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12. 20. 선고 2021구단72829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6. 3. 1.부터 B초등학교(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 급식실에서 조리원으로 근무하던 중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여 2019. 9. 27. '혼합형 우울불안장애'(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를 진단받았다는 이유로 2019. 10. 25. 피고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나.

피고는 2020. 5. 21.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요양불승인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0. 10. 28. 기각되었고, 원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1. 7. 2. 기각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내지 제4호증, 을 제1, 3호증, 제8호증 내지 제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 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영양교사나 조리사의 정당한 지시를 불이행하거나 근무환경의 불화를 조장한 적이 없음에도 학교장 C, 행정실장 D, 영양교사 E, 조리사 F 등의 상급자와 다른 조리원들로부터 직장 내 따돌림과 괴롭힘을 경험하였고, 부당한 징계처분까지 받게 되면서 그로 인한 두통, 가슴답답함 등의 증상이 발병하여 2019. 8. 28. 낮에 실신하는 일까지 발생하였고, 2019. 9. 27.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게 되었다.

설령 원고에게 개인적인 취약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적어도 직장상사 및 동료들과의 직장 내 갈등으로 인한 업무상의 스트레스가 그에 겹쳐서 이 사건 상병이 유발 또는 악화된 것이므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그 증명의 방법 및 정도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른 근로자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의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 증명되면 족하다. 다만,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 · 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뿐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두7725 판결 등 참조).

2)

앞서 든 각 증거에 갑 제5호증 내지 제14호증, 을 제2호증, 제4호증 내지 제7호증, 제11호증의 각 기재 및 음성, 증인 C, D, F의 각 증언, 증인 E의 서면증언, 이 법원의 G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사실조회회신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의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거나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추단하기 어렵고, 달리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하여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제출된 증거에 의하면, 원고의 직장상사에 해당하는 학교장, 행정실장, 영양교사, 조리사 및 직장동료인 다른 조리원들과 원고 사이에 직장 내 갈등이 존재하였다는 사실을 넘어 그 갈등이 원고의 직장상사나 동료들이 원고에게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무리한 요구나 부당한 대우를 하는 등으로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

즉, 원고가 문제 삼는 구체적인 사건들에 관하여 보면, ① 2019. 6. 3.의 영양교사와의 다툼은 영양교사가 원고에게 업무지시 후 이야기를 하자고 하였음에도 원고가 '솥을 닦으면서 들을 테니 이야기하시라'고 하였다는 것이어서 오히려 원고가 직장 내에서 지켜야 할 예의와 배려를 결여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이고, ② 2019. 6. 4. 원고가 교장에게 애벌 세척기 고장으로 인한 애로사항을 이야기 하던 중 조리사가 끼어들어 '업체에서 애벌 세척기를 더 이상 고쳐줄 수 없다'고 말하였고 그것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그것이 원고에 대한 부당한 대우나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에 이른다고 보이지 아니하며, ③ 2019. 6. 12. 조리사가 자기 위치와 주제를 알아야 한다고 큰 소리로 말을 한 것이 원고를 겨냥한 말이었다는 것은 원고의 일방적인 생각일 뿐이고, ④ 원고는 2019. 6. 24. 영양교사에게 냉장고 청소를 조리사가 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다른 조리원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주장하였고, 이에 원고와 영양교사가 상호 동의하에 녹음하면서 면담을 진행하였는데, 2019. 6. 27. 조회시간에 조리사가 영양교사로부터 위 녹음파일을 받아 재생하면서 냉장고 청소를 조리사의 업무로 하기를 원하는 것이 여러 조리원들의 의견이라는 원고 주장을 반박한 행동은 적절하다고는 볼 수 없으나, 원고와 영양교사가 상호 동의하에 녹음을 하였기 때문에 원고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은 아니라고 보이고 원고가 동료 조리원들의 의사를 왜곡하여 전달하였기 때문에 위와 같은 사건이 발생한 측면도 있어 이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⑤ 위와 같은 일련의 갈등상황들로 인하여 학교장은 2019. 6. 17. 원고 및 관계자들과 면담을 시행한 후 2019. 7. 1. 원고에 대하여 '직무태만, 사용자의 정당한 지시 불이행, 폭언, 불쾌한 행동, 직원 간의 다툼' 등을 이유로 경고 처분을 하였는데, 원고가 이에 이의제기를 하여 진행된 교육청 감사 결과 2019. 11. 18. 원고에 대하여 감봉 2개월의 처분이 내려진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직장 내 괴롭힘의 당사자로 주장하는 학교장보다도 객관적인 지위에서 이루어진 교육청 감사 결과 원고의 비위를 더 중하게 평가하였다는 것이므로, 학교장의 위 경고 처분이 편파적이라거나 잘못되었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⑥ 2019. 8. 28. 원고가 동료 조리원과 업무분담으로 인한 말다툼을 한 후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뛴다고 호소하였을 때 영양교사가 잠시 업무를 중단하고 들어오라고 하였음에도 원고가 계속하여 일을 하다가 쓰러진 사건도 동료 조리원과의 갈등으로 인한 사건일 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원고는 3회에 걸쳐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진정을 하였으나, 3회 모두 직장 내 괴롭힘의 존재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진정이 종결되었고, 위와 같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장의 판단이 위법하다거나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나)

이 법원 감정의는 아래와 같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라도 근로자 개인에 따라 각자 느끼는 업무상 스트레스의 정도가 상이할 수 있는데, 원고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였다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고 다만 업무 환경에서의 갈등요인이 존재하고 이러한 요인이 원고에게 스트레스가 되었을 수는 있으나, 원고에 대한 심리검사결과 B형 성격장애(반사회성 · 경계성 · 연극성 ·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포함함) 의심소견이 있는 점 등 업무 외 소인의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소견을 밝혔다.

다)

원고의 주치의는 2019. 10. 25.자 소견서의 재해경위 란에 "직장 내 따돌림"이라고 기재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원고의 진술에 따른 것일 뿐 위 주치의가 주체적으로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평가하여 자신의 소견을 밝힌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교장이 경고처분을 하기 전 영양교사, 조리사, 동료 조리원들을 면담한 결과에 의하면,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동료 조리원들은 존재하지 아니하였고, 영양교사, 조리사는 물론 다수의 동료 조리원들 역시도 '영양교사와 조리사의 지시에 불응하며 동료간에도 잦은 지적과 시비를 하는 원고로 인하여 불편하고, 원고의 눈치를 보게 되어 조심스러우며, 원고와의 마찰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하였고, 증인으로 출석하여 진술한 교장 C, 행정실장 D, 조리사 F의 각 증언 및 영양교사 E의 서면증언은 그 증언내용이 상호간 일치하고 자연스러워 특별히 거짓이라고 볼 만한 부분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원고가 직장 내에서 겪은 갈등상황의 주된 원인은 원고의 독특한 성격과 언행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직장 내에서 상사 및 동료들과 갈등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원고의 잘못된 언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징계를 받아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업무상의 스트레스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라)

원고에 대하여 2019. 10. 10. 시행된 심리검사결과에 의하면, 원고는 B군 성격장애가 의심되고, 인지적 유연성이 부족하여 직장에서의 갈등 상황을 겪으면 사소한 자극도 쉽게 무시하지 못하고 격렬한 감정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여겨지며, 사건을 지속적으로 반추하면서 겪는 분노, 억울함 등의 감정이 적절하게 처리되지 못하면서 더욱 사건에 몰두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특히 사회적 상황에서 쉽게 정서에 압도되고 작은 자극에도 곧바로 피해사고나 관계사고로 연결되는 양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앞서 살핀 것과 같이 원고가 직장 내에서 상사나 동료들로 인하여 겪은 스트레스의 정도는 통상적인 수준을 초과한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그와 같은 정도의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또는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오히려 위와 같은 원고의 개인적인 취약성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및 악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인다.

특히 원고가 직장상사 및 동료들과 겪은 갈등의 원인은 대부분 업무분장이나 업무부담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가 2017년경 손목 부위의 상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아 요양하는 등으로 그 이후 업무수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른 근로자들의 업무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상황에서 일시적이 아닌 무한정의 배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이고, 직장상사나 동료들의 원고에 대한 배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이를 통상적인 업무에서 비롯된 갈등이나 업무상의 스트레스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선재

각주1) 소장 청구취지 기재 2020. 5. 20.은 오기로 보인다(갑 제1호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