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D'라는 상호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면서 식료품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9. 11. 25. 원고에 입사하여 외식사업부의 채용팀에서 매니저로 근무하였다.
원고 소속 채용팀장 E는 2020. 6. 24. 11:00 참가인과 업무성과 부진을 이유로 한 면담을 실시하였고, 같은 날 20:30경 참가인은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E에게 제출하였다. 참가인은 2020. 6. 25. 08:00 원고 사무실에 출근하여 E에게 이 사건 사직서의 반환을 요청하였으나 E는 이를 거부하였다.
참가인은 2020. 7. 23. 원고가 참가인을 부당하게 해고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9. 18. 참가인이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여 근로관계 종료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참가인의 사직서 제출을 이유로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한 것이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원고가 위 해고를 하면서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서 정한 서면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위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확인하면서, 원고에게 원직복직 및 임금지급 명령을 하였다(F, 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1. 14. 이 사건 초심판정과 같이 참가인이 사직의 의사표시를 적법하게 철회하였으므로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한 것이라고 보고, 위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반한다고 판단하면서, '재심판정일을 기준으로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였으므로 이 사건 초심판정 중 원직복직 부분을 취소하고 이를 각하하며 계약기간 만료일까지의 임금상당액을 지급할 것을 명령하고 원고의 나머지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내용의 재심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은 민법상 해지통고로서 단독행위에 해당한다. 사직의 의사표시가 도달한 이상 참가인이 이를 일방적으로 철회하는 것이 불가하다.
설령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을 민법상 해지통고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채용팀장인 E가 참가인을 면담하면서 사직을 권고한 것이 근로계약에 관한 합의해지의 청약이고 참가인이 이를 받아들여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승낙에 해당한다.
만일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을 청약으로 보더라도 E가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받은 즉시 부서장란에 서명, 날인함으로써 승낙하였고, E는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 받기 이전에 원고의 대표자 사내이사 G로부터 원고를 대표하여 사직의 의사표시를 승낙할 대리권을 수여받았다.
위와 같이 참가인은 자발적으로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참가인이 위 사직서의 제출을 철회할 수 있었다거나 철회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참가인의 사직의 의사표시를 원인으로 종료되었다. 이와 달리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적법하게 철회하였다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관계 법령 등
이 사건에 관계된 법령 및 원고 내부 취업규칙 등의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사실
근로계약의 체결
참가인은 2019. 11. 25. 원고에 입사하여 계약기간을 1개월로 하는 시용계약을 세 차례에 걸쳐 체결하고, 입사 후 3개월이 되는 2020. 2. 25. 계약기간을 2020. 2. 25.부터 2020. 11. 24.로 하는 내용으로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 중 계약의 중도해지에 관한 부분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참가인의 담당직무 및 시말서 제출
참가인은 외식사업부 채용팀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면서, 2020. 2. 4. 및 2020. 6. 1., 2020. 6. 22.에 '업무성과 부진'을 이유로 시말서를 세 차례 작성하여 제출하였다(갑 제5호증). 각 시말서는 동일한 양식에 작성이 되었고, 담당부서장 및 대표이사가 결재하였다. 참가인이 각 시말서를 작성한 사유는 아래 표에 정리한 바와 같다.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 경위
원고의 채용팀장이었던 E는 2020. 6. 24. 11:00경부터 오후에 걸쳐 참가인과 '업무성과 부진' 등에 대해 면담하였다. 참가인은 E와 면담 끝에 2020. 6. 24. 20:30경 참가인은 퇴사일자를 '2020. 6. 24.'로, 사직사유를 '권고사직'으로 하는 이 사건 사직서를 E에게 제출하였고, E의 요청에 따라 업무인수인계서도 제출하였다. 이 사건 사직서는 원고 회사의 양식에 참가인이 자필로 내용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작성되었고, 사직사유가 "권고사직"인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부서장의 확인 및 총무과 담당직원의 결재란이 존재한다.
한편 E는 2020. 6. 24. 20:03(최초 메시지 발송시점은 20:01 이지만, 디지털포렌직 결과에 비추어 볼 때 20:03 최종 수정되었다) 텔레그램 메신저로 원고의 대표자 사내이사 G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메시지(이하 '이 사건 텔레그램메시지'라 한다)를 보냈고, G는 같은 날 20:06 "그렇게 해요"라고 답신을 보냈으며, E는 같은 날 20:07"추후 이와 같은 일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개선 시키겠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발송하였다.
이 사건 사직서의 반환 요청
참가인은 2020. 6. 25. 08:00경 원고 사무실에 출근하여 E에게 "어제 제출하였던 이 사건 사직서를 돌려달라"고 하였으나, E는 "이 사건 사직서는 어제 공식적으로 처리되었다. 사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 법무팀을 통해 처리하겠다."고 답하면서 이 사건 사직서의 반환을 거부하였다.
위 가)항 기재와 같이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의 반환을 요구한 이후, 원고 총무팀의 H과 I는 2020. 6. 25. 오전에 이 사건 사직서에 결재를 하였고, 이후 대표자 사내이사 G도 같은 날 오전에 이 사건 사직서에 최종결재를 하였다.
퇴사 이후의 정황
원고는 2020. 6. 25. 근로복지공단에 참가인의 이직일을 "2020. 6. 24.", 이직사유를 "성과부족으로 인한 권고사직"으로 하여 피보험자 이직확인서를 제출하여 4대 보험 피보험자격상실을 신고하였다.
참가인은 2020. 6. 26.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 서울북부고용센터에 실업급여를 신청하였다. 또한 참가인은 2020. 6.말경에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동부지청에 원고를 상대로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였고, 원고에게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라는 시정지시가 내려졌으며 그에 따라 시정된 사실이 확인되어 위 사건이 종결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내지 10, 13, 14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및 을가 제1호증, 을나 제3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이 사건 사직서 작성 및 제출의 효력
관련 법리
⑴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퇴직, 해고, 자동소멸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로 또는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이고,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하는 것이며, 자동소멸은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소멸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뜻한다.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성질상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정한 제한을 받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4다9632 판결 등 참조).
⑵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것이라 할지라도, 사직의 의사가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51919, 51926 판결,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다246795 판결 등 참조). 이때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용자 측의 퇴직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 및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의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다52575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 갑 제6호증의 1, 갑 제14, 18호증 및 을나 제4, 6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자발적인 사직의 의사표시로써 이 사건 사직서를 E에게 제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결국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실질적으로 원고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종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⑴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 및 제출 경위에 관하여, 원고는 '참가인이 E와 면담 도중 업무성과의 개선점이 도출되지 않자 자발적으로 E의 사직 권고에 응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반면, 참가인은 'E가 2020. 6. 24. 5시간이 넘도록 성과가 부족해서 일을 같이 할 수 없다며 근로관계의 종료를 통지하였고 이에 참가인이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였으나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을 강요하여 작성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 및 제출 경위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고 오히려 참가인의 주장이 보다 구체적이며 일관성이 있고 다른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므로,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을 종용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 전까지 참가인이 원고에게 퇴직의 의사를 밝힌 적이 없고, 이 사건 기록에 비추어 볼 때 참가인이 원고에게 퇴직의 의사를 밝힐 계기가 될 정도의 사건도 찾아볼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재심판정의 심문회의에서는 '원고가 사표를 쓰라 마라를 언급한 적도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였으나, 이 사건 텔레그램메시지 내용에 의하면, E가 참가인에게 "성과부족으로 업무종료를 통보했다"는 것이므로 원고는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 이전에 이미 참가인에게 일방적으로 근로관계 종료를 통지하였다고 평가할 여지가 있다.
이 사건 사직서는 원고가 미리 작성해 둔 양식에 따라 작성되었고, 사직의 사유 역시 '권고사직'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텔레그램메시지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E는 당초 참가인에게 "개인 사유"를 사직사유로 작성할 것으로 지속적 요구하였고, 이에 마지못한 참가인이 요청하여 "권고사직"으로 기재된 것으로 보인다.
E는 2020. 6. 24. 11:00에 참가인에 대한 면담을 개시하였고, 이 사건 사직서는 5시간 이상의 면담을 거쳐 같은 날 20:30 무렵에야 작성 및 제출되었다. 만약 참가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이 사건 사직서가 작성된 것이라면,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에 장시간이 소요된 것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나아가 참가인은 2020. 6. 24. E와 면담을 진행하면서도 채용대상자와 연락을 하는 등 업무를 수행하였다. 참가인이 2020. 6. 24. 당일 퇴사할 의사가 있었다면 해당일에 업무스케줄을 잡지 않거나, 업무를 후임에게 인계하려고 하였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사직서는 2020. 6. 24.을 사직일로 하여 작성이 되었는데 이는 참가인의 입사일이 2019. 11. 25.인 점을 고려할 때, 임금 정산 등의 편의를 위해 선정된 날짜로 볼 여지가 있다. 참가인은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원고에 입사한 후 연차휴가조차 사용하지 않고 업무에 매진하였다고 주장하였는바, 만약 참가인이 자발적 의사로 퇴사하였다면 퇴사일을 2020. 6. 24.로 지정하기 보다는 연차휴가 등을 소진한 날짜로 지정하려고 하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⑵ 참가인은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다음날 직장동료인 J이 "뭔일이 있었던 겁니까.." 묻자 "어제 갑자기 부당해고를 당했네요"라고 대답하면서, 채용 인원 성과 부족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당일에 일을 그만두도록 종용받았다는 취지를 언급하였다. 위와 같은 메시지의 내용을 보더라도 원고가 2020. 6. 24. 당시 자진퇴사할 의사로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⑶ 참가인은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원고와 근로관계가 종료된 이후 구직활동 중이며 배달 업무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텔레그램메시지의 기재에 비추어 보더라도 참가인은 E에게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참가인은 이 사건 사직서 제출 무렵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바, 참가인이 이직할 곳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퇴직을 감행하였다는 것은 선뜻 수긍이 되지 않는다.
⑷ 참가인의 시말서 내용만으로 징계해고의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원고 역시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참가인에게 징계해고의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정하였다. 이 사건은 근로자가 자신에게 해고 등 중징계사유가 존재함을 알고 차선책으로 사직서를 쓴 경우와는 사안을 달리, 원고가 부당한 회유를 하여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에 이른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참가인에게 불이익이 예상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⑸ 참가인은 2020. 6. 24. 20:30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 2020. 6. 25. 08:00 원고 사무실에 출근하여 E에게 "사직서를 쓴 게 저의 의사에 반해 쓴 것이기 때문에 사직서를 회수하러 왔다", "잠을 한숨도 못 잤고 편의점 알바를 한 것도 아니다. 대표님 직인이 찍힌 해고통보서를 받은 적도 없다",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좋은게 좋은 거다 생각했으나 알바를 한 것도 아니고 사직서를 제 동의에 의해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이 사건 사직서의 반환을 요구하였다. 즉, 참가인은 이 사건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에 이 사건 사직서를 회수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를 E의 종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작성하였다는 주장에 부합한다. 나아가 참가인은 원고에서 퇴사한 직후인 2020. 6.말경 해고를 전제로 하여 고용노동청에 해고예고수당의 미지급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사직의 의사표시의 성격 및 철회 여부(가정적 판단)
관련 법리
⑴ 사직의 의사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로 볼 것이고, 근로계약의 해지를 통고하는 사직의 의사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상 근로자로서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비록 민법 제660조 제3항 소정의 기간이 경과하기 이전이라 하여도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고 할 것이나, 근로자가 사직원을 제출한 것이 근로계약관계의 해지를 청약하는 것일 경우 그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대법원 2000. 9. 5. 선고 99두8657 판결 등 참조).
⑵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가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인지 아니면 사용자에 대한 근로계약관계 합의해지의 청약인지 여부는 그 의사표시가 기 재된 사직서의 구체적인 내용, 사직서 작성·제출의 동기 및 경위, 사직서 제출 이후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다11668 판결 등 참조).
합의해지의 청약인지 여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 및 제출이 일방적 해약고지인지 합의해지의 청약에 해당하는지는 참가인의 의사표시에 대한 해석의 문제인바,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할 때 이 사건 사직서는 근로계약에 대한 해약고지가 아니라 합의해지의 청약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⑴ 이 사건 사직서는 원고가 미리 부동문자로 작성해둔 양식에 작성되었는데, 원고의 사직서 양식에는 "사직서를 제출하오니 재가 바랍니다"라는 문언이 기재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하단에 부서장의 서명란 및 상단에 주관부서 담당, 부서장, 사장의 결재란이 존재한다. 참가인으로서는 이와 같은 사직서의 문언 및 양식에 비추어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면서 원고의 수리가 필요할 것으로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⑵ 이 사건 근로계약 제8조 제2항은 근로자가 계약기간 중 계약을 해지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2개월 전까지 원고에게 통보하여야 하고 추가인력 채용 후 인수인계를 하고 퇴사일정을 정하되 원고가 자체 판단에 따라 퇴사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위 조항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의 의사로 퇴사하는 경우 퇴사 시기를 원고가 정할 수 있는 등 원고가 참가인의 사직의 의사표시에 대하여 승낙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⑶ 원고의 취업규칙 제65조 제1항은 "직원이 퇴직하고자 할 경우에는 적어도 퇴직희망일 30일 전에 회사에 사직원을 제출하고 퇴직에 필요한 소정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66조 제2호는 "개인사정에 의하여 퇴직을 희망할 때에는 30일 전에 회사에 신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취업규칙의 규정이 민법 제660조 제1항이나 민법 제661조에 따른 근로자의 일방적 해약고지를 일체 배제하고, 모든 근로자의 사직원 제출을 근로관계 합의해지의 청약으로 대표이사의 승인을 그 승낙으로 하는 합의해지만을 인정하는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원고 소속 근로자들의 원칙적인 퇴사 형태로 근로자는 사전에 원고에 대한 '신청'으로 퇴직의 의사표시를 하고 퇴직과 관련하여 원고가 마련한 절차를 따를 것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참가인 역시 위와 같은 취업규칙의 규정을 신뢰하고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였을 수 있다.
⑷ 위와 같은 이 사건 사직서 및 이 사건 근로계약 제8조 제2항의 문언 및 취업규칙 제65, 66조의 규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직서가 어쩔 수 없이 작성된 것이 아니라고 보더라도 참가인은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할 당시 확정적이고 일방적인 해약고지를 의도하였다기보다는 원고의 승낙을 전제로 근로관계의 합의해지를 청약을 한다고 인식·의도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앞서 본대로 참가인은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 이후에 사직의 의사표시의 철회가 가능함을 전제로 E에게 이 사건 사직서의 반환을 요구하였는바,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를 합의해지의 청약으로써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⑸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사직서가 일방적 해약의 고지라거나 원고의 합의해지 청약에 대한 승낙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설령 참가인이 자신의 의사로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더라도 앞서 본대로 이러한 의사는 참가인이 주도적으로 형성한 것이 아니라 E의 권유로 인해 수동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앞서 살핀 사정들에 이러한 의사형성의 경위를 더하여 볼 때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로써 원고의 의사를 살피지 않고 무조건 사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제출은 일방적인 해약고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E가 대표자 사내이사 G의 수권을 받아 참가인에게 근로관계의 종료를 고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로관계 합의해지의 청약으로 보기는 어렵다. 즉, ① 청약은 이에 대응하는 상대방의 승낙과 결합하여 일정한 내용의 계약을 성립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확정적인 의사표시인 반면 청약의 유인은 이와 달리 합의를 구성하는 의사표시가 되지 못한다(대법원 2007. 6. 1. 선고 2005다5812, 5829, 5836 판결 등 참조). E는 합의해지의 내용 조율이나 그에 대한 의사의 합치보다 참가인에게 '사직서'라는 문서의 작성 및 제출을 종용한 것으로 보이는 바, 이는 참가인에게 구체적이고 확정적으로 근로계약의 해지를 청약하였다기보다는 참가인이 사직서의 작성행위를 통해 합의해지의 청약을 할 것을 유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② 특히 이 사건에서와 같이 회사 측의 종용으로 사직서를 작성하는 경우, 근로자가 사직서를 진의로 작성한 것이라 하더라도, 근로자가 명백하게 일방적 해약고지를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실질적으로는 회사 측이 해고를 회피하기 위해 사직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바 이와 같은 실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③ 앞서 본대로 참가인은 이 사건 사직서 및 근로계약의 문언, 취업규칙의 규정에 따라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이 합의해지의 확정적 승낙이 아니라 원고의 승낙의 의사표시를 유보한 청약이라고 인식하고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합의해지의 청약이 적법하게 철회되었는지 여부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이 근로계약 합의해지의 청약인 경우에는 그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갑 제14호증의 기재에 비추어 보면, E는 원고 대표자 사내이사 G의 양해 및 수권 하에 참가인에게 성과부족을 이유로 한 사직을 요청한 것으로 보이고, E는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 및 제출 전에 이 사건 텔레그램메시지로 권고 사직으로 퇴사처리 하는데 대하여도 G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사실만으로는 E가 이 사건 사직서를 처리할 전권을 부여 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E가 이 사건 사직서에 부서장으로 서명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사직서가 수리되었다거나 이 사건 사직서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가 참가인에게 도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사직서는 그 양식에 비추어 대표이사의 결재를 예정하고 있으므로, 부서장으로서 E의 서명은 사직서를 수령하였다는 확인 정도의 의미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바로 다음 날인 2020. 6. 25. 08:00 E에게 이 사건 사직서의 반환을 요청할 때까지 이 사건 사직서에 대한 인사담당자 또는 대표이사의 결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달리 승낙의 의사표시가 참가인에게 도달하지도 않았으므로, 위 반환 요청으로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는 적법하게 철회되었다.
한편, 참가인은 E의 서명으로 이 사건 사직서가 수리되었고, 대표이사의 결재는 내부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을가 제1호증에 의하면 원고는 E가 인사전결권자라고 주장하면서도 별도의 사내규정이나 명시적으로 인사권이 E에게 위임되었다는 증거가 없음을 인정하였다. 또한 이 사건 사직서의 양식은 원고가 작성한 것인데, 이 사건 초심판정의 심문회의 당시 이 사건 사직서에 재가를 청하는 사람이 '신청인'(참가인)과 소속 '부서장'(E)이라는 것이지 부서장이 사직서를 승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지적에 원고가 "네"라고 답변을 하기도 하였는바, 이 사건 사직서의 양식만으로는 대표이사의 결재가 내부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없다.
해고의 효력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의 취지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다226605 판결 등 참조).
앞서 본대로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 및 제출은 참가인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하는 형식을 취하도록 한 것이고, 설령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 및 제출로 참가인이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더라도 이는 적법하게 철회되었으므로, 이 사건에서 참가인과 원고 사이의 근로관계가 종료된 원인은 원고의 일방적 의사에 의한 것이므로 이를 해고로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하면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였다는 자료가 없으므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해고는 그 사유가 정당한지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그 효력이 없다.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환우(재판장) 임성민 박남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