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1994. 9. 29. 설립되어 상시 2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건설기계 및 관련 부품의 제조업·판매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회원으로 하여 건설기계공업의 기술개발사업 등을 수행하는 법인으로, 산하에 사업지원본부와 기술지원본부를 두고 있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01. 9. 1. 원고에 입사하여 기술지원 본부에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20. 3. 11. 참가인의 다음과 같은 행위(이하 ‘이 사건 각 징계사유’라 한다)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상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을 면직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해고’라 한다).
참가인은 2020. 4. 8. 이 사건 징계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7. 21. ‘이 사건 각 징계사유 중 제3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고, 제1, 2, 4징계사유는 인정되나, 징계양정이 과도하므로 이 사건 징계해고는 부당하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G).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2. 3.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관계 법령과 원고의 규정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이 사건 각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
제1, 4징계사유 인정 여부
참가인 주장의 요지
참가인은 회식 자리에서 기술지원본부장 직무대리로서 오랫동안 기술지원본부와 갈등을 빚어 왔던 사업지원본부와의 화합을 위해 원고 직원들에게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제1피해자에게 제1징계사유와 같은 이야기를 한 것이고, 제2피해자가 입고 있던 후드티 모양을 재현하려다가 제4징계사유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인바, 참가인에게는 성희롱의 의도가 없었다.
판단
관련 법리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7, 8, 10, 11, 12, 17, 22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제1, 4징계사유와 같은 참가인의 행동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제1, 4징계사유는 인정된다. 따라서 이 부분 참가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앞서 살펴본 법리에 의하면 참가인에게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었어야만 제1, 4징계사유와 같은 참가인의 행동이 성희롱에 해당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참가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참가인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제1피해자에게 제1징계사유와 같은 행동을 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참가인은 원고의 자체 조사(이하 ‘이 사건 조사’라 한다) 당시 “제1피해자가 자신에게 ‘너나 잘 해라.’라고 하는 등 화가 날 정도의 말을 하였다. 그래서 자신은 화를 억누르며 제1징계사유와 같은 행동을 하였다. 아무리 웃으려고 해도 웃지 않는 표정이 나왔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이러한 참가인의 진술에 의하면 참가인은 제1피해자의 말에 화가 나 비꼬는 말로써 제1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주려는 의도로 제1징계사유와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참가인은 제1피해자의 명시적인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평소 자신과 별다른 교류가 없었던 제1피해자에게 제1징계사유와 같은 행동을 반복하였다. 제1피해자는 이 사건 조사 당시 “참가인은 자신이 ‘이거 성희롱이다.’라고 이야기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참가인, 제1피해자가 앉아 있던 테이블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H 또한 이 사건 조사 당시 “제1피해자가 참가인에게 ‘이거 성희롱이다.’라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처럼 배우자가 있는 제1피해자의 명시적인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반복하는 것은 배우자가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피해자는 이 사건 조사 당시 제1징계사유와 같은 참가인의 행동으로 인해 성적 모멸감과 치욕을 느꼈다고 진술하였고, H 또한 이 사건 조사 당시 “자신은 남자임에도 참가인의 발언이 거북하고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참가인은 제1피해자가 원고에게 피해사실을 신고한 이후인 2020. 1. 7.
11:48경 제1피해자에게 ”우선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성 직원에 대한 성희롱 발언은 무조건 잘못입니다 제가 제일 혐오하는 행동이었습니다 술에 취했다고 용서를 구하지 않겠습니다 어떠한 징계도 받을 각오가 돼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제4징계사유는 참가인이 여성 직원인 제2피해자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려고 시도하였다는 것으로, 참가인이 주장하는 경위를 감안하더라도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제2피해자는 제4징계사유와 같은 참가인의 행위로 인해 놀라 뒷걸음질 치기도 하였다.
제2징계사유 인정 여부
참가인 주장의 요지
참가인은 제1피해자에게 I의 퇴사로 인해 참가인 다음으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이 당신이라는 의미에서 ‘넘버 2’라고 이야기했을 뿐, ‘세컨드’라고 이야기한 사실은 없다.
판단
관련 법리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13, 20, 27, 31호증의 각 기재, 증인 E의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제2징계사유 기재와 같이 ‘세컨드’라고 이야기하였다는 제1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으므로, 제2징계사유는 인정된다. 따라서 이 부분 참가인의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제1피해자는 이 사건 조사 당시 ”참가인이 자신에게 ‘입사 연차 순으로 참가인 다음으로 오래 일한 넘버 2다. 넘버 2가 잘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자신은 자신의 팀원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런 말을 듣고 기분이 좋지 않아 참가인에게 ‘앞으로 업무적으로 할 말이 있으면 회식 자리가 아니라 평소 업무 공간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는데, 참가인이 갑자기 ‘내가 사실은 D이를 사랑했잖아.’, ‘2013년(또는 2014년)부터 D이가 내 세컨드였잖아.’라고 하였다. 자신은 2013년, 2014년 당시 입사 연차가 4번째여서 입사 순서로 세컨드가 될 수 없기에 세컨드가 성적인 표현이라고 인식하고 정색한 채 참가인에게 ‘그게 지금 무슨 뜻이에요? 그러면 퍼스트는 누구에요?’라고 물었고, 참가인은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퍼스트는 J이지.’라고 대답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제1피해자의 진술은 그 내용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다.
위와 같은 제1피해자의 진술은 회식 당시 참가인의 양 옆에 앉았던 제2피해자 및 E의 진술에 부합하여 신빙성이 있다. ① 제2피해자는 이 사건이 발생한 때로부터 약 1달가량이 경과한 2020. 2. 24. 이루어진 이 사건 조사 당시 ”참가인이 제1 피해자에게 ‘세컨드’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것 같기는 하나, 그 때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 중이라 확실하게 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1피해자가 참가인에게 ‘퍼스트는 누구에요?’라고 말한 것은 확실히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② E 또한 이 사건이 발생한 때로부터 약 1주일 뒤에 ”참가인이 제1피해자에게 ‘D이 내 세컨드였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으며, 2020. 2. 26. 이루어진 이 사건 조사 당시 ”참가인은 시점을 달리하여 제1피해자에게 ‘넘버 2’ 발언과 ‘세컨드’ 발언을 하였다. 참가인은 제1피해자에게 ‘네가 내 세컨드다.’라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비록 제2피해자는 참가인이 제1피해자에게 ‘세컨드’라고 말하는 것을 명확히 듣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고, E는 제1피해자와 참가인이 ‘퍼스트는 누구냐.’, ‘퍼스트는 J이다.’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제2피해자와 E의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회식 자리로 다른 사람이 주고받는 모든 이야기를 정확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한 곳이 아니고, 사람의 기억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희미해지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오히려 모든 상황을 빠짐없이 기억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우므로, 제2피해자와 E의 진술에 일부 불분명한 부분이 있는 것은 회식 자리라는 장소적 특성 및 시간의 경과에 따른 것으로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E는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서도 ‘세컨드’ 발언을 들은 다른 사람이 전혀 없다는 추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가 참가인 바로 옆이었고, ‘세컨드’라는 단어가 충격적이고 부적절해서 기억에 남아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한편, E는 2020. 8. 27. 작성한 진술서에 ”제1피해자가 참가인의 ‘세컨드’ 발언을 듣고 참가인에게 ‘그럼 퍼스트는 누구에요?’라고 물었고, 참가인은 머뭇거리며 J이라고 대답하였다.“는 취지로 기재하였는데, 이러한 E의 진술은 앞서 본 바와 같이 E가 이 사건이 발생한 때로부터 약 1달가량이 경과한 2020. 2. 26. 이루어진 이 사건 조사 당시에는 ”참가인과 제1피해자가 이러한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제1피해자가 E를 회유하여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도록 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E의 진술 내용이나 E가 원고 소속 다른 직원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역에 의하면 E는 제1피해자에 대하여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제1피해자로부터 자신에게 유리하게 허위로 진술해달라는 부탁을 받지 않았다.“, ”참가인이 제1피해자에게 ‘세컨드’ 발언을 하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② E는 제1피해자로부터 목격한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는 등 제1피해자와 제2징계사유와 관련한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제1피해자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를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으로 혼동하여 위와 같이 진술서에 기재하였을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회식에 참석한 다른 직원들이 참가인의 ‘넘버 2’ 발언만 들었을 뿐, ‘세컨드’ 발언은 듣지 못했다는 사정은 피해자들 및 E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함에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회식 자리로 다른 사람이 주고받는 모든 이야기를 정확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한 곳이 아니고, 참가인의 ‘넘버 2’ 발언만 들었을 뿐 ‘세컨드’ 발언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한 직원(K, J, L)들은 참가인과 제1피해자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는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었으므로, 위 직원들로서는 대화 소리로 시끄러운 회식 자리의 특성 및 이격거리로 인해 참가인의 ‘세컨드’ 발언을 듣지 못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제3징계사유 인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제3징계사유와 같은 참가인의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하는 제1, 2징계사유와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여 이루어진 일련의 행위이고, 그 정도가 상근부회장(M)이나 다른 직원이 저지할 정도로 가볍지 않았으므로 성희롱에 해당한다.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16호증의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제3징계사유와 같은 참가인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참가인이 제3징계사유 기재와 같이 제1피해자에게 근접한 위치까지 다가 가서 자신의 팔꿈치로 제1피해자의 팔뚝을 툭 건드리는 행동을 하였고, 제1피해자가 자리를 피하자 제1피해자의 뒤에다 대고 손가락질을 하며 상세 불명의 말을 한 사실에 대하여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이 사건 당시 상황을 촬영한 CCTV 영상에 의하면 참가인이 팔꿈치로 접촉한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팔뚝이고, 신체 접촉이 일어난 시간이 극히 짧았으며, 참가인이 제1피해자의 신체에 밀접하게 접촉할 정도로 제1피해자에게 다가가지는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이러한 행동을 하면서 제1피해자에게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였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참가인의 이러한 행동이 곧바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제1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참가인이 위와 같은 행동을 하면서 제1피해자에게 ”사랑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제1피해자는 이 사건 조사 당시 ”자신은 참가인이 제3징계사유와 같은 행위를 할 당시 식당 카운터 앞에서 M 및 L과 함께 있었고, 참가인은 J과 함께 카운터로 나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위 CCTV 영상에 의하면 M, L 및 J은 참가인 및 제1피해자가 나누는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참가인 및 제1피해자와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인이 제1피해자에게 ”사랑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전혀 듣지 못하였다.
참가인이 제1피해자에게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사랑한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M, L 및 J이 제3징계사유 기재와 같은 참가인의 발언을 듣지 못하였을 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제1피해자는 이 사건 조사 당시 참가인이 자신에게 속삭이듯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지는 않았고, 위 CCTV 영상에 의하더라도 참가인이 제1피해자에게 몸을 기울이거나 제1피해자의 귀에다 대고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확인되지 않으므로, 참가인이 작은 목소리로 제1피해자에게만 이야기하였기 때문에 M, L 및 J이 제3징계사유 기재와 같은 참가인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제1피해자는 이 사건 조사 당시 ”참가인으로부터 제3징계사유와 같은 피해를 당하기 직전 M과 ‘참가인이 다 좋은데 술을 마시면 징그러워진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참가인이 손가락질을 할 때 ‘D을 사랑합니다.’라는 이야기를 한 것 같으나 소란스러워 정확히 듣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제1피해자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으로부터 제1, 2징계사유와 같은 성희롱을 당했던 제1피해자가 주변이 소란스러운 상황에서 참가인이 ”사랑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오해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소결론
결국 이 사건 각 징계사유 중 제3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으나, 제1, 2, 4징계사유는 모두 인정된다. 그런데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하므로(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두11813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두19144 판결 등 참조), 이하에서는 인정되는 징계사유만으로도 이 사건 징계해고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참가인은 원고 상근자 중 최고위직 임원으로서 조직 내 성희롱을 예방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이 사건 각 징계사유와 같은 성희롱을 저질렀다. 뿐만 아니라 원고는 상근자가 11~13명에 불과한 소규모 조직이고, 사옥 규모도 크지 않아서 참가인을 해고하지 않을 경우 참가인과 피해자들이 매일 마주치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심지어 참가인은 제1피해자에게 사과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태도를 바꾸어 이 사건 각 징계사유를 모두 부인하고 있고, 이 사건 소송에서도 제1피해자를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는 등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참가인에게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 있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징계해고는 정당하다.
판단
관련 법리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근로자에 대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지는 해당 기업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사용자가 징계처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주된 징계사유, 전체 징계사유 중 인정된 징계사유의 내용과 비중,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은 이유, 해당 징계처분의 종류, 해당 기업이 정하고 있는 징계처분 결정 절차, 해당 기업의 규모·사업 성격 및 징계에 관한 기준과 관행 등에 비추어 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 동일한 징계처분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고려하여 해당 징계처분을 유지하는 것이 근로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31조에 의하여 부당해 고구제재심판정을 다투는 소송에서 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사용자가 부담하므로, 인정되는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지에 대한 증명책임도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두57318 판결 참조).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21호증의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징계해고는 인정되는 징계사유의 비위행위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제1, 2징계사유와 같은 참가인의 행동은 제1피해자에게 성적 동기나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다. 참가인은 술자리에서 제1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화가나 비꼬는 말로써 제1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주려는 의도로 제1, 2징계사유와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제1, 2, 4징계사유와 같은 참가인의 행동은 일회성에 그쳤고, 달리 참가인이 이 사건 이전에도 상습적으로 피해자들이나 원고 소속 다른 직원들에게 성희롱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발견할 수 없다. 원고는 초심 및 재심판정 당시 ”평소 참가인에 대해 성희롱과 관련된 소문은 없었고, 이번에 처음으로 신고가 된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목격자(J) 또한 이 사건 조사 당시 ”참가인이 평소 성희롱 관련 언동은 일체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참가인은 2008년경 펀드 투자와 관련하여 감봉 3월의 징계처분을 받았을 뿐, 이 사건 이전에 성희롱으로 징계처분을 받은 전력은 없다.
원고의 사업지원본부와 기술지원본부 사이의 갈등관계가 제1, 2, 4징계사유와 같은 참가인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느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의 정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사업지원본부와 기술지원본부는 오랫 동안 심한 갈등 관계에 있었는데, 피해자들은 사업지원본부 소속인 반면, 참가인은 기술지원본부 소속이다.
원고의 사옥은 2층 건물인데, 참가인이 속해 있는 기술지원본부는 1층을, 피해자들이 속해 있는 사업지원본부는 2층을 각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참가인과 피해자들이 같은 공간이나 부서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참가인에게 해고 이외의 다른 징계를 함으로써 참가인과 피해자들이 같은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의 고용환경이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원고 사옥의 구조상 참가인과 피해자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마주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별도로 강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참가인이 원고 고위 임원으로서 원고 내 성희롱을 방지하고 다른 직원들의 모범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을 하였고, 징계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비위행위의 경위, 내용 및 정도와 이 사건 각 징계사유 중 제3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 점까지 아울러 고려하면, 참가인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징계해고는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과도하다.
중결론
결국 이 사건 징계해고는 부당하므로, 이와 결론을 같이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정용석
판사 최승훈 김규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