평가규정’에 의하면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에 대한 기관평가(피평가자가 소속한 부서의 상급자가 업무수행 결과 등을 평가함, 이하 같다)는 피평가자의 상급자가 담당하고, 평가위원 평가(기관평가자와 중복되지 않도록 평가위원 선정하여 행정관리직원의 리더십 등에 대하여 평가)는 직급별로 기관평가자 외의 처장, 부장, 차장, 과장 등의 인원들이 평가위원단을 구성하여 담당한다.
행정사무직
‘행정사무직 평가규정’에 의하면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에 대한 기관평가는 차장급 이상부터 가능하고, 평가위원 평가(기관평가자와 중복되지 않도록 평가위원 선정하여 행정사무직원의 업무협조, 업무책임 등에 대하여 평가)는 차장 이상의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노조추천 위원을 제외함). 국제교류원장은 2021. 7. 29. 총무처장을 거쳐 원고 부총장에게 국제교류원 행정팀장(F 사무과장)을 직상급자 평가위원으로 추가해 달라고 요청하여 위 사무과장이 평가위원 역할을 수행한 적이 있으나 이는 국제교류원 행정팀에 한해서 한시적으로 시행되었다.
업무분장
현재 C캠퍼스의 부서별 업무분장표에 의하면 근속연수가 높은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은 대부분 부서에서 ‘차장’, ‘부장’, ‘부처장’ 등 관리자의 지위에서 해당 부서의 업무를 전체적으로 총괄·관리하고 있고,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은 각 부서 내에서 실무적인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임금 항목 비교
2018년을 기준으로 행정관리직과 행정사무직의 급여 구성항목에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었다(개인의 지위 및 자격에 따른 수당인 직책수당, 법정선임자격수당, 위험수당 제외).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이 지급받는 통합수당은 호봉별 649,400원 ~ 769,000원 수준인데, 이는 정규직 근로자들의 사학연금 본인 부담금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에서 2012년도 보수지급에 관한 사항을 개정하면서 대폭 인상된 금액이다. 위 개정 당시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의 경우 사학연금 가입 대상이 아니었으므로 통합수당이 30,000원에 불과하였는데, 행정사무직이 신설되고 위 근로자들이 정규직 근로자로 편입된 이후 2017년 2월경 행정사무직들도 사학연금의 가입대상자가 되었음에도, 이는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어 오고 있다. 정근수당은 장기근속을 격려하기 위한 목적에서 지급되는 수당인데,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여전히 이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급량비는 복지후생 차원에서 매월 160,900원이 정액으로 지급되는 실비변상 성격의 수당인데,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은 2018년까지는 이를 지급받지 못하였다가 2019년부터 행정관리직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매월 160,900원을 지급받고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내지 9, 12 내지 26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행정사무직의 직종 내지 직군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합리적 이유 없이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임금 지급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에서 사용된 ‘사회적 신분’이라는 용어는 헌법 제11조 제1항 후문<2>과 근로기준법 제6조<3>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신분이란 기본적으로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을 의미한다(헌법재판소 1995. 2. 23. 선고 93헌바43 결정 참고).
‘사회적 신분’의 구체적인 포섭 범위에 관하여는 학계 견해가 나뉘고 있지만, 아래와 같은 법령의 문언이나 체계를 고려할 때, ‘사회적 신분’이라는 개념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이 담보될 수 있도록 그 의미를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수범자가 그 범위를 파악하기 용이하도록 그 범위를 다소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으며, 따라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사로 쉽게 변경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고정성’이 요구되거나 소수자 차별로 이어지기 쉬운 특정한 ‘인격적 표지’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위 조항을 위반한 자는 근로기준법 제114조에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차별의 근거로 들고 있는 항목 중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인 ‘성별’, ‘국적’, ‘신앙’과 달리, ‘사회적 신분’이라는 개념은 그 포섭 범위의 확정이 쉽지 않다.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에 대하여서는 형사적 처벌을 전제로 한 벌칙조항이 있는 만큼 ‘사회적 신분’에 대한 해석도 수범자의 예측 가능성이 어느 정도 보장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들고 있는 ‘사회적 신분’이라고 보려면, 같은 조항에서 차별의 근거로 들고 있는 다른 항목들과 대등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특성, 즉 자신의 의사로 쉽게 변경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의 고정성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 신분에는 선천적 신분뿐만 아니라 자기 의사에 의해서도 피할 수 없는 후천적 신분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데, 앞서 본 사정을 고려할 때 이러한 후천적 신분에는 근로자가 상당 기간 동안 차지하고 있고 개인의 의사로 쉽게 변경할 수 없는 인격적 표지로서 소수자의 차별로 연결되기 쉬운 사회적 지위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5조 제1항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을 조사한 결과 진정의 내용이 범죄행위에 해당하고 이에 대하여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검찰총장에게 그 내용을 고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45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라 고발을 받은 검찰총장은 고발을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위원회에 통지하여야 한다. 다만,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치지 못할 때에는 그 사유를 밝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을 이유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된다면 검찰총장에게 그 내용을 고발할 수 있고, 이후 피고발인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6조, 제114조에 따라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을 이유로 형사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을 볼 때,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정한 ‘사회적 신분’에 대한 해석도 수범자의 예측 가능성과 관련 법령의 체계성 및 통일성을 고려하여 근로기준법에서 의미하는 ‘사회적 신분’과 동일하게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신분’에 위와 같이 ‘고정성’이나 ‘인격적 표시’가 요구된다고 보더라도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의 요소로 ‘사회적 신분’ 뿐만 아니라 예시적으로 성별, 종교, 장애, 나이 등의 여러 사유를 들면서 해당 사유를 원인으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바(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사회적 신분’의 의미를 다소 제한하여 해석하더라도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는 데 소홀함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앞에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채택한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관계 법령과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행정사무직에 해당하는 이 사건 진정인들의 지위가 사회에서 쉽게 변경할 수 없는 고정적인 지위라거나 근로자의 특정한 인격과 관련된 표지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서 말하는 ‘사회적 신분’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이 계약직으로 채용될 당시의 채용 조건을 보면, 각종 자격증 소지자나 어학, 전산 능력 등이 주요 자격요건에 해당하였을 뿐, 지원자들의 특별한 인격적 요소 등을 자격요건으로 요구하지는 않았고, 달리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의 관련 규정에서 그와 같은 요건을 요구하는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행정사무직 근로자들 중 일부는 기존에 무기계약직으로서 근무를 하던 중에 2년의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 직종 전환을 본인이 희망하여 ‘행정사무직’으로서 근무하게 된 것이고, 나머지 근로자들은 2013. 3. 1. ‘행정사무직’이 신설된 이후 ‘행정사무직’에 스스로 직접 지원하여 채용된 사람들이다.
행정사무직은 일종의 ‘직군’인데, 이는 기관 운영 및 조직 관리의 차원에서 만든 기능적 구분에 해당하고, 향후 C캠퍼스 내 조직변경이나 직제 개편 등의 과정에서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는 것이므로 쉽게 변경할 수 없는 고정적인 지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에게 별도의 보수규정이 적용되는 데에 과거의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였던 고용형태가 영향을 미쳤음을 충분히 고려한다 하더라도,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유의사에 기한 계약에 의하여 성립하는 것인 점, 해당 고용형태가 어느 정도 지속적이며 개인 스스로 이를 벗어남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현실적으로 반드시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도 이 사건 처분을 할 당시에는 내부적으로 “행정관리직과 행정사무직으로 나누는 ‘직군’의 경우 기관 내에서 업무수행 및 조직운영을 위한 기능적인 구분에 해당되며, 사회적 평가를 수반한다고 보기 어려운 유동적 지위라고 볼 수 있어 ‘사회적 신분’으로 포섭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판단을 한 바 있다(갑 제1호증의 2, 9쪽).
‘기타 사유’로 인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인지 여부
관련 법리
국가인권위원회법상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출생지, 등록기준지,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을 말한다),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ㆍ미혼ㆍ별거ㆍ이혼ㆍ사별ㆍ재혼ㆍ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 지향, 학력, 병력 등을 이유로 고용(임금 및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등을 포함한다), 재화 등의 공급과 이용 등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ㆍ배제ㆍ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가목). 해당 규정에서는 위와 같이 여러 가지 차별금지 사유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의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차별금지 사유를 예시적으로 들고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서 예시된 것 이외의 사유 즉, ‘기타 사유’에 의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가 존재할 수 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가목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등의 예시된 사유 내지 그에 준하는 사유로 임금 지급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율한 것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함이다.
평등이란 비교를 전제로 하는 관계 개념이다. 헌법상 평등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비교대상자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하는데, 이때 그 비교집단 자체의 내재적 특성이나 직무의 특수성 등 물리적인 성격이나 현실적인 측면만을 고려해서는 안 되고, 비교대상과 관련된 헌법규정 및 당해 법률규정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규범적인 해석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헌법재판소 2010. 3. 25. 선고 2009헌마538 결정 참조), 나아가 이러한 차별 취급을 합당화할 만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추가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사용자가 임금 등 근로조건에 있어서 근로자에게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하여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 비교집단 근로자의 고용형태와 업무의 내용뿐만 아니라, 차별 대우의 내용과 그러한 차별 대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판단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의 ‘행정사무직’이라는 ‘직군’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에서 명시적으로 불리한 대우를 금지하고 있는 항목인 ‘사회적 신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이외에 차별금지 사유에 해당될 여지가 있고, 사용자인 원고 학교법인으로서는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하고 있는 동일한 비교집단에 비하여 임금 등 근로조건에 있어 이 사건 진정인들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하여서는 아니 됨이 분명하므로,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이 이 사건 진정인들과 동일한 비교집단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그들에 대한 차별 대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국가인권위원회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사회적 신분 등으로 이유로 한 고용과 관련된 차별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앞서 본 것과 달리 ‘사회적 신분’의 개념을 넓게 이해하는 견해에 따르더라도, 위와 같은 차별 취급의 존재 여부나 차별 취급의 합리성 여부는 추가로 판단하여야 한다).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채택한 증거와 갑 제11, 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관계 법령 및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이 이 사건 진정인들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거나 그 차별 대우에 있어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은 필기시험, 면접을 거친 정규직 공개채용절차를 통해 채용되었다. 특히 필기시험의 경우 영어, 논술, 전산 등 3개 과목으로 나뉘어 있었을 뿐 아니라, 각 과목 과락을 피해 평균 60점 이상을 획득해야 했으며, 그 경우에도 채용인원수의 5배수에 미치지 못하는 인원들은 합격할 수 없었다. 반면,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지원서류 검토 과정인 서류전형 평가 이후 면접을 거쳐 채용되었으며,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후 신규채용된 인원들도 영어특기자 일부를 제외하면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았고, 해당 필기시험도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이 치른 필기시험에 준하는 난이도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양자의 임용경로에는 차이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은 처음부터 필기시험과 심층면접 등의 엄격한 임용절차를 거쳐서 정규직 호봉제 근로자로 입사하였던 사람들인데, 이와 같은 절차를 거친 근로자들에게 다른 근로자들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C캠퍼스의 재정에 부담이 되자 2005년경 이후로는 더 이상 행정관리직 근로자가 신규로 채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행정사무직 근로자들로 하여금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의 업무 중 일부를 일정한 범위 내에서 대체하여 수행하도록 하였지만 동일한 수준의 임용절차를 요구하지 않았는바, 임용의 난이도를 보다 평이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임금 지급 범위를 결정하여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함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행정관리직 근로자들과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의 임용경로에 차이가 존재하고, 원고 학교법인이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을 차별하려는 의도로 형식적으로만 임용경로를 구분해 놓은 것이라고 보이지 않으며, 이는 근본적으로 사립학교에 해당하는 원고 학교법인의 인사 정책 재량 내에서 결정한 것으로 보여, 임용경로가 다르게 적용된 것에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의 다수는 부서장의 직위에서 해당 부서의 업무를 총괄·관리하고 있고, 이에 반하여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은 소속한 부서에서 실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은 상급자이면 직위에 관계없이 인사평가권을 가지는 반면,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은 최소 차장급이 되어야 인사평가권을 가지는바, 현재 행정사무직 근로자들 중 최상급자는 사무과장이고 해당 근로자들 중에는 아직까지 인사평가권을 상시적으로 행사한 사례가 없다. 위와 같은 업무 내용과 인사평가 권한상의 차이에 따라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은 더 많은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바, 이러한 이유에서 현행 임금체계는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에게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에 비하여 더 많은 임금을 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의 신규 충원이 중단된 상황에서,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이 부서장이 아닌 경우 행정관리직 근로자들과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에게 분장된 업무가 사실상 동일한 부서도 일부 존재하여 양 직군의 근로자들이 구별 없이 업무를 수행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일부 부서는 대부분 행정관리직 근로자들로 구성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다수의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이 소속 부서의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점, 행정관리직 근로자와 행정사무직 근로자가 비슷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부서에서도 그 업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행정관리직 근로자가 더 넓은 범위의 업무를 맡은 것으로 보이는 점(갑 제9호증, 19 내지 21면), 대부분의 구성원이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인 부서의 경우 해당 근로자들의 업무 면면을 보면 실무적인 성격이 있는 업무도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담당한 사무의 내용이 행정사무직 근로자에 비하여 전체적이고 포괄적이라는 점(갑 제9호증, 25 내지 31면) 등을 고려하면, 위에서 본 사정만으로 행정관리직과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의 업무에 동종·유사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는, 행정사무직도 연차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현재 행정관리직이 맡고 있는 부장 및 부처장 역할을 수행하고 하급자들에 대해 인사평가를 할 수밖에 없으므로 현재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에게 인사평가권한이 없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동질적인 업무를 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행정사무직 인사규정 및 취업규칙 등을 볼 때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이 현재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이 맡고 있는 부처장, 부장의 지위에 상응하는 관리업무나 인사평가 권한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찾아보기 어렵고, 이와 같은 사항은 향후 원고 학교법인의 경영 상황, 업무 환경 변화 및 근로자 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사항으로 보인다.
현재 행정사무직의 임금 및 수당은 노동조합과 C캠퍼스 사이의 단체협약 내지 임금협약을 통하여 합의된 금액으로 보이고, 장래의 임금 수준도 이와 같은 단체협약 등에 의하여 얼마든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행정사무직 근로자들도 사학연금의 가입대상에 포함되고 정규직 근로자로서 장기근속을 독려할 필요성이 인정되어 통합수당 및 정근수당을 지급받을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 곧바로 원고 학교법인에게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에 대하여 행정관리직 근로자들과 동일한 수준의 통합수당 및 정근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원고 학교법인과 근로자들 사이의 근로조건 협상을 거쳐 충분히 조정될 수 있는 사항이다. 원고 학교법인은 이미 2019년부터 행정관리직 근로자들과 동일한 수준의 급량비를 지급하고 있기도 하여 행정사무직의 임금 수준을 개선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나아가 행정사무직 근로자들은 행정관리직 근로자들과 달리 자격수당을 지급받고 있고,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에 비해 동일한 호봉에서 더 높은 기본급을 인정받으며 더 높은 액수의 직무능력개발비를 받고 있기도 한데, 이는 행정사무직 근로자들과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이 근본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있지 아니하고, 개별적인 근로조건 협상 및 단체협약에 따라 지급받는 임금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더구나 원고 학교법인이 C캠퍼스의 경우 2005년 이후 행정관리직을 신규 채용하고 있지 않아 기존에 채용된 행정관리직 근로자들이 퇴직할 경우 행정관리직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 직군이 될 것이고, 위와 같이 행정관리직을 폐지하기로 한 데에는 원고 학교법인의 예산 등 사정이 많이 고려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원고들에게 소멸 예정인 행정관리직에 준하여 행정사무직의 대우를 변경하라고 하는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이 사건 처분에 첨부된 결정문의 주문을 보면, ‘행정관리직과 행정사무직의 임금차이를 합리적인 범위에서 시정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지만, 원고들이 이에 따라 임금 차이를 시정하는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조치가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는지는 피고에게 결정권이 있고, 원고들로서는 그 ‘합리적인 범위’의 내용을 예측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 처분은 위 두 직군 사이에 임금격차를 두는 것이 차별적인 대우에 해당하고 이러한 대우에는 합리적인 사유가 없다는 전제에서 행해진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두 직군이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거나 그 차별 대우에 있어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위 ‘합리적인 범위’에 대한 수범자인 원고들의 예측가능성을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처분 통지일로부터 90일 이내에 ‘권고사항의 이행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권고 불수용’ 내용을 공표할 수 있음을 통지하였는바, 위와 같은 강제력을 수반하는 내용에 대하여 권고의 형식을 취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정희(재판장) 김수정 성재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